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공급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7) 공급의 법칙과 공급곡선
존 오웬스(John Owens)는 19세기 초에 활동했던 맨체스터 출생의 영국 상인이다.

역시 상인이었던 아버지와 동업하면서 무역에 뛰어들게 된 그는 뛰어난 수완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오웬스의 회사는 중국,인도,미국,남아메리카 등지를 대상으로 목화,차,밀 등 다양한 품목을 활발히 교역하였다.

오웬스는 교역하는 여러 품목들의 품질을 자신이 스스로 정확히 감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해당 품목의 전문가인 대리인들에게 상품을 사고 파는 일을 위임하였다.

거래를 위임하기는 했지만 그는 대리인들이 자신의 지침 아래 명확히 움직일 수 있도록 어느 가격에 얼마 만큼의 상품을 팔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 제공하였다.

예를 들어 1839년 그는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차를 판매하는 대리인에게 '가격이 2실링10펜스일 때는 50상자를 팔고,3실링일 때는 100상자를 팔아 달라'는 식으로 요구를 하였다고 한다.

모든 가격 수준에서의 공급량을 일일이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가격과 공급량의 관계를 정리한 그의 지침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공급표와 일맥상통한다.

공급(supply)이란 생산자가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그리고 공급량(quantity supplied)이란 생산자가 실제로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수량을 말한다.

어떤 상품의 공급량은 그 상품의 가격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수요는 만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행위와 관련이 있는 반면 공급은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생산자의 행위와 관련이 있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ceteris paribus) 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이윤도 따라서 오르기 때문에 공급량은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량은 감소한다.

공급의 법칙(law of supply)은 이와 같이 가격과 공급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공급의 법칙은 가격과 공급량 사이의 정(+)의 관계를 나타내지만 공급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상품의 가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가격 이외에 소득,소비자의 호감도,연관 상품의 가격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듯이 공급 또한 가격 이외의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현실에서 공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수없이 많지만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요인은 다음의 세 지이다.

① 생산기술:일반적으로 생산기술의 진보는 한 단위당 들어가는 생산비용의 절감을 가져온다.

이는 종전과 같은 비용을 지출하여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산기술이 향상되면 각각의 가격 수준에서 종전보다 더 많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극히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생산기술이 퇴보한다면 상품공급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② 생산요소의 가격:임금,지대,이자 등 생산요소의 가격이 하락하면 기술진보와 마찬가지로 생산비 절감의 효과가 있다. 따라서 생산요소 가격이 하락하면 상품공급은 증가한다.

반면 생산요소 가격이 상승하면 상품공급은 감소한다.

③ 공급자의 예상:공급자가 미래에 해당 상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가격이 오를 때 판매하기 위해 금기의 상품공급을 줄인다. 가격이 오를 때 폭리를 취하기 위해 물건을 한꺼번에 사들여 공급을 제한하는 매점매석은 바로 공급자의 예상에 기초한 행위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공급자가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금기의 상품공급은 증가할 것이다.

이제 이상의 논의를 공급함수와 공급곡선을 통해 나타내보도록 하자.

공급함수에 있어 종속변수는 공급량(Q)이며 독립변수는 상품의 가격(P),생산기술,생산요소의 가격,공급자의 예상 등이다.

함수관계를 표시하는 기호로 f를 사용한다면 공급함수는 Q=f(P,생산기술,생산요소 가격,공급자의 예상)의 꼴로 나타낼 수 있다.

해당 상품의 가격 이외의 모든 다른 변수들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이전 시간에 수요함수를 나타낼 때처럼 일차함수의 형태를 빌린다면 공급함수는 Q=aP+b(a,b=상수)와 같은 식이 된다.

가격과 수요량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수요의 법칙은 가격 P의 계수인 a의 부호가 음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공급의 법칙은 어떠할까?

공급의 법칙은 가격과 수요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가리키므로 공급함수에서 계수 a의 부호는 양수가 될 것이다.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함수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공급함수 Q=(1/2)P-50을 가격에 대해 정리하면 P=2Q+100이고,다음과 같이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7) 공급의 법칙과 공급곡선
만약 가격이 200이라면 생산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최대수량은 50이 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생산자가 50만큼을 판매하고자 할 때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가격(공급가격)이 200임을 뜻한다.

가격이 200보다 낮아지면 공급량은 50보다 적어질 것이고,가격이 200보다 높아지면 공급량은 50보다 많아질 것이다.

A점에서 B,C점으로 가는 것과 같은 곡선상의 이동은 가격 변화에 따른 공급량의 변화를 나타낸다.

현재 생산자가 가격이 200일 때 공급하고자 하는 양은 50이지만 생산기술의 향상 등이 이루어진다면 종전과 같이 200을 받더라도 더 많은 양을 공급할 수가 있다.

이러한 증가 효과는 모든 가격수준에서 일어나므로 생산기술의 향상은 공급곡선 자체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반면 생산요소 가격 상승과 같이 생산비를 증대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공급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공급곡선이 우상향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지식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공급의 법칙을 무시하는 정책도 종종 시행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뽑히는 것 중 하나가 가나의 카카오 가격 규제다.

가나는 한때 세계 카카오 생산의 중심지였지만 1965년부터 농민들이 정부에 낮은 가격으로 카카오를 판매하도록 강요받으면서 198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이 12%로 감소했다.

가나 정부는 농민들로부터 낮은 가격에 카카오를 사들여 비싼 값으로 수출을 하려고만 생각했지 가격이 낮아지면 공급량이 감소한다는 간단한 공급의 법칙은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경제현상도 사실은 간단한 경제원리에 의해 설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독자들은 앞으로 지면에 등장하는 이론들을 통해 세상을 좀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훈민 KDI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