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물학적 조작통해 부가가치 창출하는 '공학의 팔방미인'

고기능 소재·대체에너지·환경 산업 등으로 영역 확장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이공계 유망 학과 ② - 화학 공학
화학공학자들은 '공학의 팔방미인(八方美人)'으로 통한다.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같은 화학 분야는 물론,기계공학 생명공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환경에너지공학 시스템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재료공학에서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내면,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세우는 일은 화학공학자들이 맡는다.

또 생명공학에서 신약을 개발했다면,이를 생산하는 공정을 설계하는 것은 화학공학자들의 몫이다.

화학공학자들은 이처럼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해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주목받는다.

그렇다면 화학공학은 어떤 학문일까.

부가가치가 낮은 물질을 화학적,생물학적 조작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물질로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공학적 지식을 다루는 학문이 화학공학이다.

화학공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석유화학으로, 원유를 정제해 프로판가스,가솔린,경유,중유,아스팔트 등을 뽑아낸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여러 물질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도 만들어진다. 나프타는 화학 반응을 통해 합성수지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것들이 우리 생활에 쓰이는 수많은 화학제품의 원료가 된다.

화학공학은 석유화학을 넘어 고기능성 소재산업,대체에너지 산업,환경오염 제거기술,생명공학 산업,정보기술(IT) 소재산업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렇게 영역이 확대되면서 화학공학 엔지니어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이들의 몸값도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다. 미국에선 화학공학 엔지니어가 평균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꼽힌다.

⊙ 주요 분야

화학공학의 주요 분야는 △촉매 및 반응공학 △분리기술 △환경 및 에너지 △공정자동화 △생명공학 △정밀화학 및 신소재 등이다.

화학공업의 95% 이상이 반응(reaction)에 의해 이뤄지고 반응공정의 대부분은 촉매를 사용한다.

촉매는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반응속도를 향상시키는 물질이다.

촉매 및 반응공학의 기술은 화학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분리기술은 고순도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막대한 우라늄을 경제적으로 농축하고,합성섬유가 천연섬유의 특징을 갖게 하는 일 등에 활용된다.

환경 및 에너지 분야는 지구상의 환경오염에 대처하고 인류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집중한다.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폐기물에서 쓸 만한 자원을 뽑아내며 태양에너지 원자력 지열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한다.

공정자동화 분야는 생산공정의 자동화뿐 아니라 생산 판매 연구 · 개발 등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생산시스템 개발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명공학은 생명과학의 연구 대상인 생명체에 화학공학의 방법론을 접목시킨 새로운 분야로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하는 무공해 농약,항암제 등 신약,새로운 기능성 식품 등이 생명공학의 연구 대상이다.

기존 석유화학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화학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데 비해 정밀화학은 고부가가치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첨단 분야다.

신소재는 기계 전자 금속 등 다른 산업에 재료를 공급하는 기반기술이다.

⊙ 교육 내용

화학공학과에 진학하면 화학과 물리는 물론 에너지 반도체 고분자 생명 환경 등에 관련된 많은 과목을 배운다.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영역은 기초과목,전공기초과목,전공응용과목 등 세 가지다.

기초과목은 화학공학을 배우기 위한 기초가 되는 과목들이다.

'일반 화학'과 '일반 생물학'이 대표적인 기초과목이다.

또 다른 공학과 마찬가지로 수학과 컴퓨터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공업수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기초과목을 배운다.

전공기초과목으론 화학공학 이론에 널리 이용되는 수학 기법을 습득하는 '화공수학'이 있다.

이 밖에 분자나 원자의 물리적인 성질을 파악할 수 있는 '공업물리화학',유기화합물의 구조 및 특성을 익히는 '공업유기화학', 기체 액체 가루고체 등과 같은 흘러가는 물체를 가리키는 유체의 성질을 배우는 '유체역학',열이나 에너지의 흐름을 다루는 '열역학', 화학반응의 기초와 반응기의 설계 및 운전 원리에 대한 '반응공학' 등도 전공기초과목이다.

전공응용과목은 화학공학을 산업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화학공정설계'를 비롯해 '에너지공학''생물화학공학''환경공학''반도체화학공정' 등이다.

⊙ 적성 및 흥미

화학공학의 여러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데는 수학이 필수적이다.

수학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전공 공부를 할 때 매우 힘들어 한다.

이와 함께 물리와 화학 실력도 중요하다.

화학공학 엔지니어는 제품의 생산공정 및 신소재 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도 필요하다.

특히 창의력은 여러 사람이 팀을 이뤄 일하면서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화학공학 엔지니어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김정현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화학공학 엔지니어는 젓가락과 고무줄을 이용해 계란을 10m 높이에서 떨어뜨릴 때 깨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식의 창의력이 필요한 일을 한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있으며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창의적인 학생이 화학공학과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 취업과 진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분야는 석유화학산업이다.

정유회사와 화학회사에 취업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섬유 제약 화장품 음식료 등의 회사나 연구소로도 진출한다.

새로운 인기 분야로 떠오른 바이오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과 연구소에도 화학공학과 출신 인력이 대거 발을 들이고 있다.

이 밖에 '공학의 팔방미인'이란 별칭에 걸맞게 어떤 산업 분야든지 제조 공정이 있는 곳이라면 화학공학 전공자들은 환영받는다.

화학공학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분야가 넓은 만큼 변리사가 되거나,경영학 관련 공부를 더해서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