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던 지방 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6월2일이 되자 밤낮으로 시끄럽게 굴던 홍보 노래도 들리지 않았고,선거인들은 투표소로 모여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나는 이번 지방 선거의 자원 봉사자로서,낮 12시부터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까지 사당 3동 제2투표소(남성 초등학교)에서 선거 과정을 지켜보았다.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아빠 품에 안긴 아기들부터 시작하여 지팡이를 들고 힘겹게 걸어오시던 어르신까지,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투표장을 찾았다.

근처에 대학이 3곳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대의 투표 참여율은 낮아 보였다.

힘겹게 몸을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넘어 오신 어르신들의 모습은 선거권의 중요성과 한 표 행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어떤 선거인은 강아지를 데려왔는데,그 강아지가 주인을 찾으며 짖는 바람에 다른 분들을 당황하게 했으며,쌍둥이를 데려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는데 무리가 있었던 한 선거인은 자원 봉사자나 선거 관리인에게 아이를 맡긴 뒤에 겨우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학생 자원 봉사자는 강아지와 아기를 돌보면서 이런 상황을 그저 즐기곤 했다. 투표 장소 안내표지가 너무 헷갈려 투표소를 잘못 찾아 먼 길을 되돌아오신 분도 계셨고,아예 투표권이 누락되신 분도 계셨다.

투표소의 혼잡함 때문에 신분증을 분실하신 어르신도 많았다.

6시가 다 돼서 허겁지겁 투표소를 향해 뛰어오는 선거인들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스릴 넘치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선거의 과정을 지켜보며 행정적인 문제가 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당 3동 제 2투표소인 남성 초등학교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투표소가 좀 더 먼 곳으로 위치가 바뀌었고,학교로 들어가는 길이 일부 막혀 선거인들이 유일한 출입구인 '높은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만 했다.

나이 드신 어르신께서 힘겨워 하시며 언덕을 올라가셨지만 자원 봉사자로서 도움을 드리지 못해 매우 안타까웠다.

일부 선거인들은 투표소의 위치가 바뀐 것에 대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애초에 투표소를 바로 옆에 있는 청소년 회관이나 아파트 주자창으로 바꿨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선거를 지켜보면서,학교에서 교과서로만 배우던 것을 실제로 현장에서 체험하고 선거 과정에 참여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또 아직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으로서 투표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그들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이유경 생글기자 (동작고 2학년) leeyk9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