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사고형'논제로 논리적·창의적 사고력 측정
⊙ 연세대학교 논술시험 출제방향
연세대학교는 올해 실시되는 논술시험의 시간과 분량을 크게 줄인다.
올해 시험시간은 120분(2시간)으로 종래의 180분(3시간)에서 1시간이 단축되었고, 시험시간에 맞춰 답안 작성 분량 역시 기존의 2500~2600자에서 1800자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논술시험의 출제 형식과 평가 중점사항은 여전히 동일 기조 아래 유지된다.
연세대가 해를 거듭하며 논술시험에 관해 발표한 내용을 죽 살펴보면, 언제나 변함이 없다.
연세대학교 논술시험은 크게 이해분석력과 논리비판력을 검증하는 두 방향으로 출제된다
(사실 이건 연세대에만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라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이다).
"논술 시험의 목적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며, 두 방향 각각 두 가지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방향은 언어 능력의 측정으로서, 글의 독해 능력과 표현 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사유 능력의 측정으로서, 세계에 대한 이해와 논리적 사고를 점검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향으로부터 고전 텍스트를 중심으로 출제하는 까닭의 필연성을 찾을 수 있으며, 두 번째 방향으로부터 고전 텍스트를 통해 현대의 문제에 대해 논술하게끔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은 고전을 공부하는 가운데 인류의 역사가 남긴 범례적 지혜를 자연스럽게 배워 그것을 현대의 문제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김용민 연세대 교수)."
그래서 연세대는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평소에 고전을 많이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연세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내어 핵심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표현해낼 수 있는 글읽기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작년 연세대 수시 논술고사에서
① '공공성 실현의 주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세 개의 제시문을 비교분석하는 논제(800자),
② 이 내용을 자료에 적용하여 분석하는 논제(800자),
③ 세 제시문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그 근거를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논제(1000자)를 출제하였다.
올해 2011학년도 예시문항에도 이해분석과 논증의 두 가지 주된 출제 방향이 일관되게 지켜졌다.
근래 몇 년 동안 1번 논제에서 세 제시문의 '비교분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 질문 방식이었으나, 올해는 제시문 (가)를 적용하여 다른 두 제시문 (나)와 (다)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질문의 외피만 바뀌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는 (가), (나), (다) 세 제시문을 정확하고 심도 있게 독해하고 나서 차이점을 '분석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하는 바는 변함이 없다.
2번 논제 역시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선택한 다음 상대방 논리의 한계를 지적하며 논지의 상대적 탁월성을 주장하라는 논제를 출제하여, 꼼꼼하게 논지를 전개하는 '논리비판적 사고능력'을 묻고 있다.
⊙ 이해분석력 논제 접근방법
다행히 연세대학교는 그간 난이도의 기복이 조금 있긴 하였으나 근래에는 안정적으로 쉬운 제시문을 출제해오고 있기 때문에 글읽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연세대는 1997년 이래 "한국 및 동서고금의 고전을 포함한 다양한 소재에서 출제한다"는 서울지역 12개 대학의 합의에 따라 제시문을 고전과 현대사회에 관한 여러 책에서 고루 선정해왔는데
특히 최근에는 "① 사전지식이 없어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교과과정 내의 기본 지식을 반영하는 문제를 출제한다.
② 주어진 제시문에 근거해서 답을 할 수 있도록 출제한다. "는 원칙을 덧붙여 난해한 텍스트를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과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운 개념이나 단어에 대해서는 간략한 설명을 첨부할 것이라는 약속도 덧붙였다.
통계자료 또는 기본적인 수리적 논리나 과학적 주제를 묻는 제시문을 포함해서 문제를 출제할 수 있으나 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적 지식의 검증은 기본적인 수준에 그치도록 적정선을 스스로 긋고 있다.
하지만 텍스트가 난해하지 않다고 핵심요지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기엔 쉽지만 본의를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려운 글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세대는 수험생들에게 꾸준한 독서를 통해 다양한 지적 경험을 쌓으라고 주문한다.
⊙ 논리비판력 · 창의력 논제 접근방법
또한 이러한 이해분석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논술답안에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논리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요즘 웬만한 대학은 자신들이 출제하는 논술시험에 '~형 논술'이라는 별칭을 붙이곤 하는데, 그러한 별칭에서 각 대학들이 염두에 둔 출제의 방향과 평가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연세대 논술의 별칭은 '다면사고형 논술'이다. '다면사고형 논술'은 하나의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를 지양하고 다양한 답을 유도하여 수험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이름이다.
연세대는 이 별칭을 스스로 부여한 이후로 그에 어울리는 논제를 출제하고 있고, 사실은 훨씬 이전부터도 다면사고형 논제를 줄곧 출제해왔다.
간혹 대학들의 논술 출제의도를 읽으면서, "뭐 굳이 그런 것까지 하려고 그랬어!"라는 기분이 드는 때가 있는데, "논술시험을 통해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다"라거나 "논술고사를 통해 학생들이 세상과 사물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는 연세대 출제의도 역시 그러한 기분을 종종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다면사고형 논제를 낯선 그 이름만큼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연세대는 줄곧 다양한 관점이 혼재하는 제시문들을 주고, 복합적인 여러 글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쓸 것을 주문했다.
수험생이 주제에 관한 자신의 관점과 생각을 쓰기 때문에 단일한 답안이 나오기 힘들고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사고력이 측정될 수밖에 없다.
수험생의 생각을 쓰라는 논제가 나오면 당연히 다면사고형 논술이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언제나 느끼는 익숙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면 된다.
평소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과 다른 남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새겨듣는 능력을 꾸준히 키우면 된다.
친구와 토론을 한다든가, 하나의 사안에 관해 서로 다른 논평을 하는 언론 사설과 칼럼들을 함께 읽으면서 자신이라면 어떤 사설을 쓸까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 연세대학교 논술시험 일시와 선발인원
연세대학교 논술시험은 오는 10월2일(토요일)에 실시된다.
계열 불문하고 모두 같은 날 시험을 치지만, 인문계 · 사회계 · 자연계로 시험시간을 순차적으로 구분하므로(인문 · 사회계는 시험시간은 다르지만 논제는 동일하다) 본인이 응시하는 시간대가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최상의 글쓰기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2011학년도에서 선발인원을 수시 80%와 정시 20%의 비율로 모집하는 만큼 논술로 선발하는 수시1차에서도 일반우수자 전형(학생부+논술: ①학생부 20%에 논술 80%로 평가하는 우선선발과 ②학생부 50%에 논술 50%의 비율로 일반선발의 인원이 각각 70%와 30%의 비율로 배정)은 2010학년도의 630명에서 2011학년도의 1150명 선발로 520명이 증원되어 선발인원이 83% 증가하였고, 글로벌리더 전형(서류+논술; 서류 60%에 논술 40%)도 작년 496명 선발에서 2011학년도 600명으로 선발인원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수시모집에서 전형 간 중복지원이 제한 없이 허용되어 지원 가능한 경우의 수가 늘어났다.
수험생들은 수시1차와 수시2차를 중복 지원할 수 있으며, 수시1차와 수시2차의 동일한 차수 내 다른 전형에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중복지원을 허용하는 이유는 확대된 수시모집에서 지원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하 이번에 연세대학교가 발표한 논제는 다음과 같다.
쉽고 익숙한 주제이므로 다음 주에 게재될 해제를 읽기 전에 본인은 어떠한 답안을 구성할지 스스로 생각의 방향을 정해보도록 하자.
목적을 위해 위험을 선택해야 하는가?
가다음 표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의 가상적 결과이다.
총 200명의 피험자는 무작위로 100명씩 나뉘어 상황 1과 상황 2에 배정되었으며 각 상황에서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상황 1은 이익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고, 상황 2는 손실을 줄이려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다.
상황 1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이익은 1만 1000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얻는 1만 원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80명은 B를 선택하였다. 상황 2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손실은 1만 1000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잃게 되는 1만 원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75명은 A를 선택하였다. * 상황 1에서 선택 A의 기대이익은 이익금 11만원 x 10% 확률 = 1만 1000원으로 계산.
** 상황 2에서 선택 A의 기대손실은 손실금 11만원 x 10% 확률 = 1만 1000원으로 계산.
나1941년 12월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이러한 일본의 결정에는 복잡한 배경과 계산, 전략이 깔려 있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중국의 주요 지역들을 장악하고 연합국의 대 중국 보급로를 봉쇄하였다.
당시 태평양과 중국에 진출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던 미국과 유럽 열강들은 중국에 대한 군사원조를 증대시키고 일본에 대해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맞섰다.
한편 1940년에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삼국동맹 관계를 수립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수뇌부는 1940년 가을 중국 총통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된 이래 중국과의 전쟁만큼은 완전한 승리를 쟁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유럽 열강들의 일련의 움직임은 일본에 큰 위협이자 장애였다.
1941년 7월 미국은 자국 내의 일본인 재산을 동결했고 극동군 사령부를 창설했다.
영국과 영국의 자치령들도 일본과의 교역을 중단했다.
네덜란드의 인도식민지 역시 일본에 대한 수출입 금지조치에 동참했다.
각국의 원산지로부터 주석, 천연고무, 원유 등의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자재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일본에 있어 이는 큰 타격이었다.
이 무렵 일본은 원유 보유량이 고갈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일본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즉, 일본은 미국에 정치적인 방식으로 항복하거나 아니면 군사적인 수단으로 동남아시아의 원자재 공급원을 강점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1941년 11월 말 미국은 중국문제와 관련해 '10개항 강령'을 제시했는데, 이는 일본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화해조건들을 담고 있었다.
일본의 군부 지도자들은 미국과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자신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일 일본이 전쟁이라는 대안을 포기한다면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지위는 더욱 강고해지고 일본은 그 영향력 아래 복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 대한 공격은 커다란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이었다.
당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은 실질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이 네 국가는 소련과도 유사한 관계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미국 공격은 다섯 개 강대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만일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면 자기들이 초반에 승리할 확률이 70~80% 정도라고 보았다.
미국과 장기전을 벌일 수는 없지만 전쟁 초반에 큰 타격을 입히고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결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다갑과 을은 산에서 나는 야생약초를 캐어 팔아 생활을 꾸렸다.
어느 날 갑이 으스대며 을에게 말했다.
"자네는 좋은 약초를 어디서 캐야 할지를 모르는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 낮고 가까운 산에는 희귀한 약초가 없다네.
나도 전에는 하루 종일 죽도록 힘을 들여 산을 뒤졌지만 귀한 약초는 캐지 못했지.
그래서 가까운 산을 훑는 일은 제쳐두고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높고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갔다네.
처음에 깊은 산 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고 낭떠러지에 맞닥뜨리거나 벼랑을 탈 때는 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지.
하지만 얼마 지나자 숲 속이 조금씩 익숙해졌고 한 달 뒤에는 나무와 풀들을 어느 정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네.
나는 거기서 값나가는 약초들을 여러 번 발견했고 영지나 상황 같은 희귀한 버섯을 캔 적도 있다네.
비록 허탕을 치는 날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 내가 자네보다 벌이가 나을 걸세.
언젠가는 산삼을 캐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이 말을 들은 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만 두게나. 나는 자네 말을 따르지 않겠네. 내가 값비싼 약초를 캐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
그러나 나는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다네.
사람들은 희귀한 약초를 캐고 싶어 하지만 희귀한 약초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아 사람의 애를 태우지.
나는 저녁 무렵에 자네가 빈 바구니로 산을 내려오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네.
낮은 산에는 희귀한 약초는 없다고 하더라도 야생도라지나 당귀, 구절초 같은 평범한 약초들이 얼마든지 많다네.
나는 이런 약초들의 군락지를 제법 여러 곳 알고 있지.
그래서 나는 한번도 빈손으로 산을 내려 온 적이 없다네.
상황버섯이 당귀보다 훨씬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깊숙이 숨어 있는 그것들을 찾아 산을 헤매고 벼랑을 타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네."
라염상진은 또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감았다.
하나도 아니고 두 사람의 생명이 달린 사건이었다.
그들은 살아날 가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자신에게 특별한 변호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들을 살려낼 만한 논리를 전개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휴전이 그렇게도 두려웠던 것일까?
그들에겐 휴전이 곧 죽음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그들의 의지는 고작 그런 식으로 가변적이었을까?
그러면서도 무엇하러 입산을 했던 것일까?
일시적인 피신이었을까?
그럼 왜 작년 말에 실시한 하산 권유를 듣지 않았던 것일까?
저들의 감정적인 초기보복 때문에 산이 더 안전하다는 기회주의적 판단을 내린 것일까?
아니면, 고생을 하다 보니 의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다가 휴전소식을 듣게 되자 완전히 변해버린 것일까?
그들은 배울 만큼 배웠으면서도 역사에 대한 전망을 그렇게도 할 수 없었을까?
자의로 바른 역사를 선택했다면서도 그렇게 역사에 대한 신뢰가 빈약할 수 있을까?
목숨 때문이라고?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역사의 편에 선 자가 목숨을 변명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치졸이고 비겁이다.
애초에 역사의 선택은 목숨의 위험을 뛰어넘는 차원에서부터 시작된다.
목숨을 아까워하는 자가 어찌 혁명에 나설 수 있으며, 피 흘리기를 두려워하는 자가 어찌 투쟁에 뛰어들 수 있는가!
피 흘리기를 주저하고, 목숨 버리기를 무서워하면서 혁명의 열매만 따먹으려고 역사를 선택했다면 그런 자들은 반동보다 더 악랄한 적이다!
혁명은 대가를 예약해주지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혁명은 역사를 발전시키는 동력이고, 과정이며 혁명에 가담하는 자는 그 연료로써 타오르기를 각오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혁명에서 대가를 바랄 때 목숨에 연연하게 되고, 목숨에 연연하면 투쟁력이 약화되면서 기회주의가 싹트게 된다.
탈주를 감행한 그 두 사람은 결국 목숨에 연연한 자들이었다.
<문제 1>
제시문 (가)의 실험 결과를 적용하여 제시문 (나)에 나타난 일본의 선택과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을'의 선택을 설명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문제 2>
제시문 (라)에 나타난 염상진의 사고방식과 대비하여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일본과 '을'의 사고방식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의 입장에서 다른 사고방식의 한계를 논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해제는 다음 호에 ☞
홍보람 S · 논술 선임 연구원 nikehbr@nonsul.com
⊙ 연세대학교 논술시험 출제방향
연세대학교는 올해 실시되는 논술시험의 시간과 분량을 크게 줄인다.
올해 시험시간은 120분(2시간)으로 종래의 180분(3시간)에서 1시간이 단축되었고, 시험시간에 맞춰 답안 작성 분량 역시 기존의 2500~2600자에서 1800자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논술시험의 출제 형식과 평가 중점사항은 여전히 동일 기조 아래 유지된다.
연세대가 해를 거듭하며 논술시험에 관해 발표한 내용을 죽 살펴보면, 언제나 변함이 없다.
연세대학교 논술시험은 크게 이해분석력과 논리비판력을 검증하는 두 방향으로 출제된다
(사실 이건 연세대에만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라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이다).
"논술 시험의 목적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며, 두 방향 각각 두 가지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방향은 언어 능력의 측정으로서, 글의 독해 능력과 표현 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사유 능력의 측정으로서, 세계에 대한 이해와 논리적 사고를 점검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향으로부터 고전 텍스트를 중심으로 출제하는 까닭의 필연성을 찾을 수 있으며, 두 번째 방향으로부터 고전 텍스트를 통해 현대의 문제에 대해 논술하게끔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은 고전을 공부하는 가운데 인류의 역사가 남긴 범례적 지혜를 자연스럽게 배워 그것을 현대의 문제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김용민 연세대 교수)."
그래서 연세대는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평소에 고전을 많이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연세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내어 핵심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표현해낼 수 있는 글읽기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작년 연세대 수시 논술고사에서
① '공공성 실현의 주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세 개의 제시문을 비교분석하는 논제(800자),
② 이 내용을 자료에 적용하여 분석하는 논제(800자),
③ 세 제시문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그 근거를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논제(1000자)를 출제하였다.
올해 2011학년도 예시문항에도 이해분석과 논증의 두 가지 주된 출제 방향이 일관되게 지켜졌다.
근래 몇 년 동안 1번 논제에서 세 제시문의 '비교분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 질문 방식이었으나, 올해는 제시문 (가)를 적용하여 다른 두 제시문 (나)와 (다)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질문의 외피만 바뀌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는 (가), (나), (다) 세 제시문을 정확하고 심도 있게 독해하고 나서 차이점을 '분석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하는 바는 변함이 없다.
2번 논제 역시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선택한 다음 상대방 논리의 한계를 지적하며 논지의 상대적 탁월성을 주장하라는 논제를 출제하여, 꼼꼼하게 논지를 전개하는 '논리비판적 사고능력'을 묻고 있다.
⊙ 이해분석력 논제 접근방법
다행히 연세대학교는 그간 난이도의 기복이 조금 있긴 하였으나 근래에는 안정적으로 쉬운 제시문을 출제해오고 있기 때문에 글읽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연세대는 1997년 이래 "한국 및 동서고금의 고전을 포함한 다양한 소재에서 출제한다"는 서울지역 12개 대학의 합의에 따라 제시문을 고전과 현대사회에 관한 여러 책에서 고루 선정해왔는데
특히 최근에는 "① 사전지식이 없어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교과과정 내의 기본 지식을 반영하는 문제를 출제한다.
② 주어진 제시문에 근거해서 답을 할 수 있도록 출제한다. "는 원칙을 덧붙여 난해한 텍스트를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과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운 개념이나 단어에 대해서는 간략한 설명을 첨부할 것이라는 약속도 덧붙였다.
통계자료 또는 기본적인 수리적 논리나 과학적 주제를 묻는 제시문을 포함해서 문제를 출제할 수 있으나 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적 지식의 검증은 기본적인 수준에 그치도록 적정선을 스스로 긋고 있다.
하지만 텍스트가 난해하지 않다고 핵심요지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기엔 쉽지만 본의를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려운 글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세대는 수험생들에게 꾸준한 독서를 통해 다양한 지적 경험을 쌓으라고 주문한다.
⊙ 논리비판력 · 창의력 논제 접근방법
또한 이러한 이해분석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논술답안에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논리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요즘 웬만한 대학은 자신들이 출제하는 논술시험에 '~형 논술'이라는 별칭을 붙이곤 하는데, 그러한 별칭에서 각 대학들이 염두에 둔 출제의 방향과 평가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연세대 논술의 별칭은 '다면사고형 논술'이다. '다면사고형 논술'은 하나의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를 지양하고 다양한 답을 유도하여 수험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이름이다.
연세대는 이 별칭을 스스로 부여한 이후로 그에 어울리는 논제를 출제하고 있고, 사실은 훨씬 이전부터도 다면사고형 논제를 줄곧 출제해왔다.
간혹 대학들의 논술 출제의도를 읽으면서, "뭐 굳이 그런 것까지 하려고 그랬어!"라는 기분이 드는 때가 있는데, "논술시험을 통해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다"라거나 "논술고사를 통해 학생들이 세상과 사물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는 연세대 출제의도 역시 그러한 기분을 종종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다면사고형 논제를 낯선 그 이름만큼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연세대는 줄곧 다양한 관점이 혼재하는 제시문들을 주고, 복합적인 여러 글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쓸 것을 주문했다.
수험생이 주제에 관한 자신의 관점과 생각을 쓰기 때문에 단일한 답안이 나오기 힘들고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사고력이 측정될 수밖에 없다.
수험생의 생각을 쓰라는 논제가 나오면 당연히 다면사고형 논술이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언제나 느끼는 익숙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면 된다.
평소 주변의 사물과 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과 다른 남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새겨듣는 능력을 꾸준히 키우면 된다.
친구와 토론을 한다든가, 하나의 사안에 관해 서로 다른 논평을 하는 언론 사설과 칼럼들을 함께 읽으면서 자신이라면 어떤 사설을 쓸까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 연세대학교 논술시험 일시와 선발인원
연세대학교 논술시험은 오는 10월2일(토요일)에 실시된다.
계열 불문하고 모두 같은 날 시험을 치지만, 인문계 · 사회계 · 자연계로 시험시간을 순차적으로 구분하므로(인문 · 사회계는 시험시간은 다르지만 논제는 동일하다) 본인이 응시하는 시간대가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최상의 글쓰기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2011학년도에서 선발인원을 수시 80%와 정시 20%의 비율로 모집하는 만큼 논술로 선발하는 수시1차에서도 일반우수자 전형(학생부+논술: ①학생부 20%에 논술 80%로 평가하는 우선선발과 ②학생부 50%에 논술 50%의 비율로 일반선발의 인원이 각각 70%와 30%의 비율로 배정)은 2010학년도의 630명에서 2011학년도의 1150명 선발로 520명이 증원되어 선발인원이 83% 증가하였고, 글로벌리더 전형(서류+논술; 서류 60%에 논술 40%)도 작년 496명 선발에서 2011학년도 600명으로 선발인원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수시모집에서 전형 간 중복지원이 제한 없이 허용되어 지원 가능한 경우의 수가 늘어났다.
수험생들은 수시1차와 수시2차를 중복 지원할 수 있으며, 수시1차와 수시2차의 동일한 차수 내 다른 전형에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중복지원을 허용하는 이유는 확대된 수시모집에서 지원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하 이번에 연세대학교가 발표한 논제는 다음과 같다.
쉽고 익숙한 주제이므로 다음 주에 게재될 해제를 읽기 전에 본인은 어떠한 답안을 구성할지 스스로 생각의 방향을 정해보도록 하자.
목적을 위해 위험을 선택해야 하는가?
가다음 표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의 가상적 결과이다.
총 200명의 피험자는 무작위로 100명씩 나뉘어 상황 1과 상황 2에 배정되었으며 각 상황에서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상황 1은 이익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고, 상황 2는 손실을 줄이려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다.
상황 1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이익은 1만 1000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얻는 1만 원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80명은 B를 선택하였다. 상황 2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손실은 1만 1000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잃게 되는 1만 원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75명은 A를 선택하였다. * 상황 1에서 선택 A의 기대이익은 이익금 11만원 x 10% 확률 = 1만 1000원으로 계산.
** 상황 2에서 선택 A의 기대손실은 손실금 11만원 x 10% 확률 = 1만 1000원으로 계산.
나1941년 12월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이러한 일본의 결정에는 복잡한 배경과 계산, 전략이 깔려 있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중국의 주요 지역들을 장악하고 연합국의 대 중국 보급로를 봉쇄하였다.
당시 태평양과 중국에 진출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던 미국과 유럽 열강들은 중국에 대한 군사원조를 증대시키고 일본에 대해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맞섰다.
한편 1940년에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삼국동맹 관계를 수립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수뇌부는 1940년 가을 중국 총통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된 이래 중국과의 전쟁만큼은 완전한 승리를 쟁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유럽 열강들의 일련의 움직임은 일본에 큰 위협이자 장애였다.
1941년 7월 미국은 자국 내의 일본인 재산을 동결했고 극동군 사령부를 창설했다.
영국과 영국의 자치령들도 일본과의 교역을 중단했다.
네덜란드의 인도식민지 역시 일본에 대한 수출입 금지조치에 동참했다.
각국의 원산지로부터 주석, 천연고무, 원유 등의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자재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일본에 있어 이는 큰 타격이었다.
이 무렵 일본은 원유 보유량이 고갈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일본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즉, 일본은 미국에 정치적인 방식으로 항복하거나 아니면 군사적인 수단으로 동남아시아의 원자재 공급원을 강점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1941년 11월 말 미국은 중국문제와 관련해 '10개항 강령'을 제시했는데, 이는 일본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화해조건들을 담고 있었다.
일본의 군부 지도자들은 미국과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자신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일 일본이 전쟁이라는 대안을 포기한다면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지위는 더욱 강고해지고 일본은 그 영향력 아래 복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 대한 공격은 커다란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이었다.
당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은 실질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이 네 국가는 소련과도 유사한 관계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미국 공격은 다섯 개 강대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만일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면 자기들이 초반에 승리할 확률이 70~80% 정도라고 보았다.
미국과 장기전을 벌일 수는 없지만 전쟁 초반에 큰 타격을 입히고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결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다갑과 을은 산에서 나는 야생약초를 캐어 팔아 생활을 꾸렸다.
어느 날 갑이 으스대며 을에게 말했다.
"자네는 좋은 약초를 어디서 캐야 할지를 모르는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 낮고 가까운 산에는 희귀한 약초가 없다네.
나도 전에는 하루 종일 죽도록 힘을 들여 산을 뒤졌지만 귀한 약초는 캐지 못했지.
그래서 가까운 산을 훑는 일은 제쳐두고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높고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갔다네.
처음에 깊은 산 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고 낭떠러지에 맞닥뜨리거나 벼랑을 탈 때는 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지.
하지만 얼마 지나자 숲 속이 조금씩 익숙해졌고 한 달 뒤에는 나무와 풀들을 어느 정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네.
나는 거기서 값나가는 약초들을 여러 번 발견했고 영지나 상황 같은 희귀한 버섯을 캔 적도 있다네.
비록 허탕을 치는 날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 내가 자네보다 벌이가 나을 걸세.
언젠가는 산삼을 캐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이 말을 들은 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만 두게나. 나는 자네 말을 따르지 않겠네. 내가 값비싼 약초를 캐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
그러나 나는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다네.
사람들은 희귀한 약초를 캐고 싶어 하지만 희귀한 약초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아 사람의 애를 태우지.
나는 저녁 무렵에 자네가 빈 바구니로 산을 내려오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네.
낮은 산에는 희귀한 약초는 없다고 하더라도 야생도라지나 당귀, 구절초 같은 평범한 약초들이 얼마든지 많다네.
나는 이런 약초들의 군락지를 제법 여러 곳 알고 있지.
그래서 나는 한번도 빈손으로 산을 내려 온 적이 없다네.
상황버섯이 당귀보다 훨씬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깊숙이 숨어 있는 그것들을 찾아 산을 헤매고 벼랑을 타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네."
라염상진은 또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감았다.
하나도 아니고 두 사람의 생명이 달린 사건이었다.
그들은 살아날 가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자신에게 특별한 변호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들을 살려낼 만한 논리를 전개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휴전이 그렇게도 두려웠던 것일까?
그들에겐 휴전이 곧 죽음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그들의 의지는 고작 그런 식으로 가변적이었을까?
그러면서도 무엇하러 입산을 했던 것일까?
일시적인 피신이었을까?
그럼 왜 작년 말에 실시한 하산 권유를 듣지 않았던 것일까?
저들의 감정적인 초기보복 때문에 산이 더 안전하다는 기회주의적 판단을 내린 것일까?
아니면, 고생을 하다 보니 의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다가 휴전소식을 듣게 되자 완전히 변해버린 것일까?
그들은 배울 만큼 배웠으면서도 역사에 대한 전망을 그렇게도 할 수 없었을까?
자의로 바른 역사를 선택했다면서도 그렇게 역사에 대한 신뢰가 빈약할 수 있을까?
목숨 때문이라고?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역사의 편에 선 자가 목숨을 변명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치졸이고 비겁이다.
애초에 역사의 선택은 목숨의 위험을 뛰어넘는 차원에서부터 시작된다.
목숨을 아까워하는 자가 어찌 혁명에 나설 수 있으며, 피 흘리기를 두려워하는 자가 어찌 투쟁에 뛰어들 수 있는가!
피 흘리기를 주저하고, 목숨 버리기를 무서워하면서 혁명의 열매만 따먹으려고 역사를 선택했다면 그런 자들은 반동보다 더 악랄한 적이다!
혁명은 대가를 예약해주지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혁명은 역사를 발전시키는 동력이고, 과정이며 혁명에 가담하는 자는 그 연료로써 타오르기를 각오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혁명에서 대가를 바랄 때 목숨에 연연하게 되고, 목숨에 연연하면 투쟁력이 약화되면서 기회주의가 싹트게 된다.
탈주를 감행한 그 두 사람은 결국 목숨에 연연한 자들이었다.
<문제 1>
제시문 (가)의 실험 결과를 적용하여 제시문 (나)에 나타난 일본의 선택과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을'의 선택을 설명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문제 2>
제시문 (라)에 나타난 염상진의 사고방식과 대비하여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일본과 '을'의 사고방식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의 입장에서 다른 사고방식의 한계를 논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해제는 다음 호에 ☞
홍보람 S · 논술 선임 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