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관한 자신만의 개념을 정의하라
【제시문】
가 칸트에 따르면 예술미는 지성과 상상력이 조화를 이룰 때,특히 상상력이 자유롭게 유희할 때 성립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성은 최고도의 생산적 정신 능력이다.
예술은 단순한 여흥이나 장식이 아니고 보편가치로서의 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예술가에게 창조성은 필수 조건이다.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는 인물들에게도 이 조건이 요구된다.
나 세균학자 플레밍(A.Fleming·1881~1955)은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당한 많은 사람들이 세균 감염 때문에 죽어가는 것을 보고,세균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1928년에 그는 상처의 고름에서 포도상 구균을 분리하여 배양하던 중 우연히 곰팡이에 의해 오염된 배양 접시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곰팡이가 자란 주변에는 포도상 구균이 없는 맑은 띠가 형성되어 있었고,곰팡이로부터 멀어질수록 포도상 구균의 균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이를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 플레밍은 그 곰팡이를 채취하여 배양하였다.
그리고 배양 접시에서 곰팡이를 제거한 다음,배양액을 800배까지 희석하여도 이 배양액이 포도상 구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은 곰팡이 자체가 아니라 곰팡이가 생산한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레밍은 이 곰팡이가 속한 페니실륨속(屬)의 명칭에 맞추어 이 물질을 페니실린으로 명명하였다.
이후 그는 연구를 계속하여 페니실륨속에 속하는 여러 종류의 곰팡이 가운데 페니실륨 노타툼만이 페니실린을 생산하며,페니실린이 여러 종류의 세균에 대하여 항균 작용을 하고 생쥐와 토끼 실험에서도 같은 항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다 지구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햇빛의 자외선을 흡수하여 지상에 있는 동·식물의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지상으로부터 약 15km~40km 떨어진 대기권에 오존이 밀집된 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 활동을 지속시키고 기후를 결정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태양으로부터 공급된다.
태양광선에는 가시광선 이외에도 자외선 등의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와 적외선 등의 파장이 긴 전자기파가 있다.
그런데 표면온도가 약 6000K인 흑체복사*에서 예측한 스펙트럼과 지구 표면에서 측정한 태양광선의 스펙트럼을 비교해 보니 <그림 1>과 같았다.
두 스펙트럼의 전반적인 모양은 비슷하나 300nm*보다 짧은 파장을 가진 자외선은 지상의 스펙트럼에서는 관측되지 않았다.
19세기의 과학자들은 왜 그렇게 관측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1840년에 오존이 발견된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이 기체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밝혀냈다.
이들 가운데 아일랜드의 화학자 하틀리(W.N.Hartley,1845~1913)는 <그림 2>와 같이 오존이 파장 240nm에서 300nm 사이의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지상에서 관측되는 태양빛에 300nm보다 짧은 파장의 자외선이 관측되지 않는 점에 주목하여,없어진 영역의 자외선이 대기 상공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존층에 흡수되어 지상에 도달되지 않는다고 예측하였다. 하틀리는 오존층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1881년에 제안하였으며,이 가설은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이 로켓을 이용하여 실측치를 구하게 되면서 확인되었다.
우리 시대에 오존층의 파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흑체란 외부에서 주어진 빛을 완전히 흡수했다가 재방출하는 물체를 뜻하며,흑체가 방출하는복사를 흑체복사라고 한다.태양은 흑체에 가까우므로 흑체복사 스펙트럼을 태양이 방출하는 복사스펙트럼으로 간주할 수 있다.1nm는 10-9m이다.
【논제 1】
플레밍과 하틀리의 과학적 발견 과정에 들어 있는 창의적인 생각을 찾아내어 근거와 함께 설명하고,그들의 발견이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삶에 기여한 바를 기술하시오.(800±100자)
【해제 1】
지금까지 서울대학교는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인 지식 습득으로 마련된 특정 내용이 아니라,학생들의 진정한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여러 과목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통합성을 지닌 문제를 다양한 형태로 출제해왔다.
금년 2010학년도 논술시험에서도 서울대학교는 다양한 교과에서 재료를 가져와 ‘창의성’에 관한 질문을 수험생들에게 던졌다.
올해의 1번 문항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호환성을 전제로 출제하였다는 점에서,존 캐리가 집필한 『지식의 원전』을 제시문으로 주고,“인문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자연과학의 지식이 필요한가에 대해 그 이유를 들어 논술하라”는 질문을 던진 2008학년도 정시 예시문제와도 약간 맥이 닿는다.
그러나 금년의 문제는 더욱 구체적으로 지식과 상상의 통합에서 기인하는 창의적 사고의 개념을 학생들에게 물었고,이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인류에게 ‘기여’하는지를 논하라고 하였다.
이 논제는 학생들에게 제시문의 내용을 분석적으로 독해하는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발췌한 지문으로서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을 전달하고 있고,제시문 (다)에서는 성층권을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시대에 살았던 하틀리가 오존층의 존재를 가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수험생들은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사례와 하틀리의 오존층 존재 가설에서 창의적인 사고의 실례를 발견하고,이를 자신의 언어로 옮겨야 하였다.
두 명의 관찰자 모두 스스로 ‘이론’을 발견한 사람들인데,기존 학설의 도그마에 휘둘리거나,기존 이론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태도에서 창의성을 접근하면 된다.
그들에게 이론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였다.
두 제시문에서 플레밍이 관찰의 결과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하틀리가 기존의 연구자료에서 빠진 연결고리(missing link)를 찾는 추론능력을 살펴,(1)탐구자들의 문제의식과 (2)비판적 관찰능력,(3)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방식 등을 논하면 어렵지 않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과학지식의 산출과정을 이해하고,탐구과정에서 나타난 창의적 사고를 찾아서 정리하는 비교적 쉬운 추론형 문제였다.
하지만 스스로 ‘개념’을 추론하고,자신이 발견한 개념을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과 그 의의를 설명하는 문제는 학생들의 다각적 능력을 판별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꼼꼼한 충실한 답안작성이 요청되었다.
【논제 2】
제시문 (가)와 【논제 1】을 활용하여 ‘창의적 사고’의 개념을 정의하고,자연 과학 이외의 영역에서 그러한 창의적 사고가 적용된 사례를 찾아 논하시오.(800±100자)
【해제 2】
논제2는 논제1을 보다 심화하고 확장한 문제이다.
이미 두 연구자의 창의성을 언어화하라는 요구를 수행한 수험생들에게 본인 스스로 창조성을 보다 정확하게 ‘개념화’하고,이를 자신이 찾아낸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정의형’ 문제는 비록 다루는 주제는 다를지언정 이미 여러 번 출제된 익숙한 논제이다.
서울대학교는 ‘개념’의 정의(definition)에 관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일례로,2005학년도 인문계 예시문항에서 ‘천재’의 개념에 관한 논의를 요구했다거나,지난 2009학년도의 정시논술 세 번째 문항에서 ‘전통의 진정성’이라는 개념에 관해서 논하라고 한 점은 올해의 1번 문항과 유사하다.
이처럼 서울대학교에서는 제시문을 참고하여 수험생 스스로 핵심개념의 정의를 확실히 하고,그 개념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라고 요구한다.
이는 글쓰기가 진정한 사유의 수단이 되려면 본인이 논하는 대상에 관한 정확한 개념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식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서울대학교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실’에서도,자신이 익숙하다고 생각한 개념의 의미를 출발선에서부터 되새기는 훈련을 강조한다.
제시문 (가)는 창조성에 관한 칸트의 글로서 창조성에 관한 칸트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서울대학교 논술에 등장하는 제시문은 논제 해결과정에서의 참고자료이므로,제시문 (가)를 그대로 답안에 옮겨 적으라는 것이 아니라,수험생들이 ‘창의성’을 스스로 개념화하는데 참고하도록 나온 지문에 불과하다.
수험생은 플레밍과 하틀리의 연구과정을 본인이 이미 언어화한 1번 답안의 내용과 칸트의 견해를 참고하여,창의성에 관한 자신만의 개념정의(定義)를 확실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후의 논지 전개과정에서 그 개념에 철저히 입각한 내용이 이어져야 한다.
서울대학교의 고유한 ‘개념정의형’ 논제에 충실한 답안을 작성하려면,수험생들은 자신이 어떠한 논의를 전개하는지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개념을 자신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를 계속 점검하면서 답안을 전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서울대학교 정시논술의 특징 분석
모든 시험의 기본 목적은 수험생의 ‘실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각각의 시험마다 그리고 학교마다 확인하고자 하는 실력의 종류나 분야는 모두 다르겠지만,수험생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험의 변별력 확보는 이 사회에서 실력주의(meritocracy)를 구현하기 위한 관건이 된다.
그러나 수학능력시험이 근래 지나치게 쉬워지면서 상위권에서의 실력 입증수단으로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상당기간 계속하여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수능점수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진 경우,수학능력시험은 학생의 실력이 얼마나 ‘우수한가’가 아니라,상대적으로 ‘하자는 없는지’ 정도를 따지는 시험이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는다.
시행 초기와는 달리 수능의 문제유형이 패턴화되고 이것이 반복학습을 통한 암기식 방법으로 터득 가능하게 되면서,진정한 변별력 증빙도구로써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력계측(計測)의 통일성과 신뢰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중앙시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당연한 제도이나,그래도 여전히 대학에서는 학문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전전긍긍 고심하게 마련이다.
일정 학습내용에 관한 반복노출로 축적된 ‘숙달’의 정도를 재는 것이 아니라,진정한 사유능력과 대학교육과정에서의 학습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대학의 열망은 논술시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서울대학교는 서울대만의 독특한 문제유형을 활용한 논술고사에서 수험생들과 지적(知的)게임을 펼침으로써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에 기반한 창의성을 판단한다.
서울대학교 정시논술의 특징을 꼽자면,우선 주어진 제시문이 무척 평이하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를 대거 활용한 짧고 쉬운 제시문이 등장하고,교과과정과 연계된 친숙한 주제가 출제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술시험이 쉬운가 하면 결코 아니다.
어려운 제시문을 활용한 논술시험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은 경우 제시문 독해과정에서 일차적으로 학생선별이 진행된다.
그래서 독해 이후 확인을 받는 문제해결 과정의 논증력과 창의력이 수험생 변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은 대폭 줄어든다.
일부 대학은 아예 제시문 독해능력과 논제이해의 정확성만을 가지고 학생을 선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제시문이 쉽다면 단순한 독해능력보다는 논증력과 창의력에서 확실한 검증이 이루어지게 된다.
즉,몇 년 동안 계속 쉬운 제시문을 활용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에서는 본교에 지원한 학생들의 수동적 텍스트 독해능력은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어진 텍스트에 관한 수동적 독해능력이야 이미 내신 국어과목이나 수능 언어영역에서 알아본 바이니,다른 평가영역에 집중해 수험생의 실력을 본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도다.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은 깊이 있는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시문이 평이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는 높다.
다른 대학교와 달리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의 제시문은 답안 작성과정에서 활용되는 참고자료로 주어지기 때문에 제시문의 난이도와 논술의 난이도는 철저히 별개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작년 정시논술 첫 번째 문항의 경우 서울대학교는 교과서를 짧게 발췌한 제시문을 주고는, “삶의 다양성이 필요한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관해 1,800자 가량의 답안을 작성하라고 요구하였다.
주어진 제시문은 짧기도 하였거니와,단순히 ‘다양성이 필요하다’라는 단순명제를 부풀려 나열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논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로서의 가치는 전혀 지니지 않았다.
5시간의 긴 장정을 준비하면서 시험장에 앉은 수험생들에게 ‘헉’ 소리가 나오게끔 하는 당황스러운 논제였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난해한 텍스트를 던져주고 요약을 하라든가 비교를 하라는 논제가 훨씬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논술의 꽃은 ‘논증’이다.논술은 ‘논리적 글쓰기’이므로,항상 ‘왜,어찌하여’라는 비판적 사고자세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학생의 논리적 사고력을 정공법(正攻法)으로 판단하겠다는 노골적이고 대담무쌍한 논제였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에두르지 않고 학생들에게 진검승부로 이를 입증해 보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에서는 논증력과 창의력이 진정한 평가 잣대가 되므로,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내공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서울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전개하고 그 논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타당한 논증과정을 밟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논술의 또 다른 특징은,학생들에게 스스로 답안을 ‘디자인(design)’하는 능력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여타 대학에 비해,서울대학교 논제는 유형이 정형화되지 않았다.
정해진 패턴이 없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문제접근 능력 내지는 논제 분석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수험생들은 논술 시험장에서 맞닥뜨리는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정리하고,그에 성실히 답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완결성을 갖춘 답안을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논제유형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것보다 더욱 유의해야 할 점은,서울대학교 논제가 이른바 ‘경직(硬直)형’ 내지는 ‘국소집중(局所集中)형’ 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서울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답안 작성에서의 재량권을 많이 쥐어주는 논제를 출제한다.
올해의 경우에도 정시논술 마지막 문항에서,“자신이 19세기 초반의 실학자라고 가상하고,노비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설문으로 작성하라”는 폭 넓은 질문이 출제되었다.
작년 역시,“한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에 전통문화의 계승과 변동이 이루어지는 양상에 대하여 논술하라”는 폭 넓은 논제가 나왔다.
이는 십 수년 동안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표적 스타일이다.
비록 논제 하단에 답변과정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필요조건’이 열거되지만,이것을 어떠한 순서로 답하면서 글을 전개해야 하는지는 순전히 수험생에게 달려 있다.
이러한 개방형 질문은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훨씬 높이고,시험장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당황스러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논술시험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왜 서울대학교가 이러한 방식으로 논제를 출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논술은 출제 교수진과 수험생들의 지적 게임이자 대화이다.
학생들은 게임의 조건을 성실하게 이해한 뒤,논제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답하는 ‘전략적 글쓰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적 글쓰기’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자면 논제 자체가 수험생에게 여유 공간(elbow room)을 많이 제공하는 질문 형식이 바람직하다.
답안을 스스로 설계(design)해가면서 논증을 펼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능력을 면밀히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가 얼마나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로 주어진 문제 상황을 재구성하고,자신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낼 수 있는지가 평가의 대상이 되므로,서울대학교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조련된 ‘앵무새’ 답안이 아니라 자신만의 사유능력과 논리전개능력을 꼼꼼히 확인하는 글쓰기를 준비하여야 한다.
이처럼 서울대학교 정시논술에 있어서는 시험에 임박하여 단기적으로 진행하는 유형적 학습은 무의미하다.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요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그리고 주제맥락을 파악하여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하는 역량을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시험 요행이 아니라 평소의 꾸준한 노력으로만 형성 가능하다.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논리적 글쓰기를 통한 주제탐구 연습이 수험생들에게 요청된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제시문】
가 칸트에 따르면 예술미는 지성과 상상력이 조화를 이룰 때,특히 상상력이 자유롭게 유희할 때 성립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성은 최고도의 생산적 정신 능력이다.
예술은 단순한 여흥이나 장식이 아니고 보편가치로서의 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예술가에게 창조성은 필수 조건이다.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는 인물들에게도 이 조건이 요구된다.
나 세균학자 플레밍(A.Fleming·1881~1955)은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당한 많은 사람들이 세균 감염 때문에 죽어가는 것을 보고,세균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1928년에 그는 상처의 고름에서 포도상 구균을 분리하여 배양하던 중 우연히 곰팡이에 의해 오염된 배양 접시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곰팡이가 자란 주변에는 포도상 구균이 없는 맑은 띠가 형성되어 있었고,곰팡이로부터 멀어질수록 포도상 구균의 균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이를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 플레밍은 그 곰팡이를 채취하여 배양하였다.
그리고 배양 접시에서 곰팡이를 제거한 다음,배양액을 800배까지 희석하여도 이 배양액이 포도상 구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은 곰팡이 자체가 아니라 곰팡이가 생산한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레밍은 이 곰팡이가 속한 페니실륨속(屬)의 명칭에 맞추어 이 물질을 페니실린으로 명명하였다.
이후 그는 연구를 계속하여 페니실륨속에 속하는 여러 종류의 곰팡이 가운데 페니실륨 노타툼만이 페니실린을 생산하며,페니실린이 여러 종류의 세균에 대하여 항균 작용을 하고 생쥐와 토끼 실험에서도 같은 항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다 지구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햇빛의 자외선을 흡수하여 지상에 있는 동·식물의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지상으로부터 약 15km~40km 떨어진 대기권에 오존이 밀집된 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 활동을 지속시키고 기후를 결정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태양으로부터 공급된다.
태양광선에는 가시광선 이외에도 자외선 등의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와 적외선 등의 파장이 긴 전자기파가 있다.
그런데 표면온도가 약 6000K인 흑체복사*에서 예측한 스펙트럼과 지구 표면에서 측정한 태양광선의 스펙트럼을 비교해 보니 <그림 1>과 같았다.
두 스펙트럼의 전반적인 모양은 비슷하나 300nm*보다 짧은 파장을 가진 자외선은 지상의 스펙트럼에서는 관측되지 않았다.
19세기의 과학자들은 왜 그렇게 관측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1840년에 오존이 발견된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이 기체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밝혀냈다.
이들 가운데 아일랜드의 화학자 하틀리(W.N.Hartley,1845~1913)는 <그림 2>와 같이 오존이 파장 240nm에서 300nm 사이의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지상에서 관측되는 태양빛에 300nm보다 짧은 파장의 자외선이 관측되지 않는 점에 주목하여,없어진 영역의 자외선이 대기 상공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존층에 흡수되어 지상에 도달되지 않는다고 예측하였다. 하틀리는 오존층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1881년에 제안하였으며,이 가설은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이 로켓을 이용하여 실측치를 구하게 되면서 확인되었다.
우리 시대에 오존층의 파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흑체란 외부에서 주어진 빛을 완전히 흡수했다가 재방출하는 물체를 뜻하며,흑체가 방출하는복사를 흑체복사라고 한다.태양은 흑체에 가까우므로 흑체복사 스펙트럼을 태양이 방출하는 복사스펙트럼으로 간주할 수 있다.1nm는 10-9m이다.
【논제 1】
플레밍과 하틀리의 과학적 발견 과정에 들어 있는 창의적인 생각을 찾아내어 근거와 함께 설명하고,그들의 발견이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삶에 기여한 바를 기술하시오.(800±100자)
【해제 1】
지금까지 서울대학교는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인 지식 습득으로 마련된 특정 내용이 아니라,학생들의 진정한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여러 과목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통합성을 지닌 문제를 다양한 형태로 출제해왔다.
금년 2010학년도 논술시험에서도 서울대학교는 다양한 교과에서 재료를 가져와 ‘창의성’에 관한 질문을 수험생들에게 던졌다.
올해의 1번 문항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호환성을 전제로 출제하였다는 점에서,존 캐리가 집필한 『지식의 원전』을 제시문으로 주고,“인문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자연과학의 지식이 필요한가에 대해 그 이유를 들어 논술하라”는 질문을 던진 2008학년도 정시 예시문제와도 약간 맥이 닿는다.
그러나 금년의 문제는 더욱 구체적으로 지식과 상상의 통합에서 기인하는 창의적 사고의 개념을 학생들에게 물었고,이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인류에게 ‘기여’하는지를 논하라고 하였다.
이 논제는 학생들에게 제시문의 내용을 분석적으로 독해하는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발췌한 지문으로서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을 전달하고 있고,제시문 (다)에서는 성층권을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시대에 살았던 하틀리가 오존층의 존재를 가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수험생들은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사례와 하틀리의 오존층 존재 가설에서 창의적인 사고의 실례를 발견하고,이를 자신의 언어로 옮겨야 하였다.
두 명의 관찰자 모두 스스로 ‘이론’을 발견한 사람들인데,기존 학설의 도그마에 휘둘리거나,기존 이론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태도에서 창의성을 접근하면 된다.
그들에게 이론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였다.
두 제시문에서 플레밍이 관찰의 결과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하틀리가 기존의 연구자료에서 빠진 연결고리(missing link)를 찾는 추론능력을 살펴,(1)탐구자들의 문제의식과 (2)비판적 관찰능력,(3)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방식 등을 논하면 어렵지 않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과학지식의 산출과정을 이해하고,탐구과정에서 나타난 창의적 사고를 찾아서 정리하는 비교적 쉬운 추론형 문제였다.
하지만 스스로 ‘개념’을 추론하고,자신이 발견한 개념을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과 그 의의를 설명하는 문제는 학생들의 다각적 능력을 판별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꼼꼼한 충실한 답안작성이 요청되었다.
【논제 2】
제시문 (가)와 【논제 1】을 활용하여 ‘창의적 사고’의 개념을 정의하고,자연 과학 이외의 영역에서 그러한 창의적 사고가 적용된 사례를 찾아 논하시오.(800±100자)
【해제 2】
논제2는 논제1을 보다 심화하고 확장한 문제이다.
이미 두 연구자의 창의성을 언어화하라는 요구를 수행한 수험생들에게 본인 스스로 창조성을 보다 정확하게 ‘개념화’하고,이를 자신이 찾아낸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정의형’ 문제는 비록 다루는 주제는 다를지언정 이미 여러 번 출제된 익숙한 논제이다.
서울대학교는 ‘개념’의 정의(definition)에 관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일례로,2005학년도 인문계 예시문항에서 ‘천재’의 개념에 관한 논의를 요구했다거나,지난 2009학년도의 정시논술 세 번째 문항에서 ‘전통의 진정성’이라는 개념에 관해서 논하라고 한 점은 올해의 1번 문항과 유사하다.
이처럼 서울대학교에서는 제시문을 참고하여 수험생 스스로 핵심개념의 정의를 확실히 하고,그 개념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라고 요구한다.
이는 글쓰기가 진정한 사유의 수단이 되려면 본인이 논하는 대상에 관한 정확한 개념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식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서울대학교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실’에서도,자신이 익숙하다고 생각한 개념의 의미를 출발선에서부터 되새기는 훈련을 강조한다.
제시문 (가)는 창조성에 관한 칸트의 글로서 창조성에 관한 칸트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서울대학교 논술에 등장하는 제시문은 논제 해결과정에서의 참고자료이므로,제시문 (가)를 그대로 답안에 옮겨 적으라는 것이 아니라,수험생들이 ‘창의성’을 스스로 개념화하는데 참고하도록 나온 지문에 불과하다.
수험생은 플레밍과 하틀리의 연구과정을 본인이 이미 언어화한 1번 답안의 내용과 칸트의 견해를 참고하여,창의성에 관한 자신만의 개념정의(定義)를 확실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후의 논지 전개과정에서 그 개념에 철저히 입각한 내용이 이어져야 한다.
서울대학교의 고유한 ‘개념정의형’ 논제에 충실한 답안을 작성하려면,수험생들은 자신이 어떠한 논의를 전개하는지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개념을 자신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를 계속 점검하면서 답안을 전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서울대학교 정시논술의 특징 분석
모든 시험의 기본 목적은 수험생의 ‘실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각각의 시험마다 그리고 학교마다 확인하고자 하는 실력의 종류나 분야는 모두 다르겠지만,수험생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험의 변별력 확보는 이 사회에서 실력주의(meritocracy)를 구현하기 위한 관건이 된다.
그러나 수학능력시험이 근래 지나치게 쉬워지면서 상위권에서의 실력 입증수단으로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상당기간 계속하여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수능점수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진 경우,수학능력시험은 학생의 실력이 얼마나 ‘우수한가’가 아니라,상대적으로 ‘하자는 없는지’ 정도를 따지는 시험이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는다.
시행 초기와는 달리 수능의 문제유형이 패턴화되고 이것이 반복학습을 통한 암기식 방법으로 터득 가능하게 되면서,진정한 변별력 증빙도구로써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력계측(計測)의 통일성과 신뢰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중앙시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당연한 제도이나,그래도 여전히 대학에서는 학문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전전긍긍 고심하게 마련이다.
일정 학습내용에 관한 반복노출로 축적된 ‘숙달’의 정도를 재는 것이 아니라,진정한 사유능력과 대학교육과정에서의 학습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대학의 열망은 논술시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서울대학교는 서울대만의 독특한 문제유형을 활용한 논술고사에서 수험생들과 지적(知的)게임을 펼침으로써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에 기반한 창의성을 판단한다.
서울대학교 정시논술의 특징을 꼽자면,우선 주어진 제시문이 무척 평이하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를 대거 활용한 짧고 쉬운 제시문이 등장하고,교과과정과 연계된 친숙한 주제가 출제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술시험이 쉬운가 하면 결코 아니다.
어려운 제시문을 활용한 논술시험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은 경우 제시문 독해과정에서 일차적으로 학생선별이 진행된다.
그래서 독해 이후 확인을 받는 문제해결 과정의 논증력과 창의력이 수험생 변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은 대폭 줄어든다.
일부 대학은 아예 제시문 독해능력과 논제이해의 정확성만을 가지고 학생을 선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제시문이 쉽다면 단순한 독해능력보다는 논증력과 창의력에서 확실한 검증이 이루어지게 된다.
즉,몇 년 동안 계속 쉬운 제시문을 활용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에서는 본교에 지원한 학생들의 수동적 텍스트 독해능력은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어진 텍스트에 관한 수동적 독해능력이야 이미 내신 국어과목이나 수능 언어영역에서 알아본 바이니,다른 평가영역에 집중해 수험생의 실력을 본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도다.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은 깊이 있는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시문이 평이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는 높다.
다른 대학교와 달리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의 제시문은 답안 작성과정에서 활용되는 참고자료로 주어지기 때문에 제시문의 난이도와 논술의 난이도는 철저히 별개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작년 정시논술 첫 번째 문항의 경우 서울대학교는 교과서를 짧게 발췌한 제시문을 주고는, “삶의 다양성이 필요한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관해 1,800자 가량의 답안을 작성하라고 요구하였다.
주어진 제시문은 짧기도 하였거니와,단순히 ‘다양성이 필요하다’라는 단순명제를 부풀려 나열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논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로서의 가치는 전혀 지니지 않았다.
5시간의 긴 장정을 준비하면서 시험장에 앉은 수험생들에게 ‘헉’ 소리가 나오게끔 하는 당황스러운 논제였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난해한 텍스트를 던져주고 요약을 하라든가 비교를 하라는 논제가 훨씬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논술의 꽃은 ‘논증’이다.논술은 ‘논리적 글쓰기’이므로,항상 ‘왜,어찌하여’라는 비판적 사고자세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학생의 논리적 사고력을 정공법(正攻法)으로 판단하겠다는 노골적이고 대담무쌍한 논제였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에두르지 않고 학생들에게 진검승부로 이를 입증해 보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에서는 논증력과 창의력이 진정한 평가 잣대가 되므로,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내공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서울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전개하고 그 논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타당한 논증과정을 밟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논술의 또 다른 특징은,학생들에게 스스로 답안을 ‘디자인(design)’하는 능력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여타 대학에 비해,서울대학교 논제는 유형이 정형화되지 않았다.
정해진 패턴이 없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문제접근 능력 내지는 논제 분석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수험생들은 논술 시험장에서 맞닥뜨리는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정리하고,그에 성실히 답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완결성을 갖춘 답안을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논제유형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것보다 더욱 유의해야 할 점은,서울대학교 논제가 이른바 ‘경직(硬直)형’ 내지는 ‘국소집중(局所集中)형’ 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서울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답안 작성에서의 재량권을 많이 쥐어주는 논제를 출제한다.
올해의 경우에도 정시논술 마지막 문항에서,“자신이 19세기 초반의 실학자라고 가상하고,노비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설문으로 작성하라”는 폭 넓은 질문이 출제되었다.
작년 역시,“한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에 전통문화의 계승과 변동이 이루어지는 양상에 대하여 논술하라”는 폭 넓은 논제가 나왔다.
이는 십 수년 동안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표적 스타일이다.
비록 논제 하단에 답변과정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필요조건’이 열거되지만,이것을 어떠한 순서로 답하면서 글을 전개해야 하는지는 순전히 수험생에게 달려 있다.
이러한 개방형 질문은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훨씬 높이고,시험장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당황스러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논술시험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왜 서울대학교가 이러한 방식으로 논제를 출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논술은 출제 교수진과 수험생들의 지적 게임이자 대화이다.
학생들은 게임의 조건을 성실하게 이해한 뒤,논제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답하는 ‘전략적 글쓰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적 글쓰기’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자면 논제 자체가 수험생에게 여유 공간(elbow room)을 많이 제공하는 질문 형식이 바람직하다.
답안을 스스로 설계(design)해가면서 논증을 펼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능력을 면밀히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가 얼마나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로 주어진 문제 상황을 재구성하고,자신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낼 수 있는지가 평가의 대상이 되므로,서울대학교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조련된 ‘앵무새’ 답안이 아니라 자신만의 사유능력과 논리전개능력을 꼼꼼히 확인하는 글쓰기를 준비하여야 한다.
이처럼 서울대학교 정시논술에 있어서는 시험에 임박하여 단기적으로 진행하는 유형적 학습은 무의미하다.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요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그리고 주제맥락을 파악하여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하는 역량을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시험 요행이 아니라 평소의 꾸준한 노력으로만 형성 가능하다.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논리적 글쓰기를 통한 주제탐구 연습이 수험생들에게 요청된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