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⑦ 비교를 위해선 먼저 공통 기준을 찾아라


⊙ 문제유형 2; 관점 비교하기

첨삭노트 3회 때 이미 논술문제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공통점 찾기 유형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대표 유형인 관점 비교하기를 살펴보겠습니다.

관점을 비교하는 문제들은 대개 흔히

① 두 제시문 간의 관점을 비교하라는 문제

② 특정한 a에 대해 두 제시문이 갖는 관점을 비교하라는 문제

③ 특정한 a에 대해 세 제시문 간의 관점을 비교하라는 문제 (연세대,이화여대 유형)

④ 네 제시문 간의 관점을 2개씩 묶어서 비교하라는 문제

⑤ 네 제시문 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파악하라는 문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강대 유형)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복잡한 유형인 듯하지만,사실은 ①번 형태가 적용되는 방식이 다를 뿐,모두 ①번의 변이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알아야 할 사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교를 위해서는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기준에 따라서 양갈래의 방향성을 지닌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이지요.

가령 농구공과 사과를 놓고 비교한다고 봅시다. 이 두 개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통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농구공이고 저것은 사과야'라고 단순히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대개의 논술 제시문들은 특정한 주제나 문제의식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놓은 복수의 제시문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 특정한 주제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자체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흔히 두 제시문 간의 '공통점'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농구공과 사과는 모두 원형이라는 공통점을 지니지요. 하지만 크기가 다릅니다. 혹은 쓰임새도 다르지요.

우리는 이에 대해 "둘은 동그랗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지만,쓰임이나 크기가 달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논술답안 식으로 바꿔 쓴다면 "원형을 띠고 있는 두 개체는 그 쓰임(혹은 크기)에 있어서 서로 관점의 차이를 보인다" 정도가 되겠지요.

그러므로,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서로 양립되는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문제의식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곧 학문을 시작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우리들의 교과서 역시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특정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가령 1학년 도덕 교과서란,이전의 세계와 달리 다원화,세계화,정보화,개인주의화되어가면서 나타나는 규범상의 혼란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문제요소들을 설명하며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를 제시해주지요.

하지만 그 교과서를 읽는 우리들은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서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도덕 교과서 같다'라는 그 표현처럼 이를 고루하게 여기면서 말이지요.

다양한 사회탐구 과목들은 이런 식으로 논술과 연관될 수 있습니다.

그 교과서들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식과 관점들이 대개 논술의 주제인 셈입니다.

물론 제시문이야 먼 나라 고전들이 채용되는 것이지만,그 문제의식이야말로 교과서와 끊임없이 공유하고 있으며,각 대학들은 언제나 '교과서와 연계한' 논술시험을 내겠다고 발표하는 것입니다.

자,그렇다면 실제로 문제를 보면서 답안 유형을 살펴봅시다.

⊙ 다음의 두 제시문의 관점의 차이를 300자 이내로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

'많이 먹어서 잘 자랐다'는 명제는 결혼식장에서 곧잘 증명되곤 한다.

아버지보다 키가 큰 딸이 흔해진 상황이나,부모님들은 다 작은데도 자식들은 키가 부쩍부쩍 큰 상황을 보면 말이다.

하긴 요즘은 돈만 있으면 성형이 가능한 시대이니,돈 없으면 추녀라는 말도 헛소리는 아닌 세상이 된 것이 사실이긴 하다. (이 공식이 여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 흥미로운 것이지만)

하지만,문제는 그걸 넘어서 어려서부터 잘 먹은 아이들은 체형 자체가 허리가 짧고 다리가 길며,얼굴이 V라인으로 잘 빠진다는 것.

즉,예전보다 육식을 많이 섭취하는 최근의 세대는 장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져서 허리가 짧아지고 다리가 길어졌으며,또한 예전과 달리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는 요즘 세대는 턱이 네모질 가능성이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잔뒤군 <이것이 우리의 삶인가?>

제시문 (나)

우리가 이 세상을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최초의 원인이다.

아마도 우리가 인생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다면 어떤 조건을 갖고 태어나길 바랐을까?

나는 여러 면에서 운이 좋은 편이라,그저 이 상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이런 건 좀 이랬으면>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살아가다보면 느껴지는 온갖 결핍으로 인해 분명 <나도 이랬으면>하고 바라는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분쟁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기형인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부모님의 이혼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가정에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는 또 오늘 하루에 대해,그저 <나는 오늘>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할 뿐이다.

- 잔뒤군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제시문을 보고 과연 둘 다 무엇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고 쓰여진 글인지를 파악하셨나요?

제시문 (가)는 결혼식장에서 부모보다 큰 자식 세대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군요.

이전 세대에 비해 확실히 잘 먹고 잘 큰 아이들이 더 서구적인 체형을 띠게 된다는,우리가 알 만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제시문 (나)는 우리가 아무도 선택해서 태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각각의 운명들이 태생적 조건을 벗어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네요.

결국 두 제시문은 모두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혹은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조건'이 무엇이냐에 대해 식습관과 같은 후천적 요소인지,운명과 같은 선천적 요소인지에 따라 의견이 갈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천적/후천적'이라는 분류의 틀입니다. 이것들을 더 많이 익혀두는 것이 훗날 비교 문제를 푸는 데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식습관/운명'과 같이 직접적인 서술을 해도 상관이 없겠으나,이를 개념화한 '선천적/후천적'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훨씬 포괄적이겠지요.

물론 비교의 기준으로서의 그것들 역시 중요합니다. 세상에 둥둥 떠다니는 문제의식들은 수도 없기에 이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도 문제 풀이의 관건입니다.

미리 말하지만,세상의 유명한 학자들이란 새로운 문제의식을 발견하거나,기존의 문제의식에 새로운 답안을 추가한 사람들입니다.

그럼,예시답안을 보면서 어떤 구성요소들이 필요할지를 살펴보죠.

① 결론

두 제시문은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조건(기준)이 경제적 조건과 같은 후천적 조건인지 혹은 선택되지 못하는 선천적 조건인지(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 중요한 것은 역시 문제의식으로서의 기준과,그에 대한 방향의 차이에 대한 지적입니다.

특히 방향의 차이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적어준다면 더 정확한 결론이 되겠지요.

그리고 당연히 이 방향들이 각 제시문의 내연이어야 하는 것도 이미 알고 있겠지요?

② 제시문 요약 (외연과 내연이 하나로 합쳐진 ②번 요약형태)

제시문 (가)는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이전 세대에 비해 서구적인 체형으로 변하게 된 모습을 지적하며,삶에 있어 후천적인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제시문 (나)는 스스로 선택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통해 각자 사람들의 삶에 태생적 조건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하고 있다.


; 내연은 이미 결론에 있으므로 어휘상의 차이를 두면서 서술하면 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외연을 어떤 식으로 전개하느냐이겠지요.

(가)의 경우는 직접적인 예시들이 등장했으니 그것을 개념화하면 그뿐이고,(나)는 전제가 되는 사실을 통해 내연이 등장하고 있으므로 '을 통해'로 묶어주니 가볍게 완성이 되는군요.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lero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