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푸는 '보너스' 문제 출제
이번에는 지난호에 이어 성균관대 모의논술 [문제 2]부터 [문제 5]까지 다루어보자.
<제시문 1> <제시문 2> <제시문 3> <제시문 4>와 [문제 1]의 해제는 지난 생글 252호(7월12일자)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럼 일단 [문제 2]를 확인하도록 하자.
[문제 2] 아래의 <보기>를 활용하여 [문제 1]의 한 입장을 비판하시오.
<보기>
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는 몇 치의 영토를 놓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전투가 중단된 동안은 물론 전투를 하는 동안에도 프랑스와 벨기에 영토의 800㎞에 걸친 여러 전선에서는 적군끼리 서로 상당히 자제하는 일이 허다했다.
이들 참호를 둘러본 한 영국군 참모 장교는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독일 병사들이 그들 방어선 안의 아군 소통 사정거리 내에서 태연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군 병사들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나중에 우리가 이 지구를 맡게 되면 이것부터 뜯어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병사들은 현재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양측 모두 '공존공영' 정책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이런 일은 이 참호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공존공영 시스템은 고질적인 것이었다.
상급 지휘자들이 아무리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도, 전투가 아무리 치열해져도,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전투 논리 앞에서도, 그리고 상부 명령으로 국지적 휴전이 좀처럼 이뤄지기 힘든 데도 공존공영 시스템은 활개를 쳤다.
이것은 극한의 적대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자들 사이에서 협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생생한 예이다.
⊙ 2번 문제 풀이
지난호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제시문 1>에서 <제시문 4>까지의 내용은 '경쟁'을 강조하는 <제시문 1> <제시문 3>과 '협력'을 강조하는 <제시문 2> <제시문 4>로 나뉘어진다.
[문제 2]는 이 중 한 입장을 <보기>의 내용을 통해 반박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풀기 쉬운 문제이다.
[문제 1]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 문제로 [문제 1]에서 4개의 제시문을 성공적으로 구분하여 요약한 학생이라면 [문제 2]는 손쉽게 풀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보기>의 내용은 '경쟁'과 '협력' 중 후자의 미덕을 강조하는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듯이 <보기>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극한의 '경쟁'상황 속에서도 이른 바 '공존공영'이라는 '협력'의 원리가 병사들 사이에 널리 펴져 있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보기>의 내용은 '경쟁'의 미덕을 절대적으로 강조하여 '협력'과 대치시킨 <제시문 1>과 <제시문 3>의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한편 독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보기>의 내용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명한 평론가인 제레미 리프킨의 최근 저작 「공감의 문명(Empathic Civilization)」(Polity 2010)에서도 인용되었다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견해를 반박하기 위해 이 일화를 인용하고 있다. )
상론하자면 먼저 <제시문 1>의 경우 협력을 복종과 동일시하여 일종의 반(反)민주주의적인 원리로 격하하고 있지만, <보기>에서는 협력이 오히려 전쟁이라는 극한의 경쟁 상황을 뛰어 넘는 초국가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을 언급해 둘 수 있겠다.
다음으로 <제시문 3>에서는 경쟁의 동기인 자애심이 본질적으로 선한 의지라 주장하지만 <보기>에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공존공영)을 통해 병사들 간의 인간애가 발휘된다는 점을 들어, 경쟁이 궁극적으로는 반인간적인 행태임을 주장할 수 있겠다.
요컨대 [문제 2]는 <보기>의 내용이 쉽고 간명하기 때문에 [문제 1]만 제대로 풀었다면 용이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종의 쉬어가는 코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나머지 문제들을 검토해 보자. <제시문 5> 및 [문제 3] [문제 4] [문제 5]는 다음과 같다.
<제시문 5>
목축업자들이 공동의 목초지를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이 목초지는 아주 넓어서 많은 수의 양떼를 기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몇몇 이기적인 목축업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들을 더 사 넣는다.
이것을 보고 다른 목축업자들도 자신의 양떼를 늘린다. 결국 그 목초지는 멀지 않아 황폐화된다.
이러한 사회적 함정(social trap) 또는 공동자원 딜레마(commons dilemma)는 집단 전체를 위해서 잘 보존되고 유지되어야 할 공동자원을 지닌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몫 이상을 가져가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 일어난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공동자원은 파괴된다.
공동자원 딜레마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상적 상황을 만들어 모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의 내용은 이러하다. 남녀 대학생 72명으로 총 24개의 3인 집단을 구성하고, 이 집단들에 아래 네 조건 중 한 조건에서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몫으로 취하고자 하는 자원의 양을 적어내도록 했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 1>과 같았다. [그림 1의 실험조건 설명]
-의사소통 가능 조건:구성원 간 의사소통 허용
-의사소통 불가능 조건:구성원 간 의사소통 불허
- 자원이 적을 때:개인이 취할 수 있는 공동자원의 양이 적은 경우
-자원이 많을 때:개인이 취할 수 있는 공동자원의 양이 많은 경우
* 한 집단이 공동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취할 수 있는 최대량=150
+ Y축은 각 조건에서 집단들이 취하려고 의도한 양의 평균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공동 자원 딜레마 상황에서 개인과 집단이 어떤 행동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한 조건에서는 두 명의 개인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도록 하고, 다른 조건에서는 세 사람씩 두 집단을 만들어 두 집단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도록 하였다.
즉, 전자는 '갑'과 '을' 두 사람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는 상황이며, 후자는 '집단A'와 '집단B' 두 집단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는 상황을 말한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 2>와 같았다. [그림 2의 실험조건 설명]
- 개인 간 상황:두 명의 개인이 공동 자원을 나누어 갖는 조건
- 집단 간 상황:두 개의 집단이 공동 자원을 나누어 갖는 조건
- 의사소통 가능 조건:구성원 간 (또는 집단 간) 의사소통 허용
- 의사소통 불가능 조건:구성원 간 (또는 집단 간) 의사소통 불허
* 두 개인 또는 두 집단이 공동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취할 수 있는 최대량=150
* Y축은 각각의 조건에서 각 개인 또는 집단이 취하려고 의도한 양의 평균
수리논술형 문제, 도표 해석에 큰 무리 없고 난이도 낮아
⊙ 3번 문제 풀이
[문제 3] <그림 1>의 결과가 왜 발생하는지, 앞의 <제시문 1>에서 <제시문 4>까지의 논점과 연관시켜 설명하시오.
이른 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주제는 그동안 각 대학의 기출문제에서 이미 많이 다루어진 진부한 주제이다.
작년 연세대 문제만 하더라도 마지막 문제에서 이 주제를 다루었다.
더군다나 다른 대학들이 이 주제에 수리적 사고를 통해 접근하도록 유도한 반면, <제시문 5>의 경우에는 그렇지도 않다는 점에서 푸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문제 3]은 <그림 1>의 실험 결과를 [문제 1]의 풀이결과를 통해 파악하는 문제이다.
즉, [문제 2]와 마찬가지로 [문제 3] 역시 [문제 1]만 잘 풀었다면, 별다른 난관 없이 풀 수 있는 문제인 셈이다.
왜냐하면 <그림 1>을 파악하는 데 공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출제진 측에서 일일이 핵심 '조건'을 나누어 주었으니 말이다.
<그림 1>을 독해하는 데 필요한 척도는 소통가능성, 자원추출량 이렇게 두 가지이다.
여기에서 소통가능성은 협력의 여부를 뜻하고, 자원추출량은 경쟁의 수준을 의미한다.
<그림 1>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듯이 소통이 가능했던 집단은 추출 가능한 자원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추출량이 한계치를 넘지 않았다.
이는 집단 간 협력이 공동체 전체의 생존에 대해 순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소통이 불가능했던 집단은 추출 가능한 자원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과다한 자원이 채굴되었다.
이는 곧, 집단 간 자원 채굴 경쟁이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음을 뜻한다.
다른 한편으로 소통이 가능할시에는 자원부존량이 채굴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아 자원부존량이 많은 곳에서 경쟁이 강화됨을 알 수 있다.
⊙ 4번 문제 풀이
[문제 4] <그림 2>의 결과를 해석하시오.
<그림 2> 역시 <그림 1>과 마찬가지로 평이한 난이도의 그래프에 속한다.
한 눈에 알 수 있듯리 <그림 2>는 의사소통과 협력의 상관관계를 개인과 집단이라는 두 가지의 기준을 통해 가늠해본 연구결과이다.
우선 개인 단위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때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에서 보듯이 개인 간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자원의 추출량은 세 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는 의사소통을 거친 개인들이 상호 협력하여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채굴량을 줄였음을 시사한다.
반면, 집단 간의 의사소통은 집단 간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집단들과 그렇지 않았던 집단들의 평균채굴량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 2> 개인이 집단보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민감하거나, 보다 윤리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개인의 경우,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때조차 평균채굴량이 150(=한계채굴량)을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5번 문제 풀이
[문제 5] <그림 2>의 결과와 유사한 실제 사례를 한 가지 들고, 어떤 점에서 유사한지 밝히시오.
[문제 5]의 핵심은 '얼마나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느냐'이다.
다시 말해 <그림 2>의 결과를 반영하는 사회현상을 하나 제시한 후, 왜 그러한지를 밝히기만 하면 되는 문제라는 말이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그림 2>의 핵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사례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례를 찾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오로지 하나의 조건, 즉 집단 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동체 전체의 번영에 해가 되는 경우만을 염두에 두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능한 집단의 단위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2인 이상으로 이루어진 집단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렇게 물으면, 매일매일 등교하는 학교에서부터 국가와 국제기구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집단들이 머리속에 떠오를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중에 국가와 도시 이렇게 두 가지 집단을 골라보자.
먼저 국가를 대상으로 하여 <그림 2>와 유사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각국의 탄소배출량을 들 수 있겠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촌의 모든 국가들은 탄소배출량을 혁신적으로 감축하지 않을 경우 지구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탄소배출량은 법률적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으며,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오히려 늘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 경우, 각국의 탄소배출량은 <그림 2>의 자원채굴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서로 앞다퉈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려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들 수 있겠다.
나라 전체의 환경과 공공복리를 위해 일정 수준의 녹지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오늘날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시 단위의 행정이 이루어질 때는 많은 도시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로지 개발제한구역을 최대한 해제하여 개발이득을 환수하려 들 때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이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나라 전체의 공존공영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 수리적 추론능력을 묻는 문제에 대해
최근 2~3년 동안 각 대학은 수리적 추론능력에 대한 요구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논술문제의 출제경향에 즉각 반영되어, 수시논술에서는 각종 그래프나 통계자료를 제시문에 맞추어 분석하는 문제들이 다량으로 출제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예 '수리논술'을 표방하여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상당한 수준의 수리적 추론이나 계산을 요구하는 대학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리적 사고를 묻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은 최근 그 소재를 찾는 데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듯하다.
이번 성균관대 논술에 나온 '공유지의 비극'만 해도 사실상 매우 식상한 주제였다.
이를 비롯해 다른 대학들 역시 크게 보면 △공유지의 비극 △죄수의 딜레마 △위험 상황에서의 선택 △기초적 확률 계산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지해야 할 것은 이 정도의 주제들은 이미 학생들에게 충분히 정형화 되었으며, 따라서 대학이 원하는 수준의 추론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 수시논술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수리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접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상경 S · 논술 선임연구원 sganglee@gmail.com
<제시문 1> <제시문 2> <제시문 3> <제시문 4>와 [문제 1]의 해제는 지난 생글 252호(7월12일자)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럼 일단 [문제 2]를 확인하도록 하자.
[문제 2] 아래의 <보기>를 활용하여 [문제 1]의 한 입장을 비판하시오.
<보기>
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는 몇 치의 영토를 놓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전투가 중단된 동안은 물론 전투를 하는 동안에도 프랑스와 벨기에 영토의 800㎞에 걸친 여러 전선에서는 적군끼리 서로 상당히 자제하는 일이 허다했다.
이들 참호를 둘러본 한 영국군 참모 장교는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독일 병사들이 그들 방어선 안의 아군 소통 사정거리 내에서 태연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군 병사들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나중에 우리가 이 지구를 맡게 되면 이것부터 뜯어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병사들은 현재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양측 모두 '공존공영' 정책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이런 일은 이 참호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공존공영 시스템은 고질적인 것이었다.
상급 지휘자들이 아무리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도, 전투가 아무리 치열해져도,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전투 논리 앞에서도, 그리고 상부 명령으로 국지적 휴전이 좀처럼 이뤄지기 힘든 데도 공존공영 시스템은 활개를 쳤다.
이것은 극한의 적대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자들 사이에서 협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생생한 예이다.
⊙ 2번 문제 풀이
지난호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제시문 1>에서 <제시문 4>까지의 내용은 '경쟁'을 강조하는 <제시문 1> <제시문 3>과 '협력'을 강조하는 <제시문 2> <제시문 4>로 나뉘어진다.
[문제 2]는 이 중 한 입장을 <보기>의 내용을 통해 반박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풀기 쉬운 문제이다.
[문제 1]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 문제로 [문제 1]에서 4개의 제시문을 성공적으로 구분하여 요약한 학생이라면 [문제 2]는 손쉽게 풀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보기>의 내용은 '경쟁'과 '협력' 중 후자의 미덕을 강조하는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듯이 <보기>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극한의 '경쟁'상황 속에서도 이른 바 '공존공영'이라는 '협력'의 원리가 병사들 사이에 널리 펴져 있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보기>의 내용은 '경쟁'의 미덕을 절대적으로 강조하여 '협력'과 대치시킨 <제시문 1>과 <제시문 3>의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한편 독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보기>의 내용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명한 평론가인 제레미 리프킨의 최근 저작 「공감의 문명(Empathic Civilization)」(Polity 2010)에서도 인용되었다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견해를 반박하기 위해 이 일화를 인용하고 있다. )
상론하자면 먼저 <제시문 1>의 경우 협력을 복종과 동일시하여 일종의 반(反)민주주의적인 원리로 격하하고 있지만, <보기>에서는 협력이 오히려 전쟁이라는 극한의 경쟁 상황을 뛰어 넘는 초국가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을 언급해 둘 수 있겠다.
다음으로 <제시문 3>에서는 경쟁의 동기인 자애심이 본질적으로 선한 의지라 주장하지만 <보기>에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공존공영)을 통해 병사들 간의 인간애가 발휘된다는 점을 들어, 경쟁이 궁극적으로는 반인간적인 행태임을 주장할 수 있겠다.
요컨대 [문제 2]는 <보기>의 내용이 쉽고 간명하기 때문에 [문제 1]만 제대로 풀었다면 용이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종의 쉬어가는 코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나머지 문제들을 검토해 보자. <제시문 5> 및 [문제 3] [문제 4] [문제 5]는 다음과 같다.
<제시문 5>
목축업자들이 공동의 목초지를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이 목초지는 아주 넓어서 많은 수의 양떼를 기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몇몇 이기적인 목축업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들을 더 사 넣는다.
이것을 보고 다른 목축업자들도 자신의 양떼를 늘린다. 결국 그 목초지는 멀지 않아 황폐화된다.
이러한 사회적 함정(social trap) 또는 공동자원 딜레마(commons dilemma)는 집단 전체를 위해서 잘 보존되고 유지되어야 할 공동자원을 지닌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몫 이상을 가져가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 일어난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공동자원은 파괴된다.
공동자원 딜레마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상적 상황을 만들어 모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의 내용은 이러하다. 남녀 대학생 72명으로 총 24개의 3인 집단을 구성하고, 이 집단들에 아래 네 조건 중 한 조건에서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몫으로 취하고자 하는 자원의 양을 적어내도록 했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 1>과 같았다. [그림 1의 실험조건 설명]
-의사소통 가능 조건:구성원 간 의사소통 허용
-의사소통 불가능 조건:구성원 간 의사소통 불허
- 자원이 적을 때:개인이 취할 수 있는 공동자원의 양이 적은 경우
-자원이 많을 때:개인이 취할 수 있는 공동자원의 양이 많은 경우
* 한 집단이 공동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취할 수 있는 최대량=150
+ Y축은 각 조건에서 집단들이 취하려고 의도한 양의 평균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공동 자원 딜레마 상황에서 개인과 집단이 어떤 행동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한 조건에서는 두 명의 개인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도록 하고, 다른 조건에서는 세 사람씩 두 집단을 만들어 두 집단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도록 하였다.
즉, 전자는 '갑'과 '을' 두 사람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는 상황이며, 후자는 '집단A'와 '집단B' 두 집단이 공동자원을 나누어 갖는 상황을 말한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 2>와 같았다. [그림 2의 실험조건 설명]
- 개인 간 상황:두 명의 개인이 공동 자원을 나누어 갖는 조건
- 집단 간 상황:두 개의 집단이 공동 자원을 나누어 갖는 조건
- 의사소통 가능 조건:구성원 간 (또는 집단 간) 의사소통 허용
- 의사소통 불가능 조건:구성원 간 (또는 집단 간) 의사소통 불허
* 두 개인 또는 두 집단이 공동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취할 수 있는 최대량=150
* Y축은 각각의 조건에서 각 개인 또는 집단이 취하려고 의도한 양의 평균
수리논술형 문제, 도표 해석에 큰 무리 없고 난이도 낮아
⊙ 3번 문제 풀이
[문제 3] <그림 1>의 결과가 왜 발생하는지, 앞의 <제시문 1>에서 <제시문 4>까지의 논점과 연관시켜 설명하시오.
이른 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주제는 그동안 각 대학의 기출문제에서 이미 많이 다루어진 진부한 주제이다.
작년 연세대 문제만 하더라도 마지막 문제에서 이 주제를 다루었다.
더군다나 다른 대학들이 이 주제에 수리적 사고를 통해 접근하도록 유도한 반면, <제시문 5>의 경우에는 그렇지도 않다는 점에서 푸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문제 3]은 <그림 1>의 실험 결과를 [문제 1]의 풀이결과를 통해 파악하는 문제이다.
즉, [문제 2]와 마찬가지로 [문제 3] 역시 [문제 1]만 잘 풀었다면, 별다른 난관 없이 풀 수 있는 문제인 셈이다.
왜냐하면 <그림 1>을 파악하는 데 공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출제진 측에서 일일이 핵심 '조건'을 나누어 주었으니 말이다.
<그림 1>을 독해하는 데 필요한 척도는 소통가능성, 자원추출량 이렇게 두 가지이다.
여기에서 소통가능성은 협력의 여부를 뜻하고, 자원추출량은 경쟁의 수준을 의미한다.
<그림 1>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듯이 소통이 가능했던 집단은 추출 가능한 자원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추출량이 한계치를 넘지 않았다.
이는 집단 간 협력이 공동체 전체의 생존에 대해 순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소통이 불가능했던 집단은 추출 가능한 자원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과다한 자원이 채굴되었다.
이는 곧, 집단 간 자원 채굴 경쟁이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음을 뜻한다.
다른 한편으로 소통이 가능할시에는 자원부존량이 채굴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아 자원부존량이 많은 곳에서 경쟁이 강화됨을 알 수 있다.
⊙ 4번 문제 풀이
[문제 4] <그림 2>의 결과를 해석하시오.
<그림 2> 역시 <그림 1>과 마찬가지로 평이한 난이도의 그래프에 속한다.
한 눈에 알 수 있듯리 <그림 2>는 의사소통과 협력의 상관관계를 개인과 집단이라는 두 가지의 기준을 통해 가늠해본 연구결과이다.
우선 개인 단위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때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에서 보듯이 개인 간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자원의 추출량은 세 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는 의사소통을 거친 개인들이 상호 협력하여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채굴량을 줄였음을 시사한다.
반면, 집단 간의 의사소통은 집단 간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집단들과 그렇지 않았던 집단들의 평균채굴량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 2> 개인이 집단보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민감하거나, 보다 윤리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개인의 경우,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때조차 평균채굴량이 150(=한계채굴량)을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5번 문제 풀이
[문제 5] <그림 2>의 결과와 유사한 실제 사례를 한 가지 들고, 어떤 점에서 유사한지 밝히시오.
[문제 5]의 핵심은 '얼마나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느냐'이다.
다시 말해 <그림 2>의 결과를 반영하는 사회현상을 하나 제시한 후, 왜 그러한지를 밝히기만 하면 되는 문제라는 말이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그림 2>의 핵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사례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례를 찾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오로지 하나의 조건, 즉 집단 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동체 전체의 번영에 해가 되는 경우만을 염두에 두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능한 집단의 단위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2인 이상으로 이루어진 집단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렇게 물으면, 매일매일 등교하는 학교에서부터 국가와 국제기구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집단들이 머리속에 떠오를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중에 국가와 도시 이렇게 두 가지 집단을 골라보자.
먼저 국가를 대상으로 하여 <그림 2>와 유사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각국의 탄소배출량을 들 수 있겠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촌의 모든 국가들은 탄소배출량을 혁신적으로 감축하지 않을 경우 지구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탄소배출량은 법률적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으며,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오히려 늘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 경우, 각국의 탄소배출량은 <그림 2>의 자원채굴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서로 앞다퉈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려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들 수 있겠다.
나라 전체의 환경과 공공복리를 위해 일정 수준의 녹지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오늘날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시 단위의 행정이 이루어질 때는 많은 도시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로지 개발제한구역을 최대한 해제하여 개발이득을 환수하려 들 때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이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나라 전체의 공존공영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 수리적 추론능력을 묻는 문제에 대해
최근 2~3년 동안 각 대학은 수리적 추론능력에 대한 요구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논술문제의 출제경향에 즉각 반영되어, 수시논술에서는 각종 그래프나 통계자료를 제시문에 맞추어 분석하는 문제들이 다량으로 출제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예 '수리논술'을 표방하여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상당한 수준의 수리적 추론이나 계산을 요구하는 대학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리적 사고를 묻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은 최근 그 소재를 찾는 데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듯하다.
이번 성균관대 논술에 나온 '공유지의 비극'만 해도 사실상 매우 식상한 주제였다.
이를 비롯해 다른 대학들 역시 크게 보면 △공유지의 비극 △죄수의 딜레마 △위험 상황에서의 선택 △기초적 확률 계산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지해야 할 것은 이 정도의 주제들은 이미 학생들에게 충분히 정형화 되었으며, 따라서 대학이 원하는 수준의 추론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 수시논술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수리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접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상경 S · 논술 선임연구원 sgang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