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둔화··· 원자바오, 정부정책 딜레마 호소

"더블딥 빠질수도" vs "과열 경제 안정화 과정일뿐"

[Global Issue] 잘 나가던 중국 경제 '브레이크' 걸리나
중국의 경기지표들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정부정책의 딜레마'를 호소해 전 세계적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과 부동산 경기침체,제조업 수익력 약화 등으로 중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가 다분히 '의도'된 것인 만큼 일각의 우려는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아울러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산업구조조정과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중국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세계 경기회복 불확실해 중국도 난관

원 총리는 5일 "중국 정부가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유럽과 미국 등의 경기회복 불확실성으로 중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3일 중국 허난(河南)성 창사(長沙)시에서 열린 한 경제포럼에서 "중국의 현재 경제여건은 매우 건전하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은 극도로 혼잡한 양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의 각종 지표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주에 발표된 6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크게 하락한 데 이어 5일 HSBC가 발표한 서비스산업의 PMI도 55.6으로 전달(56.4)에 비해 0.8포인트 떨어졌다. 자동차 판매도 주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원 총리의 발언이 PMI가 52.1을 기록,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PMI 하락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상승폭이 둔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 세계 경기회복을 주도해 온 만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은 새로운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 제조업,서비스,자동차 등 경제지표 둔화세

자동차 판매도 주춤했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승용차 판매증가율은 10.9%로 5월의 25%,4월의 4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중국정부가 자동차 구매자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소비증가율의 하락 추세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15일 발표되는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도 1분기(11.9%)보다 낮은 10%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동부증권 분석에 따르면 조만간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들도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32.8%로 5월의 48.5%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 규모도 전달의 195억달러에서 115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올해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1.9%나 성장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4분기에는 7.5%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브라이언 잭슨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투자전략가는 "경기부양책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긴축조치로 하반기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 경기침체보다는 경제안정화 과정

원 총리는 최근까지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발언은 다소의 온도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원 총리는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열린 심포지엄에서 "중국 경제가 예상된 궤도를 따라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당시 "이 발언은 중국 정부가 긴축기조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왔다.

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최근 상황을 '경기침체'보다는 '경제안정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도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수출 환급세 폐지 등을 추진하면서 성장보다는 경제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 총리는 "중국 경제가 여전히 위협에 직면해 있으나 현재의 경제정책에 큰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딜레마는 구조조정과 성장속도의 균형"이라며 "수출의존적 경제구조와 투자중심의 내수시장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국 정부 "경제 구조조정 주력할 것"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치인 GDP 8%,소비자물가지수 3%를 유지하면서 경제 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어느 정도 정부가 의도한 결과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내수경기의 양호한 흐름과 정부의 신중한 출구전략 방침 등을 감안할 때 경기 둔화가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도 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더블딥'(이중침체)은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루중위안 부소장은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단기간에 반전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경기 둔화 요인도 없다"며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환 중앙재정대학 세무학원 부원장은 "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소비를 늘리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