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을 알게 모르게 직간접적으로 차별하는 행위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어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가장 쉬운 예로 영어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원생모집 광고 문구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빗대어 '꿀 먹은 벙어리'란 용어를 빌려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 이외에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등 … 청각장애인을 벙어리라고 표현하며 인권을 짓밟는다면 이는 엄연한 장애인 차별행위로서 법적인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2009년 11월17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는 장애인 차별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무의식적으로 '벙어리'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요지였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법(처음 명칭은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 시행된 지도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등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선 무심코 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벙어리를 비롯해 장님,소경,봉사,절름발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한 말들이다.
그런데 개별적 단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성명서에서 제기한 '꿀 먹은 벙어리'나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같은 말은 단순히 장애인 비하어로 처리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란 표현은 '벙어리가 안타까운 마음을 하소연할 길이 없어 속만 썩이듯 한다'는 뜻으로,답답한 사정이 있어도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 괴로워하며 걱정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 '꿀 먹은 벙어리'란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장님 코끼리 말하듯'이란 말도 많이 쓰는데,이는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아는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것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고도 한다.
이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속담이란 것이다. 속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을 말한다.
글쓰기에서 속담이 갖는 힘은 평범한 서술에 비해 탁월한 상징효과를 낸다는 데에 있다.
모든 수사학적 비유는 문맥 속에서 '언어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긴장'이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이런 '긴장'의 요소를 빼버리면 그 글이 단조롭고 진부해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속담을 적절히 안배한 글이 힘을 갖는 이유이다.
가령 그냥 '주먹구구식'이라 말하는 것보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란 직유법을 쓸 때 그 글에 생동감이 얹어지고 설득력이 더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런 속담은 비록 비하어가 들어 있긴 하지만 탁월한 직유표현을 담고 있는 우리말 자산의 일부이다.
억지로 이를 제한한다면 자칫 우리말에서 '표현의 빈곤'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우리말 체계 안에 오래 전부터 자리 잡은 이런 표현들까지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은 과유불급이라 할 만하다.
언론에서 즐겨 쓰는 '절름발이 행정'이니 '절름발이 내각'이니 하는 말도 일각에서 비하어를 사용한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 하지만 이 역시 좀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절름발이'를 '… 걷거나 뛸 때에 몸이 한쪽으로 자꾸 가볍게 기우뚱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완곡어 또는 순화어로 '지체장애인'으로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전 풀이에 따르면 '절름발이'는 또 '사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조화가 되지 않은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관용구처럼 쓰이는 '절름발이 행정'이나 '절름발이 내각' 같은 표현이 나오게 된 근거이다.
'절름발이'는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라면 '(다리를 저는) 지체장애인' 식으로 쓰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절름발이 내각'이란 표현을 대신해 '지체장애인 내각'이라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미를 따져 '엉성한 내각'이니 '불완전한 내각'이니 하는 식으로 달리 표현할 수야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현의 한 양식일 뿐 본래의 상징효과를 드러내지는 못한다.
관용구는 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각각의 단어가 지닌 의미를 벗어난,새로운 뜻으로 재탄생한 표현이다.
글쓰기에서 속담이나 관용구 등을 인용해 수사법을 사용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의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인데,이를 제한할 경우 자칫 말맛을 잃어 글쓰기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2009년 11월17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는 장애인 차별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무의식적으로 '벙어리'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요지였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법(처음 명칭은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 시행된 지도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등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선 무심코 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벙어리를 비롯해 장님,소경,봉사,절름발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한 말들이다.
그런데 개별적 단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성명서에서 제기한 '꿀 먹은 벙어리'나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같은 말은 단순히 장애인 비하어로 처리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란 표현은 '벙어리가 안타까운 마음을 하소연할 길이 없어 속만 썩이듯 한다'는 뜻으로,답답한 사정이 있어도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 괴로워하며 걱정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 '꿀 먹은 벙어리'란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장님 코끼리 말하듯'이란 말도 많이 쓰는데,이는 '일부분을 보고 전체를 아는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것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고도 한다.
이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속담이란 것이다. 속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을 말한다.
글쓰기에서 속담이 갖는 힘은 평범한 서술에 비해 탁월한 상징효과를 낸다는 데에 있다.
모든 수사학적 비유는 문맥 속에서 '언어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긴장'이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이런 '긴장'의 요소를 빼버리면 그 글이 단조롭고 진부해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속담을 적절히 안배한 글이 힘을 갖는 이유이다.
가령 그냥 '주먹구구식'이라 말하는 것보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란 직유법을 쓸 때 그 글에 생동감이 얹어지고 설득력이 더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런 속담은 비록 비하어가 들어 있긴 하지만 탁월한 직유표현을 담고 있는 우리말 자산의 일부이다.
억지로 이를 제한한다면 자칫 우리말에서 '표현의 빈곤'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우리말 체계 안에 오래 전부터 자리 잡은 이런 표현들까지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은 과유불급이라 할 만하다.
언론에서 즐겨 쓰는 '절름발이 행정'이니 '절름발이 내각'이니 하는 말도 일각에서 비하어를 사용한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 하지만 이 역시 좀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절름발이'를 '… 걷거나 뛸 때에 몸이 한쪽으로 자꾸 가볍게 기우뚱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완곡어 또는 순화어로 '지체장애인'으로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전 풀이에 따르면 '절름발이'는 또 '사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조화가 되지 않은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관용구처럼 쓰이는 '절름발이 행정'이나 '절름발이 내각' 같은 표현이 나오게 된 근거이다.
'절름발이'는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라면 '(다리를 저는) 지체장애인' 식으로 쓰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절름발이 내각'이란 표현을 대신해 '지체장애인 내각'이라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미를 따져 '엉성한 내각'이니 '불완전한 내각'이니 하는 식으로 달리 표현할 수야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현의 한 양식일 뿐 본래의 상징효과를 드러내지는 못한다.
관용구는 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각각의 단어가 지닌 의미를 벗어난,새로운 뜻으로 재탄생한 표현이다.
글쓰기에서 속담이나 관용구 등을 인용해 수사법을 사용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의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인데,이를 제한할 경우 자칫 말맛을 잃어 글쓰기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