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 대학전공 ②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화학 공학과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석유화학산업의 태동기에 이 분야에 뛰어들어 올해로 40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업계 최고 전문가이자 산증인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1948년 경남창원에서 태어나 196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는 정부의 석유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화학공학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과 학생들은 의대를 비롯한 다른 학과보다 화학공학과를 선호했다.

부산고 수재로 통하던 정사장도 화학공학과를 선택했다.

대학을 마친 그는 1971년 한국종합화학에 입사했다.

한국 종합화학은 제2차경제개발 5개년계획(1967~1971년)의 주요 목표가운데 하나인 식량 자급자족에 필요한 비료의 국내 생산과 석유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나중에 호남 석유화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 사장은 2007년 3월부터 호남석유화학 사장을 맡고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에서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전문가로서 성숙단계에 접어든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수출주도형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시키는 일에 크게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과거에는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하며 해외 석유화학기술자들로부터 공장을 운영하는 전문기술을 배웠지만, 지금은 해외석유화학 공장에 우리 기술자를 파견해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며“이 같은 ‘공장 운영 노하우 수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게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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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에너지부족, 환경 문제 등 인류의 고민 해결하는 핵심 역할"

▼이 학과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대학에 진학하던 때는 한국에서 막 태동한 석유화학산업이 국민들의 의식주를 모두 변화시키고 인류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컸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엔 화학공학이 가장 혁신적인 학문이었던 것이죠.그래서 저는 화학공학을 전공해 여러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기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

▼이 학과의 장점을 얘기하신다면.

"화학공학의 가장 큰 장점은 사물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에서 기본 개념인 물질수지(Material Balance)를 통해 투입(Input) · 산출(Output)의 개념과 시스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이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화학공학과가 이공계 학과 중에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화학공학 전공자들은 기업뿐 아니라 법조계와 의료계,심지어 군장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

▼화학산업이 자신의 적성과 어떤 점에서 맞았는지.

"화학산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렇다보니 단기간의 출렁거림에 휩쓸리기 보다는 우직함과 끈기를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또 화학산업은 규모가 큰 장치산업의 특성이 있습니다.

남성적인 성격이 강한 산업인 셈이죠.

이 같은 화학산업의 특성이 제 성격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

▼이 학과를 선택한 뒤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보다 전공을 살려 국가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이 뿌듯합니다.

지난 40년간 한국은 석유화학산업의 불모지에서 세계 5위 수준의 화학산업 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 발전 과정에 일조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한국RC(Responsible Care)협회장 재임 시 환경 · 안전 · 보건 증진이 화학업체의 중심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한 것도 큰 보람입니다. "

▼이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화학공학은 물리 화학 수학 등과 같은 기초학문을 통해 튼튼한 사고의 틀을 갖춰 사회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학문입니다.

전문성을 높여 연구개발(R&D)분야 및 학계로 진출할 수 있고,기업 경영자의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또 화학산업의 새로운 역할도 화학공학의 매력입니다.

과거 화학산업이 생활에 필요한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면 앞으론 자원부족 에너지부족 환경문제 등과 같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재가 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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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관련 지식 쌓고 경제 이해력 키워야

⊙ 이것이 궁금해요!

Q:화학과 화학공학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A:화학은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이고,화학공학은 공학(engineering)입니다.

화학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인 원자와 분자의 구조 및 성질을 규명하는 기초과학입니다.

이에 비해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학문인 공학의 하나로서 화학공학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화학 관련 제품을 효율적 경제적 환경친화적으로 연구개발하는 학문입니다.

전지(battery)를 예로 들어 화학과 화학공학의 차이를 생각해봅시다. 전지와 관련된 자연현상은 '아연이 분해되면 아연이온과 전자 2개가 생기고,구리이온과 전자 2개가 결합되면 구리가 만들어진다'라는 것입니다.

이 자연현상을 놓고 화학은 '왜 아연은 분해될 때 전자가 생기고 구리는 결합할 때 전자가 필요할까'라는 것을 연구합니다.

하지만 화학공학은 '아연은 전자를 만들고 구리는 전자를 필요로 하니까 이것을 이용하면 전지를 만들 수 있다.

전지를 값싸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점에 집중합니다.

Q: 어떤 공부를 하고 진학하면 좋습니까?

A:수학은 화학공학에 아주 중요한 과목입니다.

특히 미분과 적분은 그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뿐 아니라 더 심도 깊은 수준까지 미리 익히면 도움이 됩니다. 화학공학에선 컴퓨터가 많이 쓰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등을 틈틈이 익히는 게 좋습니다. 화학공학의 핵심은 부가가치 창출입니다.

그래서 경제관념을 충분히 키우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Q:취업률은 어느 정도 됩니까?

A:화학공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70%가 넘습니다.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전공일치 취업률이 75%에 육박합니다.

그만큼 화학공학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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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중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과

⊙ 어떤 인재 배출했나

화학공학과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많이 배출하는 학과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 조사회사가 매출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의 임원 881명의 출신학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학공학과 출신이 8.9%(78명)에 달했다.

이는 경영학과(28.5%,251명)와 경제학과(10.7%,94명)에 이어 세 번째다. 이공계 학과로는 1위다.

이어 기계공학과(8.2%,72명) 전자공학과와 법학과(각각 6.2%,55명) 전기공학과 (2.4%,21명) 등의 순이었다.

최근 한 경영전문지가 100대 기업의 CEO 1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화학공학과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이 잡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CEO 표준모델'로 최상훈 SK가스 사장이 뽑힌 것이다.

최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34년간 재직해 CEO 표준모델이 됐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의 CEO로 활약하는 화학공학과 출신자들이 많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 사장이 대표적이다.

장 사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마치고 삼성전자가 LCD사업을 시작한 1993년부터 LCD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올해 전자업계의 화두인 '3D(3차원 입체영상)'사업과 관련해 3D TV용 LCD 생산을 이끌고 있다.

박상훈 SK㈜ TIC(기술혁신센터) 사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 박사를 마친 뒤 1983년 SK에너지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다.

TIC는 향후 신재생에너지,친환경,바이오,차세대 통신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현구 대통령 과학기술특보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교수,서울대 교무처장,제어자동화시스템공학회장,한국화학공학회장,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