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때문에 기상이변 vs “20년 지구 빙하기 도래” 주장도 나와

지구 북반구 곳곳에 뜻밖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태양의 주"(Sunny State)로 불리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오렌지 밭이 꽁꽁 얼어붙고 양식장의 열대어 10만마리가 얼어 죽었다.

지난 11일 플로리다의 탤러해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졌고 일광욕의 천국인 마이애미도 영하권에 근접했다.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온도다.

베이징 수은주는 40년 만의 최저인 영하 16도로 내려앉았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성탄절 무렵 한파와 폭설로 100명 이상 숨졌다.

북반구에서는 이처럼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반면 남반구는 극심한 무더위와 홍수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폭우로 수백채의 주택이 물에 잠기고 도로가 끊겼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남반구 일부 지역과 중동 북아프리카 등 적도 지방은 최근 기온이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지구빙하기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나온다.

⊙ 한파 · 폭설 등 기상이변,지구온난화 때문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번 한파가 최근 자주 나타나는 기상이변의 하나이며, 역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약해진 북극의 '제트기류'와 엘니뇨가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한기를 저위도 지방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가둬두는 일종의 둑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북극의 기압이 예외적으로 높아 북극의 냉기를 차단하던 제트기류를 무력화시키고 내려와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한국 등 북반구 국가들이 혹한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냉기가 빠진 북극지방은 상대적으로 따뜻해졌다.

남반구의 무더위와 폭우는 남아메리카 서부 해상 수온이 급등하는 엘니뇨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엘니뇨로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남쪽 공기가 올라오다 북반구의 한파와 충돌하면서 곳곳에 폭설을 야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의 한파가 장기간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추세 안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변화라는 견해도 나온다.

지구온난화가 에너지 순환에 영향을 끼치며 일종의 기후 교란을 일으켰고 그 여파로 한파와 폭설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 "향후 20~30년 미니 빙하기 도래"

최근 기상이변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지만 이에 반대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구가 계속 더워지는 추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위원인 모지브 라티프는 최근 지구촌 상황을 '미니 빙하기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라이프니츠 해양과학연구소 교수인 그는 "올 겨울 혹한은 지구 차원에서 진행되는 냉각기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태평양과 대서양 수온의 변화 주기를 토대로 한 관찰 결과다.

그는 "당분간 겨울은 요즘처럼 춥고 여름엔 서늘해질 것이며 이런 추세는 20~30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스타시오 초니스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도 이런 주장을 편다.

북대서양의 해류에 변화가 생겨 전 세계적으로 북반구의 한파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1980~2000년의 지구온난화가 이런 기류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고 이제 주기가 바뀌어 최근 같은 혹한이 전보다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구온난화,온실가스 때문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때문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1년간 지구 온도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으며 그 기간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 가스의 배출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난 11월9일 보도했다.

지구온도가 상승하지 않았다는 주장은,인간의 활동이 지구 온도 상승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에 의해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들은 지구에 가해지는 열의 98%가 태양으로부터 온다는 점에 주목한다.

민간 기후전망기관인 '웨더액션'의 과학자 피어스 코빈은 "지구의 온도 변화는 거의 전적으로 태양이 발산하는 열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관심을 끄는 사안은 지구의 '열 저장소'로 불리는 바다의 상태다.

웨스턴 워싱턴대의 돈 이스터브룩 교수는 "1980~1990년대엔 대양의 온도가 상승하는 주기에 있었지만,최근 하락 주기를 맞았다"며 "이는 향후 지구 온도도 하락할 것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향후 20~30년 미니 빙하기 도래'를 예상한 라티프 교수, 초니스 교수와 비슷한 주장이다.

⊙ 온난화 주장 학자들 '반대파 축출' 공모

지난 11월에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반대파 학자들을 학계에서 밀어내려고 공모했다는 사실이 담긴 이메일이 인터넷에 폭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학자들이 의견이 다른 적을 벌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당시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지난 13년간 주고받은 이메일 수백통이 인터넷에 뜬 것은 지난 11월11일.

세계적인 기후 연구소인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기후연구센터(UEA)의 서버가 해킹된 직후였다.

이 이메일에는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위협이 급박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나 보고서에 게재되지 않게 애쓴 내용이 많다.

그들은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공감하지 않는 학자들의 논문은 학술지에 실리지 않게 각 학술지의 출판 담당들에게 압력을 넣는 방법도 서로 얘기했다.

⊙ 현재는 지구온난화가 다수설

이쯤 되면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헷갈린다.

과학자들이 여러가지 근거를 대며 주장을 펴고 있지만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현재 대세는 기후변화론자들,즉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며,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벌어지고 있다는 쪽이다.

아직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소수론에 가깝다.

그런데 만약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구가 죽어간다'며 이산화탄소를 감축하자고 난리를 피운 쪽은 어떻게 되는 건가.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