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개막 각국 기업, 비즈니스 각축장
[기획- 엑스포] 상하이 엑스포, 차이나 ‘경제 파워’ 세계에 알린다
중국 대륙이 다음 달 1일 개막할 상하이엑스포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선 정상가보다 2~3배 비싼 암표가 돌아다닐 정도다.

세계 각국의 관심도 뜨겁다.

덴마크는 지금껏 한번도 해외로 내보낸 적이 없던 인어공주 동상을 상하이로 공수하기로 결정했다.

'화심(華心)'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하이엑스포는 세계 보물의 경연장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 하나의 중국

다음 달 1일부터 10월31일까지 184일간 상하이에서 펼쳐질 엑스포는 세계박람회기구(BIE)가 공식 인정하는 등록 엑스포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상하이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예상하는 총 관람객은 약 7000만명에 달한다.

정부가 하루 관람객을 60만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라고 하니 그 위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은 엑스포 준비에 300억위안(약 37억5000만달러)을 쏟아부었고, 전시회가 열릴 푸둥 지역은 폐허에서 지금은 모두가 주목하는 장관으로 탈바꿈했다.

중국이 엑스포에 국력을 집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첫 번째 목표는 중국을 하나로 묶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스포의 성공을 통해 세계 경제 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자국민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올림픽에 이어 엑스포까지 개최함으로써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위용을 과시하는 것도 중국의 의도 중 하나다.

실제 올림픽과 엑스포는 국가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1964년)과 오사카 엑스포(1970년)를 연달아 개최,일약 세계 경제의 '스타'로 부상했다.

한국은 비록 BIE가 공인한 등록 엑스포는 아니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과 93년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아시아의 용(龍)으로 부상했다.

이번엔 중국의 차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중국이라는 호랑이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IBK투자증권은 개최기간이나 행사방식 등을 고려할 때 상하이엑스포의 경제적 효과는 베이징올림픽보다 크다는 진단까지 내놨다.

인프라 투자 · 전시관 설립 등 상하이엑스포에 투입되는 비용은 원화로 환산해 대략 50조원으로 베이징 올림픽 때와 유사하다.

그러나 상하이엑스포 개최 기간은 6개월로 올림픽(17일)보다 10배 이상 길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소매 · 유통, 숙박, 항공 · 운송 · 관광업종의 연쇄적인 매출 증가가 올림픽 때보다 훨씬 클 것은 자명한 일이다.

IBK투자증권은 상하이엑스포를 방문하는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을 각각 3000위안과 1000위안으로 가정할 때,상하이엑스포 개최에 따른 소비 증가분은 400억위안으로 상하이 GDP의 2.7%,중국 GDP의 0.1~0.2%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인프라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 GDP를 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수많은 중국인이, 그것도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중국의 핵심 소비층이 엑스포를 찾아온다는 얘기다.

⊙ 중국에 쏠린 눈

상하이엑스포는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도 절호의 기회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가장 많은 자동차를 소비하는 국가로 자리잡았다.

최고급 와인, 값비싼 명품도 중국에선 늘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임을 증명했다.

여의도 2배 면적에 달하는 푸둥 엑스포 단지엔 40개국의 국가관과 17개 글로벌 기업관, 50개 도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기업관이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상하이엑스포 조직위는 비상업성을 전제로 한 문화 전시회에 글로벌 스폰서십 제도를 도입했다.

역대 엑스포 중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GM과 상하이자동차의 합작 회사인 상하이GM과 코카콜라의 경우 각각 300억원가량의 돈을 내고 글로벌 기업관을 만들었다.

조직위가 이런 거액의 대가로서 제공한 것은 '배타적 권리'다.

예컨대 상하이GM은 동종 자동차 업체들이 상하이엑스포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권리를 얻었다.

일본의 도요타가 이번 엑스포 참가를 포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자동차는 한국 기업연합관의 '멤버' 자격으로 참가는 하지만 로고 부착을 놓고 조직위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국보급 보물을 대거 전시관에 들여놓기로 한 것도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프랑스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을 비롯해 폴 세잔,고갱,에두아르 마네,피에르 보나르,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내년에 여수엑스포를 성공리에 개최해야 할 한국으로선 상하이엑스포가 갖는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

중국의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여수엑스포는 국내 잔치로 전락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수엑스포 준비위원회는 상하이엑스포 참가를 결정하면서 '한 · 중 우호 증진'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정했다.

한국을 알리는 일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관은 한글의 자모를 입체적으로 설계한 독특한 외형으로 현지 언론 조사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국가관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관과는 바로 이웃해 있어서 동계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박동휘 한국경제신문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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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엑스포 역사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열어 ‘해양 한국’ 뽐낸다

우리나라가 처음 참가한 엑스포는 1893년 시카고 박람회다.

당시는 박람회장에 기와집을 짓고 관복 도자기 모시 부채 갑옷 등을 전시하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1900년 제2회 파리 박람회에도 참가했다.

그러다가 광복 후인 1962년 미국 시애틀 박람회를 시작으로 엑스포에 다시 참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87년 세계박람회기구(BIE)에 가입하고,시카고 박람회 참가 100년 만인 1993년 BIE 인정 박람회인 대전 엑스포를 개최했다.

대전 엑스포는 개발도상국에서 열린 최초의 BIE 공인 박람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1851년 런던 박람회 이후 1992년까지 엑스포를 개최한 나라는 미국(9개 도시에서 14차례), 프랑스(파리에서 7차례), 영국(3개 도시에서 6차례), 일본(3개 도시에서 7차례), 벨기에(2개 도시에서 4차례), 호주(3개 도시에서 3차례), 캐나다(2개 도시에서 2차례), 스페인(세비야에서 1차례) 등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2년엔 여수 세계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 엑스포와 마찬가지로 BIE 인정 박람회다.

여수 세계박람회는 '살아있는 바다,숨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을 주제로 열린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박람회가 12조3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조7000억원의 부가가치, 7만9000명의 고용유발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바다와 연안이 주제인 만큼 해양산업과 지역발전 효과가 주목된다.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