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씨는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이 아프고 어떤 때는 수면 중에도 통증을 느껴 잠까지 깨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뒤 나온 진단은 바로 '팔목터널증후군'이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손발 저림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중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손목굴증후군'이다."
컴퓨터 사용이 일반화된 요즘 장시간 반복적으로 컴퓨터 앞에서 손과 팔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대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손발 저림 증세를 설명하는 말은 '팔목터널증후군' 또는 '손목굴증후군'이다.
두 글에 쓰인 각각의 말은 서로 달라도 같은 대상을 나타내는 같은 말이다.
우리 몸에서 '손목'은 손과 팔이 잇닿은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팔목'과 함께 쓰인다.
이때 '목'이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시계'가 붙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손목시계'만 가능하고 '팔목시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팔목시계'는 우리 사전에서 '손목시계의 잘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또 '팔뚝시계'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팔뚝'은 팔꿈치부터 손목까지의 부분,즉 '아래팔'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표준어이다.
정리하면 손목(=팔목)과 팔뚝은 각각 가리키는 부위만 다를 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정상적 단어이다.
그러나 이들에 '시계'가 어울려 합성어를 만들 때는 손목시계만 허용되고,팔목시계,팔뚝시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현행 표준어 체계에서 버린 말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손목,팔목,팔뚝의 쓰임새는 남한과 같지만 손목시계와 함께 팔목시계,팔뚝시계도 모두 문화어(우리의 표준어)로 수용해 두루 쓸 수 있게 해놓은 게 남한과 다른 점이다.
손과 팔이 잇닿은 부분을 손목 또는 팔목이라 하는 데 비해,발과 다리가 잇닿은 부분은 발목이라고만 하고 다리목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우리말에서 '다리목'이란 '다리(橋)로 들어서는 어귀'를 뜻하는 말로,이는 전혀 다른 단어이다.
'팔뚝의 힘'을 가리키는 말을 한 단어로 하면 '팔심'이다. '팔힘'이라 하지 않는다.
이때 '심'은 '힘'의 사투리이다. '심'은 현대어에서는 '힘'에 밀려 단독으로는 잘 쓰이지 않지만 뱃심,뒷심,뚝심,팔심 같은 합성어에 과거의 쓰임새가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태권도 같은 격투기의 기술에 '팔굽치기'라는 게 있다.
그러면 우리 몸의 어느 부위가 '팔굽'일까.
또 "하이힐이 너무 높아 발굽이 아팠다"라는 말을 무심코 쓰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팔굽이니 발굽이니 하는 단어는 우리 몸을 가리키는 말로 적절치 않다.
흔히들 팔굽공격이니 팔굽치기니 하는 말을 쓰지만 이때의 팔굽은 잘못 쓰는 말이다.
이는 아마도 '팔굽혀펴기'(엎드려뻗친 자세에서 짚은 팔을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을 가리키는 말) 등을 연상해 쓰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우리말에서는 '팔굽'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팔꿈치'라고 해야 한다.
'팔의 위아래 마디가 붙은 관절의 바깥쪽'을 가리키는 말이 '팔꿈치'이다.
물론 기왕에 쓰던 입말을 넓게 받아들인 북한의 문화어 체계 안에서는 팔꿈치와 함께 팔굽도 같이 인정하고 있다.
'팔굽'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또 '굽'이 사람에게 쓰이지 않고 짐승에게 쓰이는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발굽'에서의 '굽'도 마찬가지이다.
'굽'은 말,소,양 따위 초식동물의 발끝에 있는 두껍고 단단한 발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를 '발굽'이라고도 한다.
또는 '구두나 운동화 따위의 밑바닥 뒤축에 붙은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때는 따로 '뒷굽'이라고 한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다'처럼 쓰인다.
그러니 사람에겐 발굽이 없다.
이와 관련해 사람이 '발굽을 다쳤다' '발굽이 아프다'는 식으로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마도 발꿈치를 가리키는 말을 무심코 발굽이라 쓰는 것 같다.
그러나 발굽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 아니고 반드시 짐승에게만 있는 것이다.
'발의 뒤쪽 발바닥과 발목 사이의 불룩한 부분'을 가리키는 발꿈치는 뒤꿈치,발뒤꿈치라고도 하는데 모두 같은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손발 저림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중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손목굴증후군'이다."
컴퓨터 사용이 일반화된 요즘 장시간 반복적으로 컴퓨터 앞에서 손과 팔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대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손발 저림 증세를 설명하는 말은 '팔목터널증후군' 또는 '손목굴증후군'이다.
두 글에 쓰인 각각의 말은 서로 달라도 같은 대상을 나타내는 같은 말이다.
우리 몸에서 '손목'은 손과 팔이 잇닿은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팔목'과 함께 쓰인다.
이때 '목'이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시계'가 붙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손목시계'만 가능하고 '팔목시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팔목시계'는 우리 사전에서 '손목시계의 잘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또 '팔뚝시계'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팔뚝'은 팔꿈치부터 손목까지의 부분,즉 '아래팔'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표준어이다.
정리하면 손목(=팔목)과 팔뚝은 각각 가리키는 부위만 다를 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정상적 단어이다.
그러나 이들에 '시계'가 어울려 합성어를 만들 때는 손목시계만 허용되고,팔목시계,팔뚝시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현행 표준어 체계에서 버린 말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손목,팔목,팔뚝의 쓰임새는 남한과 같지만 손목시계와 함께 팔목시계,팔뚝시계도 모두 문화어(우리의 표준어)로 수용해 두루 쓸 수 있게 해놓은 게 남한과 다른 점이다.
손과 팔이 잇닿은 부분을 손목 또는 팔목이라 하는 데 비해,발과 다리가 잇닿은 부분은 발목이라고만 하고 다리목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우리말에서 '다리목'이란 '다리(橋)로 들어서는 어귀'를 뜻하는 말로,이는 전혀 다른 단어이다.
'팔뚝의 힘'을 가리키는 말을 한 단어로 하면 '팔심'이다. '팔힘'이라 하지 않는다.
이때 '심'은 '힘'의 사투리이다. '심'은 현대어에서는 '힘'에 밀려 단독으로는 잘 쓰이지 않지만 뱃심,뒷심,뚝심,팔심 같은 합성어에 과거의 쓰임새가 흔적으로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태권도 같은 격투기의 기술에 '팔굽치기'라는 게 있다.
그러면 우리 몸의 어느 부위가 '팔굽'일까.
또 "하이힐이 너무 높아 발굽이 아팠다"라는 말을 무심코 쓰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팔굽이니 발굽이니 하는 단어는 우리 몸을 가리키는 말로 적절치 않다.
흔히들 팔굽공격이니 팔굽치기니 하는 말을 쓰지만 이때의 팔굽은 잘못 쓰는 말이다.
이는 아마도 '팔굽혀펴기'(엎드려뻗친 자세에서 짚은 팔을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을 가리키는 말) 등을 연상해 쓰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우리말에서는 '팔굽'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팔꿈치'라고 해야 한다.
'팔의 위아래 마디가 붙은 관절의 바깥쪽'을 가리키는 말이 '팔꿈치'이다.
물론 기왕에 쓰던 입말을 넓게 받아들인 북한의 문화어 체계 안에서는 팔꿈치와 함께 팔굽도 같이 인정하고 있다.
'팔굽'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또 '굽'이 사람에게 쓰이지 않고 짐승에게 쓰이는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발굽'에서의 '굽'도 마찬가지이다.
'굽'은 말,소,양 따위 초식동물의 발끝에 있는 두껍고 단단한 발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를 '발굽'이라고도 한다.
또는 '구두나 운동화 따위의 밑바닥 뒤축에 붙은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때는 따로 '뒷굽'이라고 한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다'처럼 쓰인다.
그러니 사람에겐 발굽이 없다.
이와 관련해 사람이 '발굽을 다쳤다' '발굽이 아프다'는 식으로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마도 발꿈치를 가리키는 말을 무심코 발굽이라 쓰는 것 같다.
그러나 발굽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 아니고 반드시 짐승에게만 있는 것이다.
'발의 뒤쪽 발바닥과 발목 사이의 불룩한 부분'을 가리키는 발꿈치는 뒤꿈치,발뒤꿈치라고도 하는데 모두 같은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