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르면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떨어진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40) 국제거래와 환율
지난 시간에는 국제 교역의 발생을 절대우위와 비교우위를 통해 살펴보았다.

생산성에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기회비용이 낮은 재화를 특화해 생산하고 서로 교역하면 모든 나라에 이득이 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런데 양 국가가 생산된 재화를 직접 물물교환하지 않는 이상 양 국가의 거래에는 실물 교환이라는 이면에 화폐의 교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재화나 서비스를 수출하고 나면 외화로 수출대금을 받을 것이고 이를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외화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

외국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수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 대가를 해당 국가의 화폐를 이용해 결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화를 외화로 바꿀 필요가 생긴다.

이것은 주식 · 채권 등의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등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거나 배당금을 달러로 받은 경우에도 환전(換錢)의 과정이 수반된다.

물물교환이 아닌 이상 외국과의 어떤 실물이나 금융거래도 화폐를 수반하게 되기 때문에 외국과의 거래는 환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환전할 경우 환율(exchange rate)이 중요한 정보로 작용한다.

환율이란 자국 통화와 외국 통화의 교환비율로,두 나라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환율이란 1달러의 원화 가격으로 생각하면 된다.

환율이 1000원이라면 1달러를 사기 위해 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고,2000원이라면 1달러를 사기 위해 2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달러 가격이 비싸진 것이다.

달러 가격이 비싸진 것은 달러 가치가 올라갔다는 것이며 동시에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따라서 환율의 상승 및 하락 방향과 원화 가치의 방향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와 같은 표기 방식을 외국통화표시방법 혹은 European terms라고 하며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환율은 국제 거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1억달러를 수출하고 수출대금은 2개월 후에 받기로 했다고 생각해보자.

수출 당시 환율이 1000원이라면 수출업자는 1억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1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나 수출대금을 받을 때가 되자 환율이 900원으로 하락했다면 매출은 9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환율이 1100원으로 올라가면 매출은 1100억원이 된다.

환율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도 100억원을 벌기도 하고 까먹기도 하는 것이다.

환율은 무역과 같은 실물거래가 아닌 금융자산을 거래하거나 투자할 경우에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1년 만기 예금금리가 연 10%이고 우리 나라의 1년 만기 예금금리가 연 15%라고 하면 당연히 우리나라에 돈을 저금해야 더 높은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이것은 예금 당시와 1년 후의 환율에 변화가 없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예금 당시에 환율이 1000원이고 1년 후에도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에 저금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1000원을 1달러로 환전한 후 미국 은행에 예금하고 1년이 지나면 1.1달러를 받게 된다.

이를 원화로 환전하면 1100원이 된다.

만약 이 돈을 국내 은행에 저금했다면 15%의 금리를 적용받아 1150원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이자율이 더 높은 국내 은행에 저금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1년 후 환율이 1500원이 된다면?

미국 은행에서 1.1달러를 받고 이를 환전하면 1210원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1년 후 환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국내 이자율이 높더라도 우리 나라가 아닌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이다.

이번에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돈을 빌릴 당시 환율이 1000원이고 1년 후에도 변화가 없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하자.

미국에서 1달러를 10% 이자로 빌려서 우리나라 연 15% 수익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1년 후에 원금 1.1달러를 갚고도 50원을 남길 수 있다.

만약 1000억원을 빌릴 수만 있다면 1년 후 수익은 50억원이 된다.

그러나 환율이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문제가 생긴다.

만약 1년 후 환율이 하락해 원화가치가 올라간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반대로 1년 후 환율이 크게 올라갔을 경우가 문제다.

1000억원을 투자하고 1년이 지나면 15% 이자를 포함해 1150억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나면 우선 1년 전에 빌린 1억달러를 갚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1100원으로 올랐다면 1억달러의 원금과 이자인 1억1000만달러를 갚기 위해 필요한 원화는 1210억원이 된다.

달러가 비싸진 것이다.

투자할 당시에 분명히 국내 수익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지만 환율이 상승하면서 그 효과를 모두 상쇄시켜버린 것이다.

이런 투자가 한 개인의 손실로 나타난다면 그래도 다행일 수 있지만,금융회사 또는 한 국가가 이런 손실을 입는다면 그 여파는 경제 전체에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란 점이다.

미국의 이자율이 우리나라보다 낮다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돈을 빌려 국내에 투자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국내로 유입된다.

달러가 흔해져 달러 가격인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가치가 올라간다.

유입된 자금으로 국내 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상품 및 자산가격이 올라간다.

문제는 1년 후에 발생할 것이다.

미국에서 대출받은 자금의 만기가 돌아올 것이고,국내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해 미국으로 가져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했던 돈을 유사한 시기에 회수하기 시작하면 국내의 달러 유동성은 부족해지고 달러 가격이 올라 환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동시에 투자했던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소비 및 투자가 줄어 국내 경기가 위축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고 앞에서 설명한 첫 번째 문제,즉 환율 상승으로 인해 갚아야 할 원화의 양이 늘어나는 문제가 다시 반복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지금 설명한 것이 바로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채권,주식,원자재,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추가하는 거래를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거의 제로 수준(0~0.25%)으로 동결하자 낮은 금리로 도달된 자금이 호주,뉴질랜드,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신흥시장 국가의 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자금이 한순간에 급격히 빠져나가면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침체될 수도 있기에 각 국가의 정책당국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금융시장의 거래는 무역과 같은 실물 거래보다 신속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단기 환율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융시장의 환율 불안정성은 수출입과 관련된 무역 등 실물거래의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어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변하는 것일까?환율의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환율은 물가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다음 시간에는 이런 문제에 관해 다시 살펴보자.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