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명태家의 형제들
“집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살아 있는 상태로 가져오시면 시가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포상금을 드립니다.”

미아 광고도 아니고 우스갯소리도 아니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물로 맛도 좋고 값도 비교적 싸서 예로부터 서민들이 즐겨 찾던 명태가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 만큼 귀해진 것이다.

급기야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최근 ‘동해안 살아있는 명태를 찾습니다’란 전단을 제작해 배포에 나섰다고 한다.

또 일본과 함께 동해의 주요 어종인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세미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삶에서 명태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는 우리말에 명태를 가리키는 말들이 수없이 많은 데서도 알 수 있다.

가공방법이나 잡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고,요리방법에 따라 여러 말들을 만들어내 우리말을 풍성하게 하는 데도 일조했다.

우선 ‘명태(明太)’라는 명칭의 유래가 재미있다.

고려시대 때부터 함경도 강원도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이름이 없어 그냥 ‘무명어’로 불렸다.

그러다 조선시대에 와서 함경도 명천(明川)이란 곳의 태(太)씨 성을 가진 사람이 생선을 잡았는데 이름을 몰라 지명의 ‘명(明)’자와 잡은 사람의 성을 따서 ‘명태(明太)’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 조재삼이 일종의 백과사전 격으로 지은 ‘송남잡지’에 전해지는 얘기다. (디지털강릉문화대전)

명태의 여러 이름 중에서도 동태,생태,북어,황태,코다리,노가리 정도가 우리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이다.

이 외에도 건태,백태,흑태,강태,망태,조태,왜태,태어,더덕북어 등 숱한 이름이 있다.

모두 명태족(族)의 별칭들이다.

우선 ‘생태’는 글자 그대로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잡은 그대로의 명태를 말한다.

‘동태’는 상하지 않게 잡아 얼린 것을 가리킨다.

‘북어’는 말린 명태이다. 이 북어를 얇게 저며 양념을 해 말린 게 ‘북어포’이다.

명태는 한류를 따라 겨울철이면 동해로 내려오는데,북쪽 바다에서 내려온 고기란 뜻에서 ‘북어(北魚)’라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12월 들어 첫눈이 내릴 즈음 강원도 일대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덕’을 세우고 명태를 내건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말린 명태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이듬해 초봄쯤이면 더덕처럼 마른 북어가 되는데 이를 특별히 ‘황태’라 부른다.

빛깔이 누르고 살이 연하며 맛이 좋아 예로부터 강원도 특산품으로 불렸다.

특히 대관령 진부령 지역의 황태덕장이 유명한데 한창 활기를 띠어야 할 요즘 명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곳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덕장’이란 물고기 따위를 말리려고 덕을 매어 놓은 곳을 가리키는 우리 고유어이다.

이때 ‘덕’은 널이나 막대기 따위를 나뭇가지나 기둥 사이에 얹어 만든 시렁이나 선반을 뜻한다.

‘코다리’는 내장을 뺀 명태를 완전히 말리지 않고 반건조한 상태의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마른 북어보다는 촉촉하고 부드러우며,생태보다는 쫀득한 맛이 나 찜이나 조림으로 해먹기에 그만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어사전에 ‘코다리’란 단어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4마리씩 코를 꿰어 판다는 데서 코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노가기를 풀다’ ‘노가리 깐다’ 식으로 많이 쓰이는 ‘노가리’는 ‘말이 많거나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사전에 오른 단어이므로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말이다.

이 ‘노가리’는 본래 명태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이다.

명태는 산란기에 암컷 한 마리가 약 10만~100만개의 알을 낳는데,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알을 깐다는 데서 쓰임새가 확장돼 말을 많이 하거나 진실성이 떨어지는 것을 빗대는 의미가 생긴 것이다. (조항범 충북대 교수)

새우나 조개,멸치,조기 따위의 생선이나 그 알,창자 등을 소금에 짜게 절여 삭힌 음식을 ‘젓’ 또는 ‘젓갈’이라 부른다.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명태의 기여는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젓’ 가운데 대표적인 명란젓(明卵-)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담근 것이다.

명태의 창자로도 젓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창난젓’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명란젓’이란 말을 연상해 ‘창난젓’을 ‘창란젓’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창난젓은 알이 아니라 창자로 만든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젓갈과 비슷한 식품으로 ‘식해’가 있다.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밥을 섞어 숙성시킨 것을 말한다.

가자미식해가 유명하다.

식해 역시 우리 전통 음료의 하나인 ‘식혜’와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 십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