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은 강요된 것이다?
가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나 공화국은 기억과 기념이 무척이나 필요하다.
기억은 시민적 덕성을 키우는 강력한 수단이다.
교회와 국가를 강력히 분리하고 있는 민주공화국들은 자국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 특히나 관심을 쏟는다.
우리는 독재에 대해 항거한 역사나 자유를 향해 투쟁한 역사를 기념함으로써,우리가 모두 함께 고통 받았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회고함으로써,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들도 그러한 업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가슴 깊이 일깨울 수 있다.
과거는 새로운 세대들의 시민교육에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기념 행위들,특히 공화국의 기념 행위들이 시장의 세계화와 폭증해 가는 과학적 지식의 이 시대에는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케케묵은 애국주의의 표현이며 지나간 시대의 잔재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들의 역사에 의미와 가치,그리고 아름다움을 부여할 수 없는 국민이 시민적 공화주의적 문화에 꼭 필요한 전제조건인 자긍심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긍심이 없는 사람이 쉽게 비굴해지거나 아니면 교만해지는 것처럼 자기 나라에 대한 긍지가 없는 국민은 평소 비굴해져 있다가 자신보다 약한 자들 앞에서는 쉽사리 포악한 압제자로 돌변하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국과 조상의 위대함에 대해 측은하게도 비겁한 거짓말로 잔뜩 치장한 유치찬란한 국민적 자부심이 아니다.
그러한 국가적 교만방자는 자신들이 어린아이처럼 다뤄지는 것을 거부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의 이야기들 속에서 비록 짧았고 군사적으로 패배하여 사라졌던 것이라도 그런 자유의 소중한 경험들을 다시 발견해 낼 필요가 있다.
우리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1849년의 로마 공화국과 1799년의 나폴리 공화국의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물려받았다는 느낌과 함께 우리나라를 진정한 시민공동체로 만들어야겠다는 어떤 도덕적 의무감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적인 제도들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은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열정의 상실이라는 이름의 병인데,모든 민주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하나같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미국 학자들은 시민적 참여의 붕괴를 이야기하고 있고,유럽 정치학자들은 열정을 잃은 유럽을 이야기하고 있다.
열정 또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제 민주주의 진영을 떠나 민족주의와 종교진영의 민중선동가들을 따라가 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주의는 민주주의적이며 다문화적인 나라들 속에서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단어를 다시 연결시키는 시민적 습속,시민적 문화를 자신의 새로운 정치적 비전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 월드컵 내내 한국인들이 보여 준 강한 단일의식과 민족적 자부심은 주로 동일한 혈통과 선조에 바탕을 둔 정체성에서 기인한다.
한국인들이 신화 속의 창시자 단군을 늘 언급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공유하는 뿌리 깊은 종족적 민족정체성과 단일의식을 반영한다.
한국에서는 인종과 종족과 민족의 차원들이 사실상 서로 겹친다.
인종은 선천적이고 변치 않는 유전형적인 특징에 따라 정의하는 집합체이고,종족은 공동의 언어와 역사에 토대를 둔 문화적 현상으로 간주되지만,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그 두 개를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 종족의식이란 단일한 핏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강한 단일종족의식을 지녔음에도 분단 상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믿음 때문에 한국인들은 현재의 분단을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민족통일이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단일종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으며 민족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 양측의 통일의 방식과 전략은 다르지만,그들의 통일안은 한국인들이 같은 종족적 민족이기 때문에 재통일될 것이라는 같은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두 가지 방향에서 비판받는다.
첫째,강한 종족적 동질의식은 남북한의 진정한 차이점을 감춰서 통일과 관련된 실제적 문제들을 간과하게 만든다.
둘째,통일은 실제로 북한에 대한 남한 체제의 패권적 지배를 의미하게 하여 통일 과정을 분열적이고 갈등 유발적이게 한다.
인류학자인 그린커(Roy Richard Grinker)는 「한국의 장래」(Korea and its Futures)에서 종족동질성에 바탕을 둔 통일 논의는 통일을 신성하고 보편적인 목표가 되게 하여 통일을 분열 이전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제시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통일에 대한 이런 이해는 1945년 이후 생긴 남북한의 차이를 감추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민족을 통일하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조치들을 취하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
종족동질성에 대한 믿음은 '변화되고 이질적인 한국을 수용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통일을 촉진하기보다는 방해한다.
종족동질성에 대한 믿음은 정치적 분단의 실제 상황에서 생기는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간과할 수 있다.
동질성에 바탕을 둔 통일테제는 한국인들이 상상의 한국 종족공동체 내의 역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종족적 '동포'라는 결속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영토 분할이라는 현실과는 논리적으로 모순되고 인식상의 불일치를 야기한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상상의 한민족의 인종적 근거와 정치적 토대 사이의 불일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집단 내 구성원들이나 '검은 양'*을 찾아내고 그들을 순결한 사람들이나 희생자들과 분리하는 과정을 촉발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종족 동질성과 통일에 대한 태도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검은 양(black sheep) 효과 : 집단의 규범을 이탈하여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집단 구성원에 대해 집단 바깥 구성원의 경우보다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라 법원에서 친부(親父)를 확인할 때는 남자의 Y 염색체 특징을 조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부계의 혈통을 추적해 들어갈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 바깥에 사는 모든 사람의 공동 부계 조상이 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6만년 전 한반도에는 현생 인류가 살고 있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요컨대 이 가설에 따르면,한 세대를 30년으로 쳤을 때 2000대 전의 공동 부계 조상이 약 200명으로 추정되는 일가를 거느리고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오늘날 지구상에 사는 65억명의 후손을 보았다는 것이다.
순수 유전학적 시각에서 보면 오늘날 모든 인류는 형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어떤 특별한 민족이 있다는 주장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른가?
물론 지난 6만년 동안 살아 온 환경이 달라서 그 지역에 가장 잘 적응한 체질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 지역 사람의 Y 염색체 유전형을 조사하면 남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몽골과 만주로부터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동아시아인의 Y 염색체 유전형은 주로 O형인데,한국인의 70%,중국인의 75%,대만인의 95%,일본인의 약 절반이 바로 이 O형이다.
더욱이 중국인의 나머지 25%의 경우도 O형에 가까운 Y 염색체 유전형을 갖고 있다.
한편 O형이 아닌 한국인과 일본인은 대부분 C형 Y 염색체 유전형이나 D형 Y 염색체 유전형 둘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O형과 그에 가까운 형을 지닌 사람들은 시베리아를 거쳐 동아시아 지역으로 들어왔고,C형과 D형을 지닌 사람들은 말레이 반도를 포함해 남방 해안 루트를 경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사람은 대부분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형 8가지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라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보면,알타이 산맥 서쪽 지역의 거의 모든 사람의 유전형은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인의 유전형과 뿌리부터 다르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 북부 사람들,한국인 그리고 일본인은 모두 동일하다.
1. <라> 의 관점에서 <다>의 주장을 지지하는'단락글'을 쓰시오. (300자 ±30자)
2. <나>의 관점에서 <가>와 <다>의 필자가 비판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하시오. (900자 ±90자)
⊙ 출제의도
숙명여대의 입시전형에서 논술우수자 전형이 도입되면서 숙대논술이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올해 출제된 숙명여대의 모의논술 문항을 학교에서 발표한 의도와 채점기준을 토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논제 1은 <라>가 시사하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300자 안팎의 '단락글' 작성을 요구하고 있는 문제이다.
숙명여대 논술에서는 '단락글'이라는 용어가 논제 중에 사용되는데,이는 하나의 완성된 흐름을 가진 독립된 단락을 구성하라는 의미다.
짧은 글쓰기 유형인데,요약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제시문 간의 연관성을 토대로 정리해야 하므로 변형된 요약형이라 할 수 있다.
논제 2는 900자 분량으로 수험생의 이해와 분석력, 그리고 종합적인 사고력과 논술 능력을 묻는 문제이다.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의 필자들이 비판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그러한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의 내용을 단서로 삼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형적인 비판하기 문항과는 다르다.
<나>의 관점을 우선적으로 설명해야 하고,이 입장에서 <가>와 <다>의 필자가 비판하는 상황을 옮겨야 한다.
<가>와 <다>의 필자가 비판하는 상황을 단순히 옮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점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극복방안 제시는 학생의 창의성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이다.
앞선 논의에서 도출된 문제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할지에 대해 논해야 한다.
대안제시형 문항에서는 추상적인 대안이나 현실성 없는 대안은 금물이다.
따라서 최대한 구체적인 제도로서의 결합이 가능한 실천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대안이 분류화된다면 더 좋다.
⊙ 논제 분석
[논제 1]은 우선 논증글 쓰기의 기초 단계인 '단락쓰기'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단락은 자체적으로도 완결된 의미 구성을 요구하며 동시에 전체 글과의 관계에서는 주장에 대한 하나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채울 수 있는가를 묻는다.
<라>는 과학적 결과를 토대로 현생 인류는 모두 동일한 조상에서 기원한다는 점과 한민족의 구성 역시 둘 이상의 혈통의 혼합임을 논증하고 있다.
이는 <다>가 제시하고 있는'한국 민족주의의 종족적 동질성 비판'이 가진 한계를 지적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한민족은 생물학적,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봤을 때 이미 복수의 혈통이 섞여 있는 복합적 유전인자를 가진 종족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단일혈통이란 개념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다>가 지적하는 종족적 동일성은 허구일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때 <다>에서 주장하고 있는 핵심논지가 간결하고 명확하게 제시됐는지,그리고 <라>의 과학적 결과가 시사하는 내용을 정확히 지적했는지,특히 <다>의 핵심논지와 <라>의 과학적 결과 간에 모순점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는지가 채점의 주된 기준이 된다. (숙명여대 채점기준 참조)
[논제 2]는 제시문 <나>를 비판의 준거틀로 삼아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의 저자들이 문제 상황으로 비판하고 있는 대상의 핵심적 내용을 파악하고,그러한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의 주장 속에서 찾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제시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 문제이다.
따라서 <나> 비판의 관점이 될 <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요약했는지,그리고 <가>와 <다>(비판의 대상)가 분명히 규정됐는지,특히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적시됐는지가 가장 중요한 채점요소가 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은 <가>,<나>,<다>,<라> 네 개의 글과 <라>의 그림(1개)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시문 <가>는 황지우 시인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옮긴 것이다.
1970~80년대 암울했던 정치현실을 자조적인 포즈와 패러디,병치 등의 기법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영화관에서까지 행해진 국민의례로서의 애국가는 강요된 애국심을 상징하는 것으로,권위주의 정권의 국가주의적 억압성에 스스로 길들여져야 하는 국민과 그와 대비돼 자유롭게 세상을 나는 새들을 대비시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제시문 <가>는 '강요된 획일적 애국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모리치오 비롤리의 「공화주의」의 발췌문으로,시민적 덕성에 기초한 공화주의 사상에서 애국심은 자유에 기반한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에 기초한 것임을 설명한다.
즉 애국심은 자발적 의사에 기반한 공유된 역사로 보고 있다.
제시문 <다>는 재미 사회학자 신기욱의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과 계보」에서 발췌한 것으로,혈통적 동일성의 신화에 기반한 남북한의 종족적 민족주의가 사실은 통일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글이다.
종족 동질성이라는 믿음은 현존하는 남북 정치체제의 진정한 차이를 은폐하고 어느 한쪽에 의한 패권적 통일 노력을 강화시켜 통일을 방해하고,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집단(검은 양)에는 가혹한 제재를 가하게 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통일의 전제로 민족적 동질성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통일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시문 <라>는 서울대 내과 이홍식 교수의 한 잡지 칼럼 「북방계 남자가 남방계 여자를 차지」에서 발췌한 글이다.
남성 Y염색체 유전형과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형의 계보를 역추적해 얻은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 민족이 순수한 혈통을 지닌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제시문 <라>에서는 가치중립적인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의 허구성을 찾아내야 한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
가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나 공화국은 기억과 기념이 무척이나 필요하다.
기억은 시민적 덕성을 키우는 강력한 수단이다.
교회와 국가를 강력히 분리하고 있는 민주공화국들은 자국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 특히나 관심을 쏟는다.
우리는 독재에 대해 항거한 역사나 자유를 향해 투쟁한 역사를 기념함으로써,우리가 모두 함께 고통 받았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회고함으로써,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들도 그러한 업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가슴 깊이 일깨울 수 있다.
과거는 새로운 세대들의 시민교육에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기념 행위들,특히 공화국의 기념 행위들이 시장의 세계화와 폭증해 가는 과학적 지식의 이 시대에는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케케묵은 애국주의의 표현이며 지나간 시대의 잔재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들의 역사에 의미와 가치,그리고 아름다움을 부여할 수 없는 국민이 시민적 공화주의적 문화에 꼭 필요한 전제조건인 자긍심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긍심이 없는 사람이 쉽게 비굴해지거나 아니면 교만해지는 것처럼 자기 나라에 대한 긍지가 없는 국민은 평소 비굴해져 있다가 자신보다 약한 자들 앞에서는 쉽사리 포악한 압제자로 돌변하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국과 조상의 위대함에 대해 측은하게도 비겁한 거짓말로 잔뜩 치장한 유치찬란한 국민적 자부심이 아니다.
그러한 국가적 교만방자는 자신들이 어린아이처럼 다뤄지는 것을 거부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의 이야기들 속에서 비록 짧았고 군사적으로 패배하여 사라졌던 것이라도 그런 자유의 소중한 경험들을 다시 발견해 낼 필요가 있다.
우리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1849년의 로마 공화국과 1799년의 나폴리 공화국의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물려받았다는 느낌과 함께 우리나라를 진정한 시민공동체로 만들어야겠다는 어떤 도덕적 의무감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적인 제도들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은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열정의 상실이라는 이름의 병인데,모든 민주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하나같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미국 학자들은 시민적 참여의 붕괴를 이야기하고 있고,유럽 정치학자들은 열정을 잃은 유럽을 이야기하고 있다.
열정 또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제 민주주의 진영을 떠나 민족주의와 종교진영의 민중선동가들을 따라가 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주의는 민주주의적이며 다문화적인 나라들 속에서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단어를 다시 연결시키는 시민적 습속,시민적 문화를 자신의 새로운 정치적 비전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 월드컵 내내 한국인들이 보여 준 강한 단일의식과 민족적 자부심은 주로 동일한 혈통과 선조에 바탕을 둔 정체성에서 기인한다.
한국인들이 신화 속의 창시자 단군을 늘 언급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인들이 공유하는 뿌리 깊은 종족적 민족정체성과 단일의식을 반영한다.
한국에서는 인종과 종족과 민족의 차원들이 사실상 서로 겹친다.
인종은 선천적이고 변치 않는 유전형적인 특징에 따라 정의하는 집합체이고,종족은 공동의 언어와 역사에 토대를 둔 문화적 현상으로 간주되지만,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그 두 개를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 종족의식이란 단일한 핏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강한 단일종족의식을 지녔음에도 분단 상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믿음 때문에 한국인들은 현재의 분단을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민족통일이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단일종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으며 민족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 양측의 통일의 방식과 전략은 다르지만,그들의 통일안은 한국인들이 같은 종족적 민족이기 때문에 재통일될 것이라는 같은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두 가지 방향에서 비판받는다.
첫째,강한 종족적 동질의식은 남북한의 진정한 차이점을 감춰서 통일과 관련된 실제적 문제들을 간과하게 만든다.
둘째,통일은 실제로 북한에 대한 남한 체제의 패권적 지배를 의미하게 하여 통일 과정을 분열적이고 갈등 유발적이게 한다.
인류학자인 그린커(Roy Richard Grinker)는 「한국의 장래」(Korea and its Futures)에서 종족동질성에 바탕을 둔 통일 논의는 통일을 신성하고 보편적인 목표가 되게 하여 통일을 분열 이전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제시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통일에 대한 이런 이해는 1945년 이후 생긴 남북한의 차이를 감추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민족을 통일하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조치들을 취하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
종족동질성에 대한 믿음은 '변화되고 이질적인 한국을 수용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통일을 촉진하기보다는 방해한다.
종족동질성에 대한 믿음은 정치적 분단의 실제 상황에서 생기는 다른 복잡한 문제들을 간과할 수 있다.
동질성에 바탕을 둔 통일테제는 한국인들이 상상의 한국 종족공동체 내의 역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종족적 '동포'라는 결속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영토 분할이라는 현실과는 논리적으로 모순되고 인식상의 불일치를 야기한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상상의 한민족의 인종적 근거와 정치적 토대 사이의 불일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집단 내 구성원들이나 '검은 양'*을 찾아내고 그들을 순결한 사람들이나 희생자들과 분리하는 과정을 촉발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종족 동질성과 통일에 대한 태도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검은 양(black sheep) 효과 : 집단의 규범을 이탈하여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집단 구성원에 대해 집단 바깥 구성원의 경우보다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라 법원에서 친부(親父)를 확인할 때는 남자의 Y 염색체 특징을 조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부계의 혈통을 추적해 들어갈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 바깥에 사는 모든 사람의 공동 부계 조상이 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6만년 전 한반도에는 현생 인류가 살고 있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요컨대 이 가설에 따르면,한 세대를 30년으로 쳤을 때 2000대 전의 공동 부계 조상이 약 200명으로 추정되는 일가를 거느리고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오늘날 지구상에 사는 65억명의 후손을 보았다는 것이다.
순수 유전학적 시각에서 보면 오늘날 모든 인류는 형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어떤 특별한 민족이 있다는 주장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른가?
물론 지난 6만년 동안 살아 온 환경이 달라서 그 지역에 가장 잘 적응한 체질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 지역 사람의 Y 염색체 유전형을 조사하면 남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몽골과 만주로부터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동아시아인의 Y 염색체 유전형은 주로 O형인데,한국인의 70%,중국인의 75%,대만인의 95%,일본인의 약 절반이 바로 이 O형이다.
더욱이 중국인의 나머지 25%의 경우도 O형에 가까운 Y 염색체 유전형을 갖고 있다.
한편 O형이 아닌 한국인과 일본인은 대부분 C형 Y 염색체 유전형이나 D형 Y 염색체 유전형 둘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O형과 그에 가까운 형을 지닌 사람들은 시베리아를 거쳐 동아시아 지역으로 들어왔고,C형과 D형을 지닌 사람들은 말레이 반도를 포함해 남방 해안 루트를 경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사람은 대부분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형 8가지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라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보면,알타이 산맥 서쪽 지역의 거의 모든 사람의 유전형은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인의 유전형과 뿌리부터 다르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 북부 사람들,한국인 그리고 일본인은 모두 동일하다.
1. <라> 의 관점에서 <다>의 주장을 지지하는'단락글'을 쓰시오. (300자 ±30자)
2. <나>의 관점에서 <가>와 <다>의 필자가 비판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하시오. (900자 ±90자)
⊙ 출제의도
숙명여대의 입시전형에서 논술우수자 전형이 도입되면서 숙대논술이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올해 출제된 숙명여대의 모의논술 문항을 학교에서 발표한 의도와 채점기준을 토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논제 1은 <라>가 시사하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300자 안팎의 '단락글' 작성을 요구하고 있는 문제이다.
숙명여대 논술에서는 '단락글'이라는 용어가 논제 중에 사용되는데,이는 하나의 완성된 흐름을 가진 독립된 단락을 구성하라는 의미다.
짧은 글쓰기 유형인데,요약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제시문 간의 연관성을 토대로 정리해야 하므로 변형된 요약형이라 할 수 있다.
논제 2는 900자 분량으로 수험생의 이해와 분석력, 그리고 종합적인 사고력과 논술 능력을 묻는 문제이다.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의 필자들이 비판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그러한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의 내용을 단서로 삼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형적인 비판하기 문항과는 다르다.
<나>의 관점을 우선적으로 설명해야 하고,이 입장에서 <가>와 <다>의 필자가 비판하는 상황을 옮겨야 한다.
<가>와 <다>의 필자가 비판하는 상황을 단순히 옮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점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극복방안 제시는 학생의 창의성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이다.
앞선 논의에서 도출된 문제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할지에 대해 논해야 한다.
대안제시형 문항에서는 추상적인 대안이나 현실성 없는 대안은 금물이다.
따라서 최대한 구체적인 제도로서의 결합이 가능한 실천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대안이 분류화된다면 더 좋다.
⊙ 논제 분석
[논제 1]은 우선 논증글 쓰기의 기초 단계인 '단락쓰기'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단락은 자체적으로도 완결된 의미 구성을 요구하며 동시에 전체 글과의 관계에서는 주장에 대한 하나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채울 수 있는가를 묻는다.
<라>는 과학적 결과를 토대로 현생 인류는 모두 동일한 조상에서 기원한다는 점과 한민족의 구성 역시 둘 이상의 혈통의 혼합임을 논증하고 있다.
이는 <다>가 제시하고 있는'한국 민족주의의 종족적 동질성 비판'이 가진 한계를 지적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한민족은 생물학적,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봤을 때 이미 복수의 혈통이 섞여 있는 복합적 유전인자를 가진 종족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단일혈통이란 개념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다>가 지적하는 종족적 동일성은 허구일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때 <다>에서 주장하고 있는 핵심논지가 간결하고 명확하게 제시됐는지,그리고 <라>의 과학적 결과가 시사하는 내용을 정확히 지적했는지,특히 <다>의 핵심논지와 <라>의 과학적 결과 간에 모순점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는지가 채점의 주된 기준이 된다. (숙명여대 채점기준 참조)
[논제 2]는 제시문 <나>를 비판의 준거틀로 삼아 제시문 <가>와 제시문 <다>의 저자들이 문제 상황으로 비판하고 있는 대상의 핵심적 내용을 파악하고,그러한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의 주장 속에서 찾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제시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 문제이다.
따라서 <나> 비판의 관점이 될 <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요약했는지,그리고 <가>와 <다>(비판의 대상)가 분명히 규정됐는지,특히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적시됐는지가 가장 중요한 채점요소가 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은 <가>,<나>,<다>,<라> 네 개의 글과 <라>의 그림(1개)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시문 <가>는 황지우 시인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옮긴 것이다.
1970~80년대 암울했던 정치현실을 자조적인 포즈와 패러디,병치 등의 기법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영화관에서까지 행해진 국민의례로서의 애국가는 강요된 애국심을 상징하는 것으로,권위주의 정권의 국가주의적 억압성에 스스로 길들여져야 하는 국민과 그와 대비돼 자유롭게 세상을 나는 새들을 대비시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제시문 <가>는 '강요된 획일적 애국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모리치오 비롤리의 「공화주의」의 발췌문으로,시민적 덕성에 기초한 공화주의 사상에서 애국심은 자유에 기반한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에 기초한 것임을 설명한다.
즉 애국심은 자발적 의사에 기반한 공유된 역사로 보고 있다.
제시문 <다>는 재미 사회학자 신기욱의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과 계보」에서 발췌한 것으로,혈통적 동일성의 신화에 기반한 남북한의 종족적 민족주의가 사실은 통일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글이다.
종족 동질성이라는 믿음은 현존하는 남북 정치체제의 진정한 차이를 은폐하고 어느 한쪽에 의한 패권적 통일 노력을 강화시켜 통일을 방해하고,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집단(검은 양)에는 가혹한 제재를 가하게 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통일의 전제로 민족적 동질성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통일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시문 <라>는 서울대 내과 이홍식 교수의 한 잡지 칼럼 「북방계 남자가 남방계 여자를 차지」에서 발췌한 글이다.
남성 Y염색체 유전형과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형의 계보를 역추적해 얻은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 민족이 순수한 혈통을 지닌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제시문 <라>에서는 가치중립적인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의 허구성을 찾아내야 한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