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어를 반복해 쓰지 말라

글을 쓰다보면 한 문장 또는 잇따라 나오는 문장 안에 똑같은 단어나 토씨가 반복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중복이 심한 글은 간결함을 잃어 글맛을 떨어뜨린다. 말에도 경제성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는 단어의 단순 반복으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쉽게 막을 수 있는 오류가 의외로 많다.

등위접속으로 연결되는 앞뒤 어구에 동일한 서술어가 나오는 경우도 그 중 하나이다.

이런 경우는 앞에 오는 서술어를 생략해 쓰는 게 요령이다.

이는 같은 표현의 반복에서 오는 단조로움과 늘어짐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문맥상 특별히 운율을 준다거나 다른 의도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생략을 통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게 좋다.

가)어느 나라 어느 기업 할 것 없이 정보화의 강령을 내걸고 디지털의 깃발을 곳곳에 내걸고 있다.

나)교통 에너지 통신 같은 산업인프라가 서로 연계돼 확대되고 강화되면서 역내 교역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얼핏 보면 별 문제 없는 문장인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띈다.

가)에서는 '강령을 내걸고… 깃발을 내걸고 있다'로 서술어가 중복돼 쓰였다.

같은 서술어가 반복되는 형태일 때는 마지막에 있는 서술어에 모두 걸리므로 나머지는 생략해 쓰면 된다.

'…정보화의 강령과 디지털의 깃발을 곳곳에 내걸고 있다'로 쓰는 것이 간결하다.

나)의 '…서로 연계돼 확대되고 강화되면서'란 표현은 요령부득이다.

'…돼 …되고 …되면서'란 표현이 잇따라 나와 문장이 늘어지고 시각적으로도 좋지 않다.

'…서로 연계돼 확대 강화되면서'와 같이 접속 어미를 아예 빼고 명사 나열 형태로 쓸 수 있다.

글쓰기에서 '중복의 함정'을 피하는 요령은 '한 문장 안에서는 물론 인접한 문장에서 같은 형태의 말은 피한다'는 것이다.

특히 등위접속으로 연결할 때 서술어가 같다면 일일이 서술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

가령 'A를 하고 B를 하고 C를 했다'라는 문장은 'A와 B와 C를 했다'라고 하는 게 간결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