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를 왜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가 '사이보그'(cyborg)는 한편으로 인간과 기계,인간과 인공물과의 상호 의존성이 증대된 결과 등장한 개념이다.
사이보그란 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줄임말로 인간과 전자 또는 기계장치의 결합이나 사이버네틱 정보 체계 안에 포섭된 유기체의 정체성을 지칭한다.
흔히 기계 인간으로 불리지만 로봇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이보그는 한편으로 의학 기술의 발달로 유기적 몸과 인공적 기계장치 사이의 경계가 인간의 몸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제 인공 심장,인공 관절,인공 신경,인공 안구 따위가 수술을 통해 쉽게 인간의 몸속에 삽입될 수 있게 되었다.
이 인공적 대체물들은 인간의 유기적 몸이 지녔던 결함들을 제거하거나 완화함으로써 생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인공적 대체물의 발달은 인간의 몸이 끊임없이 변형되고 주조되어도 괜찮다는 신념을 배양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이보그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인간 정체성의 출현과 연관되어 있는 개념이다.
현대인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해 가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사이버공간과 가상현실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적으로 주어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 정체성을 상상하고 욕망할 수 있게 해 준다.
가령 컴퓨터의 가상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인간 유기체는 물리적 몸의 경계를 넘어서서 정보화된 사이버 자아로 확장된다.
컴퓨터나 가상현실 장치를 착용한 우리 인간은 바로 사이보그이며,이 사이보그는 컴퓨터를 매개로 물리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넘나든다.
그것을 가리켜서 윌리엄 미첼은 '물리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주체'라고 정의한다.
결국 사이보그란 혼성적 개체이며,완벽하게 인공적이거나 완벽하게 유기체적이지도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사이보그는 자연적인 몸과 기술적으로 재생성된 몸이라는 이분법을 교란하는 잠재력을 강하게 발현하고 있다.
사이보그는 이제까지 인간의 몸을 규정해 왔던 문화적 질서를 위반하고 있고,혼성적 개체들은 인간의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몸의 유동적인 성격은 기존에 인간을 구획했던 여성/남성,흑인/백인,젊은이/노인 등의 이분법도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나 테크놀로지는 우리 신체의 한 부분,우리의 신체적인 표출의 한 부분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기까지는 수십억 년에 걸친 생명의 진화가 있었다.
이 과정을 압축하면 사람들은 생명체가 단세포동물에서 바다동물로,육지동물로,척추동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천천히 돌아가는 영화 화면을 들여다보듯 볼 수 있게 된다.
마치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토기장이의 손이 빚어낸 것처럼 동물의 몸은 갈수록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몸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통해 바깥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진화는 주변 세계에 영향을 주고 물질은 인체의 확장이 되었으며 테크놀로지는 세계를 포괄하게 되고,그리하여 마침내 진화는 무한정한 놀이공간을 얻게 되었다.
동물들은 여전히 주변 환경에 갇혀 있지만 인간은 이 환경을 자신에게 종속시켜 버렸다.
즉 인간은 자신의 도구를 통해 세계를 포괄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의 테크놀로지 가운데 산업현장에서 위험한 물질을 다룰 때 사용되는 로봇의 손과 팔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인간의 확장된 영역이다.
인간의 손을 연장한 기계가 이제 우리 눈앞에 펼쳐진 풍경의 일부가 되고 통신망은 전 세계에 뻗어 있고 전자두뇌는 가까운 행성 주위를 돌고 있다.
따라서 테크놀로지는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물질적 현상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생명 진화의 일환이며 역사를 만들고 행동하는 인간의 몸짓이다.
테크놀로지가 있는 곳에 인간의 책임도 개입된다.
다 니체는 인간은 항상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형식을 자기에게 부여하는 자가 바로 인간 그 자신이라고 한다.
"인간 안에서 피조물과 창조자가 하나로 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조각에서 벌써 그가 조각해 낼 조각상이 잠자고 있음을 보았던 것처럼,니체는 인간 안에서,원상태로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도안으로 자기 자신의 이상상이 잠들고 있음을 본다고 했다.
"아! 너희들 인간들아,돌 속에 나의 모습이,나의 모습들 중의 하나의 모습이 잠들어 있노라. 아,그것이 더할 수 없이 딱딱하고,더할 수 없이 추악하게 생긴 돌 속에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인간이 스스로 분명히 하고자 한 어떤 실존 방식도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모든 실존 방식은'미래 때문에' 다시금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더욱 불안정하며,더욱 변덕스럽고,더욱 확정되어 있지 않다.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욱 대담하며,혁신적이고 반항적이며,운명을 거역한다.
인간이란 자기에 대한 위대한 실험가이며,불만을 가지고 있는 자이며,배부름을 모르는 자이며,동물과 자연과 신들과 최후의 지배권을 두고 싸우는 자이다.
인간은 늘 정복되지 않는 자이며,영원히 미래를 위해서 사는 자이다.
인간은 그 자신의 내부에서 내미는 힘 앞에서 아무런 안식도 찾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의 미래는 인간에게 모든 현재의 육체 속에서 박차를 가하듯이 가혹하게 군다.
인간의 최대의 위험은 우리가 알 수 있는 만큼,대부분의 다른 동물 종류들이 이미 오래 전에 도달한 바 있는 너무 이른 정지 상태이다.
라 <의장>: 앤드루 마틴,앞으로 나오세요. 그러니까 마틴씨,당신은 당신을 인간으로 선언하는 법안을 우리가 통과시키기를 원하는군요.
<앤드루>: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 동료와 결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장>: 알겠습니다. 아무리 당신이 인간처럼 보이더라도 당신은 인간 유전자 풀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은 완전히 그 밖에 있습니다. 당신은 뭔가 다른 존재,인공적인 존재입니다.
<앤드루>: 의장님! 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신체기관들도 인공장기를 지니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또한 인간의 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 인간의 문화에 예술적으로 과학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유전자 풀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진짜 사람들이 제가 발명한 많은 인공장기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의장님께서도 제가 만든 신장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신지요? 어떤 면에서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의장님도 인공적이지 않으신가요?
<의장>: 부분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앤드루>: 그렇다면 저도 부분적으로는 인간입니다.
<의장>: 앤드루,어떤 부분이지요?
<앤드루>: (피부를 가리키며) 이겁니다. 의장님.
<의장>: 그렇군요. 그리고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도 그런가요?
<앤드루>: 사실 저는 여전히 양전자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장>: 그 양전자 두뇌 때문에 당신은 모든 면에서 영생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당신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당신 모습을 보면 분명해 보입니다. 만약 당신이 예술가라면 당신의 양전자 두뇌 어딘가에 영혼이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때 우리는 그리고 당신도 어떻게 해서 당신에게 영혼이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을 만든 사람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든 것을 보니,당신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 듯이 보입니다.
<앤드루>: 그렇습니다. 의장님.
<의장>: 앤드루,하지만 사회는 영생하는 로봇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니,우리는 영생하는 인간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영생한다는 것은 너무도 많은 질투와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미안합니다. 앤드루. 이 위원회는 당신의 인간성을 비준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이 소송절차를 종결합니다. 앤드루 마틴은 오늘부로 계속 로봇으로 선언된다는 것이 이 위원회의 결정입니다.
<앤드루>: 의장님! 최후진술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시기를 바랍니다.
수십 년 전에 제 양전자 두뇌를 안드로이드 신체에 집어넣을 때,저의 뇌는 유기체의 신경계와 연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진대사를 일으킬 수 있는 기관들과는 연결되지 않았었지요. 그렇게 하면 결국 제 뇌는 손상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후 두뇌와 신체를 상호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 수술은 제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해서 인간이 될 수만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해도,적어도 제가 받았던 고통은 끝나지 않겠습니까?
<의장>: 고통이라고요?
<앤드루>: 그렇습니다,고통! 제가 아픔을 전혀 느끼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3. <다>에서 제시된 니체의 논지를 근거로 <나>의 주장을 옹호하시오. (400자 ±40자)
4. <가>에서 말하는 ‘사이보그’가 미래의 인간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나>,<다>,<라>의 입장 모두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800자 ±80자)
⊙ 출제 의도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인문계열 문항을 살펴본다.
숙명여대는 계열과 무관한 공통문항을 먼저 제시하고,이어 계열별 문제를 따로 출제한다.
인문계열 문제는 인문학,사회학적 논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것은 아니다.
하지만 논술의 기본적인 논제라 할 수 있는 평가와 논증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런 유형의 문제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 논제 분석
[논제 3]은 제시문 <다>와 <나>의 논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해된 것에 기초하여 추론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묻는다.
답안에서는 제시문 <나>를 정확히 요약하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다>의 요지에 근거해서 평가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제시문의 요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유비관계에 근거한 추론을 정확히 기술해야 한다.
옹호와 비판을 요구하는 평가형 문제에서는 평가의 대상과 관점,근거가 뚜렷해야 한다.
논제 3번에서도 일단 제시문 <나>와 제시문<다>의 요약이 충실하게 이뤄지는 것이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와 <다>에서 제시되는 요점을 파악하고 있는지,<나>와 <다>의 요점을 적절하게 연관시켜 논증하였는지,<나>와 <다>에서 찾아낸 요점을 연관시켜 논증할 때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게 글을 구성하였는지 등이 주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제시문 <다>는 인간은 특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규정하고 만들어가는 것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다>는 넓은 개념의 인간,개별적 개념의 인간을 말한다.
이것을 근거로 할 때,진화론적 관점의 정점에 있다는 제시문 <나>는 옹호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이며,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인간의 한 부분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성의 작용으로 인간을 규정하는 <다>는 <나>의 인간 책임의 영역과 상통하므로 옹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논제 4]는 제시문 <가>,<나>,<다>,<라>를 모두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먼저 <가>에서 말하는 '사이보그'에 대한 서술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된 것을 나머지 제시문과 연결시켜 그 내재적 연관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측에서 발표한 채점 기준을 토대로 할 때,<나>,<다>,<라> 각 제시문의 핵심 요지가 제시문 <가>의 내용들과 각기 결합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논제에서 분명 언급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므로 하나의 제시문도 빠짐없이 모두 직접 적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적용들이 따로 떨어진 논의가 되면 곤란하다.
하나의 큰 흐름,한 편의 완성된 글로서의 논리적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라>의 인간정체성의 이해가 <나>,<다>와는 다르다는 부분이 분명히 부각되어야 한다.
<나>,<다>의 관점에 따르면 사이보그는 인간의 영역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라>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분명한 차이를 강조하는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이 <나>,<다>와 상이함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숙명여대가 항상 강조하는 단어,문장,표현 서술 방식 등에 오류가 있거나 어색한 면이 있지는 않은가도 면밀히 따져야 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이보그란 첫째,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줄임말로 인간과 전자 또는 기계장치의 결합으로 구성된 유기체의 정체성과 둘째,사이버네틱 정보 체계 안에 포섭된 유기체의 정체성을 지칭한다.
첫 번째 규정에 따르면 유기적 몸과 인공적 기계장치의 합성으로 형성된 사이보그는 유기적 몸과 기계장치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생명의 무한한 연장을 위하여 인간의 몸이 끊임없이 변형되고 주조되어도 괜찮다는 신념을 배양한다.
두 번째 규정에 따르면 사이보그는 인간으로 하여금 사이버공간과 가상현실 속에서 자연적으로 주어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 정체성을 상상하고 욕망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둘을 합칠 때 결국 사이보그란 혼성적 개체이며,완벽하게 인공적이거나 완벽하게 유기체적이지도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사이보그라는 개념이 하나의 완충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영역과 기계의 영역 그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반대로 말하면 이 두 영역이 모두 합쳐져 있는 특수하고 새로운 개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테크놀로지가 인간 몸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몸의 표출의 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기까지는 수십억 년에 걸친 생명의 진화가 있었다.
이 진화의 내용은 저등한 것에서 고등한 것으로 조야한 것에서 좀 더 나은 것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 과정의 정점에 인간이 서 있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일단은 인간도 자연 진화의 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진화에는 여타 동물의 진화와는 다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진화는 단순히 자신의 몸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자연세계와 관계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바깥 세계를 바꾸어 자신에게 종속시킴으로써 자신의 몸을 확장시킨다.
이렇게 본다면 테크놀로지란 우리 인간 신체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신체적인 표출의 한 부분이 될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가 있는 곳에 인간의 책임도 있게 된다.
따라서 제시문 <나>는 테크놀로지의 확장은 곧 인간개념의 확장으로 수용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제시문 <다>는 니체의 인간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더욱 불안정하며,변덕스럽고,확정되어 있지 않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욱 대담하며,혁신적이고 반항적이며,운명을 거역하는 존재이다.
그런 한에서 인간은 고정된 형식을 거부하고 항상 새로운 형식을 자기에게 부여하는 자이며,영원히 미래를 위해서 사는 자이다.
즉,니체는 불확정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의 개념을 고려할 때,인간은 새로운 형식,새로운 모습을 지향하고 그것은 인간의 완전성을 획득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제시문 <라>에서 고도의 지성과 창의적 활동을 하는 사이보그 앤드루는 인간의 법정에 서서 인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인간 법정의 판결은 그를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도의 지성작용이나 창의적 활동이 그를 인간으로 판결하는 척도가 아니라 필멸이라는 유한성이 척도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이 인간 정체성에 대하여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은 영생할 수 없으며 유한하다는 점이다.
즉,인간과 기계(사이보그)는 문화의 공유,겉모습의 일치 등과 무관하게 생명의 무한함 여부에 있어 차이를 보이며 따라서 서로 다른 개체로 인식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
가 '사이보그'(cyborg)는 한편으로 인간과 기계,인간과 인공물과의 상호 의존성이 증대된 결과 등장한 개념이다.
사이보그란 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줄임말로 인간과 전자 또는 기계장치의 결합이나 사이버네틱 정보 체계 안에 포섭된 유기체의 정체성을 지칭한다.
흔히 기계 인간으로 불리지만 로봇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이보그는 한편으로 의학 기술의 발달로 유기적 몸과 인공적 기계장치 사이의 경계가 인간의 몸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제 인공 심장,인공 관절,인공 신경,인공 안구 따위가 수술을 통해 쉽게 인간의 몸속에 삽입될 수 있게 되었다.
이 인공적 대체물들은 인간의 유기적 몸이 지녔던 결함들을 제거하거나 완화함으로써 생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인공적 대체물의 발달은 인간의 몸이 끊임없이 변형되고 주조되어도 괜찮다는 신념을 배양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이보그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인간 정체성의 출현과 연관되어 있는 개념이다.
현대인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해 가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사이버공간과 가상현실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적으로 주어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 정체성을 상상하고 욕망할 수 있게 해 준다.
가령 컴퓨터의 가상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인간 유기체는 물리적 몸의 경계를 넘어서서 정보화된 사이버 자아로 확장된다.
컴퓨터나 가상현실 장치를 착용한 우리 인간은 바로 사이보그이며,이 사이보그는 컴퓨터를 매개로 물리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넘나든다.
그것을 가리켜서 윌리엄 미첼은 '물리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주체'라고 정의한다.
결국 사이보그란 혼성적 개체이며,완벽하게 인공적이거나 완벽하게 유기체적이지도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사이보그는 자연적인 몸과 기술적으로 재생성된 몸이라는 이분법을 교란하는 잠재력을 강하게 발현하고 있다.
사이보그는 이제까지 인간의 몸을 규정해 왔던 문화적 질서를 위반하고 있고,혼성적 개체들은 인간의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몸의 유동적인 성격은 기존에 인간을 구획했던 여성/남성,흑인/백인,젊은이/노인 등의 이분법도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나 테크놀로지는 우리 신체의 한 부분,우리의 신체적인 표출의 한 부분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기까지는 수십억 년에 걸친 생명의 진화가 있었다.
이 과정을 압축하면 사람들은 생명체가 단세포동물에서 바다동물로,육지동물로,척추동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천천히 돌아가는 영화 화면을 들여다보듯 볼 수 있게 된다.
마치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토기장이의 손이 빚어낸 것처럼 동물의 몸은 갈수록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몸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통해 바깥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진화는 주변 세계에 영향을 주고 물질은 인체의 확장이 되었으며 테크놀로지는 세계를 포괄하게 되고,그리하여 마침내 진화는 무한정한 놀이공간을 얻게 되었다.
동물들은 여전히 주변 환경에 갇혀 있지만 인간은 이 환경을 자신에게 종속시켜 버렸다.
즉 인간은 자신의 도구를 통해 세계를 포괄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의 테크놀로지 가운데 산업현장에서 위험한 물질을 다룰 때 사용되는 로봇의 손과 팔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인간의 확장된 영역이다.
인간의 손을 연장한 기계가 이제 우리 눈앞에 펼쳐진 풍경의 일부가 되고 통신망은 전 세계에 뻗어 있고 전자두뇌는 가까운 행성 주위를 돌고 있다.
따라서 테크놀로지는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물질적 현상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생명 진화의 일환이며 역사를 만들고 행동하는 인간의 몸짓이다.
테크놀로지가 있는 곳에 인간의 책임도 개입된다.
다 니체는 인간은 항상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형식을 자기에게 부여하는 자가 바로 인간 그 자신이라고 한다.
"인간 안에서 피조물과 창조자가 하나로 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조각에서 벌써 그가 조각해 낼 조각상이 잠자고 있음을 보았던 것처럼,니체는 인간 안에서,원상태로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도안으로 자기 자신의 이상상이 잠들고 있음을 본다고 했다.
"아! 너희들 인간들아,돌 속에 나의 모습이,나의 모습들 중의 하나의 모습이 잠들어 있노라. 아,그것이 더할 수 없이 딱딱하고,더할 수 없이 추악하게 생긴 돌 속에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인간이 스스로 분명히 하고자 한 어떤 실존 방식도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모든 실존 방식은'미래 때문에' 다시금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더욱 불안정하며,더욱 변덕스럽고,더욱 확정되어 있지 않다.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욱 대담하며,혁신적이고 반항적이며,운명을 거역한다.
인간이란 자기에 대한 위대한 실험가이며,불만을 가지고 있는 자이며,배부름을 모르는 자이며,동물과 자연과 신들과 최후의 지배권을 두고 싸우는 자이다.
인간은 늘 정복되지 않는 자이며,영원히 미래를 위해서 사는 자이다.
인간은 그 자신의 내부에서 내미는 힘 앞에서 아무런 안식도 찾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의 미래는 인간에게 모든 현재의 육체 속에서 박차를 가하듯이 가혹하게 군다.
인간의 최대의 위험은 우리가 알 수 있는 만큼,대부분의 다른 동물 종류들이 이미 오래 전에 도달한 바 있는 너무 이른 정지 상태이다.
라 <의장>: 앤드루 마틴,앞으로 나오세요. 그러니까 마틴씨,당신은 당신을 인간으로 선언하는 법안을 우리가 통과시키기를 원하는군요.
<앤드루>: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 동료와 결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장>: 알겠습니다. 아무리 당신이 인간처럼 보이더라도 당신은 인간 유전자 풀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은 완전히 그 밖에 있습니다. 당신은 뭔가 다른 존재,인공적인 존재입니다.
<앤드루>: 의장님! 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신체기관들도 인공장기를 지니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또한 인간의 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 인간의 문화에 예술적으로 과학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유전자 풀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진짜 사람들이 제가 발명한 많은 인공장기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의장님께서도 제가 만든 신장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신지요? 어떤 면에서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의장님도 인공적이지 않으신가요?
<의장>: 부분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앤드루>: 그렇다면 저도 부분적으로는 인간입니다.
<의장>: 앤드루,어떤 부분이지요?
<앤드루>: (피부를 가리키며) 이겁니다. 의장님.
<의장>: 그렇군요. 그리고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도 그런가요?
<앤드루>: 사실 저는 여전히 양전자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장>: 그 양전자 두뇌 때문에 당신은 모든 면에서 영생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당신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당신 모습을 보면 분명해 보입니다. 만약 당신이 예술가라면 당신의 양전자 두뇌 어딘가에 영혼이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때 우리는 그리고 당신도 어떻게 해서 당신에게 영혼이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을 만든 사람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든 것을 보니,당신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 듯이 보입니다.
<앤드루>: 그렇습니다. 의장님.
<의장>: 앤드루,하지만 사회는 영생하는 로봇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니,우리는 영생하는 인간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영생한다는 것은 너무도 많은 질투와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미안합니다. 앤드루. 이 위원회는 당신의 인간성을 비준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이 소송절차를 종결합니다. 앤드루 마틴은 오늘부로 계속 로봇으로 선언된다는 것이 이 위원회의 결정입니다.
<앤드루>: 의장님! 최후진술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시기를 바랍니다.
수십 년 전에 제 양전자 두뇌를 안드로이드 신체에 집어넣을 때,저의 뇌는 유기체의 신경계와 연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진대사를 일으킬 수 있는 기관들과는 연결되지 않았었지요. 그렇게 하면 결국 제 뇌는 손상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후 두뇌와 신체를 상호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 수술은 제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해서 인간이 될 수만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해도,적어도 제가 받았던 고통은 끝나지 않겠습니까?
<의장>: 고통이라고요?
<앤드루>: 그렇습니다,고통! 제가 아픔을 전혀 느끼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3. <다>에서 제시된 니체의 논지를 근거로 <나>의 주장을 옹호하시오. (400자 ±40자)
4. <가>에서 말하는 ‘사이보그’가 미래의 인간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나>,<다>,<라>의 입장 모두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800자 ±80자)
⊙ 출제 의도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인문계열 문항을 살펴본다.
숙명여대는 계열과 무관한 공통문항을 먼저 제시하고,이어 계열별 문제를 따로 출제한다.
인문계열 문제는 인문학,사회학적 논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것은 아니다.
하지만 논술의 기본적인 논제라 할 수 있는 평가와 논증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런 유형의 문제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 논제 분석
[논제 3]은 제시문 <다>와 <나>의 논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해된 것에 기초하여 추론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묻는다.
답안에서는 제시문 <나>를 정확히 요약하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다>의 요지에 근거해서 평가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제시문의 요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유비관계에 근거한 추론을 정확히 기술해야 한다.
옹호와 비판을 요구하는 평가형 문제에서는 평가의 대상과 관점,근거가 뚜렷해야 한다.
논제 3번에서도 일단 제시문 <나>와 제시문<다>의 요약이 충실하게 이뤄지는 것이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와 <다>에서 제시되는 요점을 파악하고 있는지,<나>와 <다>의 요점을 적절하게 연관시켜 논증하였는지,<나>와 <다>에서 찾아낸 요점을 연관시켜 논증할 때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게 글을 구성하였는지 등이 주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제시문 <다>는 인간은 특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규정하고 만들어가는 것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다>는 넓은 개념의 인간,개별적 개념의 인간을 말한다.
이것을 근거로 할 때,진화론적 관점의 정점에 있다는 제시문 <나>는 옹호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이며,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인간의 한 부분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성의 작용으로 인간을 규정하는 <다>는 <나>의 인간 책임의 영역과 상통하므로 옹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논제 4]는 제시문 <가>,<나>,<다>,<라>를 모두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먼저 <가>에서 말하는 '사이보그'에 대한 서술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된 것을 나머지 제시문과 연결시켜 그 내재적 연관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측에서 발표한 채점 기준을 토대로 할 때,<나>,<다>,<라> 각 제시문의 핵심 요지가 제시문 <가>의 내용들과 각기 결합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논제에서 분명 언급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므로 하나의 제시문도 빠짐없이 모두 직접 적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적용들이 따로 떨어진 논의가 되면 곤란하다.
하나의 큰 흐름,한 편의 완성된 글로서의 논리적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라>의 인간정체성의 이해가 <나>,<다>와는 다르다는 부분이 분명히 부각되어야 한다.
<나>,<다>의 관점에 따르면 사이보그는 인간의 영역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라>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분명한 차이를 강조하는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이 <나>,<다>와 상이함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숙명여대가 항상 강조하는 단어,문장,표현 서술 방식 등에 오류가 있거나 어색한 면이 있지는 않은가도 면밀히 따져야 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이보그란 첫째,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줄임말로 인간과 전자 또는 기계장치의 결합으로 구성된 유기체의 정체성과 둘째,사이버네틱 정보 체계 안에 포섭된 유기체의 정체성을 지칭한다.
첫 번째 규정에 따르면 유기적 몸과 인공적 기계장치의 합성으로 형성된 사이보그는 유기적 몸과 기계장치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생명의 무한한 연장을 위하여 인간의 몸이 끊임없이 변형되고 주조되어도 괜찮다는 신념을 배양한다.
두 번째 규정에 따르면 사이보그는 인간으로 하여금 사이버공간과 가상현실 속에서 자연적으로 주어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 정체성을 상상하고 욕망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둘을 합칠 때 결국 사이보그란 혼성적 개체이며,완벽하게 인공적이거나 완벽하게 유기체적이지도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사이보그라는 개념이 하나의 완충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영역과 기계의 영역 그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반대로 말하면 이 두 영역이 모두 합쳐져 있는 특수하고 새로운 개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테크놀로지가 인간 몸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몸의 표출의 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기까지는 수십억 년에 걸친 생명의 진화가 있었다.
이 진화의 내용은 저등한 것에서 고등한 것으로 조야한 것에서 좀 더 나은 것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 과정의 정점에 인간이 서 있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일단은 인간도 자연 진화의 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진화에는 여타 동물의 진화와는 다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진화는 단순히 자신의 몸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자연세계와 관계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바깥 세계를 바꾸어 자신에게 종속시킴으로써 자신의 몸을 확장시킨다.
이렇게 본다면 테크놀로지란 우리 인간 신체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신체적인 표출의 한 부분이 될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가 있는 곳에 인간의 책임도 있게 된다.
따라서 제시문 <나>는 테크놀로지의 확장은 곧 인간개념의 확장으로 수용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제시문 <다>는 니체의 인간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더욱 불안정하며,변덕스럽고,확정되어 있지 않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욱 대담하며,혁신적이고 반항적이며,운명을 거역하는 존재이다.
그런 한에서 인간은 고정된 형식을 거부하고 항상 새로운 형식을 자기에게 부여하는 자이며,영원히 미래를 위해서 사는 자이다.
즉,니체는 불확정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의 개념을 고려할 때,인간은 새로운 형식,새로운 모습을 지향하고 그것은 인간의 완전성을 획득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제시문 <라>에서 고도의 지성과 창의적 활동을 하는 사이보그 앤드루는 인간의 법정에 서서 인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인간 법정의 판결은 그를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도의 지성작용이나 창의적 활동이 그를 인간으로 판결하는 척도가 아니라 필멸이라는 유한성이 척도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이 인간 정체성에 대하여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은 영생할 수 없으며 유한하다는 점이다.
즉,인간과 기계(사이보그)는 문화의 공유,겉모습의 일치 등과 무관하게 생명의 무한함 여부에 있어 차이를 보이며 따라서 서로 다른 개체로 인식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