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사실에는 현재 시제를 쓴다

과거에 이뤄진,과거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과거시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시점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단어의 의미와 쓰임새에 따라 시제를 제한적으로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무시해 쓰면 의미가 통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0여년 동안 훌륭한 업적들을 많이 남겼다. 20세기 초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에 새 부서로 탄생한 상무부는 미국 경제발전사의 산증인이었다.

나) 현재 화장품의 경우 원료성분에 대한 모든 사항을 표시하지 않고 약사법에 규정돼 있는 지정 성분들만 표시해 왔다.

다) 현재 인터넷 경매를 이용할 때 낙찰 물건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물건을 보내려면 택배업체에 일일이 연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가)에서 '상무부가 미국 경제발전사의 산증인'이라는 평은 과거 업적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만 말하는 시점은 현재이므로 당연히 현재 시제로 해야 한다.

이를 '산증인이었다' 식으로 과거 시제를 쓰면 '(과거에는) 산증인이었는데 지금은 어떻다는 것인가?'라는 의미를 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문에선 '어떤 (변하지 않는)사실 진술'을 하는 것이므로 현재형을 써서 '~산증인이다'로 해야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나)와 다)에서는 모두 '현재 ~해 왔다' '현재 ~이 있었다'가 돼 앞에 쓰인 단어의 의미 자질과 서술어의 시제가 어울리지 않는다.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 속성에 따라 뒤따르는 시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해 왔다' '그동안 ~이 있었다'로 하든지,또는 '현재 ~하고 있다' '현재 ~이 있다'라고 써야 시제 표시가 바르게 된다.

단어들 중에는 이같이 고유한 쓰임새에 따라 시제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있다.

우리 국어학계에서는 이익섭 · 임홍빈 교수 등이 <국어문법론> 등을 통해 일찍부터 시제와 관련해 우리말법의 원리를 정리해 왔다.

이에 따르면 가령 '예정,계획,필요,가능성' 같은 단어는 미래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이들을 꾸미는 말은 미래 시제만 허용된다.

이에 비해 '기억'이나 '흔적' 같은 말에는 현재나 미래 시제를 나타내는 형태가 올 수 없다. 단어 자체가 과거 개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