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와 보조금 같은 가격·거래량 조절 제도는‘양날의 칼’

경제학에서 균형이란 일단 그 상태에 도달하면 다른 상태로 변화할 유인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 가격과 거래량에 균형이라는 이름을 붙여 각각 균형가격과 균형거래량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일치하는 가격 수준에서 소비자들이 사고자 하는 수량과 공급자들이 팔고자 하는 수량이 일치하여 그 가격 수준 이외의 다른 가격 수준으로 변경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균형가격과 균형거래량은 주어진 경제 환경 속에서 생산자의 판매 욕구와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투영되어 형성된 합리적인 거래량이자 가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거래량과 가격이라는 것이 반드시 정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거래량 및 가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쌀 농사 풍년으로 쌀 가격이 폭락하여,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 많은 농민이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가격 역시 시장 원리에 의해 형성된 가격임은 분명하지만,많은 사람이 평생 모아도 내 집 마련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면 적절한 균형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형성된 거래량과 가격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바람직한 거래량과 가격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세금과 보조금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9) 정부 정책으로 인한 수요·공급곡선의 변화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지나친 음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다.

맥주에 부과되는 물품세율을 높일 경우 맥주 가격 상승을 가져와 청소년들이 그만큼 술을 덜 마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그래프상에서 확인해 보자.

<그림 1>에서 맥주의 수요곡선이 D이고,세금이 부과되기 전 맥주의 공급곡선이 S라고 하면,시장 균형가격은 P0에서,시장 균형 거래량은 Q0에서 형성된다.

이때 정부에서 맥주에 부과되는 세율을 높일 경우 이는 맥주의 공급곡선을 이동시키게 되어 세금 부과 후의 공급곡선은 S1의 형태와 같이 왼쪽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세금 부과로 인해 시장 가격과 거래량은 P1과 Q1으로 변화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즉,맥주가격은 P0에서 P1으로 상승하였고, 맥주 거래량은 Q0에서 Q1로 줄어들게 되어,결국 맥주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결국 시장의 원리에 의해 형성된 맥주의 가격을 변동시켜,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시장의 형태로 변경시키기 위해 조세를 사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9) 정부 정책으로 인한 수요·공급곡선의 변화
바람직한 시장 형태로 유도하기 위한 방법에는 조세 이외에 보조금 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

보조금이란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행정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단체 또는 개인에게 교부하는 돈을 말한다.

보조금 제도가 활용된 대표적인 예로 최근 각국 정부에서 사탕수수 재배를 권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보조금 제도를 들 수 있다.

최근 사탕수수가 석유 대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농산물 수출 국가에서 사탕수수를 식량자원이 아닌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 사탕수수와 같은 농산물들을 식자재로 활용하지 않고 바이오 에너지 자원으로 집중 개발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식량 문제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사탕수수 재배를 권장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그래프상에서 확인해 보자.

<그림 2>에서 사탕수수의 수요곡선이 D이고,보조금이 지급되기 전 사탕수수의 공급곡선이 S라고 하면, 시장 균형가격은 P0에서 시장 균형거래량은 Q0에서 형성된다.

이때 정부에서 사탕수수 재배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생산 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 공급량을 증가시키게 된다.

따라서 보조금 지급 후의 공급곡선은 S1의 형태로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이에 따라 시장 균형가격은 P0에서 P1으로 하락하며,시장 균형거래량은 Q0에서 Q1으로 늘어나게 된다.

즉,보조금 지급을 통해 사탕수수는 보다 싼 가격에 보다 많은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9) 정부 정책으로 인한 수요·공급곡선의 변화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보조금이 활용된 사례를 살펴보자.

정부가 배추 공급이 증가하여 배추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 배추 가격을 안정시켜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한 방법으로 배추를 재배하지 않는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배추를 재배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농민들 중에서 일부가 보조금을 지급받는 대신 배추 재배를 포기할 경우 배추에 대한 공급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가격 폭락을 막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그래프상에서 살펴보자.

<그림 3>에서 배추의 수요곡선이 D이고 보조금이 지급되기 전 맥주의 공급곡선이 S라고 하면,시장 균형가격은 P0에서 시장 균형거래량은 Q0에서 형성된다.

이때 정부에서 배추 재배 계획을 포기하는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배추의 공급은 줄어들게 되어 공급곡선이 S1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 균형가격은 P0에서 P1으로 늘어나게 되고,시장 균형거래량은 Q0에서 Q1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보조금 지급을 통해서 배추 가격을 인상시켜 배추 재배의 농가 소득을 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조세와 보조금은 시장 기능을 통해 균형 상태에 있는 가격과 거래량에 교란 요인을 제공하여 바람직한 가격 내지 거래량을 유도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조세와 보조금 이외에도 정부가 가격과 거래량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직접 해당 재화를 구매하거나 방출하는 방법인 공공 비축제가 있다.

공공 비축제란 재화의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해당 재화를 매입하거나 방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정부가 해당 재화의 가격이 적정 수준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일정 수량을 매입하고,쌀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면 일정 수량을 방출하여 쌀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가격 내지 거래량을 조절하는 데 사용되는 제도인 조세와 보조금,공공비축제 등이 장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경제란 각 경제 주체들이 조세와 보조금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경제적 의사 결정을 수립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고려해서 자신이 공급할 양을 결정한다든가 반대로 자신의 구매 행위를 변화시킨다든가,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고려해서 공급할 양을 결정한다면 이러한 행위들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사회후생과 연관시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사회후생에 관해서는 후에 상세하게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조세와 보조금 등의 가격과 거래량을 조절하는 제도들은 양날의 칼과 같다.

적절히 사용할 경우 사회 전체적인 편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제도일 수 있지만,자칫 남용될 경우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책임전문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