허동윤 ㈜상지이앤에이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는 건축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건축사이다. 그는 부산 동아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도시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줄곧 부산에서 활약했으며 현재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부산 건축가회회장을 맡고 있다.
▼이 학과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글쓰기에도 다분히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어쩌면 건설업으로 부유하게 사셨던 큰 아버지의 영향이 건축학도가 된 계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웃음),어린 시절부터의 관심과 더불어 펜 끝의 획 하나하나가 구현되어 시대를 뛰어 넘는 상징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매력이 저를 건축인의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고대로부터 가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작업이었으며 수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결과물들은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
▼이 학과를 졸업한 뒤 진로가 궁금합니다.
"우선 건축물의 공간을 디자인하며 국내외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설계분야가 있고 건설회사 등에 소속되어 설계를 마친 건축물을 직접 짓는 시공분야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인테리어, 건축구조, 건축설비, 건설사업관리 건설사업의 공사비 절감, 품질 향상, 공기단축을 위해 전문가에게 건설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탁하여 관리하게 하는 전문관리 업무(CM) 및 감리 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지도 · 감독하는 업무뿐 아니라 건축분야 공무원이나 건설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등 예술과 과학기술을 넘나들며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진로분야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졸업 후 전공을 버리지 않고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 전문성에 따라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개인의 성취와 함께 사회봉사까지 도모할 수 있죠."
▼이 학과의 장점을 얘기한다면.
"올해 봄에 방영한 '개인의 취향'이란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전진호(이민호분)를 떠올려 보면 건축가의 이미지가 살아나실 겁니다. 건축가들은 공간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의 정신을 담은 건축물을 디자인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건축은 그런 치열함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며 그러한 정신이 건축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건축학은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기만 하거나,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우월하다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힘들고 자기수양적인 면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매순간 이 고된 일이 자기의 천직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여러 선후배, 동료들을 떠올리면 '건축'이 주는 마약과 같은 매력의 깊은 속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또한 대학교 수업에서부터 팀을 이루어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성과 리더십이 자연적으로 길러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국내 건설산업은 여전히 단일산업으로서 최고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문직 분야에서도 건축사 시장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여전히 건설산업은 국가경제의 버팀목이자 성장동력으로서 건축학 교육의 중요성을 대변한다고 하겠습니다. "
▼이 학과를 선택한 뒤 보람이 있었던 일은.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폰티(Gio Ponti)는 '로마의 반은 신이 만들었고, 나머지 반은 건축가가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부시절 교수님은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고, 건축은 인간이 만든 자연'이라고 말씀하곤 하셨지요. 아직까지도 뇌리에 새겨져 있는 이 말씀들과 함께 시작된 건축의 길은 지금껏 후회라는 단어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건축을 하게 된 후 처음 지어진 건물, 처음 해보았던 드로잉, 처음 맛보았던 좌절,그처럼 언제나 겪게 되는 온갖 '처음' 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물리치며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내게는 보람이며, 그런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한다면.
"건축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철학이 내재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평소 인문학 도서를 많이 읽기를 바라고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돌아보고 다음 세상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자기 인생의 주어진 범위 내에서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사회성을 기를 것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