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보이어'와 '선봬'의 차이

말에도 경제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말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짧고 편하게 발음하게 된다.

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간결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맞춤법 제32항부터 제40항까지의 준말 표기 규정은 바로 이 효율적으로 발음하고자 하는 욕구를 수용한 것이다.

대부분의 글쓰기에서는 간결함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줄여 쓸 수 있는 말은 준 대로 적는 게 요령이다.

가령 '하여서,하였다'는 '해서,했다'로,'되어서,되었다'는 '돼서,됐다'로 적는 게 간결하다.

이같이 어간과 어미의 모음이 어울려 줄어드는 형태로는 '이루어지다→이뤄지다,미루었다→미뤘다,갖추어야→갖춰야,버티어→버텨,쓰이어→쓰여(씌어),보이어→보여(뵈어),새삼스러이→새삼스레,떼었다→뗐다,(날이)개었다→갰다' 등 다양하다.

'내달 용산,판교,광교 등 알짜 물량 선봬.' 아파트 분양 일정을 안내하는 글의 제목에 쓰인 문장이다.

여기서 '선봬'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우선 '선봬'의 기본형은 '선보이다'이다.

이 말이 활용한 꼴 '선보이어'는 '선보여' 또는 '선뵈어'로 줄어지는데,이는 다시 '선봬'까지 줄여 적을 수 있다.

그 과정은 '선보이어→선보여/선뵈어→선봬'이다.

이 밖에 '문제이다→문제다'와 같이 서술격 조사(또는 지정사라고도 한다) '이다'가 받침 없는 명사 뒤에 올 경우 '이'를 줄여 쓸 수 있는데 이때도 준 형태로 쓰는 게 더 간결하다.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적잖은' '두렵지 않다→두렵잖다' '심상하지 않게→심상치 않게→심상찮게' '편하지 않은→편치 않은→편찮은'과 같이 줄여 쓴다.

이는 어미 '-지' 뒤에 '않다'가 어울려 '-잖다'가 되고,'-하지' 뒤에 '않다'가 어울려 '-찮다'로 줄어든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때 '적쟎은,두렵쟎다,심상챦게,편챦은' 식으로 줄지는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