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의 경쟁은 무엇을 의미할까?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6) 완전경쟁시장에서의 가격과 생산
"경쟁은 탐험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

1911년 세계 최초로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이 남긴 말이다.

아문센은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과 세계 최초의 남극 정복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는 이런 경쟁을 스트레스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을 전진시키는 일종의 자극제로 받아들였다.

현대 사회는 흔히 경쟁의 연속이라고 한다.

경쟁이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많은 이들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사이의 라이벌 관계 같은 것을 머릿속에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쟁은 사람들의 일반적 관념과 조금 차이가 있다.

경제학에서의 경쟁은 시장에서 동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무수히 많아 어느 한 기업이 다른 기업과 경쟁한다는 사실조차 느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쟁이 가장 완벽한 형태로 나타나는 시장이 바로 완전경쟁시장(perfectly competitive market)이며, 완전경쟁시장을 줄여 간단히 경쟁시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완전경쟁시장의 성립 조건과 시장의 구분 방법에 대해서는 작년에 [경제 교과서 친구 만들기]를 통해 이미 상세히 다루었으므로 이번 시간에는 완전경쟁시장에서의 가격과 생산량 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지난 시간 우리는 기업은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생산을 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사실을 학습하였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최적생산량은 생산물시장이 완전경쟁이냐 불완전경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완전경쟁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기업이 시장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같은 상품을 파는 다른 기업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한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수량은 전체 시장거래량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도 미미하다.

그러므로 개별 기업이 스스로의 힘으로 시장가격을 변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별기업은 그저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인 후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할 뿐이다.

시장가격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에서 완전경쟁시장에서의 개별기업들은 가격수용자(price taker)라 칭한다.

현재 세계의 종이시장이 완전경쟁 상태에 놓여있으며 종이를 제조하는 가상의 회사 ㈜생글제지가 존재한다고 한번 가정해 보자.

㈜생글제지는 종이를 제조하는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세계 종이시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시장에서 결정된 종이가격을 보고 자사의 생산량을 결정한다.

만약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종이가격이 한 장당 50원이라고 한다면 ㈜생글제지는 50원에 종이를 판매할 수밖에 없다.

다른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품질의 종이를 50원에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을 50원에서 조금만 올려도 ㈜생글제지가 만든 종이는 단 한 장도 판매되지 않을 것이다.

㈜생글제지의 입장에서는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가격으로 판매를 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50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할 이유도 없다.

기업의 총수입은 '가격(P)×생산량(Q)'으로 정의되므로 시장가격이 50원일 때 ㈜생글제지의 총수입은 50×Q 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물 한 단위당 수입인 평균수입은 어떻게 될까?

평균수입을 계산하는 법은 간단하다.

총수입을 생산량으로 나누면 평균수입이 되므로 ㈜생글제지의 평균수입은 시장가격 50원과 같게 된다.

평균수입을 앎에 있어 중요한 점은 기업의 입장에서 평균수입곡선은 수요곡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완전경쟁시장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완전경쟁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균수입곡선의 높이는 생산물 1단위를 판매했을 때의 평균적 수입, 즉 상품 1단위의 판매가격을 나타낸다.

따라서 평균수입곡선은 곧 수요곡선이 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별 기업이 직면하는 수요곡선을 그래프상에 나타내면 시장가격 높이만큼의 수평선이 된다.

㈜생글제지의 경우에는 직면하는 수요곡선이 높이가 50원인 수평선이 될 것이다.

한계수입은 기업이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얻을 수 있는 수입을 의미하는데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생산량과 관계없이 시장가격이 정해지므로 ㈜생글제지의 한계수입 역시 시장가격인 50원과 같게 된다.

결국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수요곡선(평균수입곡선)과 한계수입곡선이 모두 같은 수평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요곡선이 수평선(=완전탄력적)이라는 것은 학생들이 완전경쟁시장을 배울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유의해야 할 점은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상품에 대한 수요곡선이 수평선으로 인식된다는 것이고, 시장의 수요곡선은 수평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하향하는 시장수요곡선은 개별 소비자들의 수요곡선을 수평으로 합하였을 때 도출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상품의 소비자 역시 무수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은 주어진 시장가격에서 자신의 상품을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6) 완전경쟁시장에서의 가격과 생산
그러므로 ㈜생글제지의 종이 생산량은 수평선 위의 점 어디라도 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생글제지는 종이 생산량을 계속 늘려 이윤을 무한히 증가시킬 수 있을까?

생산에는 비용이 수반되므로 이는 당연히 올바른 답이 될 수 없다. 기업의 이윤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빼주어야 하며, 이윤이 극대화되는 지점은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지점이다.

생산량이 늘어날 때 생산에 투입되는 총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인 한계비용의 경우는 어떨까?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6) 완전경쟁시장에서의 가격과 생산
한계비용은 일시적으로는 감소하거나 일정하게 유지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함께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위의 표에서 종이 생산량이 2만장일 때까지 ㈜생글제지의 한계비용은 20원으로 일정하다.

이는 종이 생산량이 2만장일 때까지는 종이 한 장을 추가로 생산할 때마다 총비용이 20원씩 늘어난다는 말과 같다.

종이 생산량이 2만장을 넘어가면 ㈜생글제지는 노동자들을 추가로 고용해야 할지도 모르고, 원료로 쓸 나무가 다 떨어져 해외에서 전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나무를 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생산량이 2만장을 넘어가면 한계비용은 20원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한계비용은 종이 생산량을 늘려감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한계비용 곡선은 우상향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생글제지는 한계비용이 한계수입 50원보다 낮은 한 종이 생산을 계속 늘려 이윤을 증대시키려 할 것이므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글제지의 균형생산량은 한계비용이 50원이 되는 5만장에서 정해진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한계수입이 시장가격과 같기 때문에 이윤극대화조건이 ㈜생글제지의 경우처럼 '시장가격=한계비용'으로 나타난다.

현실에서는 이론에서 가정하는 완전경쟁시장의 조건들을 빠짐없이 갖춘 시장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완전경쟁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시켜 모든 시장형태의 표준이 된다.

이어질 시간을 통해 우리는 완전경쟁시장과 불완전경쟁시장의 사회적 후생을 비교하고, 왜 경제학에서 완전경쟁시장을 이상적 시장형태로 여기는지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