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의 정신을 담은 건축물 창조"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학과 ⑧ 허동윤(주)상지이앤에이건축사사무소대표 -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
허동윤 ㈜상지이앤에이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는 건축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건축사이다. 그는 부산 동아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도시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줄곧 부산에서 활약했으며 현재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부산 건축가회회장을 맡고 있다.


▼이 학과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글쓰기에도 다분히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어쩌면 건설업으로 부유하게 사셨던 큰 아버지의 영향이 건축학도가 된 계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웃음),어린 시절부터의 관심과 더불어 펜 끝의 획 하나하나가 구현되어 시대를 뛰어 넘는 상징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매력이 저를 건축인의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고대로부터 가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작업이었으며 수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결과물들은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

▼이 학과를 졸업한 뒤 진로가 궁금합니다.

"우선 건축물의 공간을 디자인하며 국내외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설계분야가 있고 건설회사 등에 소속되어 설계를 마친 건축물을 직접 짓는 시공분야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인테리어, 건축구조, 건축설비, 건설사업관리 건설사업의 공사비 절감, 품질 향상, 공기단축을 위해 전문가에게 건설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탁하여 관리하게 하는 전문관리 업무(CM) 및 감리 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지도 · 감독하는 업무뿐 아니라 건축분야 공무원이나 건설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등 예술과 과학기술을 넘나들며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진로분야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졸업 후 전공을 버리지 않고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 전문성에 따라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개인의 성취와 함께 사회봉사까지 도모할 수 있죠."

▼이 학과의 장점을 얘기한다면.

"올해 봄에 방영한 '개인의 취향'이란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전진호(이민호분)를 떠올려 보면 건축가의 이미지가 살아나실 겁니다. 건축가들은 공간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의 정신을 담은 건축물을 디자인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건축은 그런 치열함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며 그러한 정신이 건축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건축학은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기만 하거나,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우월하다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힘들고 자기수양적인 면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매순간 이 고된 일이 자기의 천직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여러 선후배, 동료들을 떠올리면 '건축'이 주는 마약과 같은 매력의 깊은 속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또한 대학교 수업에서부터 팀을 이루어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성과 리더십이 자연적으로 길러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국내 건설산업은 여전히 단일산업으로서 최고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문직 분야에서도 건축사 시장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여전히 건설산업은 국가경제의 버팀목이자 성장동력으로서 건축학 교육의 중요성을 대변한다고 하겠습니다. "

▼이 학과를 선택한 뒤 보람이 있었던 일은.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폰티(Gio Ponti)는 '로마의 반은 신이 만들었고, 나머지 반은 건축가가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부시절 교수님은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고, 건축은 인간이 만든 자연'이라고 말씀하곤 하셨지요. 아직까지도 뇌리에 새겨져 있는 이 말씀들과 함께 시작된 건축의 길은 지금껏 후회라는 단어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건축을 하게 된 후 처음 지어진 건물, 처음 해보았던 드로잉, 처음 맛보았던 좌절,그처럼 언제나 겪게 되는 온갖 '처음' 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물리치며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내게는 보람이며, 그런 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한다면.

"건축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철학이 내재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평소 인문학 도서를 많이 읽기를 바라고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돌아보고 다음 세상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자기 인생의 주어진 범위 내에서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사회성을 기를 것도 권합니다. "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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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지식 이외에 역사·사회학·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갖춰야

⊙ 이것이 궁금해요!

- 최근에 유행하는 실내 인테리어 작업도 배울 수 있는지.

"실내 건축은 건축 설계중에서 독특한 분야로 꼽힌다.

보다 정교하며 건축 공간의 내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감각을 중요시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이 분야는 넓은 의미에서는 건축가의 영역이지만 아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독립해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내부공간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건축재료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이 분야를 전공하는 데 필요하다. "

- 건축공학과 건축학의 차이점을 얘기한다면.

"구미에서는 건축학과 건축공학을 명확하게 나눠 교육하고 있다.

건축학은 미학,철학,인류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건물을 설계하거나 건축의 역사 및 이론을 연구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건축공학은 건물이 튼튼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건물의 구조를 계획하는 구조분야와 설계대로 건물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하는 시공분야,건물에서의 빛과 소리 열적 환경을 연구하는 환경분야가 있다. "

- 면접시 필요한 기본 소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현대의 건축학은 학문적으로 건축 이외에 역사학,사회학,심리학,문화인류학,의학,지리학,조경학 등 다양한 분야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깊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분야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식을 알아둔다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건축을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건축공학이 아닌 건축학을 전공하는데 미술을 잘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입학한 후 설계를 공부하면서 얼마든지 표현력을 키울 수 있으므로,미술을 잘하는 것이 입학에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

-입학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 선택하면 좋은 과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선택하는 과목에 물리,화학,지구과학,생물이 있을텐데 꼭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하다는 것은 없다. 물리는 역학이나 구조를 배울 때 도움이 되며 화학은 건축재료,지구과학은 건축에 필요한 기후환경이나 토질에 대한 기본지식을 제공하게 된다.

과학과목에서 배우는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과학에서 사용하는 사고방식이라든지 문제를 푸는 방법론 등을 몸에 배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