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첨삭 대신 가장 잘 쓴 답안 하나를 뽑았습니다.
일종의 예시답안을 통해 다른 이들은 나와 같은 문제를 풀고도 어떻게 다르게 쓰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끼리 벌이는 일종의 논술 예비시험이라고 생각해도 나쁘지 않겠네요.
보내준 모든 분의 첨삭을 하기엔 양이 너무 많은 관계로 해설서만 보내드린 분들도 있습니다.
이점 양해해 주기 바랍니다.
⊙ 전체 평가
제시문 4개를 2개의 입장으로 나눠 쓰는 문제였지요.
기본적으로 관점 비교하기 문제였습니다만,이를 깜박 하셨는지 전체 결론을 쓰지 않은 분이 많았습니다.
즉 맨 처음이나 끝에,예를 들어 <제시문들은 무엇에 대해(기준) A냐 B냐에 따라 상이한 관점을 보인다>는 결론을 붙이지 않은 것이지요.
이런 내용 없이 그저 제시문 요약하고 (1)과 (4)는 어떤 입장이라고만 밝힌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80% 이상의 학생이 저지른 제시문 요약의 문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비교나 공통점 찾기 문제는 문제조건에 따라 제시문의 내연을 조정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제시문 자체가 갖고 있는 내연만 서술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2)와 (3)은 경제학적 모델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제시문에는 그것이 강조돼 있지만,전체 문제 의도상 그것은 보편담론을 강조하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시문 요약의 방향을 이쪽으로 틀어놔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모델이 세계를 설명가능하다는 입장이다>와 같은 형태로 마무리지은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모든 요약은 문제조건에 맞게 조정돼야 합니다. 제시문의 몇몇 문장을 픽업해 베껴 써놓는다고 좋은 답안이 아닌 것이지요.
여기에,아직까지 기초적인 문장 다루기가 안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습니다.
무의미한 연결어,<또한>이나 <그리고>를 사용해 문장을 연결하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정확한 논리적 관계를 찾으셔야지요.
마지막으로 분량도 신경 써야 합니다.
500자 문제라면,원고지에 맞게 써보고 보내줘야 합니다.
쓰다보면 아시겠지만 글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제시문당 2문장 정도(외연+내연 형태)로 짧게 끊어 쓰는 연습을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뽑힌 이번 주 최우수 답안입니다.
위의 제시문들은 현실세계를 탐구하는 방법에 대한 입장에 따라 상대주의 입장의 제시문 1,4 와 보편주의 입장의 제시문 2,3으로 나눌 수 있다.
제시문 1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이르러 절대적인 법칙이나 이론,즉 거대이론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시대적 사실을 제시하면서 절대적 이론을 맹신하는 대신 상대적이고 다원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시문 4 역시 사회문화 현상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사회문제의 해결방법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사회에서 상대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제시문 2는 자신의 이론을 모든 현상에 적용하려 했던 경제학의 신고전파를 제시하여 보편적인 현상을 중시하여 일원론적으로 현상을 탐구하는 보편주의 특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형을 예로 들어 보편적인 이론은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단순화하는 작업이 현실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는 것을 강조하는 제시문 3도 보편주의에 입각하여 보편적이론 혹은 거대이론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풍문여고 김신효)
이 답안의 마지막 부분에서처럼 외연을 복문 처리하여 수식어구로 붙이는 방식은 반복된 구조를 피하려는 좋은 시도입니다.
항상 제시문이 문장의 맨 앞에 주어로 등장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네요.
⊙ 실전문제
이번 주 문제는 2008학년도 연세대 정시기출문제 중에서 편집해 봤습니다.
우리가 배웠던 평가유형의 문제이긴 하지만 다소 독해가 어렵군요.
논술을 계속 하다 보면 알겠지만,문제유형에 따른 글쓰기 스킬이 완성된다면 그 이후에는 독해의 문제가 큰 관건이 되지요.
문제에 대한 학생의 글은 6월 6일(월)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실 때는 학교,이름,주소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또한 지금 연재되는 생글 논술 첨삭노트가 한글파일 형태로 필요하신 선생님이나 학생들 역시 같은 이메일 주소로 신청해주세요.
이 연재의 원본이 되는 논술기초 교재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1> 제시문 (나)의 입장에서 (가)의 밑줄 친 부분의 타당성을 검토하시오. (500자 내외)
제시문 (가)
민족의 정체성과 그 기원에 관해서는 근원주의와 상황주의라는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민족을 근원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으로 본다.
이때 민족은 선천적인,그리고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핏줄로 이어지는 가족처럼,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민족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민족을 유전적 선택 과정과 합목적성의 확장으로 간주하는 주장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인식,태도,감정의 문제로 본다.
개인의 상황이 변화하면 그의 집단 정체성이나 소속감도 변화할 것이다.
혹은 적어도 어떤 사람의 집단적 정체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민족적 정체성은 개인이나 집단들의 이해관계,정치 사회적 목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런데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우리는 민족 정체성을 역사적,상징적,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민족은 문화적 집단으로 이해된다.
하나의 민족은 종교 관습 언어 또는 제도와 같은 문화적 차이를 통해 다른 민족과 구별되고 기원 신화와 공유된 역사의 기억을 중요시한다.
언어,종교,관습 등은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속되거나 때로는 개인들을 제약하기도 하는 문화적 징표들이다.
이러한 문화적 징표들이 객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것은 한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징표들은 또한 특수한 역사적 동인(動因)의 산물이기도 하다.
민족이 문화에 의해 정의된다는 말은 문화의 요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형태가 변하더라도 세대들이 연속성의 느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것은 역사 속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과 시대에 대한 공유된 기억 및 그 집단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세대들이 갖는 공통 관념을 뜻한다.
즉,민족의 정체성은 연속성에 대한 느낌,공유된 기억,집단의 운명에 대한 공통 관념 등 문화의 공통성에 의해 형성된다.
여기서 문제는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신화,상징,기억,가치들이 변형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이 여전히 한 민족의 구성원들을 다른 민족들로부터 분리시키고 구별 짓는 징표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제시문 (나)
자, 보라. 현재 물산장려운동(物産奬勵運動)의 사상적 도화수(導火手)가 된 것이 누구인가.
저들의 사회적 지위나 계급적 의식은 아무리 하여도 중산계급을 벗어나지 아니 하며 적어도 중산계급의 이익에 충실한 대변인인 지식계급이 아닌가.
또 솔선하여 물산장려운동의 실행적 선봉이 된 것도 중산계급이 아닌가.
실상을 말하면 노동자에게는 이제 새삼스럽게 물산장려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훌륭한 물산장려계급이다.
자본가 · 중산계급이 양복이나 비단옷을 입는 대신에 그들은 무명과 베옷을 입었고,저들 자본가가 위스키나 브랜디나 정종을 마시는 대신에 그들은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것은 저들 자본계급이 구실로 삼는 애국적이니 민족적이니 경제적 독립이니 하는 의미에서가 아니요,생활상 어쩔 수 없이 헐하고 좋지 못한 것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존속되는 이상 피착취계급인 노동자에게는 결코 그 이상의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만하면 물산장려운동이 중산계급의 운동임을 알 수 있지 아니한가.
그러면 이제부터는 물산장려를 주장하는 근거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생각해보자.
물산장려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손으로 지은 물품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좀 더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외화(外貨) 배척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저들이 떠드는 구실을 빌려 말하면 우리의 생산기관을 발달케 하여 산업을 진흥시키며 생활의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란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
일종의 예시답안을 통해 다른 이들은 나와 같은 문제를 풀고도 어떻게 다르게 쓰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끼리 벌이는 일종의 논술 예비시험이라고 생각해도 나쁘지 않겠네요.
보내준 모든 분의 첨삭을 하기엔 양이 너무 많은 관계로 해설서만 보내드린 분들도 있습니다.
이점 양해해 주기 바랍니다.
⊙ 전체 평가
제시문 4개를 2개의 입장으로 나눠 쓰는 문제였지요.
기본적으로 관점 비교하기 문제였습니다만,이를 깜박 하셨는지 전체 결론을 쓰지 않은 분이 많았습니다.
즉 맨 처음이나 끝에,예를 들어 <제시문들은 무엇에 대해(기준) A냐 B냐에 따라 상이한 관점을 보인다>는 결론을 붙이지 않은 것이지요.
이런 내용 없이 그저 제시문 요약하고 (1)과 (4)는 어떤 입장이라고만 밝힌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80% 이상의 학생이 저지른 제시문 요약의 문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비교나 공통점 찾기 문제는 문제조건에 따라 제시문의 내연을 조정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제시문 자체가 갖고 있는 내연만 서술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2)와 (3)은 경제학적 모델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제시문에는 그것이 강조돼 있지만,전체 문제 의도상 그것은 보편담론을 강조하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시문 요약의 방향을 이쪽으로 틀어놔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모델이 세계를 설명가능하다는 입장이다>와 같은 형태로 마무리지은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모든 요약은 문제조건에 맞게 조정돼야 합니다. 제시문의 몇몇 문장을 픽업해 베껴 써놓는다고 좋은 답안이 아닌 것이지요.
여기에,아직까지 기초적인 문장 다루기가 안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습니다.
무의미한 연결어,<또한>이나 <그리고>를 사용해 문장을 연결하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정확한 논리적 관계를 찾으셔야지요.
마지막으로 분량도 신경 써야 합니다.
500자 문제라면,원고지에 맞게 써보고 보내줘야 합니다.
쓰다보면 아시겠지만 글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제시문당 2문장 정도(외연+내연 형태)로 짧게 끊어 쓰는 연습을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뽑힌 이번 주 최우수 답안입니다.
위의 제시문들은 현실세계를 탐구하는 방법에 대한 입장에 따라 상대주의 입장의 제시문 1,4 와 보편주의 입장의 제시문 2,3으로 나눌 수 있다.
제시문 1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이르러 절대적인 법칙이나 이론,즉 거대이론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시대적 사실을 제시하면서 절대적 이론을 맹신하는 대신 상대적이고 다원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시문 4 역시 사회문화 현상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사회문제의 해결방법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사회에서 상대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제시문 2는 자신의 이론을 모든 현상에 적용하려 했던 경제학의 신고전파를 제시하여 보편적인 현상을 중시하여 일원론적으로 현상을 탐구하는 보편주의 특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형을 예로 들어 보편적인 이론은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단순화하는 작업이 현실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는 것을 강조하는 제시문 3도 보편주의에 입각하여 보편적이론 혹은 거대이론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풍문여고 김신효)
이 답안의 마지막 부분에서처럼 외연을 복문 처리하여 수식어구로 붙이는 방식은 반복된 구조를 피하려는 좋은 시도입니다.
항상 제시문이 문장의 맨 앞에 주어로 등장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네요.
⊙ 실전문제
이번 주 문제는 2008학년도 연세대 정시기출문제 중에서 편집해 봤습니다.
우리가 배웠던 평가유형의 문제이긴 하지만 다소 독해가 어렵군요.
논술을 계속 하다 보면 알겠지만,문제유형에 따른 글쓰기 스킬이 완성된다면 그 이후에는 독해의 문제가 큰 관건이 되지요.
문제에 대한 학생의 글은 6월 6일(월)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실 때는 학교,이름,주소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또한 지금 연재되는 생글 논술 첨삭노트가 한글파일 형태로 필요하신 선생님이나 학생들 역시 같은 이메일 주소로 신청해주세요.
이 연재의 원본이 되는 논술기초 교재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1> 제시문 (나)의 입장에서 (가)의 밑줄 친 부분의 타당성을 검토하시오. (500자 내외)
제시문 (가)
민족의 정체성과 그 기원에 관해서는 근원주의와 상황주의라는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민족을 근원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으로 본다.
이때 민족은 선천적인,그리고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핏줄로 이어지는 가족처럼,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민족 정체성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민족을 유전적 선택 과정과 합목적성의 확장으로 간주하는 주장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인식,태도,감정의 문제로 본다.
개인의 상황이 변화하면 그의 집단 정체성이나 소속감도 변화할 것이다.
혹은 적어도 어떤 사람의 집단적 정체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민족적 정체성은 개인이나 집단들의 이해관계,정치 사회적 목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런데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우리는 민족 정체성을 역사적,상징적,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민족은 문화적 집단으로 이해된다.
하나의 민족은 종교 관습 언어 또는 제도와 같은 문화적 차이를 통해 다른 민족과 구별되고 기원 신화와 공유된 역사의 기억을 중요시한다.
언어,종교,관습 등은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지속되거나 때로는 개인들을 제약하기도 하는 문화적 징표들이다.
이러한 문화적 징표들이 객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것은 한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징표들은 또한 특수한 역사적 동인(動因)의 산물이기도 하다.
민족이 문화에 의해 정의된다는 말은 문화의 요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형태가 변하더라도 세대들이 연속성의 느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것은 역사 속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과 시대에 대한 공유된 기억 및 그 집단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세대들이 갖는 공통 관념을 뜻한다.
즉,민족의 정체성은 연속성에 대한 느낌,공유된 기억,집단의 운명에 대한 공통 관념 등 문화의 공통성에 의해 형성된다.
여기서 문제는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신화,상징,기억,가치들이 변형되는 가운데서도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이 여전히 한 민족의 구성원들을 다른 민족들로부터 분리시키고 구별 짓는 징표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제시문 (나)
자, 보라. 현재 물산장려운동(物産奬勵運動)의 사상적 도화수(導火手)가 된 것이 누구인가.
저들의 사회적 지위나 계급적 의식은 아무리 하여도 중산계급을 벗어나지 아니 하며 적어도 중산계급의 이익에 충실한 대변인인 지식계급이 아닌가.
또 솔선하여 물산장려운동의 실행적 선봉이 된 것도 중산계급이 아닌가.
실상을 말하면 노동자에게는 이제 새삼스럽게 물산장려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훌륭한 물산장려계급이다.
자본가 · 중산계급이 양복이나 비단옷을 입는 대신에 그들은 무명과 베옷을 입었고,저들 자본가가 위스키나 브랜디나 정종을 마시는 대신에 그들은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것은 저들 자본계급이 구실로 삼는 애국적이니 민족적이니 경제적 독립이니 하는 의미에서가 아니요,생활상 어쩔 수 없이 헐하고 좋지 못한 것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존속되는 이상 피착취계급인 노동자에게는 결코 그 이상의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만하면 물산장려운동이 중산계급의 운동임을 알 수 있지 아니한가.
그러면 이제부터는 물산장려를 주장하는 근거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생각해보자.
물산장려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손으로 지은 물품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좀 더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외화(外貨) 배척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저들이 떠드는 구실을 빌려 말하면 우리의 생산기관을 발달케 하여 산업을 진흥시키며 생활의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란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