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글”
● 8회 생글논술경시대회 대상(인문계 고1,유형) 답안 - 이주희(북평여고2년)
1. 인간의 행위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행위의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에게 근본적인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는지의 여부는 행위에 책임성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에서 칸트는 의무론적 도덕론을 주장한다.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선의지의 지배를 받고,이를 따를 것인지는 스스로의 실천이성에 의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칸트는 인간에게 도덕법칙을 존중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간의 범죄 책임은 도덕법칙을 따르지 않은 범죄자 자신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다]에서는 범죄 행위의 가장 큰 원인을 사회 구조의 모순과 부조리에서 찾는다.
복지의 부재와 계층 간의 갈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범죄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를 하도록 부추기고,이는 복지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같이 [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자율의지보다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행위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범죄자의 범죄 행위는 그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그러므로 범죄 책임은 범죄자 본인보다는 그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은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2. 형벌의 목적은 복수가 아닌 교화에 있다.
개방형 교도소는 이러한 취지를 잘 반영해주는 시스템이다.
오랜 기간 징역살이를 했던 수감자들에게 사회 적응이라는 과제는 분명 힘든 일이며,심지어는 출소 후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까지 있다.
이러한 일을 예방하고 출소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개방형 교도소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범행 동기야 다양하겠지만,사회적 현실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계층 간의 갈등 심화,복지제도의 부재 등 사회환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없는'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때 그가 결국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자.
물론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범죄자 자신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한 사회도 역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긴 감옥살이를 한 끝에 지치고 삐뚤어진 장발장의 마음을 돌려준 것은 신부님의 따뜻한 사랑이었다.
개방형 교도소도 출소 직전의 수형자들에게 이러한 역할을 해줄 것이며,또한 그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3. 범죄자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 것인가는 인류의 지속적인 관심사이자 공통의 과제였다.
시대에 따라 형벌제도 역시 다양한 변화를 겪었지만,그러나 그 목적은 다르지 않았다.
범죄자의 범죄 행위를 처단함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에게 효과적인 인상을 남겨 동일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형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보복을 위한 무기로써 무자비하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저질러진 범죄의 원상회복은 어떤 방법으로든 불가능하며,감정적이고 잔혹한 형벌 역시 소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형벌의 궁극적인 목적은 범죄의 정도에 알맞은 형벌을 부과하면서도 수형자에게는 최소한의 신체적 고통을,사회적으로는 최대한의 예방효과를 남기는 것이며,이는 흉악범들의 처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흉악범들의 극악무도한 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사형 문제를 비롯해 심지어는 고문 등 신체형의 부활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물론 그들 범죄의 죄질이나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뻔뻔한 태도는 그런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 역시 돌이킬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형법에 따라 적정한 형벌을 부과하되,필요에 따라서는 범죄자의 신원 공개나 표식 설치 등과 같이 신체적인 고통을 배제한 방법으로 유사범죄의 예방을 위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자 본인에게 직접 가해지는 형벌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여건을 향상시키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제도 마련을 병행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예방해야만 진정한 형벌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생글생글은 나의 생각을 키워주는 좋은 친구"
8회 생글논술 경시대회 대상 / 이주희양
제8회 생글논술경시대회 대상을 차지한 이주희양(북평여고 2년)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논술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지만,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이양의 어머니는 논술 지도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이양에게 논술 관련 책과 대학 교재를 많이 접할 수 있게 도와왔다.
이번 8회 생글논술 경시대회 인문계 논제는 다소 시사적인 문제가 출제되었는데,이양은 평소 시간이 없어 뉴스 등을 꼭 챙겨보진 못하지만,학교 선생님들이 시사적인 이슈를 수업시간에 수업교재로 선택하여 알려주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양은 초등학교 시절엔 모 일간지에서 주최하는 시 쓰기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중학교 시절엔 강원도 양성평등 글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두각을 보여왔다.
생글생글에선 커버스토리를 가장 좋아하며,생글생글을 읽을 때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견해가 있으면 생각의 차이점을 머릿속에 그리며 읽는 편이고 이 점이 더 많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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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고 정확한 논지 전개 ‘탁월’
● 제8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대상 답안 심사평
제8회 생글 논술경시대회의 수상답안으로 선정된 이 글은 논술문이 갖춰야 하는 장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논술은 철저한 상호교류(communication)로서의 글쓰기이다.
논제라는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글이 논술이므로,논술문은 그 자체로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논제와의 연계하에서 엄정히 평가된다.
따라서 출제의도를 명확히 이해하여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충족시키는지가 우선적 평가대상이다.
이처럼 논술은 '전략적 글쓰기'이기 때문에 논제의 요구에 집중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식으로 답안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수상답안은 1번에서 3번에 이르기까지 적합한 표현을 통해 논제의 요구를 만족스럽게 충족시켰다.
특히 내용 전개의 필연성 및 논리적 긴장감 측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답안이 구성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 주제를 이해하고 관련 내용을 논하였으나 많은 수험생들이 논의 전개에 긴요하지 않은 글을 써나가며 답안을 '낭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수상작은 논제의 요구를 정확히 포착하여 이에 집중한 답안을 작성하였다.
1번의 경우에도 논지의 정확하고 일관된 전개 및 구성의 효율성이 돋보인다.
답안을 시작하면서 중요 핵심개념인 '선택의 자유'와 '책임귀속'의 논리적 관계를 명시하고,그 연관성을 토대로 제시문 (나)와 (다)의 차이를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답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논의가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주요 개념과 그 연관성에 집중되어 있는 훌륭한 답안이다.
2번 답안도 형사정책의 목적을 첫 문장에서부터 분명히 밝히면서 글을 전개해 나가는 효과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형사정책의 목적을 명시해야 개방형교도소에 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데,상당수 학생들이 행형의 궁극적 목적에 대한 고민 없이 2번 답안을 마무리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특히나 효율적이고 명쾌하다.
3번 답안 역시,세련된 서두를 통해 형사처벌의 목적이 '예방'이라는 점을 명시하면서 확실한 논점을 마련한 효과적인 글쓰기 전략이 두드러진다.
형사처벌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구체적 처벌방식의 타당성이 달리 평가되기 때문이다.
연이어 이미 저질러진 범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면서 잔혹형 집행을 비판하고,'최소의 형벌로 최대의 효과'를 주장하는 베카리아의 형사정책론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쟁점에 관해서는 논증의 정밀성이 좀 더 요구된다.
형벌은 국가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임을 감안할 때 '일벌백계'라는 말처럼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얼마든지 엄벌주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논리 보강이 있어야 설득력이 제고된다.
사람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하는 것은,보복 논리도 물론 있지만,형사처벌이 약하면 해당 범죄의 가해자를 비롯해 사회에 숨어 있는 잠재적 범죄자들에 대한 경계가 불충분해서 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발생 범죄의 불가역성과 미래 범죄의 예방만 고려하면 형벌의 비례적정성을 떠난 다른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더욱 치밀한 논증이 필요하다.
사실,총점에서는 뒤처지지만 3번 답안만을 놓고 평가할 때에는 더 우수한 답안도 있었다.
하지만 논지의 명쾌함이 일관되게 지속되는 장점이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에 이 답안이 대상 답안으로 선정했다.
특히,예방을 위해 '신원공개나 표식설치 등'을 부수적으로 제의했다는 점에서도 논지의 명쾌함이 잘 입증되었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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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생글생글 경시대회 채점평
이번 생글 경시대회에서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논제가 출제되어 응시생들이 무리 없이 논의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범죄와 처벌'이라는 주제 자체가 무겁기는 하지만,근래 자주 접하게 되는 흉흉한 뉴스들 때문에라도 누구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러 번 고민해봤을 현실적 문제의식을 지니도록 논제가 구성되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높은 완성도의 답안을 제출하였고,주제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엉뚱한 내용을 전개하는 답안은 비교적 드물었다.
그러나 '이해력'이 논술의 가장 기초적인 필수덕목이지만 단순히 이해력 하나만으로 논술 답안이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증력'과 '독창적 사고력',글의 '유기적 구성능력' 및 '표현력' 등이 모두 조화롭게 발달되어 있어야 우수한 논술 답안이 작성된다.
그래서 제시문들이 전달하는 주제에 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다른 부문에서는 여전히 지적 사항이 많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분발해야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출제되었던 '정신과 육체'라는 형이상학적인 주제(이 주제는 이번 9월의 서강대 수시논술에서 동일하게 출제되었다)를 다루었던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논제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정확한 방향으로 작성된 답안이 많았으나,각각의 답안에서 세밀한 조건까지 따질 때에는 잘못 구성되거나 관련 개념에 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답안이 여전히 많았다.
논술의 글은 문자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사고의 발현'이라는 점에서,답안을 전개할 때 자신의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이 최대한 정확하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 논제 1번 채점평
논제 1번은 제시문 (가)에서 (다)에 이르는 세 글을 효율적으로 요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행위선택의 자유'와 '책임의 귀속'이라는 두 핵심개념을 다룬다.
제시문 (가)는 'y(책임귀속)=f(x:선택의 자유)'라는 논리적 함수관계를 설명하면서,독립변수인 '선택의 자유' 여부에 따라서 종속변수인 '책임귀속'이 달라짐을 설명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는 제시문 (가)에 이어,제시문 (나)와 (다)는 동일한 논리적 구조를 취하며 '선택의 자유'라는 조건에 대해 달리 평가하고 그에 따라 '책임귀속'에 있어서도 상반된 결론을 내린다.
결국 나중의 두 글은 제시문 (가)가 설정한 논리적 도식에서 각각 다른 변수들을 대입하여 산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셈이다.
수험생들은 1번 논제에서 두 핵심개념을 잘 포착하고 그 관계를 표현하면 되었는데,대부분의 답안이 정보 파악의 측면에서는 실수 없이 이 과정을 잘 완수하였다.
그러나 칸트의 주장을 잘못 이해하는 글이 꽤 있었던 데다가,무엇보다도 글의 논리적 긴장감과 구조의 유기성 측면에서 미흡한 답안이 많아 감점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해의 정확도'와 '표현의 효율성'이 모두 평가되는 것이 요약이기 때문에,핵심개념과 그 관계를 가장 명쾌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시문의 문장을 지나치리만큼 그대로 베껴 써서 명료한 표현을 구사하지 못 한 글이 많았으며,구성적 측면에서도 (나)와 (다)의 대립되는 조건 상정과 결론을 두드러지게 쓰기 위한 효과적 내용 배치를 하지 않고 그냥 세 글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다.
논술문은 많은 정보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여야 하기 때문에 제시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답안이 되지 못한다.
이해의 완벽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글의 표현과 구성에서 모두 우수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표현의 이러한 미비점은 논제 2번과 3번 답안에서도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 논제 2번 채점평
2번 논제를 충실히 답하려면,개방형 교도소의 '의미'를 정리하고 제시문 (나) 혹은 (다)의 관점 중 하나를 택하여 개방형 교도소를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형사처벌 내지는 행형(行刑)의 근본취지와 목적이 논해져야 한다.
제시문 (나)가 전달하는 행형의 목적은 그릇된 결단에 대한 '도덕적 문책이자 응징'이다.
반면에 제시문 (다)가 말하는 행형의 목적은 해당 사회가 그 사회화에 실패한 구성원의 일탈을 바로잡고 잘못된 가치관을 재교육하는 '재사회화'로 정리된다.
개방형 교도소의 '의미'는 사회교육을 통한 범죄자의 '교화' 시설이기 때문에,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쉽게 지지될 수 있고 제시문 (나)로서는 논박하기 용이한 제도이다.
칸트에게는 국가행위의 정당성이 큰 의미가 있었다.
법은 국가의지의 공적 천명이기 때문에 사회의 공적 의지를 표출하고 국정운영의 기본가치를 선언하는 법이 부도덕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출된 대부분의 답안이 제시문 (다)를 선택하여 개방형 교도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나)의 관점에서 설비의 '호사스러움'을 비판하는 답안도 상당수 되었다.
그런데 그 논의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많이 발견되었다.
우선,어느 하나의 관점을 제대로 선택하지 않고 본인의 주관적 평가를 그대로 쓴 답안이 꽤 있었다.
관점을 택일하라는 논제의 기초적 요구를 무시한 학생들은 기본 점수를 받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특정 관점을 잘 선택하기는 하였으나,개방형 교도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엉뚱한 내용을 답안에 쓴다든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지나치게 문학적인 필체로 범죄자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며 감상적 옹호를 하는 글도 많았다.
제시문 (다)의 글이 어떠한 성격으로 쓰여졌든 제시문은 어디까지나 제시문이고, 논술답안은 답안이다.
논리적이고 명쾌하게 글을 전개해야 하는 논술답안에서 감정에 호소하는 글은 부적합하며,문학적 감상에 치우치다 보니 평가 과정의 논리적 전개가 부실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개방형 교도소를 단순히 예방적 차원에서만 긍정적으로 평가한 답안도 문제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향후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이점이 긍정적이라는 논의도 좋으나,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한 행형의 의미도 논해야 제시문 (가)에서 (다)까지를 포섭하는 전체적 문제의식이 보다 더 명확히 반영된다.
행형의 근본취지에 천착해 가면서 글을 전개하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무척 드물었다.
⊙ 논제 3번 채점평
3번의 논제는 '처벌방식'에 관한 자신의 주관을 묻는 문항이었다.
일관된 주장을 세우고,자신의 논의를 적합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논증력과 그 과정에서의 깊이 있는 독창성이 채점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처벌하느냐'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생 범죄의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범죄의 처벌은 범죄에 관한 책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고 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따져야 적합한 처벌방식을 논할 수 있다.
또한 '어떻게 처벌하느냐'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것이 행형(行刑)의 목적이다.
정리하자면,적정한 처벌방식은,(1)행형의 목적과 (2)책임의 정도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흉악범의 범죄원인과 범죄책임을 논의하고 형사처벌로서 거두려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답안에 드러나 있어야 우수답안이다.
그리고 논제가 설정한 조건도 잘 살피고 이를 답안 작성과정에서 고려하였어야 한다.
3번 논제는 일반 범죄인이 아니라 흉악범의 처벌을 묻고 있다.
그러므로 답안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반 범죄인에 관한 설명으로는 사실 불충분하기 때문에,논제에서 설정한 '흉악범'이라는 특수성을 간과하지 않고 이를 고려한 세밀한 논의를 진행한 답안의 경우 더욱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3번 답안의 경우 전반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처벌 방식'이 논의의 초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답안의 주요 사안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어떠한 주제로 글을 쓰든 간에 논제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답안을 쓸 때에는 방안의 '현실 적합성'도 중요하다.
처벌방식을 논술하였으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답안의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들었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 8회 생글논술경시대회 대상(인문계 고1,유형) 답안 - 이주희(북평여고2년)
1. 인간의 행위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행위의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에게 근본적인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는지의 여부는 행위에 책임성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에서 칸트는 의무론적 도덕론을 주장한다.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선의지의 지배를 받고,이를 따를 것인지는 스스로의 실천이성에 의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칸트는 인간에게 도덕법칙을 존중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간의 범죄 책임은 도덕법칙을 따르지 않은 범죄자 자신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다]에서는 범죄 행위의 가장 큰 원인을 사회 구조의 모순과 부조리에서 찾는다.
복지의 부재와 계층 간의 갈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범죄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를 하도록 부추기고,이는 복지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같이 [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자율의지보다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행위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범죄자의 범죄 행위는 그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그러므로 범죄 책임은 범죄자 본인보다는 그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은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2. 형벌의 목적은 복수가 아닌 교화에 있다.
개방형 교도소는 이러한 취지를 잘 반영해주는 시스템이다.
오랜 기간 징역살이를 했던 수감자들에게 사회 적응이라는 과제는 분명 힘든 일이며,심지어는 출소 후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까지 있다.
이러한 일을 예방하고 출소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개방형 교도소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범행 동기야 다양하겠지만,사회적 현실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계층 간의 갈등 심화,복지제도의 부재 등 사회환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없는'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때 그가 결국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자.
물론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범죄자 자신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한 사회도 역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긴 감옥살이를 한 끝에 지치고 삐뚤어진 장발장의 마음을 돌려준 것은 신부님의 따뜻한 사랑이었다.
개방형 교도소도 출소 직전의 수형자들에게 이러한 역할을 해줄 것이며,또한 그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3. 범죄자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 것인가는 인류의 지속적인 관심사이자 공통의 과제였다.
시대에 따라 형벌제도 역시 다양한 변화를 겪었지만,그러나 그 목적은 다르지 않았다.
범죄자의 범죄 행위를 처단함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에게 효과적인 인상을 남겨 동일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형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보복을 위한 무기로써 무자비하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저질러진 범죄의 원상회복은 어떤 방법으로든 불가능하며,감정적이고 잔혹한 형벌 역시 소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형벌의 궁극적인 목적은 범죄의 정도에 알맞은 형벌을 부과하면서도 수형자에게는 최소한의 신체적 고통을,사회적으로는 최대한의 예방효과를 남기는 것이며,이는 흉악범들의 처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흉악범들의 극악무도한 범죄가 이슈가 되면서 사형 문제를 비롯해 심지어는 고문 등 신체형의 부활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물론 그들 범죄의 죄질이나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뻔뻔한 태도는 그런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 역시 돌이킬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형법에 따라 적정한 형벌을 부과하되,필요에 따라서는 범죄자의 신원 공개나 표식 설치 등과 같이 신체적인 고통을 배제한 방법으로 유사범죄의 예방을 위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자 본인에게 직접 가해지는 형벌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여건을 향상시키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제도 마련을 병행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예방해야만 진정한 형벌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생글생글은 나의 생각을 키워주는 좋은 친구"
8회 생글논술 경시대회 대상 / 이주희양
제8회 생글논술경시대회 대상을 차지한 이주희양(북평여고 2년)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논술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지만,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이양의 어머니는 논술 지도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이양에게 논술 관련 책과 대학 교재를 많이 접할 수 있게 도와왔다.
이번 8회 생글논술 경시대회 인문계 논제는 다소 시사적인 문제가 출제되었는데,이양은 평소 시간이 없어 뉴스 등을 꼭 챙겨보진 못하지만,학교 선생님들이 시사적인 이슈를 수업시간에 수업교재로 선택하여 알려주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양은 초등학교 시절엔 모 일간지에서 주최하는 시 쓰기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중학교 시절엔 강원도 양성평등 글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두각을 보여왔다.
생글생글에선 커버스토리를 가장 좋아하며,생글생글을 읽을 때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견해가 있으면 생각의 차이점을 머릿속에 그리며 읽는 편이고 이 점이 더 많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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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고 정확한 논지 전개 ‘탁월’
● 제8회 생글 논술경시대회 대상 답안 심사평
제8회 생글 논술경시대회의 수상답안으로 선정된 이 글은 논술문이 갖춰야 하는 장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논술은 철저한 상호교류(communication)로서의 글쓰기이다.
논제라는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글이 논술이므로,논술문은 그 자체로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논제와의 연계하에서 엄정히 평가된다.
따라서 출제의도를 명확히 이해하여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충족시키는지가 우선적 평가대상이다.
이처럼 논술은 '전략적 글쓰기'이기 때문에 논제의 요구에 집중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식으로 답안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수상답안은 1번에서 3번에 이르기까지 적합한 표현을 통해 논제의 요구를 만족스럽게 충족시켰다.
특히 내용 전개의 필연성 및 논리적 긴장감 측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답안이 구성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 주제를 이해하고 관련 내용을 논하였으나 많은 수험생들이 논의 전개에 긴요하지 않은 글을 써나가며 답안을 '낭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수상작은 논제의 요구를 정확히 포착하여 이에 집중한 답안을 작성하였다.
1번의 경우에도 논지의 정확하고 일관된 전개 및 구성의 효율성이 돋보인다.
답안을 시작하면서 중요 핵심개념인 '선택의 자유'와 '책임귀속'의 논리적 관계를 명시하고,그 연관성을 토대로 제시문 (나)와 (다)의 차이를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답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논의가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주요 개념과 그 연관성에 집중되어 있는 훌륭한 답안이다.
2번 답안도 형사정책의 목적을 첫 문장에서부터 분명히 밝히면서 글을 전개해 나가는 효과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형사정책의 목적을 명시해야 개방형교도소에 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데,상당수 학생들이 행형의 궁극적 목적에 대한 고민 없이 2번 답안을 마무리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특히나 효율적이고 명쾌하다.
3번 답안 역시,세련된 서두를 통해 형사처벌의 목적이 '예방'이라는 점을 명시하면서 확실한 논점을 마련한 효과적인 글쓰기 전략이 두드러진다.
형사처벌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구체적 처벌방식의 타당성이 달리 평가되기 때문이다.
연이어 이미 저질러진 범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면서 잔혹형 집행을 비판하고,'최소의 형벌로 최대의 효과'를 주장하는 베카리아의 형사정책론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쟁점에 관해서는 논증의 정밀성이 좀 더 요구된다.
형벌은 국가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임을 감안할 때 '일벌백계'라는 말처럼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얼마든지 엄벌주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논리 보강이 있어야 설득력이 제고된다.
사람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하는 것은,보복 논리도 물론 있지만,형사처벌이 약하면 해당 범죄의 가해자를 비롯해 사회에 숨어 있는 잠재적 범죄자들에 대한 경계가 불충분해서 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발생 범죄의 불가역성과 미래 범죄의 예방만 고려하면 형벌의 비례적정성을 떠난 다른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더욱 치밀한 논증이 필요하다.
사실,총점에서는 뒤처지지만 3번 답안만을 놓고 평가할 때에는 더 우수한 답안도 있었다.
하지만 논지의 명쾌함이 일관되게 지속되는 장점이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에 이 답안이 대상 답안으로 선정했다.
특히,예방을 위해 '신원공개나 표식설치 등'을 부수적으로 제의했다는 점에서도 논지의 명쾌함이 잘 입증되었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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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생글생글 경시대회 채점평
이번 생글 경시대회에서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논제가 출제되어 응시생들이 무리 없이 논의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범죄와 처벌'이라는 주제 자체가 무겁기는 하지만,근래 자주 접하게 되는 흉흉한 뉴스들 때문에라도 누구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러 번 고민해봤을 현실적 문제의식을 지니도록 논제가 구성되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높은 완성도의 답안을 제출하였고,주제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엉뚱한 내용을 전개하는 답안은 비교적 드물었다.
그러나 '이해력'이 논술의 가장 기초적인 필수덕목이지만 단순히 이해력 하나만으로 논술 답안이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증력'과 '독창적 사고력',글의 '유기적 구성능력' 및 '표현력' 등이 모두 조화롭게 발달되어 있어야 우수한 논술 답안이 작성된다.
그래서 제시문들이 전달하는 주제에 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다른 부문에서는 여전히 지적 사항이 많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분발해야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출제되었던 '정신과 육체'라는 형이상학적인 주제(이 주제는 이번 9월의 서강대 수시논술에서 동일하게 출제되었다)를 다루었던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논제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정확한 방향으로 작성된 답안이 많았으나,각각의 답안에서 세밀한 조건까지 따질 때에는 잘못 구성되거나 관련 개념에 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답안이 여전히 많았다.
논술의 글은 문자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사고의 발현'이라는 점에서,답안을 전개할 때 자신의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이 최대한 정확하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 논제 1번 채점평
논제 1번은 제시문 (가)에서 (다)에 이르는 세 글을 효율적으로 요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행위선택의 자유'와 '책임의 귀속'이라는 두 핵심개념을 다룬다.
제시문 (가)는 'y(책임귀속)=f(x:선택의 자유)'라는 논리적 함수관계를 설명하면서,독립변수인 '선택의 자유' 여부에 따라서 종속변수인 '책임귀속'이 달라짐을 설명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는 제시문 (가)에 이어,제시문 (나)와 (다)는 동일한 논리적 구조를 취하며 '선택의 자유'라는 조건에 대해 달리 평가하고 그에 따라 '책임귀속'에 있어서도 상반된 결론을 내린다.
결국 나중의 두 글은 제시문 (가)가 설정한 논리적 도식에서 각각 다른 변수들을 대입하여 산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셈이다.
수험생들은 1번 논제에서 두 핵심개념을 잘 포착하고 그 관계를 표현하면 되었는데,대부분의 답안이 정보 파악의 측면에서는 실수 없이 이 과정을 잘 완수하였다.
그러나 칸트의 주장을 잘못 이해하는 글이 꽤 있었던 데다가,무엇보다도 글의 논리적 긴장감과 구조의 유기성 측면에서 미흡한 답안이 많아 감점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해의 정확도'와 '표현의 효율성'이 모두 평가되는 것이 요약이기 때문에,핵심개념과 그 관계를 가장 명쾌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시문의 문장을 지나치리만큼 그대로 베껴 써서 명료한 표현을 구사하지 못 한 글이 많았으며,구성적 측면에서도 (나)와 (다)의 대립되는 조건 상정과 결론을 두드러지게 쓰기 위한 효과적 내용 배치를 하지 않고 그냥 세 글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다.
논술문은 많은 정보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여야 하기 때문에 제시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답안이 되지 못한다.
이해의 완벽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글의 표현과 구성에서 모두 우수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표현의 이러한 미비점은 논제 2번과 3번 답안에서도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 논제 2번 채점평
2번 논제를 충실히 답하려면,개방형 교도소의 '의미'를 정리하고 제시문 (나) 혹은 (다)의 관점 중 하나를 택하여 개방형 교도소를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형사처벌 내지는 행형(行刑)의 근본취지와 목적이 논해져야 한다.
제시문 (나)가 전달하는 행형의 목적은 그릇된 결단에 대한 '도덕적 문책이자 응징'이다.
반면에 제시문 (다)가 말하는 행형의 목적은 해당 사회가 그 사회화에 실패한 구성원의 일탈을 바로잡고 잘못된 가치관을 재교육하는 '재사회화'로 정리된다.
개방형 교도소의 '의미'는 사회교육을 통한 범죄자의 '교화' 시설이기 때문에,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쉽게 지지될 수 있고 제시문 (나)로서는 논박하기 용이한 제도이다.
칸트에게는 국가행위의 정당성이 큰 의미가 있었다.
법은 국가의지의 공적 천명이기 때문에 사회의 공적 의지를 표출하고 국정운영의 기본가치를 선언하는 법이 부도덕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출된 대부분의 답안이 제시문 (다)를 선택하여 개방형 교도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나)의 관점에서 설비의 '호사스러움'을 비판하는 답안도 상당수 되었다.
그런데 그 논의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많이 발견되었다.
우선,어느 하나의 관점을 제대로 선택하지 않고 본인의 주관적 평가를 그대로 쓴 답안이 꽤 있었다.
관점을 택일하라는 논제의 기초적 요구를 무시한 학생들은 기본 점수를 받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특정 관점을 잘 선택하기는 하였으나,개방형 교도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엉뚱한 내용을 답안에 쓴다든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지나치게 문학적인 필체로 범죄자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며 감상적 옹호를 하는 글도 많았다.
제시문 (다)의 글이 어떠한 성격으로 쓰여졌든 제시문은 어디까지나 제시문이고, 논술답안은 답안이다.
논리적이고 명쾌하게 글을 전개해야 하는 논술답안에서 감정에 호소하는 글은 부적합하며,문학적 감상에 치우치다 보니 평가 과정의 논리적 전개가 부실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개방형 교도소를 단순히 예방적 차원에서만 긍정적으로 평가한 답안도 문제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향후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이점이 긍정적이라는 논의도 좋으나,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한 행형의 의미도 논해야 제시문 (가)에서 (다)까지를 포섭하는 전체적 문제의식이 보다 더 명확히 반영된다.
행형의 근본취지에 천착해 가면서 글을 전개하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무척 드물었다.
⊙ 논제 3번 채점평
3번의 논제는 '처벌방식'에 관한 자신의 주관을 묻는 문항이었다.
일관된 주장을 세우고,자신의 논의를 적합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논증력과 그 과정에서의 깊이 있는 독창성이 채점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처벌하느냐'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생 범죄의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범죄의 처벌은 범죄에 관한 책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고 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따져야 적합한 처벌방식을 논할 수 있다.
또한 '어떻게 처벌하느냐'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것이 행형(行刑)의 목적이다.
정리하자면,적정한 처벌방식은,(1)행형의 목적과 (2)책임의 정도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흉악범의 범죄원인과 범죄책임을 논의하고 형사처벌로서 거두려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답안에 드러나 있어야 우수답안이다.
그리고 논제가 설정한 조건도 잘 살피고 이를 답안 작성과정에서 고려하였어야 한다.
3번 논제는 일반 범죄인이 아니라 흉악범의 처벌을 묻고 있다.
그러므로 답안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반 범죄인에 관한 설명으로는 사실 불충분하기 때문에,논제에서 설정한 '흉악범'이라는 특수성을 간과하지 않고 이를 고려한 세밀한 논의를 진행한 답안의 경우 더욱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3번 답안의 경우 전반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처벌 방식'이 논의의 초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답안의 주요 사안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어떠한 주제로 글을 쓰든 간에 논제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답안을 쓸 때에는 방안의 '현실 적합성'도 중요하다.
처벌방식을 논술하였으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답안의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들었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