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 간의 가격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제품의 시장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이번 가격 경쟁은 유통업체 간 자존심 싸움의 성격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적 가격 인하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1월 중순,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대형 할인점이 주요 일간지에 낸 생필품 가격 인하 방침에 대한 광고였다.

해당 업체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삼겹살,즉석 조리식품 등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하겠다고 선전하였다.

이에 대해 다른 대형 할인점들이 즉시 해당 업체의 광고에 준하는 혹은 그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하면서,가격 인하는 경쟁이 아닌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언론과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이 시작되자 반색을 표했다.

대형 할인점들이 유통업 전반을 과점함으로써 생긴 유통마진의 과잉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고,주요 생필품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새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많은 소비자들이 할인점을 찾기 시작했고,하루 단위로, 혹은 심할 경우 몇 시간 단위로 경쟁 업체의 가격을 확인하여 할인행사를 벌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즐거워했다.

하지만 즐거움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경쟁적 가격 인하로 인해 주요 생필품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광고를 보고 할인점을 찾았던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한 대형 식품 납품업체가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문제는 확대되었다.

가격 인하의 대상이 된 제품의 공급이 대형 할인점으로 집중되면서,소매점에는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장기적으로 유통업체가 출혈경쟁의 손해를 납품업체에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던 방송국에서는 일주일 만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또한 심각성을 인식한 유통업체가 화해를 시도함에 따라 공급 중단 문제가 일단락되었지만,위험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번 사태처럼 가격 경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혹은 가격 외적인 부분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 경쟁 현상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속성상 기업의 모든 전략이 소비자에게 이득을 준다고 볼 수는 없다.

언론은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두어,기업의 판매전략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기업은 단기간의 출혈경쟁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유통 단계 축소와 인프라 구축을 통한 장기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일주일 만에 드러난 가격 경쟁의 문제점을 예견하지 못한 언론과,과도한 경쟁으로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 유통업체,그리고 '할인행사'에 눈이 멀어 사재기에만 급급했던 소비자들 모두가 함께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조연경 생글기자(대전 둔산여고 3년) younk199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