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모형을 통해 사회의 효율성을 관찰하는 잣대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2) 경제학의 분석 도구와 관점
인간 사회의 여러 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사회 과학이고,경제학도 사회 과학의 한 분야다.

사회학,심리학,정치학이 인간 사회를 관찰하는 눈과 귀를 따로 가지고 있듯이 사회 과학으로서 경제학도 인간 사회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도구와 관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도구는 모형(model)이고,관점은 효율성(efficiency)과 형평성(equity)이다.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 사회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때 인간 사회를 특정 목적에 맞게 단순화시키면 그나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다.

단순화는 모형을 통해 가능해진다. 모형이란 '실체를 알기 위해 실물을 본떠 만든 것'으로,경제학은 인간 사회의 모습을 알기 위해 작은 사회로 구성된 모형 사회를 만든다.

모형을 통해 세상을 단순화 과정에서 일부 정보는 무시되거나 사라질 수 있지만,이것은 보이지 않던 세상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최소한의 대가인 기회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단순화시키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모형은 일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현실의 이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친 단순화로 일반성이 상실되거나 현실 설명력이 떨어진다면 좋은 모형은 아닌 것이다.

경제학의 모형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이 바로 수요 · 공급 모형이다.

사람들의 사려는 욕구의 행태를 단순화시켜서 수요라고 하며,팔려는 욕구는 공급이라고 한다.

이 두 모습이 만나서 만들어진 시장이 경제 모형의 가장 기본이다.

모형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예측 대상이 되는,미래에 결정되는 어떤 것이 바로 모형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를 내생변수(endogenous variable)라고 부른다.

반면 모형에서 주어진 것으로 가정한 것,모형 밖에서 결정된 것을 외생변수(exogenous variable)라고 한다.

수요 · 공급 모형에서 관찰하고 싶은 것,예측 대상이 되는 것은 가격과 수량이다.

가격과 수량이라는 2개 변수의 값을 알고 싶다면 2개의 방정식이 필요하다.

미지수가 2개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방정식은 2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2개의 방정식이 필요하고 이 두 식이 만나서 내생변수인 가격과 수량의 해를 구하는 것이 경제적 분석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물론 수요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가격 이외에도 소득,기호 등 무수히 많다.

그러나 수요 · 공급 모형에서 관심은 가격과 수량의 결정이다.

따라서 소득이나 기호 등은 모형 밖에서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외생변수인 것이다.

모형에서 관심이 있는 대상은 그래프에 볼 수 있도록 나타낼 것이기 때문에 수요 · 공급 모형의 그래프 양 축은 내생변수인 가격과 수량이 차지하게 된다.

내생변수인 가격과 수량의 움직임은 그래프의 양 축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의 변화로 인한 수량의 변화는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 상에서 움직임이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반면 소득이나 기호 등의 외생변수는 그래프의 양 축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은 그래프 자체의 이동으로 표현된다.

결론적으로 그래프 양 축에 있는 변수는 그래프에서 결정될 변수이고 이 변화는 그래프상의 움직임인 반면에 그래프에 영향을 주는 외생변수의 변화는 그래프 자체의 이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그래프 분석에 다 통용되는 것으로,앞으로 경제 모형을 설명할 경우 언제나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 편리하다.

경제학이 모형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관점은 효율성과 형평성이다.

경제를 처음 배우면 자원은 부족하고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선택이 필요하며,선택은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때 인간의 욕망은 '목적'이라는 것으로 대표되며,자원의 부족은 '제약'이라는 것으로 대표된다.

효율적이란 것은 주어진 제약 속에서 목적을 가장 크게 만드는 선택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주어진 소득을 바탕으로 만족을 가장 크게 만드는 소비를 결정하는데 이것이 수요 곡선이다.

생산자들은 주어진 생산 기술과 비용의 조건에서 이윤을 가장 크게 만드는 생산을 결정하는데 이것이 공급이 되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수학에서 배우는 제약 조건 속에 최적화와 같은 이치다.

고교에서 최적화에 대한 수리적인 이해는 필요 없겠지만,수요와 공급의 배경이 제약 속에 경제 주체의 목적을 최대화하는 선택이라는 생각은 늘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이것은 자신의 이기심에 따른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아담 스미스의 주장을 모형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위와 같은 모형과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선택의 결과를 수리적으로 증명했다.

그것이 바로 완전 경쟁 시장이다.

완전 경쟁 시장이 성립하면 시장의 결과물은 가장 커지며 자원이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것이 경제학자들이 완전 경쟁 시장을 사랑하는 이유다.

효율성의 기준이 완전 경쟁 시장이라면 다른 하나의 관점인 형평성의 기준은 무엇일까?

언뜻 대답하기 어렵다. 우선 형평성이 무엇인지 말하기조차 어렵다.

똑같이 나눠 갖는 것이 형평성을 만족시키는 것일까?

사람마다 일한 양이 다르고 능력도 다른데 모두 같이 나눠 갖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재능이 사람마다 모두 다른데 어디까지 같아져야 할까?

이 중요한 문제에 관해 아직 경제학 교과서가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형평성은 효율성에 비해 주관적이며 뚜렷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경제 교과서의 설명은 효율성에 치중한다.

그러나 이것은 형평성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기보다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 효율성에 관한 이야기만이라도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과학적인 조심성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설명될 내용들도 효율성에 관한 것이 중심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것은 실증적 분석과 규범적 분석의 차이와도 관련이 있다.

실증적 분석이란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예상에 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외생 변수의 충격으로 경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와 같은 기술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말한다.

여기에 감정이나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모형에 따라 결과를 논리적으로 추론할 뿐이다.

반면 규범적 분석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분석이다.

이것은 당위에 관한 문제로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많기 때문에 과학으로서 경제학이 고민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철학,윤리학 등에서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휘발유 가격이 높아지자 정부가 최고가격제도를 시행하려 한다면 실증적 분석은 초과 수요가 만연하고 암시장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제공한다.

이것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왜 시행되어야 하는가는 규범적 분석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으로서 경제학 분석은 대부분 실증적 분석에 치중하고 있다.

규범적 분석은 주관적이며 과학적인 설명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증적 분석에 따라 다양한 정책의 결과를 예상하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과학으로서 경제적 분석의 역할이다.

그 결과의 선택은 규범적 분석의 몫이다.

앞으로 설명될 내용은 실증적 부분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며,효율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경제적 분석이 전개될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책임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