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16) 다양한 주제의 문제를 짧게,많이 풀어봐라
지난주에 실린 2008학년도 연세대 정시 문제에 문제조건과 달리 밑줄이 그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원고 전달 과정상의 실수로 밑줄이 그어지지 않았더군요.

밑줄은 제시문 (가)의 4번째 문단의 <또한 그것은 역사 속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과 시대에 대한 공유된 기억 및 그 집단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세대들이 갖는 공통 관념을 뜻한다.

즉,민족의 정체성은 연속성에 대한 느낌,공유된 기억,집단의 운명에 대한 공통 관념 등 문화의 공통성에 의해 형성된다. > 부분입니다.

이번주에는 그동안 생글첨삭노트로 보내주신 논술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정리해서 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지금 고3이라 논술을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쓰는 것으로 대비가 될까요?

-일주일에 한 편이면 다소 부족하긴 합니다.

한 편을 어떤 기준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일반적으로 2시간 30분짜리 시험을 보는 대학을 기준으로 해서 보았을 때 3~4문제에 2500자 정도의 분량이라고 보여집니다.

앞으로 수시시험까지 대략 4달이 남았다고 보았을 때 16회차를 풀게 되겠군요.

그렇게 봤을 때 그냥 단순히 한 편을 푼다는 식의 개념은 다소 위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선 16회의 문제로 모든 논술 주제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단순히 시간 안에 원고지 칸을 채우는 능력 따위가 아닙니다.

기본적인 기초문제유형,즉 공통점-비교-평가 유형에 대한 대비가 끝났다면 논술에 필요한 능력을 다양한 능력을 골고루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전개를 해내가는 것입니다.

우선 문제를 2500자짜리 통문제를 풀기보다는 500자 짜리 5개를 푸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리고 그 5개 문제의 문제유형이나 주제,난이도가 모두 다르면 금상첨화겠군요.

문제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독해의 포인트를 점검하고,글에 대한 첨삭까지 받게 되면 훨씬 좋겠지만,그렇게 되지 못하는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우선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질문> 논술을 시작한 지는 좀 됐지만 실력이 잘 안느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그냥 써본다고 실력이 늘긴 하는 걸까요?

-논술실력이 텝스나 토익처럼 등급으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논술에는 당연히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겠지만,그런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환경에 있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글쓰기의 기초가 되어 있지만,문제는 제대로 풀지 못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논술이 작문이 아닌 이상,확실히 문제의 정곡을 정확히 집어내야 하지만,그런 부분이 모자란 것이지요.

실력이 늘지 않는 학생들 혹은 고질적인 문제를 반복해서 겪는 학생들은 그 원인을 찾아보세요.


수학문제의 오답노트 작성이 좋은 공부방법인 것처럼,틀린 답안을 들고 난 왜 틀렸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이지요.

읽고 쓰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아무래도 답을 찾는 것에 서투르다면 정상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취약한 부분을 잊지 마세요!

비슷한 주제와,비슷한 제시문들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을 어느새 이해하게 될 겁니다.

결국,반복적인 문제풀이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최선일 뿐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논술에 '치트키' 따위는 없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문제를 짧게,많이 풀어봐야 합니다.

⊙ 실전문제

이번주 문제는 2010학년도 이화여대 수시2학기 기출문제 중에서 편집해 보았습니다.

두 제시문의 관점을 비교하고,이를 바탕으로 어떤 사례에 대한 해설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비교하기 문제와 평가하기 문제가 섞여있는 기본적인 문제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에 대한 학생 글은 6월 13일(일)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지난주의 연세대 문제는 6월 7일까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보내주실 때는 학교 / 이름 / 주소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고,글을 보내주신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또한,지금 연재되는 생글첨삭노트가 한글파일 형태로 필요하신 선생님이나 학생분들 역시 같은 이메일 주소로 신청해 주세요.

이 연재의 원본이 되는 논술 기초 교재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논술 기초 교재를 다 보신 분들께는 그 다음 단계(중급)에 해당하는 교재도 보내드립니다.

<문제> 제시문 (가)와 (나)의 요지를 밝히고 그것에 근거하여 제시문 (다)에 나타나는 모녀간의 갈등을 분석하시오.

(이화여대는 원고지 분량을 따로 제시하지 않지만,출제본부 측의 의도에 따라 계산해 보면 대략 600자 내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제시문 (가)

현실적으로 실업자인 것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것은 없다.

사실 노동은 물질적 안정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도 보장한다.

노동을 통해서 개인은 재정적 독립과 사회적 승인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개인 활동의 유용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그 결과 인격의 유용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그러한 사회적 승인을 통해서이다.

그러므로 노동을 통해 개인은 사회 속에 위치하며,그 사회 속에서 자유로운 개인,자립적 개인,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인으로 인정받는다.

이런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혼 여성들의 직업을 가지려는 경향, 퇴직한 사람들의 무위도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현상,젊은이들의 첫 직장 구하기의 고통이 상징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노동은 우리의 정신을 사로잡아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의 고통을 덜어준다.

제시문 (나)

19세기에는 남성과 여성의 노동이 점진적으로 분리되면서 그 경계가 뚜렷해졌다.

사업과 전문 분야가 확대되면서 남자들의 경우에는 직업이나 공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그 존재 의의가 규정된 반면,여자들은 그러한 세계에서 멀어져 어머니 역할과 가사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남성과 여성 세계의 이러한 분리는 종교적 함의를 담고 있었다.

왜냐하면 장터는 위험하고 비도덕적인 공간이며,이 영역에서 활동하는 남자들이 가정이라는 도덕적 세계와 부단히 접촉하지 않으면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파괴적인 경향을 순화하는 역할을 가정에서 여자들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가정은 다정한 즐거움의 장소로서,가정 유지를 위해 필요한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느라 힘들고 고단한 남자들을 위한 안식처였다.

남성다움은 자기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했고,여성다움은 얼마나 의존적이 될 수 있는가를 의미했다.

여자가 만일 직업을 가지게 되면 여성의 고상함은 파괴되어 버린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면 밥벌이를 하는 남편과 가정적인 아내와 아이들이라는 중간계급의 이상이 널리 확산되고,'주부'라는 새로운 범주가 도입되었다.

제시문 (다)

연지는 꽤 이름 있는 교양지 기자였다.

연지는 그 일에 보람도 느끼고 꽤 열심히 뛰고 있어서 인정도 받고 있는 모양이지만 경숙 여사는 그 직업이 연지를 선머슴같이 만드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경숙 여사가 연지의 직업에 흡족했던 건 딱 한번 있었고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연지가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 본 것이 그 잡지사였고,여기자 공개 채용에 응모한 여대 졸업생은 자그마치 이백 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 중 서류 심사에서 오십 명을 추려서 오십 명이 재차 필기 시험과 면접을 치르고 나서 최종적으로 한 명을 뽑는 데 연지가 뽑혔다.

이백 대 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건 경숙 여사의 허영심에 대단한 만족감을 주었고,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랑하지 않곤 못 배길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백 대 일의 경쟁을 이긴 것을 삼 대 일의 대학 시험에 붙은 것만큼도 안 알아 줬고,중매를 해 봐도 대학 졸업하고 고이 집에 들어앉아 있는 규수보다 여기자를 조금은 덜 쳐 주려는 낌새가 그녀를 놀라고 자존심 상하게 했다.

다달이 손에 쥐는 실소득도 이백 대 일의 경쟁을 뚫은 인재에 대한 대우로는 너무도 소홀한 것도 경숙 여사를 실망시켰다.

꼭 뭣에 교묘하게 기만당한 느낌이었다.

여자 직장이란 어차피 정거장 같은 거,머물러 봐야 몇 년이나 더 머물라구.

엄마가 그만두란다고 그만둘 딸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 자위했었는데 약혼 날을 받아 놓고도 연지는 사표 낼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