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고전읽기] 68.존 롤스「정의론」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는 정의로운 사회


'젖과 꿀이 넘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면 현실사회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재화가 부족하며,개인과 개인은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재화가 풍족하다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지도 않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이기적인 노력과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불완전한 현실사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같은 정의(justice)의 문제를 두고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철학자로 꼽히는 존 롤스의 '정의론'은 혜안을 담아내고 있다.

전문적이고 이론적인 철학서적으로는 드물게 26개 언어로 번역돼 소개된 롤스의 '정의론'은 대입 논술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롤스의 이론이 수록돼 있다.

이런,세상에! 제목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이 책,그것도 '이렇게 두꺼운데'(엄지와 검지를 충분히 벌려야 한다),읽어야만 논술 문제도 술술 써내려가고 수능 시험도 잘 보는 것일까.

물론 절대로 아니다.

롤스의 '정의론'은 방대한 저서이지만 기출 제시문을 참고해 보며 그 핵심을 살펴보자.

⊙ 정의의 두 가지 원칙:평등의 원칙,차등의 원칙

무엇보다 롤스가 말하는 정의의 두 가지 원칙-평등의 원칙,차등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자.

두 가지 원리가 모두 담긴 논술 기출 제시문을 하나 볼 수 있다.

2005학년도 동국대 수시 기출 문제 제시문을 통해서 간략하지만 그 요점을 파악해볼 수 있다.

당시 논제를 그대로 옮겨보면 "제시문 [가]는 존 롤스(John Rawls)가 제시한 정의로운 사회의 두 가지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첫 번째는 '평등의 원리'에 관한 것이고,두 번째는 '차등의 원리'에 관한 것이다.

제시문 [가]를 바탕으로 두 가지 원리를 요약 · 정리하시오" 였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제시문이 영어였다는 점!)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는 두 가지 원리에 기반을 둔다고 추론한다.

첫째,개개인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가장 광범위한 체계의 권리와 자유를 가진다.

이 같은 권리와 자유에는 민주적 권리뿐만 아니라 표현,양심,평화적인 집회 등의 자유가 포함된다.

이 첫 번째 원리는 절대적인 것이며,다음의 두 번째 원리를 위해서라도 결코 위배될 수 없다.

그러나 다양한 기본권들은 최대한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상호 교환될 수 있다.

둘째,경제적 · 사회적 불평등은 그것들이 사회 전체,특히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 이득이 될 때만 정당화된다.


또한 경제적,사회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모든 지위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의사가 식품점 점원보다 돈을 더 버는 것은,만약 이것이 정반대일 경우라면 아무도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지 않게 되고,결국 식료품 점원은 의사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정당화된다.

따라서 의사가 봉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은 의사에게 이득이 될 뿐만 아니라 의사의 치료를 받게 되는 식품점 점원을 포함해 사회 모든 이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이와 같이 특정한 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사회에 이득을 주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보다 더 나은 상태에 이르게 한다. "

-2005학년도 동국대 수시

위 내용을 롤스의 이론적 구도에 따라 나누어 정리해보면,평등의 원리와 차등의 원리로 나눌 수 있다.

평등의 원리는 '기본적 자유'에 관한 것으로,절대적인 것이며 모든 시민 사회의 기본적 전제이다.

차등의 원리는 천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혜택 받지 못한 계층을 필두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다.

⊙ 정의의 첫 번째 원칙:평등의 원칙

롤스는 '정의론'에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다수가 누릴,보다 큰 이득을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며 평등의 원칙을 제시한다.

다음 2006학년도 서울대 기출 제시문에 등장한 내용에도 잘 나타난다.

"사상 체계의 제1 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正義)는 사회 제도의 제1 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精緻)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혁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사회 전체의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정의(正義)에 따르면 타인들이 가지게 될 더 큰 선(善)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

다수가 누릴 더 큰 이득을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

-서울대 2006 정시


이와 같은 입장은 '부당한 불평등은 안되지만 정당한 불평등을 수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정의의 두 번째 원칙:차등의 원칙

차등의 원칙은 천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혜택 받지 못한 계층,즉 '최소 수혜자(the least advantaged)'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확고히 밝힌다.

이어서 그 조건이 충족된 다음에는 각자의 능력이나 업적에 따른 차등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제된 다음에는 각자의 능력이나 업적에 따른 차등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공정한 게임의 법칙:절차적 정의

이와 같은 두 가지 정의의 원칙은 정의가 공정하며 공정함은 절차가 공정하다는 기본 원리를 근간으로 한다.

롤스에 따르면 불평등한 사회에서 소수의 불평등자(최소 수혜자)가 그 사회를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사회이다.

그리고 그 정당한 불평등을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절차적 정의다.

카드 게임에서 돈을 잃었을 때 부당한 경우는 속임수를 쓰거나 게임의 진행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졌을 때가 그렇다.

그러나 게임의 법칙이 공정하다면 게임의 불평등한 결과 또한 공정하다는 것이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순수 절차적 정의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올바른 결과에 대한 독립적인 기준이 없으며 그 대신 바르고 공정한 절차가 있어서 그 절차만 제대로 따르면 내용에 상관없이 그 결과도 마찬가지로 바르고 공정하게 된다"며 절차적 정의를 역설한다.

⊙ '정의론'에 대한 평가

우리 상식으로는 자유와 평등은 대립되며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양극에 놓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롤스는 자유와 평등의 두 가지 원리 중 하나를 배제하지 않을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나름대로 구축해 내며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와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등을 인정하는 자유주의를 절충한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해결법은 결과로서의 평등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와 형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가능하다.

게임의 규칙이 공정하다면 게임의 결과에 무관하게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가. 롤스의 입장을 간단히 요약하면,창조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가난한 사람이나 능력 없는 사람은 사회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박성진 S · 논술 선임연구원 mok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