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진정한 의무교육 실현 차원에서 무상급식 바람직”

반 “모든 학생에 무상급식 주자는건 포퓰리즘적 발상”

학교 무상급식이 6 · 2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의 전면 시행이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문제는 단순한 급식 확대 문제를 넘어 이념 및 계층간 대립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학교 무상급식이 이슈가 된 것은 야당인 민주당이 전면적인 무상급식 시행을 지방선거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여기에 각 지자체들이 개별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하면서 더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당장 전면 확대 시행은 곤란하고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다소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 2월 말 기준으로 전국 초 · 중 · 고 · 특수학교 1만1243개교 중 99.8%인 1만1225개교가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 숫자로는 하루 평균 746만명(전체학생 대비 97.7%)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급식비 무상지원은 기초생활 수급자 · 복지시설 수용학생 · 한 부모 자녀 · 소년소녀 가장 및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차상위계층의 저소득층 자녀 중에서 학교 급식비 지원이 꼭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무상급식 비율은 현재 18% 수준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무상급식 비율을 26%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당정협의를 거쳐 선진국 수준인 30%대로 더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저소득층 학생들을 중심으로 30% 이상의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급식 전면 확대를 둘러싼 논란을 분석해 본다.

⊙ 찬성 측 "무상급식은 진정한 의무교육을 실시하자는 것"

민주당은 학교 무상급식을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단순히 밥만 먹이는 게 아니고,교육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재벌집 아이들에게도 공짜밥을 줘야하느냐'는 여당의 반대에 대해 "학교에 오면 서민의 아들이건,중산층 아들이건,재벌 아들이건 다 똑같아야 하고 같이 어울려야 한다"며 "그게 교육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또 "월 5만원 정도의 급식비를 지원받으려면 학생들은 건강보험증,건강보험료 납부영수증,정보제공 동의서 등 자료들을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며 "결국 서민 자녀들은 급식비를 받으려면 '가난'을 증명하고 고백해야 하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월 5만원의 급식비 때문에 '가난증명'을 하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없도록 국가에서 무상급식을 포함한 진정한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찬성하는 측은 무상급식에 따른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초 · 중학교에 무상급식을 하면 연간 1조6000억원 정도가 추가로 드는데 이 정도면 예산상으로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 반대 측 "전면 무상급식은 또 다른 포퓰리즘"

여당인 한나라당은 전체 학생에게 무료급식을 하자는 민주당을 '부자 급식주의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부유한 아이들까지 예산을 들여서 무상으로 급식을 하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며 차라리 1년에 150만원 정도인 고등학교 학비도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학비 지원을 검토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고 지적한다.

여당은 특히 무상급식을 소득 기준으로 현재보다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누구에게나 다 줘서 기회비용을 다른 데 못 써서는 안 되며 교육 관련 예산 배정은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27조원 안팎의 교육 예산 중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쓸 수 있는 예산은 연간 5조원 이하인데 2조원 이상 소요될 무상급식이 현실화하면 그만큼 학력 증진이나 다른 교육 여건 개선 사업에 쓸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무상급식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므로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차분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적 공방보다는 실태 파악이 우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다분히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 간 공방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치색을 배제하고 현실적으로 학교 현장에 대한 조사를 벌인 후 그에 타당한 해결책을 찾는 게 순서라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무상급식을 받으려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좀 더 편리한 방법으로 이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상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무상급식을 일률적으로 국가차원에서 논하기보다는 지자체별 사정에 따라 선택적으로 그 비율과 일정 등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일회성 선거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도록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무상급식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 ·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받는 초 · 중 · 고생은 저소득층 88만1000명,학교단위 46만6000명을 합쳐 전체 학생의 18%인 134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7만명에서 37만명,즉 5%포인트 더 늘어난 것이다. 현재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강원 등 5개 시 · 도교육청은 저소득층 무료 급식을 제외하고는 무상급식을 하지 않고 있다.

차상위계층

최저생계비 대비 120% 이내의 소득이 있는 잠재빈곤층과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고정재산이 있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서 제외된 비수급빈곤층을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2009년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33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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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3월 18일자 보도기사

6 · 2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른 무상급식과 관련,정부와 한나라당은 오는 2012년까지 농어촌 지역학생 전원과 도시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에 대해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키로 결정했다.

한나당과 정부는 18일 당정협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교육분야 서민지원 대책을 수립했다.

당정은 오는 2015년까지 중산층과 경제 형편이 어려운 서민의 0~5세 취학 전 아동 보육비와 유아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오는 2012년까지 농촌과 어촌,산촌 학교의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그리고 도시 저소득층 가정의 모든 초 · 중학교 학생에 대해서 전원 무상급식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2012년까지 저소득층 무상급식의 대상은 현재 97만명에서 200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소요예산은 매년 4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당정은 대폭 늘어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구동회 한국경제신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