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딜레마… 고위험·고수익이냐, 저위험·저수익이냐

☞ 지난호에 이어 계속

<문제 1>
제시문 (가)의 실험결과를 적용하여 제시문 (나)에 나타난 일본의 선택과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을’의 선택을 설명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 해제

[논술 기출문제 풀이] 연세대학교 2011학년도 논술시험 예시문제 해제
1번 논제는 일본과 을의 선택을 ‘설명’할 것은 요구한다. 비교분석의 능력을 두드러지게 요구하는 연세대학교 논술문제이기 때문에 제시문을 꼼꼼하게 정독하기 전이라도 당연히 이 ‘설명’이 일본과 을의 선택에 관한 ‘비교분석’임은 어느 정도 눈치챘을 것이다.

수험생들은 일본과 을의 선택이 지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히 인지하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더욱 중점적으로 다뤄서 그 대조적 특징을 확실히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설명과정에 (가)의 실험결과가 적용되어야 하므로 제시문 (가)에 나온 실험결과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 의미 역시 잘 분석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일단 제시문 (가)의 실험내용을 살펴보자.

총 200명의 피실험자들은 각각 100명씩 두 가지 상황에 배정되어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상황 1은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 상황 2는 손실을 줄이려는 상황이다. 그리고 각 상황에는 서로 다른 두 선택방식이 소개되어 있다.

10%의 확률로 11만원을 얻거나 잃는 [1-A]와 [2-A] 방식과 100%의 확률로 1만원을 얻거나 잃는 [2-A]와 [2-B] 방식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각각 확실성(1-B, 2-B)과 리스크(risk; 1-A, 2-A)를 의미한다.

돈을 얻는 상황에서는 다수의 사람들(80명)이 [1-B]를 선택하였고, 반대로 돈을 잃는 상황에서는 다수의 사람들(75명)이 [2-A]를 선택하였다.

이는 ①돈을 얻느냐 잃느냐라는 상황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확실성을 택하기도 하고, 리스크를 감수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또한 ②대다수의 사람들이 수학적 확률공식에 따른 기대이익과 기대손실을 무시한 선택을 하였음을 보여준다.

수학적 확률공식에 따르면 특정 상황에서의 기대이익 내지 기대손실은 (확률 p) x (상황발생시 값)이다.

상황 1에서 선택 A의 기대이익은 (확률 0.1 x 이익금 11만원 = 1만1천원)이다.

이를 수학적으로 비교할 때 1.1(1-A)>1(1-B)이므로, 순전히 기대이익만을 따진다면 [1-B]보다는 기대이익이 높은 [1-A]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또한 돈을 잃는 상황에서도 -1(2-B)>-1.1(2-A; 확률 0.1 x 손실금 11만원 = 1만1천원으로 계산)이므로, 기대손실이 큰 [2-A]보다 [2-B]를 선택하는 것이 장려된다.

하지만 10%의 확률로 11만원을 얻는 [1-A]는 실험 참가인원 중 20%가 선택하였고, 100%의 확률로 1만원을 얻는 [1-B]는 실험 참가인원의 대다수인 80%가 선택하였다.

[1-A]를 선택하는 것이 기대이익이 1천원이 더 크지만 [1-B]를 선택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단순한 확률적 계산에 의거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제시문 (가)의 실험에서는 수학적 합리성에 따르는 예상수익이나 예상손실을 선택의 준거로 삼지 않는 사람들이 그러한 사람들의 3배(25x3=75) 내지 4배(20x4=80)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률’의 의미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일 수도 있다.

확률이란 애당초 미래에 관한 것이며, 불확실성을 전제한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혹은 염려하는) 동물이라서 생겨난 확률 p는 하한 0과 상한 1의 값을 가지는데, 그러한 극한값보다는 0.X의 값을 가지는 게 보통이다. 확률이란 잠재적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한 것인데, 확정적 불가능의 상태 0과 확실성의 상태 1은 확률 p의 값으로서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발생하는 ‘현재’의 상태는 0 아니면 1이다.

통상적인 확률 p의 값처럼 0.X라는 ‘어중간’한 수치는 성립할 수 없다.

가능(=1)하거나 불가능(=0)한 현재가 있을 뿐이지 어정쩡하게 가능과 불가능의 중간에 비스듬하게 걸쳐진 상태가 현실 시공에 존재하지는 않는다.

수험생은 시험에 합격을 하거나 아니면 불합격할 뿐이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16강전에 진출하거나 아니면 진출하지 못 한다.

하지만 수험생 주변에서는 그의 합격 가능성을 타진하며, 보험사들은 축구대표팀의 16강 출전 가능성은 얼마이며 또한 8강 출전 가능성은 얼마인지 구체적 확률수치를 0.X로 계산한다.

결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사람들이 잠재적 가능성 정도를 따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특정 사건이 현실로 발현되었다면 ‘예(=1)’와 ‘아니오(=0)’의 두 상황만이 존재한다.

주사위를 던져 6이 나오는가를 질문할 때 아직 주사위가 던져지기 전이면 사람들은 1/6이라는 확률수치로 미래 사건을 예측하지만, 주사위가 이미 던져졌다면 0 아니면 1 두 경우 중 하나로 확인된다.

실험상황 1에서도 확률이 0.1이고 그에 근거한 기대수익은 1만 1천 원이지만, 사람들은 현실 발현상태는 0 아니면 1이기 때문에 실제의 수익 역시 0 또는 11만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쉽게 말해, ‘복불복(福不福)’이 되는 상황에서 실험 참가자 20%는 11만원을 얻기 위해 돈을 한 푼도 못 얻을 상황을 감수하지만, 80%의 사람들은 그러느니 차라리 확실하게 1만원을 얻는 상황을 선택한다.

(11만원>1만원>0원)이라는 예상결과에서 최악의 선택(수익 0원)을 피하고자 하는 대다수는 차선(확정수익 1만원)을 선택한다.

이를 선택의 리스크 감수 성향과 결부하면, 1의 실험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구조인 [1-A]보다는 확정적 저수익(no risk low return) 구조인 [1-B]를 선호하는 대다수 참가자의 ‘안전지향적’ 성향을 보여준다.

투자를 할 때에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방식을 선택할 것이냐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 방식을 선택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세상에는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이나 고위험 저수익(high risk low return)인 경우도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은 당연히 선호하는 것이고, 고위험 저수익(high risk low return)은 누구나 꺼리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대상은 아니다.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과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을 두고 따질 때이다. 도박도 그러하고 (국가가 공인한 도박인) 주식 역시 그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 1은 [1-A]와 [1-B]를 통해 이를 간명하게 보여주는데, [1-A]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수익발생의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엄밀하게 용어를 가려가며 쓸 때에는 리스크는 무엇이 일어날지 확정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일어날 수 있는 상태는 알고 있고 또 그 확률분포도 알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대해 불확실성은 일어날 수 있는 상태는 알고 있으나 그 확률분포를 알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통상적 용법에서 불확실성이란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모두를 가리키는 넓은 뜻으로 쓰인다)를 감수하고서라도 큰 이익을 얻겠다는 ‘모험지향적’ 사람들이고, [1-B]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확정적으로 적은 수입을 얻겠다는 ‘안전지향적’ 사람들이다.

즉, 최악의 선택인 0원(high risk no return)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안정적 저수익(통상적으로는 low risk, 위험이 낮은 경우가 많지만 제시문에서 설정된 상황은 100%확률로서 확실성이 담보된다) 방식을 택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실험에서 참가자 대부분이 [1-B]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대다수 사람들의 안전지향적 의사결정(decision-making) 성향을 말해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황1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큰 이윤에 도전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설문의 [1-B]가 100%의 확률로 1만 원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이득을 못 보는(no risk, no gain)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80명의 사람들에게는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험상황 2는 반대의 경우이다.

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p=0.1이라는 확률이 실제 발현될 때에는 0 아니면 1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2-A]의 방식을 선택하면 손해를 전혀 입지 않거나 -11만 원이라는 상당한 손해를 입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그런데 (0원>-1만원>-11만원)이라는 예상결과에서 1만원의 손실을 택하는 사람들이 25명임에 반해, 0원 또는 11만원의 손실을 택하는 사람들은 75명에 이른다.

[2-B]보다 [2-A]를 선택하는 사람이 3배라는 것은 이득과는 달리 손실에 있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자 하는 성향이 큼을 나타낸다.

또한 이는 안전한 차선의 방식을 선택하기보다는 최선의 경우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대다수가 최악의 선택을 피하려고 차선을 선택하지만, 손실을 감수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수의 사람들이 최악의 선택을 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최선의 선택을 추구한다.

상황1과 상황2를 종합하면, 사람들이 객관적 기대수치를 버리고 주관적 확률에 의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률적 사고에서 실험 참가자 대다수는 10%의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인식한다.

p=0.1의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체감 인식으로 인해 [1-A]보다는 [1-B]가, [2-B]보다는 [2-A]가 더 인기 있는 선택방식으로 선호되었다.

그리고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확정적인 이익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사람보다 많았고, 손실을 줄이려는 상황에서는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확정적인 손해를 감내하려는 사람들보다 많았다.

즉, 이익을 추구할 때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전지향적인 선택을 내리고 손실을 줄이려 할 때는 대다수 사람들이 모험지향적인 선택을 내리는 경향이 존재함이 관찰되었다.


15면에 계속 ☞‘결과의 이해득실’보다 동기 정당성이 우선한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제시문 (나)의 일본의 선택과 제시문 (다)의 ‘을’의 선택을 비교하면, 일본은 모험지향적인 결정을 내렸고, ‘을’은 안전지향적인 결정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이 1941년 겨울 진주만 기습을 감행한 것은 태평양 전쟁의 ‘미래’에 관한 일본 나름의 분석과 판단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정책 중에서 전쟁은 얻는 것도 많고 잃는 것도 많은 거국적 정책이다.

그러므로 전쟁이라는 정책적 카드를 뽑아들 때에는 예상수익과 예상손실에 관해 잘 검토하고 깊은 숙고를 거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일본이 도발한 태평양 전쟁은 승리할 경우 많은 수익이 보장되는 정책이었으나, 그만큼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컸다.

제시문 (가)에 나온 [1-A]와 [1-B] 및 [2-A]와 [2-B]의 선택방식을 당시 일본에 적용하면, 일본이 미국에 정치적 방식으로 항복하는 것은 [1-B]이자 [2-B]였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1-A]이자 [2-A]였다.

우선 태평양 전쟁의 이익 구조를 살펴보자.

대한제국 병합을 시작으로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다.

확장된 영토와 증대된 동원노동력 및 풍부한 물산을 확보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던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한층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태평양 전쟁에서 이긴다면 일본정부는 부동의 군사·정치적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데다가, 중일전쟁 이후 필승을 다짐하던 전쟁대상국 중국을 복속하고 껄끄러운 유럽 열강들이 식민지배의 입김을 미치는 이웃 동남아로부터 주석, 천연고무, 원유 등 필수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태평양 전쟁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뿐만이 아니라 원자재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일본에게 경제적으로도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는 전쟁이었다.

또한 태평양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전쟁 초반의 맹공을 통해 미국과의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일본이 강경책을 지지하는 이유가 되었다.

즉, 태평양 전쟁은 이길 경우 다방면에서의 총체적 고수익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에 수반되는 위험 역시 컸다.

군부 지도자들이 “미국과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자신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일본 정책결정자들이 태평양 전쟁의 높은 리스크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고수익을 추구하고자 했던 일본은 [1-A]의 정책을 선택한다.

그리고 손실의 관점에서 태평양 전쟁을 분석하자면, 일본이 전쟁을 벌이지 않고 미국의 ‘10개항 강령’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2-B]이다.

일본이 전쟁을 포기한다면 기존의 고립주의를 탈피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위는 더욱 강고해지고 일본이 그 영향력 아래 복속됨은 자명했다.

이를 상황2의 구조로 설명하자면 이는 ‘확실’하게 예상되지만 국가 존립에 ‘치명적이지는 않은’ 손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상황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운명을 위협하는 치명적 타격을 감내해야 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살필 때 미국과 유럽 열강들이 일본 고립을 위해 취한 제재조치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군사적 측면에서 따지면 공식적으로는 4개 강대국(군사동맹을 맺고 있던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 그리고 비공식적 동맹관계인 소련까지 합치면 5개 강대국과 확장전을 벌여야 했다.

태평양 전쟁으로 초래되는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은 막대할 것이며, 전쟁에서 질 경우 메이지 유신 이후 수십 년 동안의 국가발전 정책이 무위로 돌아감은 물론 재기가 힘들 만큼의 타격을 입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정책을 선택한 결과,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는 [2-A]가 선택된 것으로서, 일본은 낮은 확률에 국운을 건 도박을 벌였다.

그러나 1945년 일왕이 무조건 사과를 공식발표하고 맥아더 장군이 일본 땅을 밟게 된 역사에서 일본의 고위험 정책이 실패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태평양 전쟁으로 일본이 입은 손실은 치명적이었다(그 피해는 당시 일본 치하의 한국에게도 미쳐 한국인들은 물자수탈과 강제징용 등 심각한 피해를 감내했다).

그런데 모험지향적인 일본에 반해, 제시문 (다)의 ‘을’은 안전지향적이다. 산에서 나는 야생약초를 캐어 팔아 생활을 꾸리는 ‘을’은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의 방식을 선호한다.

야생약초를 캐는 데 있어서도 리스크에 따른 이득과 손실의 구조는 뚜렷이 존재한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는 낮고 가까운 산’을 찾아가는 것은 리스크가 낮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희귀한 약초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수익 또한 적다.

그에 반해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높고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리스크가 높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실족의 위험이 있는 낭떠러지나 벼랑을 타야 된다.

또 제시문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위험한 들짐승을 만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간 산속에서 ‘허탕을 치는 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진이 좋다면 비싼 약초를 구하고 산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제시문 (다)에서 갑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택한 반면에, 을은 야생도라지나 당귀, 구절초 같은 평범한 약초들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채취하는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의 방식을 선택하였다.

‘을’은 모호한 상황이나 불확실성에 대해 위협감을 느끼고 이를 피하려고 한다.

갑과 을의 대화에서 ‘을’이 안정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안전지향적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을’의 결정은 시쳇말로 쉽게 설명하자면, ‘가늘고 길게’ 가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정부는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성향이 낮아 이를 용인하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모험지향적 선택을 내렸고, 을은 불확실성 회피성향이 강해 안정지향적 선택을 하였다.

수험생들은 제시문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내어 핵심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표현은 어떠한 어휘나 구절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지만, 모험지향적인 일본과 안전지향적인 ‘을’의 선택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2>
제시문 (라)에 나타난 염상진의 사고방식과 대비하여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일본과 ‘을’의 사고방식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의 입장에서 다른 사고방식의 한계를 논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 해제


[논술 기출문제 풀이] 연세대학교 2011학년도 논술시험 예시문제 해제
1번 논제도 그렇지만 2번 논제도 연세대 논술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스타일이다.

앞의 문항에서도 비교분석을 요구했으며, 2번 문항 역시 비교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구구절절 그 차이점을 설명한 일본과 ‘을’의 사고방식을 이번에는 하나로 묶고, 이를 제시문 (라)의 염상진의 사고방식과 대비를 하라고 주문한다.

1번 논제에서는 일본과 ‘을’의 차이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이제는 일본과 ‘을’의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과 을이 각각 모험지향적이냐 안전지향적인가를 두고 차이가 나지만 둘의 공통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 있어서 두 주체 모두 ‘결과’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어느 정도로 감수하느냐 차이는 있지만 일본이든 ‘을’이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을 내렸다.

하지만 염상진은 그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염상진의 독백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가 결과에는 상관없이 행위의 동기나 의지를 중시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의지는 고작 그런 식으로 가변적이었을까?” 라든가 “그들은 기회주의적 판단을 내린 것일까?” 등의 구절을 통해 염상진이 결과지향적인 사고방식을 배격하는 사람임이 잘 드러난다.

염상진에게는 ‘바른 역사’라든가 ‘역사의 발전동력이 되는 혁명’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목숨의 위험조차도 변절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혁명은 대가를 예약해주지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는 구절에서 염상진이 선택의 동기와 정당성을 중요시하는 인물임이 명약관화하게 확인된다.

즉, 일본과 을에게 ‘결과의 이해득실’이 중요했다면, 염상진에게는 동기의 정당성이 무엇보다도 우선한다.

염상진에게는 결과 지상주의, 공리주의, 기회주의는 혐오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 분석을 토대로 동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결과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입장을 비판하든지, 결과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입장에서 동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입장을 비판하든지 해야 한다.

결과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고방식은 현실지향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동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관점은 타당성과 시비를 가릴 수는 있지만 이념에 편협하게 갇혀 비현실적인 결정을 내린다든지 변화되는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어느 입장을 선택하였든 적합한 예시를 들어가면서 본인이 선택한 관점의 논리적 탁월성을 옹호하고 상대방의 단점을 공격하는 치밀한 논리 비판적 사고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홍보람 S·논술 선임 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