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곡선은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과 수요량과의 관계

경제 주체가 소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만족을 가장 크게 하는 것이다.

만족은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커지기 때문에 소비량은 많을수록 좋고,만족은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소비량의 끝도 알 수 없다.

다만 소득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적정한 소비량을 결정할 뿐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더 많은 재화들을 소비할 것이고,가격이 하락하면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하려는 재화의 가격(P)과 소득(H)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이용한 에어컨(Q) 광고가 제품의 호감도(I)를 높였다면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선풍기 가격(J)이 내리면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더 많이 소비할 것이다.

전기료(K)가 올라가면 사람들의 에어컨 구입은 줄어들 것이다. 여름에 에어컨 가격이 비쌀 것으로 예상되면 가격이 싼 겨울에 미리 구매할 것이므로,가격에 대한 예상(L)도 소비에 영향을 준다.

경제주체가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를 수요라고 한다면, 이 모두가 수요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이처럼 한 상품의 수요에 미치는 여러 변수들을 함수 관계로 나타낸 것을 수요 함수라고 한다.

이것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함수와 같다. x라는 독립변수가 변함에 따라 y라는 종속변수가 결정되는 특정한 관계를 함수라고 하며,y=f(x)라고 표현한다.

이 중에서 일차 함수는 직선의 식으로 y=ax+b(a,b=상수)로 나타낸다.

이 식에서 x가 결정되면, 여기에 a가 곱해지고 b가 더해져서 y가 결정된다.

소비자는 결정된 시장의 가격을 보고 최적 소비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격은 수학의 독립변수,소비량은 종속변수에 해당한다.

에어컨 가격을 P라고 하고,에어컨 소비량을 Q라고 하면 수요함수는 Q=f(P)로 나타낼 수 있다.

만약 수요 함수가 일차함수라면 Q=aP+b와 같이 쓸 수 있다(이후 설명과 이해의 편의상 수요 함수는 일차 함수로 가정하고 설명할 것이다).

사실 수요 함수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

에어컨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득(H),호감도(I),선풍기 가격(J),전기료(K),미래 가격(L) 등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독립변수가 여러 개인 경우 y=f(x, z, ... , n)과 같은 식으로 나타내고 y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는 x, z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을 수요 함수의 입장에서 보면 Q=f(P, H, I, J, K, L)이 되며,수요 함수가 일차함수라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Q= aP+bH+cI+dJ+eK+gL+h(단,a,b,c,d,e,g,h=상수)

이 식은 좌변의 에어컨 소비량이 우변의 에어컨 가격,소득,선호도,선풍기 가격,전기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무려 5개로 복잡하다.

이것을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 경제학의 유명한 가정인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가 등장한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란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라는 의미다.

소득,선호도,다른 재화의 가격은 변수가 아닌 주어진 일정한 값으로 간주하고,위 식을 에어컨의 가격과 소비량에 관한 일차 함수로 생각하는 것이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5) 세테리스 파리부스와 수요 곡선
이처럼 수요 함수에서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만을 나타낸 것을 특별히 수요 곡선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전 시간에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량이 줄어들고,가격이 내려가면 수요량이 늘어나는 것은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결과이며,이를 수요의 법칙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위 식에서 수요의 법칙을 설명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에어컨의 가격 P의 계수인 a의 부호이다.

수요 법칙에 따르면 P가 상승하면 좌변의 수요량인 Q가 감소해야 하기 때문에 a의 부호는 음수가 되어야 한다.

a의 부호가 음수라는 사실이 수요의 법칙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배운 정상재와 열등재를 위 식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정상재란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는 재화를 말한다.

따라서 만약 에어컨이 정상재라면 소득(H)의 계수인 b의 부호는 양수가 될 것이다.

만약 열등재라면? 당연히 b는 음수가 된다.

광고 등으로 선호도(I)가 증가하면 에어컨 소비량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c는 양수가 된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선풍기 가격(J)이 상승하면 선풍기를 사용하던 사람도 에어컨을 사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에어컨의 소비가 늘어난다.

따라서 d는 양수가 된다. 이와 같이 관련된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자 해당 재화의 수요가 늘어나면 두 재화를 대체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전기료(K)는 어떤가? 전기료가 올라가면 사람들이 에어컨 소비를 줄일 것이므로 e는 음수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관련된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자 해당 재화의 수요가 줄어들면 두 재화를 보완재라고 부른다.

이제 L의 계수인 g의 부호는 스스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각각의 변화는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라는 가정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 함수를 통해 수요 곡선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번에는 수요 곡선을 그려보자.

앞에서 설명한 복잡한 식은 에어컨 가격과 수요량의 일차 함수이며,소득 등 다른 모든 조건은 주어진 값이다.

따라서 수요 함수 식에서 변수는 독립변수인 P와 종속변수인 Q뿐이다.

수학에서 독립변수인 x를 가로축에, 그리고 종속변수인 y를 세로축에 그리지만 경제학에서는 독립변수인 가격을 세로축에 그린다.

따라= y=ax+b의 식을 x=(1/a)y+(b/a)와 같이 나타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수학의 역함수를 구하는 것과 같다).

위에서 예로 든 수요 함수를 가격에 관해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1/a)Q+(b/a)H+(c/a)I+(d/a)J+(e/a)K+(g/a)L+(h/a)

이제 수요량을 가로축,가격을 세로축으로 하는 수요 함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수요 곡선의 그림이 된다.

즉,기울기가 (1/a)이고 세로축 절편이 '(b/a)H + (c/a)I + (d/a)J + (e/a)K + (g/a)L + (h/a)'인 일차 함수의 그래프이며,a가 음수이기 때문에 기울기는 음수로 수요 법칙이 성립하고 있다.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5) 세테리스 파리부스와 수요 곡선
이렇게 그려놓고 보니 가격이 변하면 곡선상의 움직임이고 가격 이외의 요인이 변하면 절편 값이 변하기 때문에 수요 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것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가격 변화에 의한 소비 변화를 수요량의 변화로,그 이외 요인에 의한 소비 변화는 수요의 변화로 설명하고 있는데,이것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수요 곡선에서 결정되지 않은 미지수는 가격과 수요량이다.

즉 미지수가 2개인 방정식이다.

그렇다면 해를 구하기 위해 가격과 수량으로 표현되는 다른 방정식이 하나 더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공급 곡선인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책임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