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왜 티켓 값을 계속 올리려 할까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3) 탄력성(上)
"앵무새도 수요와 공급이라고 말하는 법만 배우면 경제학자가 될 수 있다"는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상당히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전혀 일리가 없는 농담은 아니다.

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수요와 공급은 그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선 시간을 통해 가격과 수요량은 수요의 법칙에 의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가격과 공급량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학습하였다.

이렇게 변동의 방향에 대해서는 고찰을 하였지만 수량이 반대 방향으로, 혹은 같은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이는가(변동의 크기)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변동의 크기는 무엇을 통해 나타내는 것일까?

경제학에서는 바로 탄력성(elasticity)의 개념을 사용하여 변동의 크기를 측정한다.

탄력성이란 독립변수가 1% 변할 때 종속변수가 몇 % 변하는가를 나타낸다.

보통 'A의 B탄력성'이라 할 때 A는 종속변수를, B는 독립변수를 뜻한다.

예컨대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이라 한다면 가격이 1% 변할 때 수요량이 몇 % 변하는지를 나타낸다.

수요량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에는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수요의 탄력성은 여러가지로 정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요량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가격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요의 탄력성이라 하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수식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3) 탄력성(上)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수요의 법칙을 따른다면 가격과 수요량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곧 수요량의 변화율을 가격의 변화율로 나눈 값의 부호가 음(-)이 됨을 의미한다.

즉 수요의 법칙이 적용될 때 두 변화율의 비는 항상 음(-)의 값을 가지므로 부호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경제학에서는 음의 부호를 무시한 절댓값으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나타낸다.

가령 어떤 상품의 가격이 2% 상승했을 때 수요량이 10% 감소한다면 해당 상품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5(=
-10%/2%
)가 된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이론적으로 0부터 무한대(∞) 사이의 값을 가질 수 있다.

한 상품의 수요량의 변화율과 가격의 변화율이 같다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1이 된다.

이러한 경우는 수요가 단위탄력적(unit elastic)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수요량의 변화율이 가격의 변화율보다 작아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1보다 작으면 수요가 비탄력적(inelastic)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수요량의 변화율이 가격의 변화율보다 커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1보다 크면 수요가 탄력적(elastic)이라고 말한다.

만약 가격이 아무리 변해도 수요량에 전혀 변화가 없다면 분자인 수요량의 변화율이 0이 되기 때문에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0이 되며, 이는 수요가 완전비탄력적(perfectly inelastic)이라고 말한다.

한편 현실에서는 그 사례를 찾기가 힘들지만 아주 미미한 가격변화(즉, 거의 0에 가까운 변화)가 아주 큰 수요량의 변화를 초래한다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무한대의 값을 갖게 된다.

이 경우는 수요가 완전탄력적(perfectly elastic)이라고 말한다.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조사한 이전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각 상품의 탄력도는 주택 0.01,전기 0.13,빵 0.15,의복 0.20,쇠고기 0.64,영화 0.87,TV 1.2,해외여행 4.0 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미 눈치를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일수록 가격탄력성이 작고, 그렇지 않은 상품일수록 가격탄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필수품의 경우 가격이 크게 상승해도 수요량을 최저 수준 이하로 줄일 수 없지만, 사치품의 경우에는 수요량을 0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즉, 사치품의 수요는 생활필수품보다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치품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생활필수품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상품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이 밖에도 해당 상품을 대신할 대체재가 있느냐 없느냐, 수요량이 변화하는 기간 등 여러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여러분이 어떤 상품의 판매자가 되었다고 한번 가정해보자.

만약 가격을 인상했을 때 가격의 상승률보다 수요량의 감소율이 더 작다면(수요가 비탄력적이라면) 여러분은 상품 가격을 올림으로써 총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5년 미국의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인수한 후 지난 시즌까지 매년 티켓 가격을 인상해 왔다.

2009~10 시즌 맨유의 시즌티켓(한 시즌의 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 가격은 좌석의 위치에 따라 513~931파운드(약 95만~173만원, 2010년 7월6일 환율 기준) 사이에서 정해졌다.

이는 2006~07 시즌의 475~836파운드(약 88만~155만원,2010년 7월6일 환율 기준) 수준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이지만 맨유는 지난 시즌 20개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평균 관중 1위(7만4864명,경기장 정원의 98%)를 기록했다.

맨유가 2006~07 시즌부터 3회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것이 분명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티켓 가격이 상승해도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Old Trafford)를 변함없이 방문하는 팬들의 성원은 현재 맨유의 티켓에 대한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것을 나타내준다.

맨유의 티켓과 같이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면 가격을 인상했을 때 총수입이 증가하지만 수요가 탄력적이라면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가격의 상승률보다 수요량의 감소율이 더 커 총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청용 선수가 뛰고 있는 볼턴 원더러스는 지난 세 시즌 동안 팀성적이 10위권 밖에서 맴돌면서 평균 관중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볼턴의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은 리그 17위(2만1880명,경기장 정원의 76%)에 그쳤다.

현 시점에서 볼턴 팬들의 티켓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맨유 팬들에 비해서 클 가능성이 높다.

볼턴 팬들의 수요가 탄력적이고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구단이 티켓 가격을 인상할 때 총수입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만약 현실에서 볼턴 팬들의 수요가 정말로 탄력적이라면 구단은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총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다(가격하락률 < 수요량증가율). 현재 볼턴 구단은 다가올 2010~11 시즌에 티켓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대해서만 살펴보았지만 탄력성의 이론은 공급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공급의 가격탄력성은 가격이 변화할 때 공급량이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며, 상품의 공급이 공급의 법칙을 따른다면 가격과 공급량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므로 공급의 가격탄력성 경우에는 절댓값을 취할 필요가 없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13) 탄력성(上)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