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재 욱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한국경제신문 11월25일자 A38면

‘부자’ 증세는 저소득층 피해로 연결 …세금 낮춰 생산·소득 증대 꾀해야

정부가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과도한 세금과 규제 강화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다.

출범하면서 곧바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는 한편,소득세와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의 단계적 인하 방향을 재검토하고,나아가 최고 세율 구간을 또 하나 신설해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율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명분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늘린 정부지출로 재정이 악화됐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위기 기간에 증세는 끔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미국의 1930년대 공황에서부터 얻는 역사적 교훈이다.

1929년 주식 시장 붕괴 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후버 정부는 적자 재정을 편성하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1932년 정부지출이 1930년보다 42%나 늘어 전쟁 기간을 제외하곤 역대 최대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후버 정부는 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1932년 최고한계 소득세율을 25%에서 63%로 올렸다.

그러나 세율을 크게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1933년 정부의 조세수입은 크게 늘지 않았고,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했다.

경제활동이 감소하고 불황이 더욱 심화되었음은 물론이다.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증세가 아닌 감세다.

그리고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다면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이 답이다.

그것은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일련의 연구들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승수는 1 이하이고,조세 승수는 약 3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재정지출 승수가 1 이하라는 것은 정부가 100억원을 지출했을 경우 국민소득은 100억원보다 적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100억원을 더 지출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100억원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

정부가 세금을 늘려 지출하면 할수록 오히려 국민소득은 감소하는 것이다.

조세승수가 3이라는 것은 100억원을 감세하면 300억원의 국민소득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결국 세금을 낮출수록 국민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교과서적인 케인스 모형에서는 정부지출승수가 매우 높고 조세승수가 매우 낮다.

그래서 케인스 모형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감세보다는 정부지출 증가를 선호한다.

그러나 케인스 모형에서는 지출승수를 측정할 때 국민으로부터 거둔 재원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그것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비효율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조세승수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는 감세가 민간의 투자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고려치 않으며 단지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만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케인스 모형이 산출하는 지출승수는 과대평가되고 조세승수는 과소평가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스 경제학에 경도돼 있는 사람들은 감세보다 재정지출 증가가 경제를 부양시킨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감세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감세에서 '부자' 증세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친서민정책을 표방함으로써 그러한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자' 증세는 부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부자에게 먼저 피해를 주겠지만,그 다음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피해가 이어진다.

감세를 하면 특정 계층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

감세는 생산활동을 증가시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

감세정책을 지속해야 옳다.

--------------------------------------------------------------

해설

감세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

조세를 보는 시각에서 케인스주의자들과 신고전학파 간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고전학파는 조세는 기본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므로 국가의 기능은 가능한 한 축소하고 조세부담률은 낮아야 경제가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증세를 통한 정부의 재정지출보다 감세를 통한 정부 기능의 최소화를 오히려 요구하고 있다.

일부 학자는 또 세금은 본질적으로 '국가에 의한 재산권 침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출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금은 가능한 한 적을수록 좋고,법의 맹점을 이용해 세금을 안 내려고 하는 행위(예를 들면,재벌의 변칙증여)는 정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에게는 국가의 과세권을 제한함으로써 개인에게 세금을 안 낼 여지를 많이 만들어주는 세법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케인스주의자들은 증세를 통한 정부 재정지출의 증가가 경제위기 때 경제 회복을 빨리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정부의 효과적인 지출이 경제를 살리며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감세 정책을 재정정책의 주된 기조로 삼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의 인하 방향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율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필자는 현재 경제 살리는 길은 증세가 아닌 감세에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이 건전하지 못하다면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예로 든다.

최근 일련의 연구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승수는 1 이하이고,조세 승수는 약 3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재정지출 승수가 1 이하라는 것은 정부가 100억원을 지출했을 경우 국민소득은 100억원보다 적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세금을 늘려 지출하면 할수록 오히려 국민소득은 감소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감세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부자에 대한 세금 증액은 오히려 부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부자에게 먼저 피해를 주겠지만,그 다음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피해가 이어진다.

감세를 하면 특정 계층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고 생산 활동을 증가시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며 감세 정책을 지속해야 옳다는 것이다.

감세 정책은 지금 국회에서도 논란 중이니만큼 주목할 만한 칼럼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