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는 봄에는 한식,여름에는 단오,가을에는 추석,겨울에는 음력 10월 1일에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성묘는 글자의 뜻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산소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이상이 없었는지를 확인하고 살피는 의식의 하나이다. 생존한 어른께는 세배를 하지만 이미 사별한 조상에게도 생존 시처럼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을 설명하는 이 글에서 옥에 티를 찾으라면 어디가 될까.
얼핏 지나치기 쉽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어색한 단어가 눈에 띌 것이다.
‘세배’가 그것이다.
명절 때 집안이 한 곳에 모여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우리 풍습이지만,그것을 다 세배라 하지는 않는다.
‘세배(歲拜)’의 사전적 풀이는 ‘섣달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이다.
이때 ‘섣달’이란 음력 12월을 뜻한다.
‘그믐’은 그 달의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섣달그믐이라 하면 음력으로 12월 말일,즉 ‘설’ 전날을 나타낸다.
‘섣달’은 또 한자로는 ‘랍(臘)’이라 한다.
‘옛 구(舊)’자를 써서 구랍(舊臘)이라 하면 ‘지난 섣달’이란 뜻으로,새해가 되어 ‘작년 12월’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한자어를 많이 쓰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새해 초에 ‘구랍 30일’ 식으로 이 말을 썼다.
하지만 요즘은 뜻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구랍이란 말보다 쉬운 우리말로 ‘지난해 12월 30일’이라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옛날에는 섣달 그믐날 저녁에도 웃어른을 찾아 한 해를 보내는 인사를 드렸는데 그것을 따로 ‘묵은세배’라 불렀다.
그러니 세배는 아무 때나 드리는 게 아니다.
집안에 행사 등이 있어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웃어른에게 정중하게 인사드리라는 의미로 간혹 “세배해야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 알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때는 그냥 “큰절 올리거라” 정도가 적당하다.
‘큰절’이란 혼례나 제례 따위의 의식이나 웃어른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할 자리에서 하는 절로,세배는 설 때 드리는 큰절을 따로 이르는 말이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도 자주 혼용하는 말 중의 하나이다.
차례도 넓게 보아 제사의 일종이므로 설날 아침에 “제사를 지냈다”라고 해서 딱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한 말은 아니다.
‘차례’는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명절날,조상 생일 등의 낮에 지내는 제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제사’란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제사’라고 말하는 것은 대개 돌아가신 이의 기일에 맞춰 지내는 것으로,정확히는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따라서 ‘차례’와 ‘기제사(또는 기제)’는 다른 것이다.
기제사는 한밤중에 지내지만 차례는 아침이나 낮에 지낸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전통적인 제사예법에서 기제사는 자시(밤11~오전 1시)에 지냈다.
기일 전날 밤부터 제사상을 준비해 밤12시가 넘어가면서 지낸 것.
이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 정성을 담아 가장 이른 시간에 제사부터 올리는 유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간혹 돌아가시기 전날 밤 일찌감치 제사를 마치는 경우도 있는데,이는 자시까지 기다려 제사를 지내기 힘든 현대인의 바쁜 삶 속에서 제사 풍습이 변형돼 생긴 것이다.
설에는 차례상에 떡국을,한 해 농사를 감사드리는 의식인 추석 때는 송편을 준비하는데 비해 제사 때는 ‘메’를 올리는 것도 차이점이다.
‘메’는 순우리말로,제사 때 신위(神位) 앞에 놓는 밥을 따로 이르는 말이다.
‘메를 짓다/메를 올리다’처럼 쓰인다.
‘제사 때 올리는 밥’이란 뜻에서 ‘젯메(祭-)’라고도 한다.
이를 일부 지방에서는 ‘진메’라고도 부르지만 현행 표준어에서는 진메는 버리고 젯메로 통일해 쓰도록 했다.
우리 전통 의식에서는 설날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은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우리말에도 ‘떡국을 먹다’란 관용구가 생겼는데,이는 ‘설을 쇠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다’는 뜻이다.
“네가 떡국을 먹으면 올해 몇 살이 되는 거지?”처럼 쓰인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을 설명하는 이 글에서 옥에 티를 찾으라면 어디가 될까.
얼핏 지나치기 쉽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어색한 단어가 눈에 띌 것이다.
‘세배’가 그것이다.
명절 때 집안이 한 곳에 모여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우리 풍습이지만,그것을 다 세배라 하지는 않는다.
‘세배(歲拜)’의 사전적 풀이는 ‘섣달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이다.
이때 ‘섣달’이란 음력 12월을 뜻한다.
‘그믐’은 그 달의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섣달그믐이라 하면 음력으로 12월 말일,즉 ‘설’ 전날을 나타낸다.
‘섣달’은 또 한자로는 ‘랍(臘)’이라 한다.
‘옛 구(舊)’자를 써서 구랍(舊臘)이라 하면 ‘지난 섣달’이란 뜻으로,새해가 되어 ‘작년 12월’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한자어를 많이 쓰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새해 초에 ‘구랍 30일’ 식으로 이 말을 썼다.
하지만 요즘은 뜻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구랍이란 말보다 쉬운 우리말로 ‘지난해 12월 30일’이라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옛날에는 섣달 그믐날 저녁에도 웃어른을 찾아 한 해를 보내는 인사를 드렸는데 그것을 따로 ‘묵은세배’라 불렀다.
그러니 세배는 아무 때나 드리는 게 아니다.
집안에 행사 등이 있어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웃어른에게 정중하게 인사드리라는 의미로 간혹 “세배해야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 알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때는 그냥 “큰절 올리거라” 정도가 적당하다.
‘큰절’이란 혼례나 제례 따위의 의식이나 웃어른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할 자리에서 하는 절로,세배는 설 때 드리는 큰절을 따로 이르는 말이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도 자주 혼용하는 말 중의 하나이다.
차례도 넓게 보아 제사의 일종이므로 설날 아침에 “제사를 지냈다”라고 해서 딱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한 말은 아니다.
‘차례’는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명절날,조상 생일 등의 낮에 지내는 제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제사’란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제사’라고 말하는 것은 대개 돌아가신 이의 기일에 맞춰 지내는 것으로,정확히는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따라서 ‘차례’와 ‘기제사(또는 기제)’는 다른 것이다.
기제사는 한밤중에 지내지만 차례는 아침이나 낮에 지낸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전통적인 제사예법에서 기제사는 자시(밤11~오전 1시)에 지냈다.
기일 전날 밤부터 제사상을 준비해 밤12시가 넘어가면서 지낸 것.
이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 정성을 담아 가장 이른 시간에 제사부터 올리는 유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간혹 돌아가시기 전날 밤 일찌감치 제사를 마치는 경우도 있는데,이는 자시까지 기다려 제사를 지내기 힘든 현대인의 바쁜 삶 속에서 제사 풍습이 변형돼 생긴 것이다.
설에는 차례상에 떡국을,한 해 농사를 감사드리는 의식인 추석 때는 송편을 준비하는데 비해 제사 때는 ‘메’를 올리는 것도 차이점이다.
‘메’는 순우리말로,제사 때 신위(神位) 앞에 놓는 밥을 따로 이르는 말이다.
‘메를 짓다/메를 올리다’처럼 쓰인다.
‘제사 때 올리는 밥’이란 뜻에서 ‘젯메(祭-)’라고도 한다.
이를 일부 지방에서는 ‘진메’라고도 부르지만 현행 표준어에서는 진메는 버리고 젯메로 통일해 쓰도록 했다.
우리 전통 의식에서는 설날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은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우리말에도 ‘떡국을 먹다’란 관용구가 생겼는데,이는 ‘설을 쇠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다’는 뜻이다.
“네가 떡국을 먹으면 올해 몇 살이 되는 거지?”처럼 쓰인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