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하고 싶지 않은데 복종하라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僕從)을 좋아해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만해 한용운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7) 독점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
독립 운동가이자 승려이며 저항시인인 만해 한용운은 참 이상한 사람이다.

자유보다 복종을 좋다고 하니 말이다.

더욱이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 속에서 사회적 최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의 관점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시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너무나 합리적이다.

만해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다른 대체재, 다른 사랑이 있은들 뭣 하겠는가?

내가 당신만을 따르고 복종하겠다는데… 당신의 독점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데… 그러나 복종하고 싶지 않은데 복종을 거부할 자유가 없는 독점은 문제를 일으킨다.

독점이란 단 하나의 주체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부일처제는 쌍방독점이다.

서로가 서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독점은 수요자는 독점력이 없고 단 하나의 생산 기업만이 존재하는 독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단 하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기는 매우 어렵다.

독점의 사례로 MS社가 제공하는 윈도우 OS를 들고 있지만, 애플의 OS가 있는 것에서 보듯이 완벽한 독점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대체재가 없는 완벽한 독점을 가정한다.

독점 기업은 시장에서 유일한 생산자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한다고 비난받곤 한다.

이것이 독점을 비난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독점을 만해와 같이 곱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비난도 절반의 진실이다. 독점 기업도 무조건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한다면 수요자들이 구매를 줄일 것이다.

이 경우 독점 기업의 판매가 줄어들고, 이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독점 기업도 수요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독점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책정한 수량과 가격에 따라 소비자가 복종하게 되는데, 소비자에게 책정된 복종 가격이 그들이 생산에 투입한 비용보다 높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이다.

독점 기업도 완전경쟁시장의 기업과 마찬가지로 한계수입(MR)=한계비용(MC)인 수준에서 생산량을 결정한다.

완전경쟁시장은 가격이 주어지면 이 조건에 따라 생산량을 결정하지만 독점 기업은 이 조건에 따라 생산을 결정하면 독점의 복종 가격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왜 독점 기업이 MR=MC에서 생산과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가는 지난 시간에 설명한 이 조건을 다시 음미해보면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간에 MC가 처음에는 하락하지만, 종국에는 우상향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배웠다.

여기서는 복잡한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MC가 수평이라고 가정하자.

이렇게 단순화시켜도 결론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수평인 MC를 가정하고 보니, 이윤 극대화를 풀기 위해서는 MR이 필요하다.

지난 시간에 완전경쟁시장에서 기업이 직면한 수요 곡선은 시장의 수요가 아니라 주어진 가격에서 수평이며, 이것이 MR이고 동시에 평균수입인 AR이라는 것을 배웠다.

반면에 독점기업은 시장의 수요 곡선이 이 기업이 직면한 수요 곡선이다. 너무 당연하다.

시장에서 혼자 생산하고 모든 수요자를 독점하고 있으니 시장 수요가 곧 독점 기업이 맞서 대적할 우하향하는 수요 곡선인 것이다.

그렇다면 MR곡선은?

결론부터 말하면 수요 곡선보다 아래 위치한다.

1개를 판매하면 총수입은 10원이다. 2개를 판매하면 8원을 받을 수 있고 16원의 총수입이 발생한다.

이 경우 한계 수입은 '16원-10원'인 6원이 된다.

3개를 판다면 총수입은 18원이고 한계수입은 '18원-16원'인 2원이 된다.

한계 수입이 수요 곡선보다 아래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7) 독점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
이는 시장에서 같은 재화를 다른 가격에 팔 수는 없기 때문에 두 개를 팔려고 한다면 모두 8원을 받아야 하고, 3개를 팔려면 모두 6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물론 독점은 가격 차별화 정책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다음 시간에 다루기로 한다).

한계 수입과 수요 곡선의 관계는 총수입을 미분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총수입은 P×Q이고 이것을 Q에 대해 미분한 것이 한계 수입이다.

이때 P도 수량이 변하면 따라 변하기 때문에 Q의 함수이고 P×Q를 미분한다는 것은 곱함수의 미분에 해당한다.

결과만 소개하면 MR은 'P+Q×(dP/dQ)'이며, 이때 수량에 따라 변하는 P가 수요 곡선을 나타낸다. 그런데 수요 곡선의 기울기가 음수인 점을 감안하면 dP/dQ이 음수이기 때문에 'MR = P(=수요곡선) + Q×음수'가 된다.

즉 MR은 수요 곡선에서 음수인 값을 뺀 것으로 수요 곡선보다 아래에 위치하는 것이다.

독점 기업이 시장 조사를 통해 시장 수요 곡선을 추정했다면 이로부터 시장 수요 곡선보다 아래 위치한 MR곡선도 추정할 수 있다.

이제 독점의 이윤 극대화를 보기 위해 수평인 MC곡선과 우하향하는 MR곡선을 만나게 하자.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7) 독점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
그림에서 보듯이 MR=MC가 만나는 생산량은 Q1이다.

바로 이 생산량 수준이 독점 기업의 이윤을 가장 크게 만들어 주는 생산량이다.

독점 기업이 Q1을 생산해서 내다 팔면 소비자들은 최대 P2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

따라서 독점 기업은 P2의 가격을 책정할 것이다.

독점 기업의 이윤 극대화 생산량은 Q1이며 이때 책정한 가격은 P2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림2

소비자가 재화를 한 단위 소비하는데 P2의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데 독점 기업이 한 단위 추가로 재화를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인 MC는 P1이다.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인 P2에 비해 생산자가 투입한 비용이 너무 낮은 것이다.

이 두 차이, 즉 독점가격 P2와 MC의 차이가 바로 독점을 비난하는 이유가 된다.

만약 독점 기업이 MC와 수요 곡선이 만나는 Q2로 생산을 늘리고,이때 MC인 P1을 가격으로 책정했다면 독점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가 한 단위 추가로 소비하는 데 지불한 가격인 P1이 독점 기업이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인 MC와 같기 때문이다.

즉 Q2의 생산량이 완전경쟁일 경우 생산량이고, P1이 완전경쟁시장일 경우 가격이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만해 한용운과 같이 자유대신 독점 가격에 복종하는 데 행복해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책임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