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전 르네상스’… 공해없고 싸고 안전한 에너지
[Focus] 한국, ‘原電’ 강국 도약… 나도 원자력학과 가볼까?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국내에 '원전 붐'이 일고 있다.

원전이 기피 대상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탈바꿈하면서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을 잇는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각광받는가 하면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대학의 원자력 학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원자력 전문대학원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 중동발 '원전 르네상스'

한국은 작년 12월27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전 선진국'을 제치고 UAE로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주했다.

2020년까지 원전 4기를 짓고 유지 · 보수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원전 기술을 도입할 당시 가진 기술이라곤 하나도 없던 한국이 30여년 만에 '원전 강국'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이번 원전 수주의 경제적 효과는 '건국 이래 최대' 수준이란 평가다.

수주액 400억달러는 자동차(NF쏘나타 대당 2만달러 정도) 200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효과다.

원전 4기를 짓는 10년간의 사업기간 중 국내에서만 총 11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원전 수출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될 원전은 430기, 금액으로 12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10~20%만 한국이 수주해도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전 세계에 각인된 만큼 향후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이 '새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의 원전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이번에 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APR1400)은 ㎾당 건설단가가 2300달러 수준으로 프랑스(2900달러), 일본(2900달러), 미국(3582달러) 등 동급 원전 가운데 가장 낮다.

발전단가는 석탄 50만㎾ 발전과 비교할 경우 20% 이상 뛰어나고 설계수명도 미국 제품보다 20년이나 긴 60년에 달한다.

또 원자로의 중심부가 손상되는 빈도 역시 100만년에 1회 수준이다.

그만큼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얘기다.

UAE가 한국 원전을 택한 것도 결국 이런 장점이 부각된 결과다.

⊙ 왜 다시 원전?

[Focus] 한국, ‘原電’ 강국 도약… 나도 원자력학과 가볼까?

과거 원전은 '미운 오리 새끼'였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와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단이었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원전은 '위험한 에너지'라는 인식이 확산됐고,환경운동의 주적이 됐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원전 건설이 수십년간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이 30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하고, 1980년대 국민투표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한 이탈리아는 2013년부터 원전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원전 강국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8%를 원전에서 충당하고 있고 일본도 원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한국도 향후 8기를 더 짓기로 했다.

한국은 석유 석탄 등 천연자원이 부족해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원전에 의존해온 측면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한 기술 개발과 운영 경험 축적을 통해 이제는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원전이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중국 등 신흥국의 고성장과 지구 온난화 덕분.

세계적인 에너지 수요 급증과 CO₂(이산화탄소) 감축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전이 재조명받게 된 것이다.

실제 원전은 한 시간에 1㎾의 전력을 생산할 경우 CO₂배출량이 10g에 불과하다.

석탄(991g)이나 석유(782g)는 물론 태양광 발전(57g)과 비교해도 '친환경'이라 할 수 있다.

한때 반핵운동가로 그린피스(환경단체) 영국 대표를 지낸 스티븐 틴테일은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원전 건설은 잘못'이라는 소신을 접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매장량이 풍부한 데다 단위전력당 생산단가도 화석연료의 25~80%에 불과해 경제성이 높은 편이다.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원전만큼 값싼 에너지원이 없다는 논리다.

⊙ 원전 전문가 되려면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원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수십년간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문 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마저 원전을 운영하는 기술인력은 외국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08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배출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자는 1990년대 말 100명 선에서 2002년 30여명으로 줄었다.

국내에서도 내년까지 원전 관련 전문인력이 2600명 이상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국내 대학 가운데 원자력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은 서울대 KAIST 한양대 경희대 조선대 등 5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유사 학과와 학부 형태로 운영되는 곳까지 포함해도 그 수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원전 관련 학과를 나오면 향후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2년 울산에 설립 예정인 국제원자력대학원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전문대학원이 될 이 학교는 매년 국내외에서 각각 50명씩 100명을 선발해 2년간 교육할 예정이다.

<용어설명>

원자력발전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만들어 그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연료만 다를 뿐 발전 원리는 석탄을 때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나오는 증기의 힘으로 전기를 만드는 화력 발전과 같다. 우라늄 1g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이나 석탄 3t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와 맞먹을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원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기술 발전으로 위험성이 어느 정도 제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