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논술 기출문제 풀이] 서강대 2010 수시2 (인문/사회과학계/커뮤니케이션 학부) 논술문제 풀이 <下>
서강대 2010 수시2 <인문/사회과학계/커뮤니케이션 학부> 시험은 문제 1,2번과 3번으로 나뉘어 나왔다.

이번 회에는 3번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자.

3번 문제는 중국에서 벌어졌던 동도서기,중체서용 등의 주요논쟁들이 제시문으로 나왔고 학생들에게 그러한 논쟁의 핵심과 쟁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어떻게 비판이 가능한지 묻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배경지식이 필요한 문제는 아니며 제시문 분석만 꼼꼼하게 한다면 각각의 입장을 정확히 구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분리와 단절은 정치 · 법률이 처리하는 일상생활과 종교 · 이데올로기 · 문화전통이 처리하는 정신세계의 일정한 거리두기이며 분리이다.

따라서 이는 후자가 전자에 대해 과도하게 간섭하지 못하게 하여 개체로 하여금 후자에 대해 더욱 더 많은 선택과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어떤 이가 이러한 현대 사회적 공중도덕을 자신의 신앙 이데올로기 또는 종교적 · 사적 도덕으로 삼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신념을 억지로 강요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양자는 각자 자기의 주장대로 하게 하여 각자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서로 간섭하여 한덩어리로 만들어 놓아 분리할 수 없게 해서는 안 된다. …중략…

현대의 사회적 도덕은 어떠한 교의나 주의를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모든 개체가 기본적인 공공의 생활규범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어떠한 가치 · 의의 · 주의 · 교조를 선택하고 믿을 자유, 현대 사회생활에서 개체의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

- 리쩌허우,「역사본체론」

그러나 그 근원을 올라가면 본지(「신청년」) 동인들은 본래 죄가 없다.

단지 저 데모크라시와 사이언스 두 분 선생을 옹호하였기 때문에 비로소 이 몇 가지 하늘에까지 닿을 큰 죄를 범한 것이다.

저 '데' 선생을 옹호하려면 곧 공자교와 예법과 정절,구윤리,구정치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고,저 '사이' 선생을 옹호하려면 곧 구예술과 구종교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데' 선생을 옹호하고 또 '사이' 선생을 옹호하려면 곧 국수주의와 구문학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세히 생각해 보면,본지가 '데' 선생과 '사이' 선생 두 분을 옹호한 것 외에 또 다른 죄목이 있겠는가?

- 천두슈,「신청년」

우리가 여러 차례 말한 대로 우리 동양 문화는 그 자체가 모두 어느 것도 옳고 그름,좋고 나쁨을 말할 수 없으며 서양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좋지 않고 맞지 않은 것,남에게 미치지 못하는 점은 모두 순서가 어수선하고 성숙이 너무 이르며 시의에 맞지 않았다는 데 있다. …중략…

오늘날 중국 문화와 인도 문화의 실패는 그 자체가 좋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다만 시의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 문화의 초기에는 모두 첫 번째 길을 걷게 마련이고,중국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길을 끝가지 걷지도 않고 중도에 방향을 틀어 두 번째 길로 나아갔다.

나중에 걸어야 할 길을 미리 걸어서 인류 문화의 조숙(早熟)이 된 것이다.

- 량수밍,「동서문화와 철학」

민주정치가 하나의 정치제도라면 그것은 당연히 보편적으로 유효할 수 있으며,따라서 서양이든 중국이든 어디서나 채용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민주' 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가지고 서양화라고 말할 수 없고,우리는 그것을 근대화 혹은 현대화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유가(儒家)는 자각적으로 민족의 생명을 수호하려 한다. 따라서 어떠한 외래문화나 종교에 의해 민족의 생명이 변질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지만 유가는 '민주'와 '과학'을 진심으로 요구한다.

우리는 심지어 민주와 과학은 바로 유가의 '내재적 요구' 혹은 '내재적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양지본심(良知本心)*은 도덕가치의 근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민주,과학의 가치를 긍정하며,그것의 완성과 성취를 요구한다.

하물며 유가의 외왕지학(外王之學)** 또한 민주정치와 과학기술을 더해야만 비로소 진일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 차이런허우, 유가와 현대화」

* 양지본심 ; 무한하고 신적인 도덕적 마음,양심

* 외왕지학 ; 타인을 다스리는 학문


<문제3>


① 동서 문화의 차이와 융합에 관한 ② 제시문[가],[나],[다],[라]의 입장을 간단히 기술하고, ③ [가]의 입장에서 [나][다][라]의 입장을 각각 비판하라. (40%,1000~1200자)


⊙ 논제 분석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①~③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①에서 제시문들은 동서문화의 차이와 융합에 관한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다양한 대학이 논제에서 제시문의 논의 방향을 한정짓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을 절대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즉 동서문화의 차이와 융합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제시문을 연결시켜 독해해야한다. 그것이 좋은 답안의 첫 번째 요건이 될 것이다.

또한 차이와 융합에 대해서 언급했으므로 이것을 각각 구별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차이는 동서문화가 어떻게 구별되는 지를 말한다.

즉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확실하게 구별되는 점은 어떤 것인지 학생이 파악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융합은 이러한 차이가 어떻게 함께 결합되어서 작동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에서는 차이와 융합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구체적으로 구별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②에서는 제시문의 입장을 간단히 기술하라고 했다.

따라서 ①의 요구조건에 맞추어 제시문에 드러나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어떤 것이며,그리고 차이가 어떻게 들어나고,어떤 방식으로 합쳐져야 하는 지를 서술하면 될 것이다.

간단히 기술하라고 했으니 제시문 각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학생들 글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제시문 (가)~(라)의 내용을 거의 요약,정리하다시피해서 분량의 반 이상을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아무리 요약, 정리를 잘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학교 측 의도는 학생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제시문을 이해했는지 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하면서 핵심 내용이 빠지지만 않으면 감점의 요소는 없다고 하겠다.

그런데 내용의 절반 이상을 내용정리로 채워버리면 ③의 요구조건을 쓸 부분이 적어진다.

③은 학생이 자신의 실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다.

즉 ②가 내용파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점검하는 부분이라면 학생의 분석력과 논리력을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이 ③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논제에서 중점을 두고 써야 할 부분은 바로 ③임을 알 수 있다.

즉 ③을 잘 썼을 때 다른 학생과 차별되는 나만의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③에서는 (가)의 입장에서 (나)~(라)를 비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판이라는 것은 장점과 단점,옳고 그름을 가려보라는 뜻이다. 무조건 잘못된 점을 찾아서 물고 늘어지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각 제시문에서 서술한 동서문화의 융합이 실제 현실을 얼마나 잘 서명하고 서술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융합의 모습이 구체적인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 제시문 분석

(가)에서는 일상생활의 영역과 정신세계의 영역이 분리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분리되지 않고 한덩어리로 엮여 있으면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신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개인이 공공의 질서를 위반하지 않는 한 어떠한 가치를 신봉하는 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동서문화의 차이와 융합으로 읽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동서문화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은 추론을 통해서 (가)의 내용을 동서문화와 연결시켜야 한다.

제시문의 중요한 힌트는 현대사회에 있다. 즉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공익을 훼손하지 않는 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거는 어땠을까? 당연히 과거에는 사회의 이데올로기나 가치를 그대로 따라야 했을 것이다. 즉 개인의 권리보다는 사회의 가치를 더 중요시 여겼을 것이다.

이 부분까지 사고를 진행했다면 동서를 연결하는 것은 의외로 쉽다.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서양의 문화로 볼 수 있고 반대로 사회를 강조한 것은 동양의 문화로 연결시킬 수 있다.

(나)에서는 민주주의와 과학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면 공자교와 예법,정절,구윤리,구정치에 반대할 수밖에 없고 과학을 신봉하면 구예술,구종교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즉 공자로 대변되는 동양의 유교적 정치질서,문화는 서양의 민주주의,과학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민주주의와 과학을 옹호하면 국수주의와 구문학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서양의 가치를 따르게 되면 동양적 가치에 따를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따라서 서양이 우월하고 동양은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입장이다.

(다)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큰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동양이 서양보다 못한 것도 없다고 본다. 다만 그 순서와 흐름이 맞지 않다고 서술한다.

특히 동양의 문화를 인류문화의 조숙이라고 판단한다. 즉 너무나 빨리 성숙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동양의 문화를 서양보다 앞선 것이라 보는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서양이 언젠가는 동양의 길을 따라 걷게 되리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와는 반대로 동양이 우월하고 서양이 열등하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라)에서는 민주정치를 보편적 제도로 보면서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서양화가 아니라 근대화 현대화라고 말한다.

또한 유가에는 이러한 민주주의와 과학적 정신이 내재하고 있다고 본다.

즉 민주주의와 과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동양적 전통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적 질서의 완성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것은 동양에 내재하는 가치를 추구하면 동양 또한 서양과 같은 정치적 문화적 질서를 완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문제풀이

동서문화의 차이와 융합에 관한 제시문 (가)~(라)의 입장을 간단히 기술하면 (가)는 동양의 문화는 사회를 중시하였지만 서양은 공익에 저해되지 않는 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가 오늘날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는 동양의 문화와 서양의 문화는 융합될 수 없으며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구정치,구예술,구종교에 벗어나는 길임을 말하며 서양적 가치의 우월성을 서술한다.

(다)는 동양과 서양은 큰 차이가 없으나 동양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발전의 순서에서 동양이 너무 앞서나갔기 때문이라는 입장으로 동양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라)에서는 동양의 유가적 전통 안에 이미 민주주의와 과학이 내재해 있으며 서양의 민주주의와 과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유가적 전통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유가의 완성이라고 보는 입장으로 동양과 서양의 가치가 대립적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가)~(라)의 입장을 동양의 입장에서 서양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중심으로 정리한다면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가)의 입장에서 (나)~(라)를 각각 비판하라는 것은 (가)의 주장,즉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의 정신세계에 대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받아들여야 할 자유의 원리이며 가치이라는 기준에서 (나)~(라)를 비판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를 비판하면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별하여 동양은 국수주의,구문학이라고 정의해버리면 전통적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

즉 동양의 가치를 따르고 안따르고는 개인의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양이 앞선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의 입장은 시기적으로 동양이 앞서 나갔다는 것인데 이것은 실질적으로 동양이 서양에 뒤처진 것에 대한 합리화와 자기방어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앞선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정신세계가 앞서나갔다고 해서 더 진보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정치적 법률적 제도와 시스템 또한 이러한 정신세계를 반영해야지만 진정으로 앞서나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의 입장은 동양의 유가적 전통 안에 이미 서양의 민주주의와 과학의 가치가 내재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구체적인 제도와 시스템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서강대 문제는 자신의 생각을 펴기보다는 논제와 제시문을 정확히 독해해서 분석할 수 있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강대는 2500자 내외의 분량에 쓰기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밖에 주지 않는다.

따라서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독해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김법성 S · 논술 선임연구원 greennamo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