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대학교 신입생이 되는 장 군은 남들이 보기에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희망하던 대학에 합격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공하고 싶었던 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타대학의 인기 학과에도 합격하였지만 대학을 한 단계 낮춰 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대학 간판이 중요하며 대학 간판을 따라 가면 대학 생활 동안 또 다른 흥미를 찾을 것이라는 의견과 전공 선택을 잘못하면 평생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싶은 공부를 하라는 조언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장 군과 같은 상황에서 본인은 어떠한 결정을 내리겠느냐는 질문에 "원하는 대학의 학과가 내가 피하고 싶던 학과만 아니라면 차선택으로 진학하겠다"와 "우선은 대학을 잘 가고 전과나 복수전공을 고려해 보겠다" 쪽으로 대답이 쏠렸다.

많은 수험생들이 학과와 취업을 별개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사회에 나갈 때는 전공에 따라 취업의 제한을 받는 일이 많다.

그러므로 어떤 학과를 갈 것인가와 함께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고등학생은 명문 대학과 직업을 떠올리며 수험 생활을 이겨낸다.

그런데 3년간 꿈을 향해 달려오다가 막상 원서를 접수하는 일주일 동안 지원하는 학과가 바뀌기도 한다.

마감을 몇 시간 남겨두고 경쟁률을 비교하면서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합격의 가능성을 높이는 입시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좌우하는 선택을 우발적으로 한순간에 결정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장 군과 같은 상황에서 주변 어른들은 어떤 선택을 권유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송 양은 "그래도 명문대를 원하실 것 같다"며 "부모님이 사회의 분위기를 더 잘 아시니 그렇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양은 "어느 쪽이든 지인들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부담스러운 중압감이 따를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진학컨설턴트는 학력이 우수한 부모일수록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부모가 한다는 잘못된 통념을 갖는다고 한다.

부모가 나온 대학을 기준으로 하여 수험생의 대학 진학을 평가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기도 하였다.

과거 부모 세대가 입시를 치렀을 때보다 교육열이 높아졌고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의 수가 몇 배나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한 예로 김 양은 서울대 집안 출신이기 때문에 남들이 모르는 고충을 짊어지고 있다.

"서울대에 합격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가문의 망신이라고 여기고 친척들 사이에서도 겉돌 것 같아 두렵다"며 "기대치가 너무 높으니 오히려 공부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양은 "심리학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부모님이 말도 못 꺼내게 해서 고민"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는 오랜 사회적 통념 때문에 자녀의 대학 진학을 잘못 지도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오늘날 심리학과는 여러 학생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전공이자 전문가들도 유망하게 보고 있는 학과 중 하나이다.

부모가 진학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나 지나친 편견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 담임 선생님이나 입시 컨설턴트와 함께 상담하는 것도 유익하다.

외환위기 이후 취업률과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고려해 인문계 학생들은 경제,경영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자연계의 경우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겨난 이후에는 관련 학과의 경쟁률이 치솟았다.

취업을 고려해 중하위권 대학 실용 학과의 인기도 높아졌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학벌주의와 '내 아이에게는 최고'를 욕심 내는 부모, 그리고 끝없는 눈치작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수험생 본인이다.

12년간의 준비 후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 자신의 적성에 맞고 나아가 학생을 사회의 훌륭한 지성인으로 길러낼 수 있는 학교와 학과를 고르는 일은 진학 준비 과정에서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최고의 학교(The Best School)'가 아니라 '알맞은 학교(The Right School)'를 찾길 바란다.

조윤경 생글기자 ncgre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