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잘못하면) ~하기 쉽다’

우리말 표현법에서 숙어처럼 짝을 이뤄 쓰이는 말(구조어)은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문장 성분 간의 호응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구조어를 잘못 처리해 문장이 어색해지는 경우는 대개 그 용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쓰는 내용'에 몰두한 나머지 표현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 예는 이런 함정에 빠져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게 된 것들이다.

가) 자칫 불량품이 나오지 않게 끝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 이는 중국인과의 무역협상에서 신용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다) OO증권은 이런 분석결과로 미뤄 무디스 실사단이 방한한 이날부터 짧게는 12월 초까지,늦으면 내년 1월 초까지 주식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문 가)에서 '자칫'은 본래 '자칫 잘못하면'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 뒤에는 '~하기 쉽다' '~하게 된다' '~하기 마련이다'와 같은 말이 올 때 자연스럽다.

이때 '잘못하면'은 생략해서 쓰기도 하므로 '자칫 ~하기 쉽다(하게 된다,하기 마련이다)'도 같은 말이다.

즉,'자칫'이 홀로 쓰일 때는 '잘못하면'이란 부정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므로 그 뒤에 다시 부정어가 오면 어색해진다.

따라서 예문은 '자칫 (잘못하면) 불량품이 나오게 되므로(또는 나오기 쉬우므로) 끝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로 써야 바른 표현이다.

나)에서 '얼마나'는 의문사다. 따라서 이 말을 받는 어미 역시 추측이나 의문을 나타내는 '-ㄴ지'가 와야 한다.

예문에서는 서술형 어미인 '얼마나 중요하다'로 연결돼 어울리지 않게 된 것이다.

'~신용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로 써야 한다.

또는 예문과 같이 쓰려면 의문사를 빼고 '~신용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처럼 표현해도 된다.

다)에서는 '짧게는~ 늦으면~'으로 연결된 부분이 어색하다.

'짧게는' 뒤에는 '길게는'이라는 대구 형식이 와야 자연스럽다.

더구나 '늦다'라는 말은 '기준이 되는 때에 뒤져 있음'을 뜻하는 말이므로 의미상으로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