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짜기
[생글 논술 첨삭노트] ⑨ 답과 각 파트가 유기적 구조를 가져야
그렇다면 이제 평가하기 문제의 구조를 짜보도록 하지요.

구조를 짜기 전에 잠시 언급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에는 결론을 앞에 두는 방식의 두괄식이 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셀 수 없이 많은 답안지를 봐야 하는 채점자의 심정을 고려하여(?) "나는 답을 맞혔다"는 것을 재빨리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대학에서 제시해놓은 많은 예시답안의 형태가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어디다 쓰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요.

다만,그 답과 다른 파트와의 논리적 연관성이 중요하고, 어느 정도 유기적인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그럼,다음의 제시문들을 가지고 구조를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토끼는 낮잠을 자며 오만하게 굴었지만,거북이는 성실하고 또 꾸준하게 걸어서 결국 승리를 따내었다.

(나) 흥부와 놀부 이야기

놀부는 뼈빠지게 일해서 부자가 되었다. 놀부는 어려운 시절을 지냈던 터라 자린고비처럼 부지런함을 강조하였으나,동생인 흥부는 천성적으로 조급함이 없으니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우연한 기회에 로또를 맞는 바람에 큰 부자가 되었다. 동생인 흥부는 '역시 인생은 한방'이라며 기와집같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문제> 제시문 (가)의 관점을 바탕으로 제시문 (나)의 흥부의 태도를 비판하시오.


우연한 기회에 부자가 된 (나)의 흥부의 태도는 (가)에서 보여지는 거북이의 성실성과 대비되는군요.

그 성실성으로 기회주의적인 흥부의 태도를 비판해보죠.

· 공격무기

(가)의 관점 ; 거북이의 성실함,꾸준함,부지런함이야말로 건전한 가치이다.

· 공격대상

로또를 통해 일확천금을 누리게 된 흥부의 태도 / 인생은 한 방이라는 생각.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전형적인 평가하기 틀(A)과 결론을 강조하는 평가하기 틀(B),두 형식을 보겠습니다.

먼저 스탠더드한 스타일입니다.

이 형태는 문제의 조건이 등장한 순서대로 (가)를 읽고,(나)를 읽은 후에 이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리는 방식입니다.

공통점 찾기와 별반 다를 바 없어보이지요.

이 형태는 구성하기 간단한 반면,각 파트의 유기적 연결이 애매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나)의 진행이 마치 기계적인 나열같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와 (나)의 내연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나 비판받을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를 표로 꾸미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⑨ 답과 각 파트가 유기적 구조를 가져야
(가)의 요약은 당연히 '성실함'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토끼를 넣거나,굳이 전체 내용을 다 요약할 필요도 없지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은 거북이의 성실함이고,(가)의 관점은 그런 '성실함을 주장'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표를 보다보면 알겠지만,(나)의 요약과 결론은 매우 유사한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요약=외연+내연이고,이 내연이란 것이 사실상 결론(문제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즉,(나)와 결론부분은 반복이 있을 수 있고,이것을 유의해서 다양한 어휘로서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비판 문제의 센스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결론을 앞으로 꺼내는 B타입을 보도록 하지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⑨ 답과 각 파트가 유기적 구조를 가져야
B 타입 구조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결론에 이어지는 (나)의 요약이 '결론에 대한 근거이자 부연'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마땅히,이미 결론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 결론에 대한 설명은 (나)가 수행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①<-인 것이다>와 같은 내연으로 처리하거나,혹은 ②<-때문이다>와 같은 인과적 서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때문이다>의 식으로 꾸며본다면 다음과 같이 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나)의 흥부는 결국 -에도 불구하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 실전문제

자,지금까지 논술의 3대 문제유형인 공통점 찾기,비교하기,평가하기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주부터는 이 코너의 제목처럼 첨삭을 받을 수 있는 문제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밑에 보이는 문제를 푸신 후에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때는 학교/ 이름/ 주소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문제> 두 제시문의 공통된 관점에 대해 서술하시오. (300자)

인간이 감히 신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디지털 기기 앞에서 뿐이다.

모든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정될 수 있으며,그 안에서는 사용자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매력을 아이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몸 부딪혀 가며 뒹굴 바에는 가만히 앉아 키패드를 조작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편안한 일인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하더라도,의견이 맞지 않는 친구와 매번 다투느니 내 조작에 언제나 순응하는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이제는 굳이 놀기 위해 아이들을 찾지 않아도 된다. (사실 아이들도 없다!)

시간이 늦었다고 엄마손에 이끌려 집에 갈 일도 없다.

스위치만 켜면 24시간 언제나 나와 함께 하는 그 녀석(?)은 언제나 진정한 친구일테니 말이다.

아이에게 부여된 그 '권력'은 온갖 불가항력적인 관계와 사물에 둘러 쌓여 있던 자그마한 아이에게 자유를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힘든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완전한 자유'라는 선물을 안기게 된다.

- 이용준,「게임권하는 사회」

디카라는 개인기기는 사용자 일인에게 부가된 장비이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것 무엇이든 담을 수 있으며,심지어 자신의 모습(셀프)까지 담아낼 수 있다.

조그마한 LCD창에 비친 세상은 존재하는 실제 세상에서 떼어내어 자신이 보관하게 된 '자신만의 세상'이 된다.

거기에 포토샵만 조금 다룰 줄 안다면 그 찍은 사진마저 자르고 붙이고 하여 새로운 세계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실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행위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다른 존재의 개입없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최고의 자유로서 드러나게 된다.

결국 디지털 시대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대이다.

이는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관점으로의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마땅하다.

무궁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2의 눈으로서 디카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이 파고 들어와 디지털 라이프의 축이 되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 이용준,「우리들의 디카 세상」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