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와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할수 있는 대안은 뭘까?
'제3의 대안''제3의 방법''제3의 길'….
우리는 상반되는 두 방법을 놓고 고민할 때,흔히 '제3의' 대안을 모색하곤 한다.
예를 들면,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이 사람이 유럽 여행을 갈 것이냐,동남아 여행을 갈 것이냐를 놓고 고민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장점은 우리가 교과서나 각종 서적에서만 접해 보았을 유럽의 선진적인 풍부한 문화적 자산들을 실제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되겠고,단점은 비싼 항공비와 국내 물가의 2~3배 정도는 족히 되는 유럽의 물가일 것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장점은 주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동남아의 평온한 휴양환경과 저렴한 항공비 및 물가가 되겠고,단점은 아시아를 벗어난 낯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만약 유럽여행을 꼭 가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부담스러운 금전적 희생이라도 감수할 것인 반면,보다 경제적인 선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금전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동남아 여행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경제 용어로 말하자면 이른 바 '기회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즉,유럽 여행을 택할 경우 금전적 측면에서의 기회비용이,동남아 여행을 택할 경우 정신적 기회비용이- 진한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자,그렇다면 이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을까?
우리가 소위 '제3의' 방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바로,이처럼 극단적으로 대치되는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이다.
⊙ 제3의 길: 노쇠한 복지국가와 불량한 자본주의국가 사이에서
위의 사례에 대해서 잠시만 더 이야기해보자.
유럽과 동남아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서 양자의 장점을 골고루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은 제3의 여행지를 찾는 것이다.
즉,유럽과 동남아에서 각각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부분적으로 갖추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는 그곳이 바로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를테면,라틴아메리카를 생각해보자.
이곳의 경우,유럽보다는 물가가 훨씬 저렴하되,고대문명을 비롯한 다양하고 생경한 문화유산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아시아에 비해 그만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의 경우,이 사례에서 여행자가 택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여행과 같은 일상적 사건이 아니라,사회 전체의 운명을 가르는 사회체계(social system)에 관해서라면 어떨까?
이 거대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위의 사례에서처럼 다른 여행지를 찾아보는 식으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대답은 아니오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대다수 국민의 복지와 안녕을 결정하는 거대한-혹은 사소하더라도- 사회문제의 경우,'제3의' 길을 찾으려 했을 시,그 대상이 되는 선택지가 미리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택하는 문제의 경우에 우리가 라틴아메리카 등의 '미리 존재하는' 대상을 찾는 것이 관건인 반면,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에는 우리가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대상을 '창조'해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본 주제로 직접 들어가서 논의해보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맹국을 중심으로 하는 지구상의 모든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20세기 후반 이래로 공통적인 딜레마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 딜레마란,흔히 '복지국가와 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독자들도 어느 정도 익숙하겠지만,자본주의 국가가 자국민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하는데,그렇게 하기 위해서 각종 경제부양책이나 기업규제 철폐 등을 단행할 경우,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현격하게 낮아진다는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개인의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심화시켜온 복지국가의 경우- 1980년대 이후,지구상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칸디나비아 반도 나라들의 국민소득 대비 복지예산은 30%를 상회했다- 시장의 비효율성이 심각하게 수반되었고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게 되었다.
따라서 수많은 정책전문가,학자,정치인들이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고,여기서 소개할 「제3의 길(The Third Way)」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오늘날 현실정치와 학계에서 언급되는 '제3의 길'이란 세계적인 사회이론가 · 정치가인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1998년 펴낸 책으로,복지국가와 자본주의국가,성장과 평등,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등으로 표현되곤 하는 현대사회의 딜레마를 풀고자 노력한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 영국노동당 살리기 프로젝트
우선,기든스의 「제3의 길」이 나오게 된 배경을 간단히 이야기 해보자.
기든스는 1998년 당시,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지낸 후 런던정치경제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쇠락한 영국노동당을 살려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던 토니 블레어(Tony Blair · 1997~2007년 영국 총리)의 자문을 맡고 있었으며 △10%를 향해 치솟는 실업률 △극심한 경제 침체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복지 등 치명적인 사회문제들을 해결하여 침체된 영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해야만 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기든스가 블레어에게 제공한 것이 바로 '제3의 길' 강령으로,이 강령은 부유하지만 불평등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그리고 평등하지만 경기 침체에 취약한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사이에서 문자 그대로 제3의 시도를 모색할 것을 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제3의 길' 강령 중 여기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사회투자국가'의 개념이다.
'사회투자국가'란,각종 사회보험(의료보험 산재보험 등)이나 직접적 복지지출(기초생활수급비 지급 등)에 초점을 두는 복지국가와 달리,국가의 투자를 노동인력에 집중시키는 국가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에게 생활비를 직접 주는 역할이 아니라,돈을 벌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데 돈을 쓰는 국가인 것이다.
독자들 중에는 '인적 자본'이나 '인적 자원' 등의 말이 익숙한 이들도 있을 것인데,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제3의 길' 강령이 널리 유포된 이후에 등장한 것들이다.
다시 말해,근로가 가능한 모든 인구를 일종의 자본이나 자원,즉 투자 대상으로 파악한 후 이들의 교육에 예산을 투자하여 그 이득을 환수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득이란,높은 수준의 근로자들이 양산되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 전체적인 부(富)를 창출하는 데 있다.
요컨대 사회투자국가란,인적 자원에 예산을 투자하여 경제를 부양시키는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국가를 이르는 말이다.
기든스는 이러한 국가를 일컬어 '적극적인 복지를 행하는 국가''신뢰할만한 국가'라 부르기도 한다.
⊙ 위험과 성찰의 시대
다만 '제3의 길'이 추구하는 사회투자국가 모델을 채택하면,기존의 복지국가와 달리 실업률의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만 한다.
사회투자국가는 기업의 해고와 구조조정을 다소간 용인하되,실업인력을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인력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예산을 투자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든스에게 있어,신자유주의적 해고 및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 그가 착상했던 국가의 모델은 기존의 복지국가처럼 실업인구 모두에게 생활비를 주는 국가가 아닌,실업인구를 다시 고용인구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인 것이다.
곧 기든스는 고도화된 경쟁의 시대에서 도태된 자국민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이들에게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줄 수 있는 전략적 국가를 착상하려 했다.
그리고 이는 현대사회를 끊임없는 위험의 시대라 정의한 후,이 위험에 대처해나갈 수 있는 성찰을 요구했던 그의 전반적인 학문적 입장과 정확히 조화를 이룬다.
⊙ 시대를 주도한 사상가
몇 년 전 영국에 거주할 당시,필자는 기든스가 런던정치경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한 노동당과 영국정치의 미래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강의에서 노년의 기든스는 여전히 '제3의 길'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고 역설했고,대학생들의 예리하고 민감한 질문 하나하나에도 매우 자세하게 답변해주는 친절을 보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그중에서도 특히 논술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제3의 길」은 매우 간결하고 치밀하게 짜인 모범적 논리를 갖고 있으며,현 시점의 한국정치에도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누가 알까? 이 글을 읽는 학생들 중에서 후일에 한국의 기든스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지….
이상경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anglee@gmail.com
우리는 상반되는 두 방법을 놓고 고민할 때,흔히 '제3의' 대안을 모색하곤 한다.
예를 들면,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이 사람이 유럽 여행을 갈 것이냐,동남아 여행을 갈 것이냐를 놓고 고민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장점은 우리가 교과서나 각종 서적에서만 접해 보았을 유럽의 선진적인 풍부한 문화적 자산들을 실제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되겠고,단점은 비싼 항공비와 국내 물가의 2~3배 정도는 족히 되는 유럽의 물가일 것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장점은 주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동남아의 평온한 휴양환경과 저렴한 항공비 및 물가가 되겠고,단점은 아시아를 벗어난 낯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만약 유럽여행을 꼭 가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부담스러운 금전적 희생이라도 감수할 것인 반면,보다 경제적인 선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금전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동남아 여행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경제 용어로 말하자면 이른 바 '기회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즉,유럽 여행을 택할 경우 금전적 측면에서의 기회비용이,동남아 여행을 택할 경우 정신적 기회비용이- 진한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자,그렇다면 이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을까?
우리가 소위 '제3의' 방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바로,이처럼 극단적으로 대치되는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이다.
⊙ 제3의 길: 노쇠한 복지국가와 불량한 자본주의국가 사이에서
위의 사례에 대해서 잠시만 더 이야기해보자.
유럽과 동남아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서 양자의 장점을 골고루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은 제3의 여행지를 찾는 것이다.
즉,유럽과 동남아에서 각각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부분적으로 갖추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는 그곳이 바로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를테면,라틴아메리카를 생각해보자.
이곳의 경우,유럽보다는 물가가 훨씬 저렴하되,고대문명을 비롯한 다양하고 생경한 문화유산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아시아에 비해 그만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의 경우,이 사례에서 여행자가 택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여행과 같은 일상적 사건이 아니라,사회 전체의 운명을 가르는 사회체계(social system)에 관해서라면 어떨까?
이 거대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위의 사례에서처럼 다른 여행지를 찾아보는 식으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대답은 아니오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대다수 국민의 복지와 안녕을 결정하는 거대한-혹은 사소하더라도- 사회문제의 경우,'제3의' 길을 찾으려 했을 시,그 대상이 되는 선택지가 미리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택하는 문제의 경우에 우리가 라틴아메리카 등의 '미리 존재하는' 대상을 찾는 것이 관건인 반면,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에는 우리가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대상을 '창조'해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본 주제로 직접 들어가서 논의해보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맹국을 중심으로 하는 지구상의 모든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20세기 후반 이래로 공통적인 딜레마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 딜레마란,흔히 '복지국가와 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독자들도 어느 정도 익숙하겠지만,자본주의 국가가 자국민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하는데,그렇게 하기 위해서 각종 경제부양책이나 기업규제 철폐 등을 단행할 경우,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현격하게 낮아진다는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개인의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심화시켜온 복지국가의 경우- 1980년대 이후,지구상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칸디나비아 반도 나라들의 국민소득 대비 복지예산은 30%를 상회했다- 시장의 비효율성이 심각하게 수반되었고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게 되었다.
따라서 수많은 정책전문가,학자,정치인들이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고,여기서 소개할 「제3의 길(The Third Way)」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오늘날 현실정치와 학계에서 언급되는 '제3의 길'이란 세계적인 사회이론가 · 정치가인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1998년 펴낸 책으로,복지국가와 자본주의국가,성장과 평등,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등으로 표현되곤 하는 현대사회의 딜레마를 풀고자 노력한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 영국노동당 살리기 프로젝트
우선,기든스의 「제3의 길」이 나오게 된 배경을 간단히 이야기 해보자.
기든스는 1998년 당시,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지낸 후 런던정치경제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쇠락한 영국노동당을 살려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던 토니 블레어(Tony Blair · 1997~2007년 영국 총리)의 자문을 맡고 있었으며 △10%를 향해 치솟는 실업률 △극심한 경제 침체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복지 등 치명적인 사회문제들을 해결하여 침체된 영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해야만 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기든스가 블레어에게 제공한 것이 바로 '제3의 길' 강령으로,이 강령은 부유하지만 불평등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그리고 평등하지만 경기 침체에 취약한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사이에서 문자 그대로 제3의 시도를 모색할 것을 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제3의 길' 강령 중 여기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사회투자국가'의 개념이다.
'사회투자국가'란,각종 사회보험(의료보험 산재보험 등)이나 직접적 복지지출(기초생활수급비 지급 등)에 초점을 두는 복지국가와 달리,국가의 투자를 노동인력에 집중시키는 국가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에게 생활비를 직접 주는 역할이 아니라,돈을 벌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데 돈을 쓰는 국가인 것이다.
독자들 중에는 '인적 자본'이나 '인적 자원' 등의 말이 익숙한 이들도 있을 것인데,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제3의 길' 강령이 널리 유포된 이후에 등장한 것들이다.
다시 말해,근로가 가능한 모든 인구를 일종의 자본이나 자원,즉 투자 대상으로 파악한 후 이들의 교육에 예산을 투자하여 그 이득을 환수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득이란,높은 수준의 근로자들이 양산되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 전체적인 부(富)를 창출하는 데 있다.
요컨대 사회투자국가란,인적 자원에 예산을 투자하여 경제를 부양시키는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국가를 이르는 말이다.
기든스는 이러한 국가를 일컬어 '적극적인 복지를 행하는 국가''신뢰할만한 국가'라 부르기도 한다.
⊙ 위험과 성찰의 시대
다만 '제3의 길'이 추구하는 사회투자국가 모델을 채택하면,기존의 복지국가와 달리 실업률의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만 한다.
사회투자국가는 기업의 해고와 구조조정을 다소간 용인하되,실업인력을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인력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예산을 투자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든스에게 있어,신자유주의적 해고 및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 그가 착상했던 국가의 모델은 기존의 복지국가처럼 실업인구 모두에게 생활비를 주는 국가가 아닌,실업인구를 다시 고용인구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인 것이다.
곧 기든스는 고도화된 경쟁의 시대에서 도태된 자국민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이들에게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줄 수 있는 전략적 국가를 착상하려 했다.
그리고 이는 현대사회를 끊임없는 위험의 시대라 정의한 후,이 위험에 대처해나갈 수 있는 성찰을 요구했던 그의 전반적인 학문적 입장과 정확히 조화를 이룬다.
⊙ 시대를 주도한 사상가
몇 년 전 영국에 거주할 당시,필자는 기든스가 런던정치경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한 노동당과 영국정치의 미래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강의에서 노년의 기든스는 여전히 '제3의 길'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고 역설했고,대학생들의 예리하고 민감한 질문 하나하나에도 매우 자세하게 답변해주는 친절을 보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그중에서도 특히 논술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제3의 길」은 매우 간결하고 치밀하게 짜인 모범적 논리를 갖고 있으며,현 시점의 한국정치에도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누가 알까? 이 글을 읽는 학생들 중에서 후일에 한국의 기든스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지….
이상경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ang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