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한국인’이 틀린 까닭

'자랑스럽다, 영광스럽다, 걱정스럽다. ' 이들 말에 공통적으로 쓰인 '-스럽다'는 명사 밑에 붙어 그 말을 '그러한 느낌이나 성질이 있다'는 뜻의 형용사로 바꿔주는 접미사이다.

어떤 상태에 '다소 미흡함'의 의미를 더해주는 말로, 가령 '만족하다'에 비해 '만족스럽다'라고 하면 조금 덜 만족하다는 어감을 나타낸다.

'-스럽다'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는 'ㅂ'불규칙 용언이다.

활용할 때 '만족스럽고,만족스럽지만,만족스러우니,만족스러워'와 같이 불규칙하게 받침 'ㅂ'이 탈락한다.

그런데 이 말이 관형꼴로 활용할 때 '-스러운'과 '-스런'이 혼용되고 있다.

'만족스러운/만족스런, 자랑스러운/자랑스런, 영광스러운/영광스런,걱정스러운/걱정스런'이 다 같이 두루 쓰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러운'이 규범에 맞는 표기이다.

'-스런'은 아쉽지만 현행 맞춤법에선 허용되지 않는 형태이다.

'ㅂ'불규칙 용언의 관형형은 어간의 받침 'ㅂ'이 '우'로 바뀌면서 관형어미 'ㄴ'이 덧붙는다.

가령 '아름다운,고마운,추운,미운'처럼 받침 'ㅂ'이 바뀐 '우'가 반드시 개입한다.

('곱다,돕다' 두 단어만 예외적으로 'ㅂ'이 '오'로 바뀌어 '고와,도와'처럼 쓴다. )

바꿔 말하면 '우'가 줄거나 탈락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 '-스런'을 '-스러운'의 준말로 볼 수 있다는 견해는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또 같은 접미사인 '-답다'나 '-롭다'의 관형어 활용형에서도 '형다운,대기업다운' '자유로운,평화로운'처럼 그 활용하는 모양이 일관되게 '우'를 취한다는 점도 '-스런'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스런'을 그 자체로 독립된 접미사로 보아,그 쓰임새를 인정하자는 시각도 있다.

이 주장의 요지는 '-스런'이 '-스럽다'의 형태로서 한자어 접미사 '-적(的)' 대신에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일찍이 최현배 선생이 국어순화 차원에서 한자어 '-적'을 대체하는 말로 우리말 접미사 '-스런'을 제시한 데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예컨대 '역사적/획기적 사건'은 '역사스런/획기스런 사건'과 같이 바꿔 쓰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적'과 '-스런'이 항상 등가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 역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물론 현행 맞춤법상 '-스런'이 독립된 접미사로 인정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스러운'이 합리적이지만 현실적 언어 쓰임새는 '-스러운'이 붙는 말에 '-스런'이 자연스럽게 붙어 혼용된다는 점이다.

똑같은 의미와 문법기능을 갖는 말이 두 가지로 같이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학교 등 규범적 글쓰기가 필요한 곳에서는 의식적으로라도 '-스런'을 쓰지 말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