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라고 무조건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 건 아니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50) 금융이야기 - ⑦ 신용은 곧 돈이다
낯선 사람보다 친한 친구에게 돈을 더 쉽게 빌려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에게 돈을 더 쉽게 빌려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신용 때문이다.

경제행위에 있어서 신용이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경제 행위를 통해 발생한 채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신용을 갖춘 사람과 거래할 때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물건이나 돈을 빌려주거나 지불시기를 연장해 주기가 훨씬 용이하다.

반대로 내가 돈을 빌려야 할 경우에도 나의 신용 상태가 좋아서 내가 반드시 돈을 갚을 것이라고 믿어 주는 사람이 많다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쉽게 돈을 융통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좋은 신용을 유지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것이다.

신용이 좋은 사람들은 갑자기 큰 병에 걸려 큰 돈이 필요할 때에도 언제든지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으며,사고 싶은 물건이나 꼭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해당 물건이 너무 비싸 일시불로 구입할 수 없을 때에도 얼마든지 할부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용만 좋으면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돈을 빌려준다든가,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물건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신용이란 현재 시점에서는 금전적으로 부족하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미래 수익이 있을 경우 이를 미리 끌어당겨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신용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물건들은 결국에 가서는 본인의 능력으로 충분히 구매가 가능하지만,단지 현재 시점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것에 불과하다.

결국 신용은 구매 시점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기능에 국한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행위로 인해 발생한 약속들을 철저히 준수하는 습관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각종 세금이나 공과금을 정해진 날짜에 납부해 연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신용을 유지하기 위한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 연체 여부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지만 연체 여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40%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신용관리의 시작이자 마지막은 경제행위로 인한 약속을 엄격히 준수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데 있어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되고 있는데,금융기관의 경우 신용평점제도(Credit Scoring System)를 이용해 고객들의 신용을 평가하고 있다.

여기서 신용평점제도란 고객의 신용상태를 점수로 산출해 대출 여부와 대출금액을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용평점제도에서 개인의 신용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고려하는 측면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인의 특성,상환능력,재산능력,담보능력,경제여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먼저 개인의 특성 측면에서는 그 사람이 가진 직업,근무연수,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의 신용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

상환능력 측면에서는 근로소득,이자소득 등 개인이 벌어들이는 각종 소득의 규모가 평가 대상이다.

재산능력의 경우 소유한 부동산 등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각종 자산의 순가치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데,여기서 순가치란 해당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지불한 대가에서 이를 취득하기 위해 빌린 부채를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다음으로 담보능력이다. 담보능력이란 만약 본인이 돈을 갚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돈을 갚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측정해 신용 상태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여건에는 직업의 안전성 등이 해당한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는데,이제 통상적으로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를 통해 신용 평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해 보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빚이 전혀 없거나 부자가 되면 좋은 신용 상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좋은 신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무가 전혀 없는 것보다 일정 수준의 채무가 있고,이를 연체 없이 적절히 갚아가는 사람이 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다.

부자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부자는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를 통해 자신의 부채를 갚을 능력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자산만 많은 부자보다 자산은 별로 없으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공부를 잘했는지 여부도 신용 등급과 관련이 있다. 즉 학력도 신용을 평가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해서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소득 수준이 높거나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력이 개인의 신용상태를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좋은 신용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도 중요하다.

국가의 신용은 국가신인도로 측정된다. 국가신인도란 한 나라의 신뢰성,장래성 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위험도,국가신용도, 국가경쟁력,국가부패지수,경제자유도,정치권리 자유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신인도는 해당 국가의 전체적인 신용 환경을 대변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국제금융거래수행 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해당 국가는 국채 발행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국채가 발행되더라도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국가신인도는 해당 국가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는 개별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 경제주체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할 경우 이는 곧바로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국가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해당 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들도 낮은 신용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용은 곧 보이지 않는 돈이자 재산이며,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신용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소소한 경제적 약속들을 철저히 지키는 습관을 익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좋은 신용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일이며,이는 다시 보이지 않는 재산이자 돈을 벌어다 주는 행위이고,삶의 질을 높이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책임전문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