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⑫ 제시문의 키워드와 논리적 관계를 정확히 짚어야
중간고사가 거의 다 끝났습니다.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제 서서히 논술에 시동을 걸어야겠지요?

제시문의 수준을 다소 높인 문제들이 나간 후에는,실전유형의 문제들도 출제할 예정이니 계속 관심갖고 글을 보내주세요.

현재 한 분도 빠짐없이 첨삭해드리고 있답니다.

그럼 지난 241호에 나갔던 '성역할'에 대한 관점 비교하기 문제를 첨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시문과 문제는 241호를 참조해주세요.)

해설을 길게 하지 못하는 관계로 답만 말씀드리자면,(가)는 성역할이란 생물학적인 특성에 의해 고정되어 있다는 입장,(나)는 성역할이란 후천적(사회적) 규정에 의해 설정된 것에 불과하므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혹은 선택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비교를 위한 기준은 '남녀 간의 성역할을 바라보는 시선' 정도가 될 것이고,그 차이는 고정적/비고정적인지,그리고 생물학적/사회적인지에 따라서 발생되겠네요.

⊙ 학생첨삭 1

제시문 (가)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기준을 생물학적인 특성에 있다고 본다.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되는 임무나 상징성도 다르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이 생물학적인 특성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구별 기준을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생물학적인 특성을 넘어 개인의 선택을 기준으로 삼았다.


선택에 의해 생물학적으로 요구되었던 성역할 모델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성에게 여성으로써의 일뿐만 아니라 남성으로써 요구되어 온 일을 선택에 따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두 제시문은 모두 각 남녀의 성 역할의 기준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가)에서는 생물학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들면서 선천적인 조건을 강조하고 있고,(나)에서는 개인의 선택을 기준으로 삼으며 후천적인 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숙명여고 3학년 김윤진)

내용상으로 보면 매우 깔끔한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독해를 할 뿐더러 그것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득점이 기대되는 답안입니다.

키워드로서의 <성역할><생물학적><선천적/후천적>이라는 단어들도 잘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표현에 있어서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지요.

가령 어미에 관한 것입니다.

전체적인 글의 통일성을 위해서는 외연에는 <이다>를 쓰고,내연은 <인 것이다>를 쓰는 것이 좋지요.

그리고,이 룰을 글 내에서 통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의 글에서는 첫 문단에서는 <이다>의 동사어미를 내연에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두 번째 문단과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요.

더군다나 학생의 해석이 들어가는 세 번째 결론문단에서 다시 <이다>로 돌아온 것은 왜 일까요?

또한 <으로써>를 <으로서>와 혼동하여 사용한 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요?

<으로써>는 '을 가지고 도구로 사용할 경우'(with)를 일컫습니다.

지금의 경우는 역할이나 지위를 말하는 '으로서'(as)가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 학생첨삭 2

제시문 (가)와 (나)는 각각 남성과 여성의 구분에 있어서 선천적 혹은 후천적 원인이 작용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시문 (가)는 남성과 여성의 구별을 철저하게 생물학적 특성에 근거한 관점을 보인다.


생물학적으로 체제유지와 종족보존을 위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가장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제시문 (나)는 남성과 여성의 구별을 가능성을 바탕에 둔 개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남녀 누구나 사회적으로 정해진 역할이 아닌,개인의 상황에 맞는 역할을 선택하여 수행해 간다는 근거가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수생 석주혜)

첫 문단은 '비교하기'의 느낌보다는 '공통점 찾기'의 느낌입니다.

각각 입장을 취한다는 표현보다는 '어떤 차이를 보인다'는 표현이 더욱 적합한 표현입니다. 이 문제는 비교하는 문제이니까요.

두 번째 문단에서도 목적어를 두 번이나 반복되면서 다소 애매해졌습니다.

이럴 경우 목적어 대신 주어처리하면서 다음과 같이 바꿀 수도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따른 구분이 생물학적 특성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관점을 보인다.>

세 번째 문단에서 <가능성을 바탕에 둔 개개인의 선택>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의미가 연결은 되어 있지만,정확한 논리적 관계가 드러나지 않아요.

어떤 글을 쓴 후에 남이 읽을 때 좀 더 구체적이 될 수 있도록 퇴고를 해야 하는 것이죠.

바꿔보면 이렇습니다. <역할이란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내용을 분명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그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이네요.

이런 경우는 특정한 개념어나 혹은 제시문의 키워드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더군다나 글을 읽을 때 논리적 관계보다는 눈에 짚히는 대로 원고지에 옮기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우선 읽을 때 정확한 키워드와 그 논리적 관계를 잡아내야겠습니다.

⊙ 실전문제

이번 문제는 유형 자체는 공통점 찾기이지만,제시문의 수준을 다소 까다롭게 해보았습니다.

더군다나 경제관련 문제는 언제나 어렵게 느껴지지요?

이번 문제는 5월18일(화)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실 때는 학교 / 이름 / 연락처 / 주소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지금 연재되는 생글첨삭노트를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로 보고싶으신 선생님이나 학생분들 역시 같은 이메일 주소로 신청해주세요.

<문제> (가)와 (나)가 가지고 있는 관점의 공통점을 설명하시오.(400자 내외) (2008학년도 인하대학교 모의문제 중에서 편집)

제시문 가 지난 늦여름,2주 이상 쏟아진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인명 손실,가옥 파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생필품에 대한 막대한 수요가 발생하지만 공급은 아예 없거나 제한된다.

지역 주민들의 사정을 감안해 평소의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도 있지만,높은 가격을 받는 상인도 있다.

경제학의 훈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재난시에 비싼 값을 받는 사람들에게 분개한다.

반면 경제학자는 이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물건을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공급자는 최대한 모든 것을 동원해 그 지역으로 모인다.

높은 가격의 물건은 먼 거리까지 가서라도 가져오도록 만든다.

공급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많은 노동을 해서 더 많이 생산할 것이고,먼 거리에서 가장 빠른 수단을 이용해 만들어진 물건을 가져올 것이다.

물건들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초과비용(더 많은 노동이나 비싼 운송비)을 보상하기 위해서 비싼 가격으로 팔려야만 한다.

제시문 나 각 개인이 자신의 생산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자본을 투자,운영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고,그리하여 제품이 최대의 가치를 확보하도록 생산 활동을 운용한다면,각 개인은 결국 사회 전체의 연간 소득을 늘리는 데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한 것도 아니고,또한 그가 얼마나 공익의 증대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개인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의 안정만을 보장하려고 하고,자신의 제품이 최대의 가치를 확보하도록 생산활동을 벌임으로써 오직 자기 자신의 이윤만을 높이려 한다.

그리고 그 경우에도 다른 수많은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공익 증진의 결과를 낳는다.

공익 증진이 그의 생산 활동에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 전체에 언제나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공익의 증진을 의도적으로 목표로 삼을 때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한다.

자신의 자본을 투자할 만한 생산 활동이 무엇이며,또 그러한 생산 활동이 어떻게 최상의 가치를 가지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에 관해서는 당사자인 개인이 다른 어느 정치인이나 국회의원보다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자본을 투자하고 운영하는 문제에서 정치인이 시민 개개인을 조정하고 감독하려 한다는 것은,정치인 스스로가 전혀 불필요한 일을 하여 사서 고생하려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어느 개인에게나 어느 국가기구에도 안전하게 맡겨질 수 없는 '권위'를 정치인 자신이 가로채려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한 권위를 행사할 만한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감히 착각할 만큼 우둔하고 자만에 찬 사람의 손에 그 권위를 쥐어주는 것보다 위험스러운 일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