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과 이자율은 반비례 관계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48) 금융이야기 - 채권은 빚이다!
기업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고 기업의 소유권을 투자자와 나눠가진다.

주식과 같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방식을 직접금융이라고 한다.

한편 기업은 은행 등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는데,이와 같이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간접금융이라고 한다.

주식 발행과 은행 차입이외에도 기업은 채권의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채권(債券)은 ‘빚’을 의미하는 ‘債’에 ‘문서’나 ‘계약서’를 나타내는 ‘券’이 결합된 단어다.

말 그대로 채권은 ‘빚을 나타내는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빌려주고 받으면서 교환하는 차용증(借用證)을 조금 멋있게 표현한 것이 채권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신의 첫 번째 관심은 ‘이 사람(채무자)이 상환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상환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들면,‘얼마만큼을 빌려줄까(액면가)’를 고민하고,‘언제 갚을 것인가(만기)’를 물어볼 것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자다.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얼마의 이자율(표면금리)’을 책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이런 문제가 결정된다면 이제 계약서를 작성한다.

따라서 채권에는 위에서 고려했던 채무자ㆍ액면가ㆍ만기ㆍ표면금리가 표시된다.

돈을 차입하는 주체(채무자)하면 주로 기업이 떠오르겠지만,국가도 돈이 필요하다면 채권을 발행하고 채무자가 될 수 있다.

주로 돈을 빌려줄 것만 같은 은행도 채권 발행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고,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도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주식회사와 같은 기업이 돈을 빌리고 그 대가로 발행하는 채권은 회사채,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은 국채,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은 지방채,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기업 등 특별법인이 발행하는 채권은 특수채,은행이나 비은행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은 금융채가 된다.

채권은 채무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종류를 나눠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채권의 발행주체는 기업에 한정된 주식과 달리 매우 다양하지만,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 시중에 가장 많이 유통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회사채 시장은 위축되거나 정체된 반면,국채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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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2009년 말 현재 채권 발행잔액은 국채가 약 318조원이며,회사채가 약 150조원으로 규모면에서 국채가 회사채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국채시장이 확대된 데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정책이 일부 작용한 것이다.

정부도 재정정책을 펴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채권 발행이라는 형태의 빚을 지게 된 것이다.

반면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감소하고,투자자들도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면서 정부가 보증을 서는 국채시장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회사채 시장은 위축 또는 정체된 것이다.

채권의 종류는 발행주체가 아니라 만기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통상 1년 이상 돈을 빌리는 경우(만기 1년 이상)를 장기채권이라고 하며,만기가 1년 이내인 경우를 단기채권이라고 한다.

이자의 지급 방식에 따라서 채권을 나누기도 한다.

빌린 돈인 원금(액면가)에 약속된 이자율(표면금리)을 곱한 이자를 일정기간 지급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달에 원금과 해당하는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채권을 이표채(利票債)라고 한다.

100만원을 연12%의 표면금리로 빌리고 분기마다 이자를 3만원씩 지급하다가 만기가 돌아오는 1년 후에 100만원과 만기 달의 이자 3만원을 함께 갚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이자를 한 번에,미리 지급할 수도 있다.

1년 후 100만원을 갚기로 하고 현재 88만원만 빌린다면 100만원과 88만원의 차이는 이자로 지급한 셈이다.

이때 이자율은 12%(=12만원/100만원*100)가 된다.이처럼 빌리기로 약속한 100만원(액면가)에서 이자인 12만원을 뺀 할인된 88만원만 실제로 빌려간다는 의미에서 할인채(割引債)라고 부르는 것이다.

채권의 특징 중 하나는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 사이에 다시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연12%로 빌려주고 1년 후 원금을 받기로 한 이표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3개월이 지나 갑자기 현금이 필요해졌다고 하자.

그렇다고 채무자에게 가서 돈을 미리 갚으라고 재촉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채권을 들고 시장에 나가서 팔려고 알아봤다.

현재 자금시장은 3개월 전과달리 여유가 생겨서 연6%의 이자만 지급하면 자금 거래가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연12%의 이자를 약속했던 액면가 100만원짜리 채권을 시장에 내놓으면 높은 이자를 얻기 위해 서로 사려고 할 것이고 채권의 인기는 100만원을 넘어 설 것이다.

반대로 현재 자금시장이 좋지 않아 연 20%의 이자를 지급해야 자금거래가 가능하다고 하자.

이 경우 연12%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한 채권을 100만원에 시장에 내다 팔아도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을 것이다.

20%의 이자를 보장하는 다른 채권이 시장에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채권을 현금화하려면 100만원보다 낮은 금액에 채권을 팔아야 할 것이다.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채권에 표시된 표면이자율과 시장에서 자금이 거래되는 이자율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발행 당시 채권의 표면이자율이 12%였지만 자금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의 이자율은 6%일수도 있고, 20%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둘째,이자율이 하락(6%)하면 채권의 가격은 올라가고,이자율이 올라(20%)가면 채권의 가격이 내려간다.

채권의 가격과 이자율은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조금 풀어서 설명해보자.

채권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는데,채권을 공급하는 주체는 돈을 필요로 하는 자금 수요자가 된다.

반면 채권의 수요자는 돈을 빌려주는 자금 공급자이다.그리고 이들이 만나서 채권의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채권의 공급이 증가하면 채권의 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채권의 가격이 내려간다.

채권의 공급이 증가한다는 것은 자금 시장에서 자금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자율은 올라갈 것이다.

반대로 채권의 수요가 증가하면 채권의 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채권의 가격이 올라간다.

채권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자금 시장에서 자금의 공급이 증가하는 것이고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자율은 내려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자율과 채권가격의 반비례 관계가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정부가 재정정책을 위해 국채를 대량 발행하고 이로 인해 이자율이 올라가 민간 투자가 위축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는 정부가 자금을 필요로 하면서 채권을 발행하자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고 자금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에 이자율이 올라간 것이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기업의 차입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가 위축되는 것이다.

차성훈 KDI경제정보센터 책임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