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자국’은 ‘한 걸음’의 길이

'걷다'에서 전성한 명사 '걸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 발을 번갈아 옮겨 놓는 동작'을 말한다.

이 말은 또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서 그 동작의 횟수를 세는 단위로도 쓰인다.

'그는 두어 걸음 앞서 걸었다/전철이 들어오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에 쓰인 게 그런 것이다.

'그는 놀라서 한 걸음(한 발자국/한 발자욱/한 발짝/한 발작)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면 이 문장에서 쓸 수 있는 말과 쓰지 못 할 말은 무엇일까.

답부터 말하면 '걸음/발자국/발짝'은 쓸 수 있지만 '발자욱/발작'은 틀린 말이다.

'발자국'은 '발+자국'의 합성어로,본래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일 때는 '발을 한 번 떼어놓는 걸음을 세는 단위'로도 쓰인다.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다'에 쓰인 '발자국'은 '걸음'을 뜻하는 것이다.

길어봐야 30㎝ 안팎일 발자국 크기가 걸음의 단위로 확대돼 쓰이는 것이 특이하지만,우리 말글살이에서 이미 굳어진 표현으로 보고 사전마다 모두 인정하고 있는 용법이다.

그러니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였다면 그것은 '한 걸음' 움직인 셈이다.

하지만 '발자욱'은 비표준으로 보았다.

'자국'에 해당하는 '자욱'을 남한에서는 버렸기 때문에 '발자욱' 역시 바른 말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으로 가면 달라진다.

그들은 '발자국'이나 '발자욱'이나 같이 쓸 수 있다.

북에서 '자욱'은 '자국을 멋스럽게 이르는 말'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발자욱'이 비록 남에서 비표준으로 밀려났지만 그 세력이 아직 남아 있는 까닭도 많은 문학 작품 등을 통해 그 쓰임새가 꾸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발짝'과 '발작'에 대한 처리도 남과 북이 다르다.

남에서 '발짝'은 발을 한 번 떼어 놓는 걸음을 세는 단위,즉 '발자국'과 같은 말이다.

이에 비해 북에서는 '발짝'은 없고 '발작'을 쓴다.

북에서는 '발작'을 '발자국의 준말'로 본 것이다.