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글 247호 2010년도 이화여자대학교 수시 기출문제 문제해설과 예시답안
[생글 논술 첨삭노트] (18) 해답을 논리적으로 나열하고 제시문을 엮어라
근대적 자본주의의 구조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지 못한 채, 새로운 직업을 찾아 헤매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농업공동체가 무너진 사회는 결국 새로운 정체성과 직업을 찾아 떠도는 수많은 예비 노동자들로 넘쳐나게 됩니다.

여기에 정보화라는 새로운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단순 육체노동의 가치는 점점 쇠락하게 되고, 지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권력이 되는 새로운 사회 구조가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예전과 달리 남성 노동자가 여성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했던 과거 사회에서 철저하게 남성 중심의 가부장 질서가 형성되고 존속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동등한 경쟁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의 가치가 동일하게 부여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생산활동에 매진하는 아버지와, 재생산(출산-육아)에 몰두하는 어머니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상은 서서히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문제는 이런 배경지식을 가지고 과연 여성의 노동이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 갈등의 양상은 정확히 파악한 반면, 아직 그 생각의 표현에 있어서는 미숙한 부분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가령 문장 간, 문단 간 연결에 있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나열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죠. 보내드린 초급교재에도 나와 있지만, 일정한 분량을 제시하는 논술문에서 허투루 사용되는 문장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자라는 분량의 압박 때문인지 그저 없는 내용, 있는 내용을 끌어다 쓴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분량에 자신이 없거나, 혹은 분량 자체가 800자 이상 되는 문제일 경우, 제시문만 가지고 문제를 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론을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제시문을 순서대로 붙인다는 생각보다는,문제조건에 대한 해답을 논리적으로 나열하고 제시문을 여기에 엮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다음의 예시답안은 그런 방식으로 쓰인 것입니다.

노동은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게 해주는 작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제시문 (가)에서 보이듯, 노동은 물질적 안정과 정신적 안정을 동시에 보장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의 특성으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는 기혼여성, 퇴직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직업을 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식과 달리 과거에는 오직 남성만이 노동을 담당한다는 제시문 (나)와 같은 관점이 만연해있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남성이 가정 밖에서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과는 달리 여성은 가정을 돌보는 역할만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직업을 가지면 고상함을 잃는다는 생각까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성에 따른 노동역할을 분리해놓고 있는 제시문 (나)의 관점이 노동의 일반적 의미를 강조하는 제시문 (가)의 관점과 충돌하게 될 경우 제시문 (다)와 같은 갈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연지는 노동을 경제적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승인을 매개하는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어머니는 노동을 그만두고 결혼하여 가정 내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국 노동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모녀간의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김승미 학생)

⊙ 실전문제

이번 주 문제는 2010학년도 한양대 수시2학기 기출문제(인문계열) 중에서 편집해보았습니다.

비교와 비판(평가)이 섞여 있는 복합 문제입니다.

문제에 대한 학생 글은 6월 27일(일)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첨부파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

보내주실 때는 학교/이름/주소/ 전화번호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고, 글을 보내주신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또한, 이 연재의 기초가 되었던 논술기초교재가 필요하신 선생님이나 학생분들 역시 같은 이메일 주소로 신청해주세요.

논술기초교재를 다 보신 분들께는 그 다음 단계(중급)에 해당하는 교재도 보내드립니다.

교재에는 기본적 해설과 문제, 문제에 따른 해설과 예시답안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혼자서 공부하는 데에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단계별 진행에 맞게 7월 즈음하여 고급교재도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문제] 글 (가)에 나타난 두 나라의 이민 · 동화 정책을 비교하고, 글 (나)를 바탕으로 그 정책의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여 비판하시오. (500자 내외)

식민지 경영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은 이민 · 동화의 정책 추진에 있어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과거 식민지 구성원을 강력한 동화 정책으로 통치했던 프랑스는 전후의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민자를 받아들였고, 이들을 인종과 문화의 차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으로 통합하는 적극적 동화 정책을 일찌감치 시행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와 중동의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인이 되었고, 자국에서 개최된 1998년 월드컵에서 식민지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프랑스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자국 문화의 우수성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이민자들의 문화적 차이를 흡수 ·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그러한 정책은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면 2004년 이슬람계 여성의 학교 내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최근에는 리옹을 중심으로 거리에서도 히잡 착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슬람계 이주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회 통합이라는 미명하에 이슬람의 고유한 문화를 뿌리째 뽑으려는 이러한 태도가 이슬람계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 작용하여 그들의 적대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005년 11월에 발생한 프랑스 소요 사태 역시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영국 역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민 정책을 추진해 왔고, 그 결과 각 분야에서 이민자들의 역할이 점점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 대한 영국의 동화 정책은 식민지 통치 이념을 따르는 소극적 동화의 형태를 띤다.

다시 말해 이방인들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영국 문화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우월 의식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국은 이민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의사와 간호사 교사 같은 전문직 외국인들에게 우선적으로 이민을 허용하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민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민법 개혁을 추진 중이다.

또한 망명 신청이 기각된 사람들의 추방 조치를 강화하고, 영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에 대한 지문 등록을 실시할 방침이다.

영국 국민들은 서구 사상과 문화의 요람 역할을 한 영국의 성격이 잠식될 위기에 처해 있고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영국적 정체성 상실에 대해 과민하게 표출되는 이러한 반응은 국내 정치의 맥락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통제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문화의 경계가 불분명한 '혼종(hybridity)'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화는 늘 교차하고 섞이는 가운데 형성된다. 문화의 혼종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문화란 결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어서 우열을 나눌 수 없다는 깨달음을 제공하고, 정체성이란 단일한 형태로 영구 지속되기보다 이질적인 문화가 충돌하면서 변형을 겪는 가운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있다.

이러한 혼종에 대한 인식은 '중심'의 원리를 뒤집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전통적 고급문화의 권위와 문화적 위계를 해체하고, 문화적 가치 판단에서 '주변'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며,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또 다른 미학과 언어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궁극적으로 문화의 차이와 다양성을 헤아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나라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이민의 역사를 안고 있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서 문화적 혼종은 매우 구체적인 현실로 와 닿는다.

이제는 아무도 더 이상 단일하고 고정된 순수한 기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화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차이를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을 위한 근거로 내세우지 않는 새로운 연대의 방식을 모색하는 길은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길 찾기는 반드시 추구되어야 한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