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입음법이란 것은 여느 남움직씨에 입음 도움줄기 '히' 또는 '기'를 더하여 입음(被動)을 만드는 법을 이름이니라.
… 둘째 입음법은 '하다 따위 움직씨'의 남움직씨에 쓰이는 법이니: 곧 '하다 따위 움직씨'를 입음으로 만듦에는,'하다'에 대하여 입음의 뜻을 나타내는 제힘움직씨 '되다''받다''당하다'의 줄기 '되''받''당하'를 그 '하다'의 '하' 대신에 갈아 넣어서 만드는 법을 이름이니라.
… 셋째 입음법은,여느 움직씨나 '하다 따위 움직씨'나를 물론하고,또 제움직씨와 남움직씨를 물론하고 모든 움직씨의 껌목법 어찌꼴 'OO아'(또는 OO어,OO여)에 도움움직씨(補助動詞) '지다'를 더하여 입음을 만드는,두루 통하는 법이니라.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은 우리말 문법의 토대를 닦은 대학자이다.
그가 <우리말본>(1937년)에서 체계화한 주요 이론 틀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올 정도로 국어학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
그 중 하나가 우리말 입음법(피동법)이다.
그는 한자어로 된 문법 용어를 모두 고유어로 바꿔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령 위에 나오는 남움직씨는 타동사,도움줄기는 보조어간,움직씨는 동사,제움직씨는 자동사,껌목법(지금의 '감목법')은 자격법,어찌꼴은 부사형을 바꾼 말이다.
1955년 개정판(정음사 간)에서 인용한 그의 입음법 정리는 요즘의 눈으로 읽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우리말 피동 표현을 만드는 방법엔 세 가지가 있는데,첫째 타동사에 '히/기' 등을 붙이는 방법,'~하다'형 동사에서 '하다' 자리에 '되다/받다/당하다'를 넣는 방법,타동사 어간에 '-어(아)지다'를 붙이는 방법 등이라는 것이다.
이정택 서울여대 교수는 한 글에서 최현배 선생의 피동법 정리로 인해 비로소 피동이 우리말 문법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문법서나 교과서 등에 그대로 반영돼 각종 피동법 논의의 골간을 이루게 됐음은 물론이다.
피동문은 말 그대로 피동사로 만들어지는 구문이다.
피동사는 타동사 어간에 피동 접미사라 불리는 형태소인 '이,히,리,기' 등을 붙여 만든다.
'보다→보이다,잡다→잡히다,물다→물리다,안다→안기다' 같은 게 그런 것이다.
능동문이 통상 유정체(有情體)에 의한 행동주체를 주어로 잡고 만들어지는 데 반해 피동문은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없는 무정체(無情體)를 주어로 삼을 때 만들어진다.
따라서 피동문의 전형적 양식은 '무정명사+~(유정명사)에게 +피동사'와 같이 나타난다.
농동과 피동의 선택은 문장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말을 할 때는 일부러 피동형을 쓰지 않는 한 대부분 행동주체를 주어로 삼게 된다.
능동형 문장으로 말하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어법이란 뜻이다.
또 우리말 동사 자체에 피동사가 별로 없다는 점도 국어 문장에서 피동 구문을 잘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익섭/임홍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말에서 수많은 '명사+하다'계 동사들,즉 '공부하다,사랑하다,생활하다' 등의 동사들이 피동사를 갖지 않는다.
또 '주다,받다,드리다,바치다' 등의 수여(受與)동사와 '얻다,잃다,찾다,사다'와 같은 수혜(受惠)동사가 피동사를 갖지 않는다.
'알다,배우다,바라다,느끼다' 등의 경험동사,'만나다,닮다' 등 대칭동사도 피동사를 가지는 일이 없다.
반면에 영어는 동사의 유형을 바꿈으로써 능동문과 피동문이 자유롭게 구사된다.
예컨대 'He made the speech.- The speech was made by him.// They wrote the book.- the book was written by them.'과 같이 능/피동이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누구든지 "그가 연설을 했다" "그들이 그 책을 썼다"라고 말하지 여간해선 "그 연설이 그에 의해 행해졌다(이뤄졌다)" "그 책은 그들에 의해 씌어졌다"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말에서 피동 구문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글쓰기에서 물주(物主)구문을 많이 사용하면 글이 어색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피동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피동형의 남발을 경계해야 하는 첫째 이유는 자칫 어색한 문장을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말이 통사적으로 피동구문이 많지 않은 데서 오는 근본적 속성이기도 하다.
피동문은 또 행위 주체가 드러나지 않으므로 문장을 모호하게 쓰고 싶을 때,또는 완곡하게 말하고자 할 때도 많이 이용된다.
이런 효과로 인해 피동문이 이데올로기를 수행하는 통사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이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 둘째 입음법은 '하다 따위 움직씨'의 남움직씨에 쓰이는 법이니: 곧 '하다 따위 움직씨'를 입음으로 만듦에는,'하다'에 대하여 입음의 뜻을 나타내는 제힘움직씨 '되다''받다''당하다'의 줄기 '되''받''당하'를 그 '하다'의 '하' 대신에 갈아 넣어서 만드는 법을 이름이니라.
… 셋째 입음법은,여느 움직씨나 '하다 따위 움직씨'나를 물론하고,또 제움직씨와 남움직씨를 물론하고 모든 움직씨의 껌목법 어찌꼴 'OO아'(또는 OO어,OO여)에 도움움직씨(補助動詞) '지다'를 더하여 입음을 만드는,두루 통하는 법이니라.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은 우리말 문법의 토대를 닦은 대학자이다.
그가 <우리말본>(1937년)에서 체계화한 주요 이론 틀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올 정도로 국어학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
그 중 하나가 우리말 입음법(피동법)이다.
그는 한자어로 된 문법 용어를 모두 고유어로 바꿔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령 위에 나오는 남움직씨는 타동사,도움줄기는 보조어간,움직씨는 동사,제움직씨는 자동사,껌목법(지금의 '감목법')은 자격법,어찌꼴은 부사형을 바꾼 말이다.
1955년 개정판(정음사 간)에서 인용한 그의 입음법 정리는 요즘의 눈으로 읽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우리말 피동 표현을 만드는 방법엔 세 가지가 있는데,첫째 타동사에 '히/기' 등을 붙이는 방법,'~하다'형 동사에서 '하다' 자리에 '되다/받다/당하다'를 넣는 방법,타동사 어간에 '-어(아)지다'를 붙이는 방법 등이라는 것이다.
이정택 서울여대 교수는 한 글에서 최현배 선생의 피동법 정리로 인해 비로소 피동이 우리말 문법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문법서나 교과서 등에 그대로 반영돼 각종 피동법 논의의 골간을 이루게 됐음은 물론이다.
피동문은 말 그대로 피동사로 만들어지는 구문이다.
피동사는 타동사 어간에 피동 접미사라 불리는 형태소인 '이,히,리,기' 등을 붙여 만든다.
'보다→보이다,잡다→잡히다,물다→물리다,안다→안기다' 같은 게 그런 것이다.
능동문이 통상 유정체(有情體)에 의한 행동주체를 주어로 잡고 만들어지는 데 반해 피동문은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없는 무정체(無情體)를 주어로 삼을 때 만들어진다.
따라서 피동문의 전형적 양식은 '무정명사+~(유정명사)에게 +피동사'와 같이 나타난다.
농동과 피동의 선택은 문장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말을 할 때는 일부러 피동형을 쓰지 않는 한 대부분 행동주체를 주어로 삼게 된다.
능동형 문장으로 말하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어법이란 뜻이다.
또 우리말 동사 자체에 피동사가 별로 없다는 점도 국어 문장에서 피동 구문을 잘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익섭/임홍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말에서 수많은 '명사+하다'계 동사들,즉 '공부하다,사랑하다,생활하다' 등의 동사들이 피동사를 갖지 않는다.
또 '주다,받다,드리다,바치다' 등의 수여(受與)동사와 '얻다,잃다,찾다,사다'와 같은 수혜(受惠)동사가 피동사를 갖지 않는다.
'알다,배우다,바라다,느끼다' 등의 경험동사,'만나다,닮다' 등 대칭동사도 피동사를 가지는 일이 없다.
반면에 영어는 동사의 유형을 바꿈으로써 능동문과 피동문이 자유롭게 구사된다.
예컨대 'He made the speech.- The speech was made by him.// They wrote the book.- the book was written by them.'과 같이 능/피동이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누구든지 "그가 연설을 했다" "그들이 그 책을 썼다"라고 말하지 여간해선 "그 연설이 그에 의해 행해졌다(이뤄졌다)" "그 책은 그들에 의해 씌어졌다"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말에서 피동 구문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글쓰기에서 물주(物主)구문을 많이 사용하면 글이 어색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피동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피동형의 남발을 경계해야 하는 첫째 이유는 자칫 어색한 문장을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말이 통사적으로 피동구문이 많지 않은 데서 오는 근본적 속성이기도 하다.
피동문은 또 행위 주체가 드러나지 않으므로 문장을 모호하게 쓰고 싶을 때,또는 완곡하게 말하고자 할 때도 많이 이용된다.
이런 효과로 인해 피동문이 이데올로기를 수행하는 통사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이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