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카우보이 자본주의’ 대 ‘신사적 경쟁’

아무리 노력해도 제품의 생산원가를 현재의 시장가격 이하로 낮추지 못하는 기업은 누적되는 손실을 필경 견디지 못한다.

저비용 기업들의 생산량만으로도 공급이 충분하면 시장은 그 제품의 값을 낮게 결정하여 고비용 기업들의 생산을 중단시킨다.

생산원가가 시장가격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으면 시장은 그 기업에 어김없이 손실을 주고 손실이 누적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게 마련이다.

시장경쟁은 이처럼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하다.

엇비슷한 기업들이 함께 이윤을 누리면서 공존하다가도 어느 한 기업이 획기적인 혁신에 성공하면 경쟁의 칼바람이 몰아친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단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나서게 되고 그렇게 하지 못한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줄어든다.

원가절감의 폭이 크면 모든 라이벌 사업자들을 몰아내고 독점기업으로 군림하기도 한다.

경쟁의 최종적 승리와 동시에 승자에 의한 독점이 구축되고 라이벌 기업들은 사라지고 만다.

결국 치열한 시장경쟁의 결과는 독점화와 이에 따른 경쟁의 소멸처럼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기업이 새로운 획기적 혁신에 성공하여 시장에 진입해 오면 이 독점도 무너지고 만다.

기존의 독점기업이 새로운 혁신에 맞서지 못하고 퇴출당하면 신규기업에 의한 새로운 독점이 시작한다.

물론 부당한 진입장벽이 끼어들어 경쟁력 강한 기업의 신규진입을 어렵게 만든다면 기존기업의 독점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혁신이 기존 독점을 무너뜨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시장차단과 같은 부당한 진입장벽만 없다면 현재의 독점기업은 호시탐탐 진입을 노리는 잠재적 진입자들과 치열한 혁신경쟁을 계속해야 한다.

혁신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이 새로운 독점사업자로 군림하는 일이 반복되므로,어느 한 시점에서만 보면 시장은 항상 하나의 독점사업자가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 슘페터는 외견상 독점이라도 독점사업자가 수시로 교체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공정거래법은 정당한 경쟁 결과로 얻은 독점적 지위와 그에 따른 독점기업의 협상력은 그대로 존중한다.

약탈가격은 금지하지만 가격을 낮추어 라이벌 사업자를 퇴출시키거나 독점력을 행사하여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이처럼 승자독식을 허용하는 미국의 제도를 유럽의 언론들은 ‘카우보이 자본주의(cowboy capitalism)’라고 비꼬았다.

반면에 EU의 경쟁법은 슘페터적 경쟁을 부정하고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면 경쟁이 소멸했다고 판단하여 독점기업의 협상력 행사에 제재를 가한다.

이처럼 시장경쟁의 승자가 라이벌 기업들의 명맥은 지켜주어야 하는 유럽식 경쟁을 미국인들은 ‘신사간 경쟁(gentlemen’s competition)’이라고 마주 비꼬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모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협상력을 제재하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EU의 경쟁법에 더 가깝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